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봄 핵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 만화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체르노빌의 목소리'라는 책의 우울한 이야기들이 인용된다.

그래서 이 책은 우울하고 슬픈 내용일 줄 알았다.

그 책을 읽던 화가가 체르노빌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고,

기록화를 그리러 들어간다.

 

우크라이나 평원... 이곳은 그 모든 침략들을 다 지켜봤습니다.

공산주의, 나치, 스탈린 시대에는 두 번의 기근,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고 유배...

독일군 침공, 더불어 최악의 핵 참사...

어떻게 그걸 다 감내했을까요.(38)

 

아,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슬픈 역사를 가진 나라라 생각했는데,

거기 역시 권력자들의 투쟁 사이에서 피흘린 사람들이 있었구나.

 

원전사고는 광대한 지역의 경제 또한 무너뜨린다.

정부는 그 땅을 농부들에게 분배했다.

체르노빌을 시작으로 소비에트 공동 생산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다.(97)

 

아, 공산주의 국가의 몰락과 체르노빌이 어느 지점에서 연관이 있었구나.

 

우리의 작업실에는...

하얀 봄 햇살이 벚꽃 나무 꽃잎 사이를 지나

창문 안을 비추었다.

우리의 집은 비현실적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장소가 됐다.

우리는 특별한 시간을 공유했다. 정지된 시간 속으로...(120)

 

1986년에 정지된 시간 속에서

그 무채색의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작가는 본다.

거기 역시 찬란한 봄의 기운이 흘러넘친다는 것을...

기준량 이상의 방사능이 감지된다 해도,

거기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다는 것을.

그곳 이외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사람들이 산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밀양 할머니들의 삶이 떠올랐다.

 

 

 

 

끔찍한 재앙을 그리기 위해 체르노빌에 온 나에게

이런 순간들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는 진정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121)

 

그렇다.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디로도 갈 수 없으므로.

그곳 아닌 곳은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하지만 난 참사를 증언하기 위해 온 게 아닌가?

난 죽음의 위협을 각오하고 왔는데...

느껴지는 건 빛나도록 살아있는 생명이다.

체르노빌은 아름답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그 모순된 말에 혼란스럽다.

하지만 내 그림은 그렇다고 말한다.

죽음이 그려져 있는가? 전혀...(129)

 

체르노빌이라고 하면,

죽음의 대명사로 여긴 나에게

이 책은 삶의 엄정함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새로운 시선,

그것을 담기위해 용기를 내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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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9-2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채색의 그림에 환한 색이 입혀졌을 때의 감동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