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지음, 류동수 옮김 / 양철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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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행성>이란 영화를 본 한 가족,

플라스틱 없이 한 달만 살아보기로 한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1만 가지 물질 중에 유해성 여부를 확인한 것은 단 11개뿐이었다.” - 발슈트룀(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환경문제 담당관, 63)

 

플라스틱의 유용함과 간편함에 길들여진 인류에게

그 해독에 대해서는 철저히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로, 유사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과연 밝혀진 것에 비하면 빙산의 가라앉은 부분은 얼마나 무서울지...

 

플라스틱 용기를 거부하고 종이 봉지를 찾자

종이라고 해서 유해물질 없이 생산된다고 믿는 건 넌센스(83)라는 벽에 봉착하기도 한다.

 

시댁을 한 바퀴 둘러보고 확실하게 깨닫게 된 것은 우리 생활의 방만함.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들이고,

그러니 당연히 쓰지도 않은 멀쩡한 새 물건들이 집안 구석구석에 쌓여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고,

그것은 대량소비 시대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아가는 세태의 문제인 듯도...(97)

 

가전제품과 컴퓨터, 휴대전화 등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런 문제제기는 실현 불가능한 상상같기도 하다.

아니, 이런 문제제기가 유럽이니 가능하지, 미국에서라면 애초에 상상조차 힘들지 모른다.

한국 역시, 분리 배출하는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이런 저항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무언가가 우리를 흔들어 깨워주지 않는다면

혹은 우리 스스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쳇바퀴 속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또 우리의 행위가 어떤 시스템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지,

그로 인해 우리가 어떤 손해를 입거나 입히는지 영원히 알지 못한 채 눈 먼 삶을 살아가게 될 것.(168)

 

그들의 실험은 비록 제한적인 것일지라도,

일깨움의 의미를 충분히 제공한다.

비닐 포장이 얼마나 과도하게 광범위한 것인지도 깨닫게 되고,

나아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육류 섭취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문제제기를 한다.

자동차의 운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고민하게 되고.

 

그들의 공부는 전자제품의 <계획된 노후화>까지 공부하게 한다.

상대적 내구성이 떨어지게 만드는 작전.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것인지? 실현 가능한 것인지?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제가 중시하는 것은 '궁극의 지혜'가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과 서로에게서 배우기입니다.(270)

 

전에는 너무 무신경하게 소비의 함정에 끌려들어 갔다면,

이제는 소비에 대해 전반적으로 대단히 민감해졌다.

무엇보다 품질을 먼저 고려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281)

 

세상은 관심을 가지는 만큼 보이게 마련이다.

이 책에는 전문적인 이야기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야기이다.

 

글로벌하게 공부하고, 로컬하게 실천하라는 말은, 관심을 가지면 당연히 가게 되는 길이다.

 

이런 책은 도서관이나 학급문고 같은 기관들에서 적극적으로 구매해 널리 읽히면 좋겠다.

우리 도시에도 교육청과 도서관에서 '원 북'이라는 행사를 하는데, 권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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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잡 - 미래를 여는 녹색직업을 만나다 나는 커서 뭘 할까? 1
녹색교육센터 기획, 박경화 지음 / 양철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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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블루오션, 그린잡... 환경을 살리는 일과 직업을 스스로 디자인한 사람들의 이야기, 직업을 돈에만 연결시키는 학생들에게 권해줄 법한 책. 특히 국제적으로 활동할 만한 친구들에게 권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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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리플레이 - 과학 선생들의 현실 탐구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엮음 / 양철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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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인류의 평균 수명을 연장시켜 주었고,

특히 유아 사망률을 아주 낮추고 인구 조절(자녀수 조절)의 기능도 알려 주었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에서 사망하는 사고나,

가습기 살균제때문에 사망하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의 경우도 과학의 영향이다.

 

THAAD를 팔아먹으려는 상술도 과학의 결과고,

그래서 성주 할매들이나 밀양 할매들은 피곤한 몸을 눕히기 힘들다.

 

편리한 생활을 위한 것들이

삶의 조건을 파괴한다.

 

<강 살리기와 물 관리>라는 주제의 제목이 '청개구리의 거짓말'인 것을 보면,

사대강 사업의 폐해에 대한 지적도 당연하다.

 

세계 최대의 사립대학 보호국에서(이번 이대 사태도 사립대학의 폐해다)

입시에 의한 대학의 학벌 위계가

스카이 서성한중경외시...

뭐 이모양으로 읊어대는 현실을 방기하고,

듣보잡 '자유학기제'가 시행되었다.

 

이래저래 가진자들만 득세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책은 한 권의 책으로 열 개의 과학 논쟁을

'찬반토론'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물론 문제점을 지적하기 쉬운 것이지만,

찬성의 논리도 나름대로 잘 적고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책으로 토론을 해나가는 일도 유의미하겠다.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과학 토론집.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우리학교' 출판사의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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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체르노빌의 봄 핵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 만화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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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체르노빌의 목소리'라는 책의 우울한 이야기들이 인용된다.

그래서 이 책은 우울하고 슬픈 내용일 줄 알았다.

그 책을 읽던 화가가 체르노빌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고,

기록화를 그리러 들어간다.

 

우크라이나 평원... 이곳은 그 모든 침략들을 다 지켜봤습니다.

공산주의, 나치, 스탈린 시대에는 두 번의 기근,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고 유배...

독일군 침공, 더불어 최악의 핵 참사...

어떻게 그걸 다 감내했을까요.(38)

 

아,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슬픈 역사를 가진 나라라 생각했는데,

거기 역시 권력자들의 투쟁 사이에서 피흘린 사람들이 있었구나.

 

원전사고는 광대한 지역의 경제 또한 무너뜨린다.

정부는 그 땅을 농부들에게 분배했다.

체르노빌을 시작으로 소비에트 공동 생산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97)

 

아, 공산주의 국가의 몰락과 체르노빌이 어느 지점에서 연관이 있었구나.

 

우리의 작업실에는...

하얀 봄 햇살이 벚꽃 나무 꽃잎 사이를 지나

창문 안을 비추었다.

우리의 집은 비현실적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장소가 됐다.

우리는 특별한 시간을 공유했다. 정지된 시간 속으로...(120)

 

1986년에 정지된 시간 속에서

그 무채색의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작가는 본다.

거기 역시 찬란한 봄의 기운이 흘러넘친다는 것을...

기준량 이상의 방사능이 감지된다 해도,

거기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다는 것을.

그곳 이외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사람들이 산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밀양 할머니들의 삶이 떠올랐다.

 

 

 

 

끔찍한 재앙을 그리기 위해 체르노빌에 온 나에게

이런 순간들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는 진정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121)

 

그렇다.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디로도 갈 수 없으므로.

그곳 아닌 곳은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하지만 난 참사를 증언하기 위해 온 게 아닌가?

난 죽음의 위협을 각오하고 왔는데...

느껴지는 건 빛나도록 살아있는 생명이다.

체르노빌은 아름답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그 모순된 말에 혼란스럽다.

하지만 내 그림은 그렇다고 말한다.

죽음이 그려져 있는가? 전혀...(129)

 

체르노빌이라고 하면,

죽음의 대명사로 여긴 나에게

이 책은 삶의 엄정함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새로운 시선,

그것을 담기위해 용기를 내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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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9-2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채색의 그림에 환한 색이 입혀졌을 때의 감동이 생각나네요^^
 
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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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코모리(小森)'는 작은 숲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리틀 포레스트~겠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만나는 채소(야채, 야사이...는 일본말이라서 채소를 쓴단다.)와 과일, 열매들을 가지고

요리도 만들고,

서툴지만 장작도 패고 하며 살아가는 아가씨다.

 

도시에 살던 때와 또다른 삶의 맛이 오롯이 느껴지는 만화다.

물론 부정적인 면은 거의 그려지고 있지 않지만,

심심하거나 외로움, 또는 두려운 일 등은 없다.

 

먹방이라도 찍듯이,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아가씨 이치코.

 

농사일이라는 것이 한 가지 매뉴얼로 돌아가지 않는다.

꼭같은 시기에 농사를 지어도,

그 해의 날씨 변화에 따라,

또는 주변 상황에 따라 곡식이 잘 여물기도, 망하기도 한다.

병충해가 돌거나 시름시름 시들기도 하고, 뜻밖에 수확을 얻기도 한다.

 

만화를 보면서,

내가 기르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하나하나 다 다르다.

집에서 자라온 조건도 다르고,

학습 환경, 학습 능력이 다 다르다.

 

그 아이들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해줄 수 없지만,

아이들의 다른 면을 관찰하는 일은 해줄 수 있다.

되도록이면 덜 상처받고 자라기를 빌어주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토란은 추우면 바로 썩어버리고

건조하면 바싹 말라버리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에 둔다.

 

요전번에는 너무 당황해서

토란껍질을 벗기고 그대로 삶기 시작했더니

냄비에서 거품이 흘러넘쳐서

아주 못먹게 됐어요.

토란은 처음 삶은 물을 따라버리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

알지만 매년 그러고 난 다음에 생각이 나서. (2권, 106)

 

이런 도란거림이 아름답다.

 

너무 추운 것도 싫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 하나다.(2권, 128)

 

사람들 사이의 시끌벅적한 웅성댐에서 오는 든든함에서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 웅성댐의 풍성해 보이는 양감은

어디까지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손으로 만드는 것들이 나를 여물게 만든다.

 

농사일처럼 자기 손으로 여러 차례 경험해야만 알게 되는 것들과

인터넷에서 스르륵 검색해서 아는 체 하는 것들은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아주 단단한 도토리나 개암열매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만화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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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8-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영화로 봤는데 만화가 원작이었군요. 영화가 두편이 나왔는데 두 편다 너무 좋았어요. 저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라는 대사에 감동 먹은게 기억나네요. 저도 음식을 매일 하지만 그렇게 소박하고 정갈하게 만드는 요리는 항상 감동을 주는것 같아요.

다락방 2015-08-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무척 좋았어요. 원작 있는 건 알았지만 영화로 봐서 안보려고 했는데, 인용해주신 대사들을 보니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만화책도 한 번 봐야겠어요. 훗.

린다 2015-08-2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진 않았지만 먹방 영화 추천에 떴었는데! 읽고나면 건강해질거 같고 치유될거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