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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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소설이다.

뒤표지에서 은희경은 '매혹적인 소설'이라고 했는데, 아마 십중팔구 구라일 듯 싶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9)

 

주제는 몹시 프랑스스럽다.

흥신소에서 남의 뒤를 캐는 일을 하는 주인공 '기'는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찾아 다니는데,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없게 전개한 소설인지,

이정서 말마따나 번역가의 흐릿한 번역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일단 제목만 봐도 좀 멍청하다.

'Rue des boutiques obscures'는 '~~가'나 '~~로'의 명칭이다.

파리에 가면 길거리에 숱하게 붙은 간판이 다 저렇게 생겼다.

그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고 붙여 놓으니, 마치 그 거리에서 일어난 일인 양 착각하게 한다.

그냥 거리 이름일 뿐인데...

물론, 한국 영화 '밀양'은 도시 밀양이기도 하지만,

숨을 밀, 글자에 담긴 의미도 중의적으로 읽어야 하듯,

어두운 기성복 거리라는 의미에 담긴 중의도 음미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부띠끄를 그냥 '상점'이라고 한 것도 못마땅하다.

상점도 되지만 특히 '기성복점'도 되니,

인생은 다 거기서 거기인 기성품 같은 것들...

이런 함의를 담아야 하지 않았나 싶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76)

 

흥신소 사장 위트의 말이다.

그래. 인생 짧다.

색즉시공이고 공즉시색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다. '공'한 존재들.

그렇지만, 늘 변화해가는 우리를... 사진을 봐도 자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힘든 자신을...

찾는 일의 무의미함을 이렇게 지루하게 읽어야 하나 싶어 좀 떫다.

 

188쪽에서는 지미페드로에 대해 기록한 부분이 있다.

주소 : 부티크 옵스퀴르 가...

직업 : 양재사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러니, '부티크 옵스퀴르 가'는 양재사들이 옷을 만들어 팔던 거리인 셈이고,

이탈리아의 북부지방은 유럽의 유명한 옷감들이 아케이드 거리에서 유통되던 곳임을 생각한다면,

굳이 뜻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의역을 '주소'에 들이밀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 더 낯선 소설이다.

 

그나저나, 인생 짧은데,

몇 초 동안 간직하는 모래밭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는지,

쉬지 않고 변해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가지고 현존해야 하는지... 잠시 돌아볼 기회를 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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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다락방 2016-08-1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끝장까지 읽어가다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아 몇장남겨두고 포기했어요. ㅜ

글샘 2016-08-23 16:36   좋아요 0 | URL
ㅋ 맞아요. 그래서 재미없는 소설이다~ 라고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