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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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아무도 아닌'으로 적은 것은,

사람들이 혼동한다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일 터이고,

그렇다면, 그 '아무'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고위한 존재로 여겨지는 어떤 '누군가'가 되지 못한 사람에 대한 호명일 테고, 그런 호명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도 아닌>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을 묶었다는 말쯤으로 알아 들을 수 있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소외당하는 것이 현대인의 비애라고도 하지만,

꼭 도시인의 그것이 아니라도,

이 국가라는 <리바이어던>같은 괴물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재주가 있다.

용산에서, 세월호에서, 피해자가 오히려 피고가 되고 조롱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눈물흘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은, 레이먼드 카버 식으로 말하자면,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그런 이야기쯤이 될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친구들은 애인으로 부르기에는 참 미미한 존재들이다.

상행의 오제나, 양의 미래의 호제나, 상류의 제희가 그렇다.

고독을 함께 짊어지기엔 참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존재들>일 듯 싶다.

 

<누구도 가 본 적 없는>을 읽으면서는 세월호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웠다.

<양의 미래>에서 실종된 아이와 함께,

삶이란 누구도 가 본 일이 없는 길을 가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아무도 아닌>이란 책의 제목은

그 누구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방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게 된다.

 

웃고 있습니까. 웃고 싶습니까. 웃늠입니까. 웃음입니까.

왜 너는 웃지 않냐. 장난하냐 내가 지금 웃는데.(284)

 

소설의 제목이 '복경'이다.

복된 경전이란 의미일까?

감정 노동자의 웃음에 대하여,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일의 비정함에 대하여, 그 심리 상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소설이다.

 

아, 황정은의 소설은,

처절하게 마음 아픈 체 하지는 않지만,

절절하게 사람의 아픔에 접속되어 있다.

 

비정한 시대에, 절절한 작가라도 이렇게 두고 있으니,

<아무도 없는 외로움>에 도움이 된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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