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어 '코모리(小森)'는 작은 숲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리틀 포레스트~겠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만나는 채소(야채, 야사이...는 일본말이라서 채소를 쓴단다.)와 과일, 열매들을 가지고

요리도 만들고,

서툴지만 장작도 패고 하며 살아가는 아가씨다.

 

도시에 살던 때와 또다른 삶의 맛이 오롯이 느껴지는 만화다.

물론 부정적인 면은 거의 그려지고 있지 않지만,

심심하거나 외로움, 또는 두려운 일 등은 없다.

 

먹방이라도 찍듯이,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아가씨 이치코.

 

농사일이라는 것이 한 가지 매뉴얼로 돌아가지 않는다.

꼭같은 시기에 농사를 지어도,

그 해의 날씨 변화에 따라,

또는 주변 상황에 따라 곡식이 잘 여물기도, 망하기도 한다.

병충해가 돌거나 시름시름 시들기도 하고, 뜻밖에 수확을 얻기도 한다.

 

만화를 보면서,

내가 기르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하나하나 다 다르다.

집에서 자라온 조건도 다르고,

학습 환경, 학습 능력이 다 다르다.

 

그 아이들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해줄 수 없지만,

아이들의 다른 면을 관찰하는 일은 해줄 수 있다.

되도록이면 덜 상처받고 자라기를 빌어주면서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토란은 추우면 바로 썩어버리고

건조하면 바싹 말라버리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에 둔다.

 

요전번에는 너무 당황해서

토란껍질을 벗기고 그대로 삶기 시작했더니

냄비에서 거품이 흘러넘쳐서

아주 못먹게 됐어요.

토란은 처음 삶은 물을 따라버리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

알지만 매년 그러고 난 다음에 생각이 나서. (2권, 106)

 

이런 도란거림이 아름답다.

 

너무 추운 것도 싫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 하나다.(2권, 128)

 

사람들 사이의 시끌벅적한 웅성댐에서 오는 든든함에서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 웅성댐의 풍성해 보이는 양감은

어디까지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손으로 만드는 것들이 나를 여물게 만든다.

 

농사일처럼 자기 손으로 여러 차례 경험해야만 알게 되는 것들과

인터넷에서 스르륵 검색해서 아는 체 하는 것들은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아주 단단한 도토리나 개암열매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만화다.

좋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5-08-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영화로 봤는데 만화가 원작이었군요. 영화가 두편이 나왔는데 두 편다 너무 좋았어요. 저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라는 대사에 감동 먹은게 기억나네요. 저도 음식을 매일 하지만 그렇게 소박하고 정갈하게 만드는 요리는 항상 감동을 주는것 같아요.

다락방 2015-08-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무척 좋았어요. 원작 있는 건 알았지만 영화로 봐서 안보려고 했는데, 인용해주신 대사들을 보니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만화책도 한 번 봐야겠어요. 훗.

린다 2015-08-2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진 않았지만 먹방 영화 추천에 떴었는데! 읽고나면 건강해질거 같고 치유될거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