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몸과 마음, 물건과 사람, 자신과 마주하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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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교무실 앞 안내문에 '50세 이상 노인 조심'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해 내가 우리 나이로 50이어서 헐~ 했던 기억이 난다.

 

히로세유코의 글은 잔잔한 피아노 음악 같다.

고요한 속에서 재바르게 움직이는 손짓이 느껴지는 듯한

음률들이 일정한 레가토로 이어지는 뉴에이지 음악처럼

고요한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햇살 속에 눈을 감고

햇볕의 입자를 느끼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이제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

머리카락이 희끗해지고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나이.

조금 무리하면 바로 신호가 오는 나이.

어딘가 아파도 그걸 만하다고 여기는 나이.

 

그렇지만 편안한 구석도 있다.

이제 퇴직을 십년 정도 남긴 나이.

나만의 삶의 리듬이 생기는 나이.

당황할 일보다 익숙한 일이 많은 나이.

럭비공처럼 튀는 아이들을 봐도 웃어넘길 수 있는 나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신기하게도 생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끝이 있는 시간인 까닭에

더욱 충만한 순간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9)

 

이 말이 좋다.

더욱 충만한 순간을 살고 싶다...

 

이제 남보다 잘하는 것은 아무 자랑도 아닌 나이가 되었다.

다만, 충만한 삶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좋을 듯 싶다.

악기를 배우고, 새 언어를 배우고...

한창 때보다 진도는 느릴지라도, 그럴 여유가 있다.

 

때로는 온화하고 때로는 거친 파도에 실려 다행히도 50살이 되었습니다.

네, 진주 목걸이와 같은 나이입니다.(41)

 

진주의 아름다움은 고통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 후에야 온다.

 

음식, 수면, 걷기, 호흡, 신뢰...(101)

 

나도 일이 좀 적을 때는 음식을 줄이고,

걷기와 호흡을 조절하는 기간을 가지고 싶다.

직장 생활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지만, 몸을 쉬게 만들고 비우는 일이 필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노는 데서 활력이 생기지만,

아무래도 이젠 쉬는 데서 얻을 수 있는 듯 싶다.

 

언젠가 손톱에 세로줄이 생긴 것을 보았습니다.

나이 탓이었습니다.(125)

 

나이들면 손톱 발톱도 유연성이 떨어진다.

그런 관찰력이 돋보이는 글이 많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

그곳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야기를 한다면 좋은 일, 즐거운 일을,

화제로 삼고 있는 사람의 귀에 들어가도 좋을 이야기만을 합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거울이듯,

상대방도 나를 거울로 생각합니다.(199)

 

풍요롭게 나이드는 일은,

치열하게 사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 시대는 가고 있지만,

다음 시대가 온다.

 

다음 세대를 위해 광장에 서야할 일이 있으면 나가는 것도 나이든 이의 몫이다.

우리 시대에 책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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