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무늬 1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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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깊은 곳에서도 반짝이는 것이라니 파도가 덮어 흔들리는 빛이라

니 지금을 숨기는 어두운 속내라니 내게는 그보다 더한 것이 생

기지 않는다 지워지기보다 사라지는 당신, 나무는 가벼이 침몰하

지 않는다는 것을 긴 침묵을 위해 물결로 이끼로 전설로 덮여간

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기꺼이 내가 가라앉는 까닭, 거기에 혹

은 그러기에 남아 조금씩 자리를 움직이는 (보물)

 

읽다가,

혹시 서울예전 ? 이런 느낌이 들어서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그런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도 모르면서,

표지를 보면서 뭔가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시는 언어인데,

무슨 의미인가를 읽지 못하겠는 언어가

나에게 와닿지 않을 때...

 

당신의 자리 - 라는 제목의 시들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알지 못할 때,

 

시란... 참 무엇인가 싶다.

 

길게 묶은 편집의 시집에서

시를 90도 돌려 편집한 것은

색달랐다.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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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08
안미옥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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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좋은 시란 건 없겠지만,

나에게 좋은 시는 언어가 구체성을 띠고 마음에 감겨드는 것들이다.

한용운의 시들이 그렇고, 신경림의 시편들이 그렇다.

윤동주의 많은 시들이 그렇고, 장석남의 몇몇 시가 그렇다.

 

안미옥의 '온'은 제목에서부터 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온전하다의 '온'인지,

따스한 온기의 '온'인지,

하나도 빠지지 않은 통째로의 '온새미로'의 '온'인지,

아니면, 이미 와버린 '온'인지를 알 수 없는데,

시를 읽어도 그 형상은 구체화되지 않는다.

 

나는 재미없는 것만 기억한다

끝나는 것을 끝까지 본다(나의 문)

 

너는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생일 편지)

 

시인이 좀더 구체를 획득하면 좋겠다.

'찢긴 것' '썩은 나무토막', '검은 연기', '비틀리고 뒤집히고' 같은 시어들은

시어이기보다는 형용사다.

시어는 그림을 통해 마음을 전달하는 게 좋아 보인다.

 

끔찍하구나

이게 전부 마음의 일이라니(시집)

 

그 마음의 일을 묘사하고

생생하게 독자에게 꽂는 자가 시인이다.

끔찍하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끔찍할 수밖에 없던 세상을

광화문에서 울부짖던 노란 점퍼들과

아스팔트에서 노숙하던 국회의원을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시집이 당신에게도 조금의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모든 곳으로 오는 시를 생각한다.

모든 곳에, 백가지의 모습으로.(시인의 말)

 

지난 겨울 모두들 용기를 내서

추위를 이겨냈다.

아직도 멀었으나, 이제 빛이 비친다.

시도 좀더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사람들에겐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수히 많은

노란 리듬 때문(램프)

 

노란 리본을 떠올리기는 쉽다.

 

물에 번지는 이름

살아 있자고 했다(아이에게)

 

시 제목도, 시도 아직이란 생각이 든다.

그건 세월호라는 호명이 아직도 진행중이기 때문일 것이고,

무수히 많은 노란 리본들은 아직도

왜 기레기들이 구조에 열을 올린다고 거짓말을 일삼았는지,

왜 십여 명 희생에 머물 것을 삼백 명을 수장했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시들에게 읽히는 노란 리듬의 편린들은

그래서 막막하게 터지는 한숨이기보다는,

얼룽얼룽대는 아지랭이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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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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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대한 환상적 탐구, 개인적으로 ‘냇가로 나와‘ 같은 작품을 좋아한다. ‘바질‘이나 ‘1층/지하1층‘의 상상력도 멋지다. 좀 긴 호흡으로 냇가로 나와의 하마까와 같은 인물을 풍자적으로 형상화하는데 더 집중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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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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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집이 배송되는 동안

도서관 서가에 가보니 예전에 읽었던 이 책이 날 부른다.

 

김영하를 제법 몇 권 읽었지만,

내 기준으로 압권은 '오빠가 돌아왔다'다.

이유는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들의 형상화라 말하겠다.

 

김영하의 사람들은 좀 흐릿하다.

작가거나 편집자거나 감독이거나가 많고,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처럼 존재감이 강하지 않다.

그리고 제목들도 철지난 유행가 가사의 한 소절처럼 강렬하지 않다.

 

그런데, 천명관이나 성석제의 말맛처럼,

사람을 그리는가 하면

말맛에 휩쓸려 따라가게 되고,

소설을 맛깔나게 읽을라치면

또 개성적인 인물이 또렷하게 살아나는

단편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오래오래 들어온 라디오 연속극의 인물들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

오빠가 돌아왔다.

 

옆에 못생긴 여자애 하나를 달고서였다.

화장을 했지만 어린 티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43)

 

오빠는 아빠를 치고,

아빠는 오빠를 고발하고,

대화는 주로 욕설로 시작해서 비속어로 끝나며,

말과 말 사이가 긴장으로 가득하다.

 

2002년 발표된 작품인데,

이런 쫄깃한 작품들이 좀 더 들어있다면... 하고 바라는 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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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0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집에서 책 정리를 하면서
이 책을 본 것 같은데 정작 읽은 것
같지는 않네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작가분이 나오신
것 같은데, 신간 발매와 더불어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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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장난...을 읽으려고 이 책을 샀다.

신의 장난...은 재미있었다.

김영하의 글이 막다른 골목으로 스토리를 마구 몰아치는 채찍질을 할 때

그의 글에서는 쉬익쉬익 소리가 난다.

 

김탁환이 4월 16일 이후

직접적으로 세월호의 상처에 다가가는 것과는 조금 대조되게

김영하는 아픔을 그려내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듯 싶다.

 

아이를 찾습니다...는 아팠다.

아이가 실종되고, 아내는 실성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그 후로 되돌아온 아이때문에 가정은 박살이 난다.

아프게 읽었다.

 

오직 두 사람...과

최은지와 박인수,

인생의 원점은 뭔가 격화소양의 느낌이다.

세상은 내가 살아가려 애쓰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튀는 공같은 것이고,

결국 인생에 대하여 말하는 일은 가죽신을 신고 발을 긁어대는 것처럼 답답할지 모르겠다.

 

옥수수와 나는 김영하스러웠다고 할까?

유쾌한 빗댐.

스스로를 옥수수라 여기는 정신병자가

호전되어 퇴원한다.

다시 병원에 온 그는 닭들이 자신을 옥수수로 여긴다며 호소하는...

 

나는 옥수수일까?

내가 옥수수가 아님을 안들,

닭들은 나를 옥수수로 여기고 달려들지나 않으려나?

 

빅뱅의 탑은 약을 먹고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시는 자유당원들은

청문회에서 강경화를 김이수를 깍아 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옥수수든 아니든

신경쓰지 않고 사는 쿨한 사회를 작가는 바라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의 글이 자꾸 근질거림을 긁어주지 못하는

더 근질거림이 커지게 하는 격화소양의 아쉬움을 남기는지도...

 

교통방송에서 역주행 차를 조심하라는 소식을 들은 사람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하라 했더니,

"한둘이 아니야, 얼른 전화 끊어."라 했다는 개그를 인용하듯,

세상은 역주행하는 자가 자신을 모르는 데서 스토리가 생기고

소설이 기생하는 곳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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