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7
윤흥길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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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의 장마는 현대 소설의 백미이다. 2001 대입 수능에 등장했다가, 2002년에는 고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지리한 장마와 함께 전쟁과 분열된 가족의 갈등, 구렁이로 형상화된 민족 정기와 화해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은 모든 것이 메타포이자 암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코드는 우리 역사를 꿰뚫고 있는 모순이고,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는 역사적 실체이다.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하면서, 중편의 묵직한 구성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가벼움이 넘쳐나는 세대에게 좀 무겁지만 꼭 필요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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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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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의 혼불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소설을 읽다가 중간 중간 백과사전을 읽는 듯한 설명이 간혹 재미있기도 하고, 때때로 지루하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 한 편쯤 꼭 있어야 할 민족의 서사시이며 구비문학에 다름 아니다. 우리 전통의 무속과 불교적 사고, 유교적 질서에서 우려낸 한과 인고의 삶, 그리고 죽음의 의미.

이 소설을 읽음은 우리 소설을 읽음과 동시에 우리 문화를 읽어 내는 것이다. 우리도 잊고 살아가는 많은 것들은 새록새록 각인시켜 우리가 한민족으로 살아온, 핏줄에 오롯이 흐르는 붉은 역사가 숨쉬고 있다. 죽음을 향하여 살고 있는 다양한 인생들의 전범들을 보여 주면서 다양한 논리들도 감싸안고 있다. 간혹 형상화에 실패하기도 하고, 간혹 서정성에 침잠하기도 하지만, 간혹 섬찟할만큼의 예리함으로 삶과 죽음의 지평을 넘나드는 우리 민족의 혼을 담으려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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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 세트 (전2권) - 백범일지 + 모랫말 아이들
김구.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도진순 주해 / 알라딘 이벤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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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 라는 제목으로 역사의 가장 간짓대인 백범일지와 추억담의 절창인 모랫말 아이들을 묶은 건 누구의 의도인지 몰라도, 대단한 안목이다. 백범 김구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실, 김구의 전기를 읽어 본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그의 비관적인 운명을 바꾸어 보겠다는 노력과, 우연히 얽히게 된 사건에 휘말려 독립 투사로서 살게 된 길과, 백범 일지엔 없지만, oss 정보국의 암살까지,그의 파란 많은 인생은 풀리지 않은 현대사의 질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황석영의 모랫말 아이들은 요즘 아이들처럼 따뜻한 자기 방에서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놀이터로서의 길거리 세상에서 어린 눈이 바라보는 세상을, 어른들은 아이들을 무지하다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상당히 많은 것을 듣고, 보고 알고 있다.

누구나 아이였던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였던 적을 잊고 산다. 그러나, 어른들이여, 기억하라. 모든 아이들은 그대들이 아는 것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있고, 들어 왔고, 그래서 알고 있다. 개구리여,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하려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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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 1 - 김두한
장호근 지음 / 홍익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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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야 되는데, 여섯 시간을 보낼 책을 찾다가 눈에 띄어 두 권을 사 들고 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먹의 세계와 이전투구의 정치 세계와 작가의 편협한 세계관에 씁쓸한 맛을 느끼며 내려왔다.

김두한이란 이름이 우리에게 오래 남는 것은 그가 옳았기 때문이리라. 그의 모든 점이 옳았다고는 보지 않지만, 그가 옳다고 느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군의 아들로 태어나, 국가의 냉대속에서 어린 소년 시절을 허송세월하고 주먹 하나와 의협심으로 국회의원 자리까지 올랐던 그의 삶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나, 그의 의기가 국회의 썪은 정치에 똥물을 끼얹은 사건은 옳은 길을 가야 하는 국정의 지표에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비록 주류는 아니었더라도 비주류의 옳은 생각을 읽어 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흥미진진하게 소설로 읽었더라면... 하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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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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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황만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성석제가 우리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황만근은 모자란 사람이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모자란 사람을 이용하고, 그의 불행을 모른체하고, 그리고 즐겁게들 산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답은 없었다. 어떻게 말했다는 것인가. 온 몸으로 이 세상에 대해 술만 죽을 만큼 마시고 비를 맞으며 구식 경운기를 몰고 가는 것을 보여 준 것 일뿐 무슨 말을 했단 말인가.

성석제는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 주변의 가엾은 사람들을 쳐다 보고, 그려 낸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지는 못했다. 지금은 21세기다. 21세기의 사고 방식으로 21세기의 삶의 지표를 보여주기 바란다. 일요일 종일을 뭔가 나올 듯한 황만근을 붙들고 기다렸건만, 반근도 못되는 한숨만 소복하게 쌓였다. 성석제의 자장면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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