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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외국어를 이해하는 법을 만화로...
무조건 외우기에는 모국어와 너무도 다른 외국어들...
미치코씨는 영어를 새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a, an, the 같은 단어들이 붙어야 하는 언어,
단수, 복수와 물질명사를 특성에 맞게 부려 써야 하는 언어와
자신이 무심코 써온 모국어 사이에서 질문이 생긴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
그것은 알고 싶은 마음과는 조금 다른,
좀더 마음 깊은 곳의 자신을 향하고 있다.(64)
영어를 배워서 아는 것과는 다른,
모국어와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인간의 사고 체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 책엔 들어 있다.
입문서보다 이전에 읽을 만한 책이어서,
영어 학습서는 아니지만, 영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는 책이다.
'타일러 - 김영철'의 영어책을 읽다 보면,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인들이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한다는 걸 알게 된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건, 그런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원래 자신의 민족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나
존재하지 않는 감정, 알지 못하는 시각을 다른 언어 집단에게서 배우는 일.
자신이 태어나 계속 갇혀 있었던
민족의 사상의 감옥에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로부터 느껴본 적 없는 감촉의 바람이 들어오는
그런 생성적인 경험.
외국어 공부라는 것은
그 한줄기 산들바람을 경험하기 위한 것.(우치다 다쓰루, 시가지의 문체론 중, 142)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 중에,
<꼬모레비>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었다.
こもれび[木漏れ日·木洩れ日] [명사]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면서 단어가 새겨진다.
사쿠라는
숨을 혀 위로 미끄러뜨리고 입으로 발음을 만들어내는 '사'
무언가 한 곳에서 멈춘 듯한 '쿠'
꽃잎처럼 혀를 나부끼게 하는 '라'로 구성된 말.
결국 어감적으로,
바람에 흩어지는 순간의 꽃을 형상화한 명칭.
그 꽃을 '사쿠라'라고 부르는 일본인은
꽃이 질 무렵을 가장 사랑한다.(구로카와 이호코, 일본어는 왜 아름다운가, 110)
이런 문장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외국어 공부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외국어 공부는 늘 시작이다.
Setting goals is an ongoing process in my life.
제시카 영어를 듣다가 이 문장을 들었다.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내 생애 계속되는 과정의 하나라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은 언제나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