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리커버에디션)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병률의 산문집에는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있고,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고,

그 사람과 이야기를 만난 떠남이 있다.

 

이야기들이 독립적인 만큼, 책에도 목차나 페이지가 없다.

 

시인은 정면을 향해 선뜻선뜻 걷는 자이기보다는

이면의 모서리를 따라 위태로이 걷는 자일지도 모르니.

 

정면으로 선뜻선뜻 걷지 못하는 사람을

삐딱선을 탄다는 둥 하면서 비평하기 쉽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도, 결혼 생활을 정말 행복하게 하는 사람도 드문데도,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말을 툭툭 던지기도 한다.

시인은 이면의 모서리를 위태로이 걷는 사람이므로... 일상에 지친 사람을 위로해 준다.

 

만날 때마다 선물 상자를 열 듯 그 사람을 만나라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그 사람 덕분에 매일이 따사로울 수 있음을 안다면,

그 사랑은 선물이다.

매일도 선물이고.

 

사람이 그래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

 

그런데 사람을 싫어하기는 참 쉽다.

사람이 싫은 상황을 만나기는 쉽지만,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눈물이 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책을 읽는 일은 사람에 대한 감사를 되뇌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은,

한 강연의 초입에 놓였던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한 할머니의 시였다.

 

동백이 피었는데요

봄이 가네요

 

내 마음이 피었는데

조금만 머물다 봄이 가려고 하네요

 

나에게도 글씨가 찾아와서

이제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됐는데

 

봄이 왔는데요

당신이 가네요

 

그의 시도 좋다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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