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교양 수업 - 내 힘으로 터득하는 진짜 인문학 (리버럴아츠)
세기 히로시 지음, 박성민 옮김 / 시공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대학에 가서 교양과목을 들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문학개론, 사회학개론, 교양독일어 이런 것들을 들은 기억이 난다.

개론 과목은 대학 교수들에게는 꼭 필요한 밥벌이가 아닐까?

도대체 그 많은 개론들은 왜 개설되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 대학 선배들과 시대의 덕에 '사회과학 세미나'라는 것을 많이 했는데,

이제 보니 그것들이 모두 리버럴 아츠 였다.

그 시대에 유행한 '민중과 지식인'이나 '우상과 이성' 등이 모두 교양서이다.

물론 철학이 무엇인지를 공부하기 전에 마르크스의 저항론과

파울로 프레이리의 교육이론을 공부해야 했던 치우친 시대이기는 했지만, 나의 교양은 바람을 맞으며 술집에서 공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의 장점,

인생에서 교양은 왜 필요하며,

되는대로 살면 무의미함에 빠질 수 있을 때 교양이 필요하다는 것과,

교양은 인문, 과학, 문학이나 예술 등을 통해 함양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한계,

도쿄법대 졸업하고 재판소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작가의 경험이라는 것.

그래서 일본 문학보다는 영미 문학이, 일본의 철학자보다는 서양의 철학자들이 우위에 서게 된다는 것.

에드워드사이드를 높이 친다면서, 자신의 책은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에서 쓰여지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한다는 것.

 

한국은 고려 광종(10세기 중반)때 과거제가 정착되어 '시험 불패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책읽는 것을 높이 치는데, 그 책은 바로 출세를 위한 책이기 십상이고,

공부라는 것은 시험 공부가 되어버렸다.

어른이 되면 책이 뭔지를 잊고 사는 나라가 되었는데, 독자를 탓할 일은 아니리라.

 

뇌가 진화해온 길은

기계적인 정확함이 아니라

애매모호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선택(84)

 

요즘은 대세가 뇌 과학이다.

인간을 동물보다 우세하게 여기기보다는,

뇌가 진화해온 길을 공부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에 다가서는 노력도 좋은 시도다.

 

프로이트와 융 같은 위대한 업적을 자랑하는 이들과

요즘 핫한 아들러 같은 작가를 비교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된 방법을 의식하지 못한 채

타성에 따라 살아가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에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98)

 

아들러에 대한 칭찬이다.

인간은 자극- 반응을 보이는 기계적 존재가 아니다.

생명체는 진화한다.

그 진화의 방향 역시 기계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문학이란 한 사람의 이름없는 작가가

연약한 인간으로서 현실이나 시대와 온몸이 얼얼해질 만큼 접촉하면서

창조되는 것.(165)

 

이렇게 자신의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리버럴 아츠다.

한국의 문학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극우문학가 김동리의 아들이라는 녀석이

시대와 온몸이 얼얼해질 만큼 접촉하면서 남발하는 말들을 듣다 보면,

문학의 정신도 돈과 권력 앞에서면 맥도 못추는지도 모르겠다.

 

마르셀 프루스트를 읽은 느낌은 상쾌하다.

 

나는 이 책을 삼십 대 후반에 읽었는데

어쩌면 이 책은 인생의 전부를 알았다고 느낄 때 또는 싫증나고 지쳤다고 느낄 때 읽어야 하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한 번도 읽지 않고 죽는다면 아까울 작품.(174)

 

톨스토이, 멜빌을 거쳐 프루스트에서 이런 찬사라니...

 

사람마다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분야는 다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교양 없이 타인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인양 지껄이는 '스피커형 인간'은

독재의 선전 선동에 아주 적합한 인간 되시겠다.

 

노인들이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맹신하는 이유도,

박정희의 스피커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세뇌를 해서겠다.

 

아무튼 결론은, 청년들이여 책을 읽고, 생각을 하라... 되시겠다.

음악을 듣고, 예술을 감상하며,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하고 토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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