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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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는 공대로 유명하다.

한양대에서 '문화 혼융의 시 읽기'라는 강의로 알려진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여기 나오는 노래들은 좀 나이든 축에 드는 이들이 들었을 법한 노래들이어서,

오히려 대학생 - 공대생 보다는 성인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다.

 

좋은 시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학생 시절 교과서에 실려서, 문제집에서 만나서 억지로 공부해야 했던 시들이기도 하지만,

또는 그 시들이 그저 문제를 풀기 위해 만난 시가 아닌,

인생 살이의 길모퉁이에서 울컥, 하는 감정으로 읽게 되는 시를 풀고 있다.

 

시에서 서사가 부족하면 소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흔한 정서를 부추기려고 유행가 가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한층 시를 풍부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물론 시는 특정한 방식으로만 읽혀서는 안 된다.

풀이하는 사람이 시를 쓴 사람보다 오버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살면서 '시'를 시험 문제에서만 만나게 되는 일은 슬픈 일이다.

그 시 속에서 삶의 애환을 만날 수 있음을 도란도란 들려주는 이 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시집을 만나게 하는 도우미가 된다.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설명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울부짖듯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의 시간에 실제로 이 시 구절 뒤에 욕설 하나를 슬쩍 붙여서 읽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보아도 이 시의 초점은 가난한 노동자의 따스한 마음에 가 닿기보다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이 현실을 향한 것으로 보아야...(26)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란 부제를 단 이 시의 마지막은 울분이다.

<농무>에서 농민의 울분을 '꺽정이와 서림이'에게 빗대었다면,

<가난한 사랑 노래>의 울분은 '모르겠는가'에 있다.

그렇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르겠는가, 씨발>

이렇게 읽으면 더 처절하다.

 

모든 기다림은 결국 시간과 변화의 문제다.

'어린왕자' 여우의 말.

기다림이란 오늘 하루를 다른 날과 다르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어제와 늘 같이 오늘을 살면서 내일이 변화되길 기다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153)

 

어린 왕자에 이런 말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읽을 만치 읽었는데도...

황지우부터 김민부, 기형도의 시에서 기다림을 들먹이다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살며시 끼운다.

 

기다림은, 오늘 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일이라고.

그러니, 투정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 내라고.

 

이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도 같았나니.

(최인호, 겨울 나그네, 243)

 

지나고 보면 아련하게 슬픈 것이 '기쁜 우리 젊은 날'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잡으려 한

순간의 예술이 '시'가 아닐까.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도 같은 그 날들을...

날마다 다른 의미로 살아 내기 위해서는,

젊은 마음을 놓치지 않아야 하리라.

 

그래서, 이 선생은

학생들 앞에서 시라는 도구를 이렇게 펼쳐내고 있는 것이리.

 

 

 

 

수정할 곳...

41. 노라드 아주머니는 왜 혼자 강을 건너갔단 말인가... 노라드 아주머니는 애초에 온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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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7-2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강의 직접 들으면 너무 좋을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5-07-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