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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김영석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심경수만경(心鏡隨萬境)
경경실일유(鏡境實一幽)
수류견화개(隨流見花開)
원무유무화(元無幽無花)
온갖 이름과 모양을 따라
늘 새로 태어나는 마음의 거울이여
거울도 거울속 세상도
다 같이 고요의 결인 것을
만가지 흐름을 따라
꽃 피는 걸 보건마는
처음부터 고요는 볼 수 없나니
어드메 그 꽃 찾아볼 수 있으리
세설스님의 게송으로 일컬어지는 구절이다.
간단히 풀어보면 이렇다.
마음거울은 모든 경치를 따르는데
거울의 경치는 참말 오직 그윽하구나
흐름을 따라 꽃피는 걸 보면
원래 그윽함도 꽃도 없었느니라
마음은 세상에 휘둘려 생기는 현상인데,
원래 세상이란 그저 조용하다.
꽃이피는 것을 잘 살펴 보면,
무엇이 있어서 생기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하늘에서 오래는 머물지 못하고
새는 제 몸무게로 떨어져
돌 속에 깊이 잠든다
풀잎에 머물던 이슬이
이내 하늘로 돌아가듯
흰 구름이 이윽고 빗물 되어 돌아오듯
어두운 새의 형상
돌 속에는 지금
새가 물고 있던 한 올 지평선과 푸른 하늘이
흰 구름 곁을 스치던
은빛 바람의 날개가 잠들어 있다.(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전문)
색즉시공공즉시색이라 했던가. 그 다음 구절이 역수상행식이다.
어떤 존재를 보아도, 공하던 상태를 관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사물뿐 아니라, 감상, 생각, 행태, 관념이 모두 공한 것에서 온 것이다.
세상을 자유자재로 보는 '관자재보살'은 이런 지혜를 얻었다 한다.
바람은 꽃잎을 나부껴
제 몸을 짓고
꽃잎은 제 몸이 서러워
바람이 되네.(낙화, 전문)
꽃잎이 지는 것은 바람이 나투는 것이고,
꽃잎은 다시 바람이 되는 게 세상이란다.
참 가볍고 스치듯 짧은 것이 세월이다.
너무 무겁게 분노하거나, 너무 가라앉게 고민하지 말 일이다.
서러운 꽃잎이 바람 타고 지듯, 그런 게 삶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