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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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라는 단어는 잘못 이해되고 해석되어 왔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죄'는 화살 쏘는 이가 과녁을 빗맞히듯이

과녁에서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죄는 핵심에서 벗어난 인간의 존재 방식을 의미한다.

'죄'는 인간의 조건 속에 내재한 기능장애를 가리킨다.(35)

 

인간의 마음 구조가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근본적으로 똑같은 세상, 똑같은 악, 똑같은 기능장애를 계속 반복해 창조할 것이다.(49)

 

마음은 늘 무겁다.

살면서 마음이 가벼운 날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 '죄'라는 것이 무언가 무게로 작용한다.

그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경험이 두고두고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오히려 피해자인데도,

똑같은 고통을 더 많이 맛보게 하는 쪽에 자석처럼 끌리기도 한다.

그 고통은 때로 사랑에 빠진 것으로 오인되기도 한다.(232)

 

마음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사람마다 다르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일반론은 내기 어렵다.

귀납적으로 결론내릴 수 없는 것이다.

 

우주는 혼돈 상태가 아니다.

cosmos라는 단어는 질서, 조화를 의미한다.

그 질서는 인간의 마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언뜻 들여다볼 수는 있다.(255)

 

인간의 부족함을 인정하란 이야기다.

 

여기 실체의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어떤 것임, 과 어떤것이 아님.

형상과 형상의 부정이,

형상의 부정은 자신의 본질은 형상이 아니라는 알아차림이다.(282)

 

알아차림만으로도 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가 당신의 운명을 실현하는가 아닌가를 결정한다.

당신의 의식상태에 의해.

그 세 가지 방식은 받아들임, 즐거움, 열정.(368-9)

 

어렵지 않은 책이다.

마음이 한없이 외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읽어보면 한 끄트머리라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수도 있다.

 

다만, 정답을 찾으면 안 되는, 의문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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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인간의 성격을 연구했는가 - 가까이해도 좋을 사람, 가까이해선 안 될 사람
테오플라스토스 지음, 김욱 옮김 / 행복한마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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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따라
소심하고 세심해서 지*같거나,

오만하고 이기적이어서 지*같거나,

단순하고 무식해서 지*같거나,

쓰리지*거나 등으로 재미있게 분석하기도 하듯,

사람의 성격을 유형별로 분석하는 일은 재미도 있고 유용하기도 하다.

 

사람이 다르니, 대처법도 달라야 한다.

그래서 '마이어와 브릭스의 타입 인디케이터'인 MBTI에서는

내향-외향, 직관-감각, 사고-감정, 판단-인식에 따라 16개 유형으로 인간을 판별한다.

대체적으로 나는 내향-감각-감정-인식의 편(ISFP)인데, 모든 경우에 그러한 것도 아니다.

열받을 때 보면, 외향-직관-사고-판단(ENTJ)의 유형같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라는 테오플라스토스의 기원전 4세기 경의 책이다.

 

인간을 25종으로 나눈다.

시치미를 떼는 자, 아첨꾼, 말이 많은자, 촌스러운자 등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다.

문제가 되는 인간성을 스물 다섯 가지나 열거한 셈이다.

 

그리스의 권위가 떨어져가는 시기,

이성으로 판단하는 힘도 약해지는 시기에는 온갖 부정적인 인간상이 다 난무했으리라.

요즘 한국 사회의 혼란에서도 이런 인물들을 볼 수 있겠다.

 

문제가 되는 국정 교과서에 자랑스럽게 참여하겠다던 할배가

하루만에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고만두게 되었단다.

참 한심하다.

 

독재정권을 추종하는 자

사람들이 독재를 추종하는 까닭은 권력과 이익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독재자가 나타나면 생활은 단순해진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었다는 것은 권력의 행사 또한 단순해졌다는 것이다.(144)

 

지금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 휘두를 청와대의 칼날을 두려워한다.

그것이 단순한 추종자들이다.

여기 편승해 곡학아세하는 자들도 나오게 마련인데,

꼭 그런 종자들은 성추행을 무심하게 저지른다.

왜 그랬냐고 하니, 헐~ 이 할배, 인물일세, 나 원래 그래~ 란다.

 

허영이 가득한 자

허영은 명예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허영과 명예는 그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명예는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120)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아예 대놓고 거기에 군이 개입한다고 한다.

가장 편협한, 그러니까, 북한의 날조된 교과서와 가장 흡사한 책이 나올 듯 하다.

허영이 가득한 자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 과정 역시 명예롭지 못함은 물론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 미래를 읽지 못하는 자들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페이지는 다음 이야기다.

 

건성으로 인생을 사는 자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은 진심일 것이다.

그 마음의 진실함이 인생 또한 진실하게 만든다.

인생을 허무하고 무가치하게 보내는 마음을 나는 건성이라 부른다.

인생에 목적이 없으므로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친구가 고통스러워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니 타인의 인생도 소중한 줄 모른다.

그들은 감정표현에 둔감하다.

그들과의 우정은 인생의 목적과 가치를 잃고 배회하게 만들므로, 반드시 피해야 할 인생의 적이다.(94)

 

악인은 아닐지라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상명하복 복지부동인 사람이 힘든 세상일수록 많은 법이다.

노선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사는 사람들은

인생을 건성으로 사는 자들에 가깝다.

 

진심으로 사는 자의 반대가 건성으로 사는 자라 하니,

내가 그런 자가 아닌지,

또 그런 자와 가까이 지내는 것이나 아닌지, 살필 노릇이다.

 

시치미를 떼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된 인간들은 이처럼 말주변이 좋고

사람들이 듣기 좋은 일만 하며, 논리가 애매하고,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인간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기 이익앞에서 교활해지며, 사람을 이용하려고만 든다.

독사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이므로 반드시 멀리해야 한다.(19)

 

아첨꾼들이 그대에게 접근하는 것은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그대를 이용하기 위해서 그대와 가까워지려는 것이다.

아첨꾼들을 피해야 하는 까닭은 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았듯이,

그대가 필요없어지면 그대 앞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27)

 

쓸데없이 많이 많은 자들은 여러 곳에서 문전박대를 당해온 경험이 많다.

지독한 이기주의자.

타인에겐 조금도 베풀 줄 모르면서 타인에겐 끝없이 희생해달라고 강요하는 것.

이런 인간들은 상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33)

 

 

내가 권력의 핵심부에 살지 않으니

나에게 아첨하는 자들이 많지는 않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아첨보다는 직선적이기 쉽다.

다만, 아이들이 이기주의자로 살게 되거나,

교활해지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내가 더 바르게 살고 올곧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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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 - 세계인의 영적 스승 바이런 케이티의 혁명적 가르침
바이런 케이티 지음, 유영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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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케이티의 메시지는 지구인을 위한 위대한 축복이다.

그의 가르침은 우리의 모든 환상을 베어버리는 예리한 칼날과 같다.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순간을 살아라 저자)

 

그의 메시지는 아름답다.

그런데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수천 년 전부터 온갖 종교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이런 것을 새로운 언어로 옷을 입혀 몇 백만부씩 파는 행위를 <뉴 에이지>라고도 한다.

 

핵심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인간은 숱한 고통에 직면한다.

과거에 후회하고 현재에 고통받고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것을 만드는 것은 <마음>이라는 그림자다.

그 마음의 <이야기>를 질문을 통해 현실에서 소거하는 것을 <The work>라고 한다.

이 <작업>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문제가 사라지고, 문제를 만드는 생각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뉴 에이지>풍의 이야기들은

미국의 중산층에게는 새로운 신선한 사상으로 인기를 누릴 수도 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어 인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되는 현실에서,

2:8의 파레토 법칙은 무의미해지고,

1:99의 승자독식 사회가 된다면,

마음으로 다스릴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일 수 있겠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적자생존'하게 마련이다.

생존하기 위해 적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적응의 기술만을 강조하고 생존 환경이 피폐해지는 것을 간과한다면,

나치의 절멸수용소에 들어간 유대인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희망을 가지라고 외치는,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Arbeit macht Frei...>던 구호나 다를바 없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중산층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내 마음의 부질없는 이야기들을 조금 건져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의 인기 모티브들처럼

중년 남녀의 불륜 이야기라든가,

3포(연애, 결혼, 출산)를 넘어 5포(인간관계, 내집마련), 7포(꿈과 희망)로 내닫는 청년 실업의 어두운 전망 내지는,

3모녀 자살, 경비원 자살 등으로 대표되는 강퍅한 현실 앞에서,

니 마음을 잘 다스리면 현실의 문제들은 물거품처럼 스러지고 평안을 얻을 것이다...

하는 말은

마치 광주에서 피흘리는 시민들 앞에 굳게 잠긴 교회 문처럼...

누군가에게는 다사롭고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현실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늘 내 자신과 하늘로부터 인정받는 존재가 된다.(39)

 

전혀 틀린 구석이 없다.

그러나... 인문계... 인문대... 치킨집, 자연계... 공대... 치킨집... 이런 농담 앞에서,

100번의 탈락 끝에 자살을 택했다는 이십대 꺾인 꽃송이 앞에서,

타인의 인정을 구하지 말라는 말은... 참 초라하다.

 

연인이 내게 관심이 없어졌다고 가두려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닙니다.

그가 할 일을 하고,

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합니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방향입니다.(72)

 

이런 아름다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떠올린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부분)

 

나처럼 가난한 노동자의 아내로 살게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현실 앞에 선 젊은이에게

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라는 말처럼 무심한 말이 어딨을까...

 

좋은 소설을 읽을 때

어떤 결말이 올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듯,

죽음은 삶을 늘 설레게 만들어줍니다.(121)

 

모든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고 했다.

우리가  90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하는 것 역시 사회가 변화한 영향이 크다.

그래서 연금 걱정을 하는 것이겠다.

연금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서, 설레는 죽음... 이야기가 글쎄, 먹힐는지...

 

사랑한다, 얘들아, 훨훨 날아가거라.(126)

 

엄마새가 새끼새들에게 주는 사랑의 모습이란다.

새들이 날아가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건강한 사회를 만들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자식의 결혼 이후까지 돌봐주는 부모들의 나라다.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 사는 이들의 생존 전략이다.

그렇게 적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직장을 만들어 달래. 아 정말 마음 아프네.

직장을 만들 수 있으면 백날 밤을 새우더라도 만들어 주겠다.

미안해 내가, 직장 소리를 해서. 정규직 비정규직, 그런 거 저 잘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

이런 사회 자체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놨다고 생각을 하고  

여러분들,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제가 종종 '참 쉽죠'란 말을 하는데,

여러분들한테 쉽다, 쉽다 하는 것도 뭐든지 긍정적으로 보라고 하는 얘기예요.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어른 입장에서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뭐든지 만드는 뚝딱이 김영만 아저씨에게

채팅창으로 <직장을 만들어 주세요>하는 대화가 올라왔다.

그만 아저씨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쏟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눈물에 공감하기 쉽지 않을까?

정말 마음 아프네... 미안해... 미안해요...

 

 

 

 

 

빈곤은 내면의 문제입니다.

뭔가를 안다고 생각할 때마다, 당신은 빈곤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무미건조한 돈에게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그렇게 스스로 천국도 만들고 지옥도 만듭니다.(182)

 

 

5580원의 시급을 6030원으로 올리는 것도 극렬반대하는 인종들 앞에서,

니들의 마음이 문제다...5580으로도 만족할 줄 알아야... 그게 훌륭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침을 뱉는 모욕보다 심한 말이 아닐까?

 

 

'작업'을 하면

우리의 생각이나 지어낸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지 알게 됩니다.(208)

 

 

한편 옳다.

우리는 쓸데 없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이미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앞으로 닥칠 일은 걱정해도 소용없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한 사회의 질서가 건전하게 운영될 때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복잡한 역사를 집약한 이 땅의 민중들에게,

주관적 유심론으로 '잊어라' 하는 주문은 먹히기 힘들다.

 

사회 시스템은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점차 붕괴의 나락으로 치닫고 있고,

불안을 자본의 힘으로 상품화하여 보험으로 내세운다.

 

적어도, 친일파 놈들 100명은 목을 쳤어야 했다.

광주 학살의 주범 10명은 목을 매달았어야 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호도하려는 핵심 세력을 발본색원해 처벌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눈물이 흘러도 고인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될는지 모른다.

새로운 눈물이

새로이 돋는 세상에서,

주관적 유심론으로, 믿어라, 잊어라... 니 맘이 문제다... 하는 것은,

객관적 중립을 가장하여 회피를 조장하는 권력자의 편에 서기 쉬운 논리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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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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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든 최인호가 법정 스님과의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조용조용하니 이야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책을 읽고 있는 방에서 은은한 차향기가 퍼지는 듯 싶다.

서권기 문자향...

책에서 기운이 서려있고 문자에서 향이 퍼진다.

 

박물관의 도자기나 그림...

그것들이 내 소유였다면 잘 보관하고 도둑맞지 않게 간수하느라 바라볼 여유가 없을 거예요.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에

나는 필요할 때 눈만 가지고 가서 보고 즐기면 되는 것.(49)

 

스님의 무소유는 참으로 울림이 크다.

 

우리는 몇 생 만에 이렇게 만났는데

금생에 잘해야 내생에 또 좋은 낯으로 만나지~(66)

 

이러면 싸울 일이 없겠다. ㅎㅎ

 

주님 제가 늙어가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제발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는 않게 해 주십시오.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91)

 

천주교 신자인 최인호가 수녀님의 기도를 옮긴 부분이다.

나이들면서 추해지는 것은 고집부리는 것이고, 말 많은 것이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소설의 경우도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소설은 좋은 소설이 아니다.(95)

 

세상이 바빠서 소설을 두 번 읽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법정 스님이 좋아하던 어린 왕자처럼, 읽을 때마다 새로운 소설이 흔치 않다.

 

저는 정면승부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이생에서도 끝까지 창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요.

문학상의 심사위원도,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강의하는 사람도 아닌,

글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일, 저는 창작이 제 남은 삶을 채우길 바랍니다.(109)

 

심사위원~ 그 참 편한 자리인가 보다.

 

우리 민족의 좋은 화두가 있습니다.

심봉사가 공양미 3백석을 바치고도 눈을 못뜨다가,

왕비가 된 심청이가 벌인 맹인 잔치에 가서 눈을 번쩍 뜨지 않습니까?

사람은 모두 공양미가 있어야만 눈을 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바보의 벽이겠지요.

공양미 없어도 뜰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이 삶은 기적의 연속이지요.(133)

 

어두운 방 안에 촛불을 켜면,

한 순간 방 안이 환하게 변하듯,

공양미 따위, 어떤 조건 따위 필요없다는 말이다.

 

참된 지식이란 사랑을 동반한 지혜겠지요.

반면 죽은 지식이란 메마른 이론이며 공허한 사변이고요.(135)

 

스님도 외롭냐는 질문에...

 

그럼요.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같은 것.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142)

 

참 맑은 말이고, 생각이다.

요즘 <느리게 살기>가 관심을 받는다.

 

빠삐용에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너는 시간을 허비한 놈이다>라는 꿈을 꾸는...

느림이란 <여유있게, 침착하게>이되 시간은 허비하지 않는 것.

그러니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때눈 분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꿀벌처럼, 분주하면서도

사고와 의식은 모든 것을 관찰하는 느리게..

그러니까 <느리게>란 <충분하게>란 뜻이겠지요.(148)

 

우리의 근대에서 얻은 <빨리빨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걷어찬다.

느림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분주한 삶 속에서도 여유있고 충분히 침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통찰.

 

죽음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대신 내가 지금 이 순간순간을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지가 과제지요.(177)

 

얇은데 12,000원이나 한다.

비싸보이지만,

맑은 바람 쏘이는 데 그 값이면,

결코 비싸지 않다.

 

책값 역시 그렇게 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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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 판미동 영성 클래식 시리즈
크리스 프렌티스 지음, 김지영 옮김 / 판미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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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부제는 '선과 행복의 기술'이다.

선이 행복하기 위한 기술일까? 행복하다는 것 역시 마음의 움직임인데...

그리고 선은 '흔들리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무명의 어둠에 밤새 우는 것이 '존재'의 운명인 셈이다.

 

띠지에는 '내면의 중심을 잡는 최고의 공부'라고도 적었다.

최고를 찾으면 그건 '선'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

 

당신이 가능하다고 믿든

불가능하다고 믿든

당신의 생각이 옳다.(79)

 

그렇게 마음 먹은대로 세상은 흘러간다는 것.

 

긁힌 차 덕분에 우주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 깨달았고, 그래서 그 흠집이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차를 긁은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한 순간,

남자의 기뻐하는 모습을 본것 만으로도 정말 의미있는 손해였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그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119)

 

우울하게 하는 일들은 많다.

하지만, 그 것으로 우울해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 일은 일어났을 뿐이지 내가 우울해야할 필요는 없다...

이런 면에서 '선'불교가 현실 도피란 소리도 듣는 것이다.

 

고난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때 바로 마음의 진정한 능력을 보게 될 것(홍자성, 129)

 

그게 선 수련의 힘이다.

어떤 고난이 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아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마음더러... 얘야, 흔들리고 있구나...

하고 바라볼 수 있는 '정'과 '혜'

 

삶에 어떤 장애물이 있든 그 이유는 당신을 성장시키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 하나에 달렸다고 합니다.(151)

 

프로이트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통해 심리를 읽는 이유도 그것이다.

가장 약한 고리, 그 기억이 성장을 멈추게 하니까.

 

어떤 일이 닥쳐도

나에게 초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만 일어난다.(182)

 

그렇게 초긍정 마인드로 살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닥칠지라도,

어차피 우리 삶은 상영되는 영화관에 불쑥,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니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만 생각하란 말도 좋다.

 

'선'을 공부하는 스님이 읽는다면 뭐라 하실지 모르지만,

둘러가도 그 마음의 본연은 잘 찾아가고 있는 듯 싶다.

 

왜,

왜 나에게 삶은 이렇게 가혹할까...를 고민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

 

 

 

58. 16대 선사가 말했다.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다. 움직이는 것은 바로 그대들의 마음이니라... 서양인들에게는 '6조 혜능'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편집자도... 16대 선사라니... 심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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