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에 뭐 하니? - 구자행 샘 시간에는 내 이야기가 글이 되고 시가 되지
구자행 지음 / 양철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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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문가가 개입하면 훌륭한 결과를 맺는다.

나도 수업 시간에 아이들 데리고 글도 쓰고 문집도 내고 하지만,

글쓰기를 애써 실천하는 분이어서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글을 쓰게 하신다.

 

본받을 점이 많다.

아이들이 글은 '슬프다, 행복하다, 힘들다'는 막연한 글들이 나오기 쉬운데,

구체적으로 쓰도록 상황을 집어 넣으니,

이러이러하다는 글이 되어 '텔링'이 없이도 '쇼윙'만으로도 주제가 전달된다.

 

처음부터 이래야 한다는 틀을 짜놓고 맞춰 넣으려 하거나,

거기에 미리 무슨 의미를 붙이고 해야할까.

조금 모자라면 모자란채로 조화를 이루고 지내면 안 될까.(20)

 

평화로운 학급회의 장면들도 아름답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는 자습을 하겠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예쁘다.

 

나도 28년차 교사로써, 이제 틀에 아이들을 욱여 넣는 게 더 익숙하다.

아이들의 개성이나 자유를 들어줄 귀를 닫아버렸는지 모른다.

 

무엇이든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교실, 내가 꿈꾸는 교실이다.(44)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님 앞에서 울기도 하고 투덜도 댄다.

아~ 옆반 선생님의 투덜댐도 들리는 듯 하다.

저렇게 풀어주면 다른 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둥,

저렇게 하면 내년에 아이들이 빡센 담임 만나 힘들 거라는 둥...

다 힘들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가슴이 뛰나요?(327)

 

교사에게는 참 고단한 질문이다.

가슴이 짓눌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나도 가슴 뛰던 시절이 있었다.

철없이 멋모르던 시절이었다.

어느 정도 알게 되면서는 가슴이 짓눌린다.

현장은 더 슬퍼져서 더 하다.

나라 전체도 더 슬퍼졌다.

 

부손의 하이쿠가 있다.

 

도끼질하다

향기에 놀랐다네

겨울 나무 숲.

 

아이들도 그런 것 같다.

매번 향기를 찾아도 무리다.

아이들은 매일 피곤하고 고단하다.

엎어져 잔다.

그렇지만,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아이들의 향기에.

그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나는 한 일이 없다.

그저 오랫동안 기다려 준 것밖에 없다.

옆에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건 믿고 기다렸다.(70)

 

그래. 나이든 선생님의 장점이 이런 것이다.

아이들 곁에서 든든하게 기다려주는 호흡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 것.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화를 내고 불평하지 말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슬퍼해야 한다고 말한다.(56)

 

그래서 교사는 슬프다.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것이 그런 의미다.

 

슬픈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은

어떠하든 슬프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으로 나이들어 가야겠다.

 

교사라면,

가끔 이런 책을 읽어주어 마음을 정화해야 한다.

그래야 며칠이라도 착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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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6-06-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