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은행에서 돈을 빌릴 일이 있어 재직증명을 떼었더니,

어언 28년 6개월을 재직했다 한다.

그 숫자의 무게에 입이 떡 벌어진다.

 

초롱대는 아이들의 눈동자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시절,

내가 어찌어찌 다짐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친절한 사람이 되고,

아이들 이름을 되도록 많이 외우고,

수업 시간에 우스개를 많이 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고,

이십 여 년을 그렇게 살아온 시간도 많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름을 부르는 일은 숭고하다.

숭고하지 않은 이름은 없다.(279)

 

결혼하고 '여보, 당신'으로 부르는 호칭은

두 사람을 기성세대로 훌쩍 넘기는 기분이 들어 마뜩치 않았다.

나이 들어서도 서로 ~~씨로 부르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선생님이 되고

주변 사람들이 권위를 얻기 위해서

비꼬는 말, 내뱉듯 하는 말,

강하게 평가하는 말, 이런 말들을 늘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상처를 받았다.

나 역시 그런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았다.

차가운 언어는 차가운 관계를 만들 뿐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306)

 

이 책의 별을 하나 깎은 것은,

심심한 부분이 제법 많아서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도 많다.

 

두려움이란 것도 경이로운 감정이죠.

젊은 시절엔 모든 게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이들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여.

준비된 사람은 없어. 그러니 걱정할 필요도 없어.(269)

 

요즘 온다 리쿠의 '꿀벌과 원뢰'를 읽고 있는데,(천둥은 아무래도 마뜩잖다. 먼 뇌성...이 아련하고 좋다.

피아노...는 '약하게'라는 뜻인데, 거기 천둥이라니... 불편하다.)

천재들의 음악을 눈으로 읽으며

상상 속에서 호사를 누린다.

 

불현듯이란 말이

불 켠듯에서 유래했다는 설(202)

 

애지욕기생...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110)

 

소리를 언어로 붙잡는 이야기.

독자의 상상 속에

뜨겁게 불타오르는 언어의 예술을 활활 지펴올리는 온다 리쿠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장르 소설처럼 휘리릭이 안 되고,

남은 부분을 아까워하며

야금야금 읽고 있는 중인데,

뜨겁지만 놓을 수 없는 온도의 언어를 만나는 일은 참 행복하다.

 

 

 

 

 

205.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틀린 부분 : 흐붓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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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7-08-04 14:22   좋아요 1 | URL
어이쿠죠. ^^
지나간 시간은 참 짧아요.
남은 시간은 막막하겠지만 말입니다.

더 용감하게 살아 보려고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