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 동화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 23
남미영 지음, 정선혜 해설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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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아, 왜 우니?"

"키가 작아서 그래. 키가 작아서 좋아하는 해님을 볼 수 없으니 이렇게 슬픈 일이 어디 있겠니?"

"호호호, 마음 속으로 보면 되잖니?

보고 싶은 이를 마음 속으로 오래왤 생각하면 마음 속에도 보고 싶은 이가 살게 된단다."(제비꽃 중)

 

세상 참 험하다.

살다살다

이렇게 추악한 세상은 처음 본 것 같다.

탐욕의 폭격이 이어지는 이스라엘이나 이라크가 이보다 더 추할까?

 

징글징글한 무리들이

단식 투쟁을 비아냥거리며

폭식을 하는데... 지옥도가 따로 없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이 땅에는 언제나 환한 햇살이 비추이지 못했다.

전쟁이 나면 선조가 제일 먼저 '선발대로 조정을 이끌고 도망' 갔다. 그래서 선조인가?

청과 대등 외교를 펴려던 광해군을 밀어내고,

인조가 들어와서 다시 전쟁이 나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조정을 이끌고 남한산성에 숨었다.' 인조다.

 

정치가는 위기의 자리에서 휘발된다.

슬프다.

 

박정희 때는 지금보다 그림자가 더 짙었을 것이다.

훨씬 무서운 속에서 사람들이 저항했을 것이다.

 

그런 시대에 제비꽃이 눈을 녹이며 피었다.

 

남미영의 동화는 따스하다.

60년대 농촌에서 송아지가 어떤 의미인지를 살피게하는 '아기 송아지'부터,

시위대를 향해 장미꽃을 쏘아보낸

'공주님이 첫사랑'까지

세상은 험한 꼴을 바라보면서,

그 세파를 넘기 위해

작은 조각배 하나를 띄운다.

 

세상 이치로 보자면,

작은 것들,

강아지, 송아지 같은 짐승들이나

풀, 꽃 같은 식물들이나

시위대, 병사들 같은 어른들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한 목숨 부지하고 잠시 피었다 진다.

 

그 잠시 숨쉬는 기척을 잡아낸 '숨결의 채집가'가 동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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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엄마 목소리 - 태교 동화를 읽는 시간, 사랑을 배우는 아이 하루 5분 태교동화 시리즈
정홍 지음, 김승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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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태교를 시작하는 엄마, 사랑을 배우는 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렇지만,

도란도란 엄마 목소리로 이런 글을 읽어준다면,

꼭 뱃속의 아이 아니라도 참 좋아할 듯 싶다.

더군다나 마지막에 부록으로 끼워둔 시디를 들으면서

나즉나즉한 목소리로 이런 동화를 읽어준다면 얼마나 아이들은 행복하게 잠들까~

아니, 잠들기까지 얼마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애를 졸이며 행복해할까~

 

창작 동화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고루하게 교훈적이지 않고,

충분히 교훈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다.

 

세상은 이야기처럼 만만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엄마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이 참혹한 지옥도로 변해가는 데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을지 모른다.

 

요즘 참 무서운 일이 많다.

귀를 닫고 '소통'을 말하며, 눈을 돌리고 '개조'를 외치는 거짓말쟁이 정치가들,

아내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폭행을 하는 유명한 연예인하며,

이스라엘처럼 대놓고 악을 자행하는 잔인한 민족도 등장하고,

마치 기계들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듯, 배가, 비행기가, 헬기가, 버스가, 기차, 지하철 전동차가 사고를 일으킨다.

 

이런 세상에 아이들을 내놓으려면,

우선 부모들이 마음가짐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엄마가 읽는 '긴 이야기'와

아이에게 들려주는 '짧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짧은 이야기를 먼저 들려줄 수도 있고,

재미있어하면, 긴 이야기도 읽어줄 수 있을 듯 싶다.

 

세상은 참담하고 어두운 지옥도로 그려지는 법이지만,

또 하루하루 피어나는 꽃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법인지 모른다.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비행기가 폭파되고, 배가 뒤집어져 수많은 인명이 다치는 그날도,

한 명, 또 한 명의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 이 세상이니,

한 명,또 한 명의 생명에 희망과 꽃향기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일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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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 하나뿐인 내 친구
헬게 토르분 글,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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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라라는 어린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타이라랑 놀지 않게 되고,

타이라랑 놀려는 아이들조차 쉬쉬거리며 떼어 놓는다.

쉽게 말해 왕따지만, 타이라는 더럽지도, 거짓말을 하지도, 어떤 피해를 입히지도 않는 아이다.

 

그런 타이라에게도 친구가 둘 있다.

비발디와 비발디다.

고양이와 음악.

 

아, 나는 타이라가 아는 비발디의 음악이 나왔을 때, 그 마음을 잘 안다.

남들 앞에서 손을 번쩍 들고 '네, 정답은 비발디입니다.'를 외치는 아이들과는 다른 마음을...

 

왜, 왜 세상은 손을 번쩍 들고 큰소리로 대답하는 것만 아는 것이라고 여길까?

그 좋은 음악을 지은 비발디를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까?

타이라처럼, 말하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눈치껏 알고 있는데도

타이라를 이상한 아이 취급한다.

 

잔디들은 아기 고양이를 무어라고 부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세상은 창의적이라고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친구로 놀려들지 않는다.

조숙한 것도 아니고, 생각하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도 모두 살 수 있도록 돌아가야 한다.

타이라는 배려를 필요로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의 삶의 방식 그대로 내버려둘 필요가 있을 뿐.

 

넌 아주 특별해.

넌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하잖아.

 

타이라는 비발디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런 말 한 마디는 타이라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사회화'라는 것은 사람들의 웃자란 부분을 쳐내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덜자란 부분을 깔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부디... 폭력적인 사회화 과정에서 상처받는 영혼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책이,

한국에서도 널리 읽히고, 또 많이 창작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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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알아야 말을 잘하지 생각을 더하면 2
강승임 글, 허지영 그림 / 책속물고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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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아이들은, 아니 지금의 어른들은

쭈욱 서울 살던 사람들이나 서울말을 들었지,

주변에서 계속 사투리를 듣고 자랐다.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워낙 텔레비전의 영향이 크고,

또 지방의 특색이 강한 사투리가 점차 쓰이지 않고,

특히나 사투리의 보고인 할매, 할배들과 함께 살지 않으면서 사투리를 오히려 모르고 자란다.

 

이 책은 초등 4학년 이상 고학년 정도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로 엮여 있다.

사투리 공부, 높임말, 말투, 나쁜 말, 관용어, 고유어 등에 대하여 잘 설명하고 있다.

 

너무 공부를 위해서 억지를 부리지도 않았고,

공부할 요소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싶다.

 

다만 아쉬운 건, '말' 뿐만 아니라, 한글 맞춤법에 대하여서도 조금 다룰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그렇지만, 뭐, '말'에 대한 책이라니 그러려니 한다.

 

요즘 편집자들이 한자에 약하다는 말을 내가 자주 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도 한자가 두 군데 틀렸다.

 

밝을 병 자가 炳(85쪽), 昞(86쪽 삽화)으로 잘못되어 있다. 어느쪽이나 밝을 병이지만...

연못 연 淵(90쪽) 이라고 적어 놓고는 시내 연 涓을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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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함께어린이 「인물로 읽는 역사」 시리즈 서평단 발표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 - 세계사 속 두 사람 이야기 : 서양편 인물로 읽는 역사
아작 지음, 이영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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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만나서 불꽃처럼 사랑하다 가고 싶다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은 현실적이지 않다.

운명과 불꽃은 생활 속에서 시들고 지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친구'가 되어 함께 성장했던 인물들을 열두 쌍 꼽았다.

참 멋진 책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어린이들이 더 많은 인물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칫,

이유도 모를 '위인'들의 전기에 휩싸이기 쉽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쌍의 친구들, 그러니 스물 네 명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주옥같은 이야기들이다.

 

백장미 한스와 죠피의 이야기도 있고,

평생 돌봐주던 후원자와 철학자였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우정도 있다.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의 우정도 있고,

다투면서 하나가 딘 푸치니와 토스카니니의 가슴 먹먹한 교우도 있다.

 

두 사람은 사랑은 물론, 생각을 키우는 일도 함께 했단다.(160)

 

스콧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이야기다.

 

갈릴레이 부녀지간의 이야기와,

마리 퀴리 모녀지가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빈센트 반 고흐와 레오의 형제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사제지간까지...

 

이 책에서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가 이 책을 읽고,

더 넓은 공부를 위해서 세계사와 지리를 공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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