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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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가 물러갔다...

 

평상시에 법은 별로 효용이 없다.

그렇지만 비상시에는 법이 사람을 지켜야 하는데,

이명박 시대에 임명된 양승태 시절... 노조는 이겼던 재판도 패소하게 되었고,

기업 프렌들리 판사들의 판결로 노조원들은 빚더미에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비상식적인 시대들이었고,

최근에도 심각한 범죄 사안이어서

민주주의를 악질적으로 훼손하는 인간들을 영장심사에서 기각시켜버렸다.

조윤선이도 풀어줬다. 그 부하들은 징역인데...

 

법이 만인(萬人,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해야 하거늘,

5천만의 국민 중에 만인(萬人, 1만명)에게만 평등하고, 4천999만명에게는 혹독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189)

 

동성애자들을 더럽게 여기고, 범죄시하는 발언들을 혐오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다.

혹시라도 내가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람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한국은 유일하게 군대를 부정하면 감옥에 처넣는 나라다.

군대가 그만큼 힘들고 추악해서 군대를 전역한 사람은 남들이 거길 안간다 하면 욕을 한다.

그렇지만 유능한 의사나 법관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서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어 미래를 없애는 일은 비극이다.

 

지난 9년간, 용산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세월호와 온갖 노조들의 아우성에서... 세상은 비정상이었다.

국가라는 제도가 국민이라는 존재를 무시할 때,

민주공화국이 무너졌던 9년간, 많이 아팠다.

마음이 아니라 몸도 아팠다.

아파서, 히가시노 게이고 류의 타임킬링용 책이나 읽고 있었다.

 

충분한 신뢰를 쌓기도 전에 어떤 상처인제 말해야 트라우마가 극복된다며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네가 필요할 땐 언제나 곁에 있겠다며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186)

 

세월호 생존학생들 이야기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안기는

한국 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185)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도 2015.6.26을 기해서 허락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미국 좋아하는 개독교에서는 아직도 동성애 문제를 씹어 돌린다.

나쁜 자유당 넘들도 마찬가지다.

왜 무식하고 나쁜 놈들은 그렇게 약자를 괴롭힐까?

그것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고, 돈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잡한 세상이었다.

이제 새 대법원장 하에서, 쌓였던 찌꺼기가 하나씩이라도 걷히길 바란다.

세월호 특조위도 구성해야 하고,

쥐박이의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밝히고, 선거 부정을 명확히 해서 처벌해야 한다.

어제 한 사람 죽었다고 끊길 고리가 아니다.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 - 보상 - 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177)

 

젊은 의사가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그가 젊어 다행이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오래할 수 있을 것이어서.

 

근무환경에 대한 규제가 없으니

위험한지에 대한 정량적 연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소방공무원들은 현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지만

측정된 적이 없어서,

폐암을 비롯한 만성병에 걸려도

공무상 요양(공상)으로 치료받기 힘듭니다.(145)

 

소방공무원이야말로 극한의 직업이다.

세금이 쓰여야 할 부분은

쥐박이의 댐 만들기가 아니라,

닭의 스포츠 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지옥같은 근무 환경 역시 연구 대상이란다.

 

1997년 13.1/10만명 이던 자살률은

2014년 27.3/10만명으로 늘었다.

무엇이 이 공동체를 그토록 잔인한 사회로 바꾸어 놓았을까?(126)

 

난 안철수가 예능프로에 나와서 첫 마디로,

자살률 1위, 출산률 꼴찌를 문제로 짚어서 마음에 들어했다.

요즘 몽니부리는 꼴 보면, 사람은 말로 믿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헬 조선은 쥐박이와 닭의 시대를 거치며 공고화된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그 속도를 늦출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IMF의 협박에 못이겨

불균형의 거리를 넓히는데 속도를 낸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가야 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멀리, 오래 갈 수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나요?

골리앗에 맞서는 것이지요.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있어야 합니다.(108)

 

한국에도 민변이나 양심적인 학자들이 많이 있어왔다.

지난 9년간 수시로 교수나 지식인들의 성명이 등장했다.

시국 선언이 나오는 시대는 불행하다.

그러나, 곡학아세의 돌팔이 학자들은 그때 돈을 벌었다.

소위 블랙리스트는 억압하고, 자기들 편인 화이트리스트는 우려먹었다.

 

한국 사회는 IMF 이후 모두가 PTSD에 시달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모든 학부모는 애들을 달달 볶는다.

길거리엔 노란 봉고차가 택시보다 자주 보일 지경이다.

걸프전 참전 군인이 20%대의 유병률을,

심지어 포로의 유병률이 48%인데, 쌍용차 참가자의 유병률은 50.5%였다 한다.

 

2009년의 그 비극적이던 옥상의 토끼몰이를 잊을 수 없다.

국가의 공권력이 마구 두들기던 모습은,

1980년의 광주였다.

 

2017년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다. 닭의 애비도 윤이상과 동갑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다카키마사오보다 윤이상을 존경하는 걸 보고

동백림 사건으로 윤이상을 잡아 넣어 고문한다.

닭은 통영에서 윤이상의 이름을 지웠다.

영부인이 독일 갔을 때, 통영의 동백나무 한 그루 윤이상 묘 옆에 심었다.

참 비극적인 나라다.

그래서 윤이상의 '가락'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게르니카의 비극이 스쳐간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22)

 

아픔이 과거가 아니라

앞날의 길이 되려면...

촛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지만 꺼뜨리지 않을 촛불 하나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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