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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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형식을 갖추기 이전의 사념이 툭,

부려진 느낌이다.

일본의 하이쿠가 그 감정을 시어의 절제와 아와레(슬픈 정서 같은)에 너무 집착했다면,

그런 절제 자체가 의미없다.

 

살면서 만날 수 있는 고비들에서

그가 주워올린 시들은,

마치 가을걷이 다 마친 들판에서 주워돌리는 '낙수'를 줍는 일과 같다.

 

삶은 부질없다.

그렇지만 또 우리는 삶에 집착한다.

그 끝간데 모를 간극 사이를 부유하는 우리 삶의 모습이

언뜻언뜻 비추인다.

마치 번갯벌 비칠 때 잠시 보이는 화려한 그림처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런 식이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시일 듯.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인간의 작음은 이렇고,

 

한번 더 살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는가

죽은 붕어의 뜬 눈

 

삶의 무상함은 이렇다.

그렇지만, 또 세상은 찬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그의 시에 찬탄이 많은 이유다.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천재들과 함께 살았다

내가 천재였다면

그런 행복 몰랐으리라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여

아마데우스여

이하여

조선의 무명 천재들이여

 

아, 책읽는 기쁨을 이렇게 썼다.

알아가는 즐거움을 감탄한 것이다.

 

인생의 짧은 속에서

의미라고는 뭔가 배우고,

보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일,

그것이라는 이야기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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