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형 서점들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골목길들의 작은 서점들은 고교 앞의 문제집 판매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나마, 그것도 인터넷 서점의 입성에 길을 내주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고민이 있다.

다들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을 버리기는 너무 아깝지만, 그 책을 다시 읽을 것도 아니다.

이미 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싼 값에 판다면...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도 인기다.

 

거기에, 약간의 인정과 온기를 입혀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시도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그득하다.

 

물론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의 아류로 성장한 국가라서,

인문학적 토양은 아주 취약하기 그지없지만,

아직도 인문학적 경험에 대한 몰두는 약하지 않다.

인문학이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이 민족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책을 읽는 사람은 없지만, 책을 읽는 일에 대하여 과장된 칭찬을 부여하는 풍토 역시 그렇다.

 

아, 한마디로 남편은 그 긴 시간동안 마당에서 도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끓어오르는 분노, 좌절된 꿈, 풀 길 없는 화를

톱질을 하며 못질을 하며 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머리는 비우고 몸은 고단하게, 마음은 잊고 노동만 기억하면서...(27)

 

이런 심정으로 시작한 책방이었구나.

그래. 세상에 대한 분노와 좌절, 화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이 시대에 얼마나 많으랴...

 

문득 주위를 살펴보니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이런 공간들이 때론 오래도록 살아 남아,

때론 새로이 문을 열어 숨을 쉬고 있었다.

그들은 과연 무엇으로 먹고 살고 있을까?

책을 읽지 않고, 생각하기를 멈춰버린 이 야만의 시대에

그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45)

 

이런 고민들이 이 책을 이끌었다.

아, 야만의 시대... 그렇구나.

낭만이라고는 없는 짐승의 시대. 야만...

 

유럽도, 미국도 물론 대형서점이 시장을 장학하고 있는 건 맞지만, 틈새가 있었다.

우리처럼 99%가 아니다.

유럽의 경우 독립서점들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면서 지역 문화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고 있다.(51)

 

이런 말을 들으면, 부럽기보다, 야만의 척박함이 그대로 다가선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소개된 꼬레이스키들의 심사가 그러할까...

 

캄캄한 밤길을 끝없이 걸어갈 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튼튼한 다리도 날개도 아니고

친구의 발걸음 소리다.(75)

 

그래, 책읽는 자에게 힘은 책읽는 친구다.

 

유럽의 서점에서 우리 눈길을 끌었던 건,

크고 작은 모든 서점들이 소파 혹은 의자를 놓아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고객을 향한 서점의 예의라고 할까,

손님들에게 손내미는 수줍은 인사 같았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라고 말해주는 듯한...(179)

 

책읽는 일,

책을 고르고 바라보는 일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짠하지만 흥겹고 즐겁다.

 

하루 만에 봄을 잃고야 마는 짧은 인생길,

꽃과 차와 음악이 있는 아름다운 신의 정원에서 책 한 권 읽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 즐거움을 혼자 만끽하는 게 죄스러워 오늘도 우리는 손님들을 모은다.

이 아름다운 봄날의 정원으로 어서 오라고.(196)

 

작기 때문에 많은 책을 고루 갖춰놓을 수 없다.

그래서 책방의 특성과 개성을 잘 살린 특정 부류의 책들을 잘 골라 놓는 '셀렉숍'의 역할을 해야 한다.

 

모티프원 이안수 선생님은

우리들 자신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망가지지 않고,

스스로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고, 그 다음으로는 책을 매개로 방문객들과 소통하면서

행복한 삶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275)

 

우리 동네에도 '인디고 서원'이란 아름다운 서점이 있다.

이곳 역시 운영난에 시달린다고 하는 이야기는 마음 아프다.

 

책만 읽는 바보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책도 읽지 않는 가난한 영혼이란 또 얼마나 초라한가.

책을 읽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길 위에서

책의 정신을 실천하는 우리는 깨어있는 독서 시민이고 싶다.(276)

 

인터넷을 책을 주문하고

기다려서 받고,

읽고 리뷰를 올리는 즐거움과는 또다른,

책의 유통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하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을 꿈꾸는 이라면

좋은 참고 도서가 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2-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RZ 2015-12-0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