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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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글이 참 찰진 맛이 난다 했더니,

중앙대 문예창작과 소설 전공이란다.

그랬구나...

 

시칠리아에 가서 요리사로 실습을 하던 시절 이야기다.

이탈리아 이야기도,

이탈리아 사람들 이야기도,

파스타와 피자 이야기도 가득하다.

 

환경주의자이며 공산주의자인 주제뻬라는 셰프 아래서 일하는

개성 강한 요리사들의 주방 이야기는

열기로 화끈거리고 파스타 냄새가 풍겨나온다.

 

이름이 있다는 것은 정말 그 동물을 인간처럼 길렀다는 뜻이지.

공장에서 기르는 돼지나 소는 이름이 없어.

집에서 몇마리씩 기르는 녀석들은... 몹쓸 것을 먹일 수 있겠나?(126)

 

어떤 재료를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셰프.

슬로 푸드 운동에 열중하는 스승.

그렇지만 그들의 터프한 세계는 칼과 불 옆에서 아슬아슬한 재미가 있다.

 

돼지는 보통 여섯 달 정도 되어 체중이 100킬로에 달하면 목이 잘린다.

더 길러봐야 투입되는 사료에 비해 고기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생명 사육에도 한계효용의 법칙이 적용된다.

(닭도 수명이 십년이 넘지만 불과 8주 안에...)(124)

 

토마토도 산지에 가서 붉게 농익은 놈을 사고,

돼지고기도 푸줏간에 가서 사는 사람.

 

먼바다를 건너서 온 유기농 농산물이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일까?

기를 때는 유기농일지 몰라도,

기름을 물쓰듯 쓰면서 물을 건넜는데도?(123)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네가 뭘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마.(18세기 미식가 싸바랭, 133)

 

이런 물음에 박찬일의 소신은 깔끔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너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어라.(280)

 

요즘 텔레비전에 '집밥'의 향수가 진동한다.

그것은 집집마다 있던 가정주부가 모두 알바하러 나가고 없어서이기도 하고,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집밥을 되찾는 것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나 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슬프다.

 

마끼아또란 '점을 찍다'란 뜻으로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딱 점만 찍듯이 우유 거품을 올려준다.

그래서 추가요금도 없다.(171)

 

자연스럽게 어원도 알려주는 재밌는 책이다.

 

소금은 재료의 맛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같은 노릇을 한다.

소금간이 모자라면, 재료의 맛이 움찔 고개를 뽑다가 도로 들어가 버린다.(136)

 

무엇을 먹는가.

아무 것이나 먹지 말아야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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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0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만 집밥을잆게한것이 우리들이아니라고요. 그런것을알아주지않고 없어진것만 개탄하면 영영 그림의떡으로 배를 채우게 될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