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
신은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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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평가원 모의고사일이다.

메르스로 휴교하는 지역 아이들은 어쩌고 있나 걱정이다.

 

감독을 하고 나오는데 한 녀석이 지나가다가,

'이 책은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책이라던데요~ 읽어도 돼요?' 한다.

아주 똑똑한 녀석이고 머리좋은 녀석이다. 그러니 그런 소리도 듣고 기억을 해 둔다.

 

책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책>이라고 날조된 현실.

그것은 가보지도 않고 <비인간적인 공산당이 민중을 착취하는 전쟁에 혈안된 공포 국가> 북한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통념과 흡사하다.

 

아줌마는 아줌마다.

1권에서 만난 수양딸을 만나러 다시 북한으로 가다니...

수양딸 설경이를 만나러 갔다가 불시에 고위 관료를 만난다.

긴장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굉장한 선물.

바로 만날 수 없는 수양딸을 만나게 해주고, 정 선생의 소망인 계순희 선수도 만나게 해준 것이다.

무뚝뚝한 관료들이 주는 이런 폭탄 선물은 말 그대로 감동이다.

 

신 선생님 책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내용이 잘못돼 있긴 하지만 조국에 대해 잘 모르고

또 외부이 시선으로 보아 그런 게니 리해합니다.

진정한 동포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91)

 

유홍준의 답사기를 읽을 때는, 미리 계획된 것도 바뀌고 하는 것때문에 갑갑한 면도 있었으나,

그 당시가 얼마나 유화 국면이었던가를 알게 한다.

금강산 여행도 가고 하던 평화롭던 시대가 있었거늘...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없으면서 북의 원점을 파괴하겠다고 공갈치는 남한 관료의 말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북한 대표의 말도 모두 다 알맹이 없는 수사나 호기에 불과할 뿐이고,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기 바쁜 국민들을 인질삼아

작금의 현실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할 뿐이다.

그들은 막상 전쟁에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할 만한 의지도 없는 허풍쟁이들이며,

그럴 만한 배짱도 없는 졸장부들이다.(113)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이회창의 군대 안 간 큰 아들이다.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150% 이회창이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남한에서 군대 문제는 민감한데,

메르스 와중에도 총리 후보의 군대 면제 문제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다.

피부병이라고 확진나기도 전에 면제라니.. ㅋㅋ <허풍쟁이>고 <졸장부들>임에 분명하다.

 

좌빨, 수꼴, 종북, 반북 같은 논할 가치도 없는 무개념 단어들을 남발하지 말자.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통일은 논하자.(132)

 

이런 용어는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나온 통일 교육 개념서같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친일파가 그대로 둔갑한 자유당의 후예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하여 빨갱이, 종북을 울궈먹는 것이 이 땅의 비극이다.

 

시절만 잘 만났으면, 중고생 권장 도서 목록 1번에 들었어야 할 책이다.

음악을 한 평범한 아줌마 치고는 글솜씨도 빼어나고 표현력도 뛰어나다.

북한은 그저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관찰한 것이다.

 

네덜란드 관광객과의 대화

네덜 :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희희낙락할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어요.

사진에서 북한 사람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북한에 오기 전 매스컴에서 본 북한은 커다란 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나 하고

비참한 어린이들이 진흙탕 위에서 구걸이나 하는 모습이었어요."

남편 :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나도 내 북부 조국에 처음 오기 전까지는 그런 장면들만 봐 왔어요.

우리가 농촌을 지나면서 본 대로 

이 나라는 분명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이 사람들 보면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서방에 의해 악마화된 북한의 모습에 이들이 잘못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네덜 : "맞아요. 지중해 연안의 호화 별장에서 흥청망청하며 잔뜩 놀고 나선 자살을 하기도 하지요."(210)

 

삶의 기준을 '가진 것'으로 따진다면 분명 북한은 못가진 나라 편이다.

그러나, <소유>가 아닌 <존재>의 가치를 따진다면, 결코 북녘 조국 역시 가볍지 않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번 여행에서 이 아줌, 또 하나의 수양딸을 얻었다.

오지랖도 넓지만, 그게 동포 사랑의 증표 아니겠는가.

 

북한에서 제일 보기 싫어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여성이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거나 두 손 가득 들고, 남성은 유유자적 걸어가는 모습이다.

한번은 부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는데 남편은 한가하게 뒤에서 담배피우며 걸어가는 모습도 보았다.

이런 현상은 평양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한 것 같다.

말끝마다 '봉건의 잔재'를 들먹이다가도,

남성에게 편할라 치면 슬그머니 '아름다운 우리의 풍습'이라며 덮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241)

 

날카롭다. 1권보다 더 깊은 곳이 보이는 느낌이다.

1권보다 감동이 무뎌진 부분도 있지만,

그거야 감격이 회를 거듭할수록 옅어지는 건 당연지사고,

새로운 경험에 눈뜰때마다 작가는 생각을 깊이 한다.

훌륭한 학습자다. 원래 자신의 사상을 품고 있던 사람보다 더 유능한 학습자이고 철학자다.

 

52일간

3만 5천명

군 인구의 4분의 1

남자 1만 9천 149명

여자 1만 6천 234명

 

신천박물관에 갔다 오는 날은 밥 못 먹습니다.

밥이 넘어가면 기게 조선사람이 아니지요.(263)

 

곳곳에 항일 유적지고, 특히 신천박물관은 미국의 학살에 의한 사망자를 추념하는 곳이다.

2달도 안 되는 기간에 3만 5천을 학살했다니...

한국 전쟁은 <소문없는 전쟁>이었다더니, 누구도 취재하지 않은 뒷자리에 이런 어둠이 있었다.

미군은 제주도에서도 수만 명의 학살을 자행했다. 비록 그 기념일 지정조차 미미한 가엾은 나라지만...

 

어서 조국이 통일되어야 할텐데...

한 5,6년 전까지만 해도 남조선에서 많은 동포들이 왔었습니다.

아아, 정말이지 그때는 곧 통일이 되는 줄 알았어요.(288)

 

아마 조만간 다시 금강산이나 어떻게든 관광길이 열릴 것이다.

그때는 미루지 말고 서둘러서 다녀 오리라.

역사는 반드시 밝은 쪽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니까.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나눈다.

북한 사람의 생각이 오히려 합리적으로 들리는 것은, 내가 '빨갱이'여서일까?

 

수양딸 수향이는 만삭의 오마니가 되어 있고,

새로 맺은 수양딸 설향이는 눈물바람으로 이별한다.

 

오마니, 지난 열흘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외국인 관광 안내원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외국인 아닌 우리 동포를 안내했어요.

함께 지내는 내내 민족이란, 동포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291)

 

여우의 신포도처럼,

북녘의 가엾은 동포들은 세뇌되어서 저런다.

툭하면 조국이고 수령님이어서 믿을 수 없다.

남북의 간극을 결코 좁힐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도 만나서 이야기 한두 마디면 금세 친해지는 것을 누구나 겪었다.

남북의 사상과 이념 차이로 인하여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분열 세력의 호도에 끌려다닐 순 없다.

 

유엔마저 폐지를 권고한다는 국가보안법.

거기 관심을 갖고 찾아보던 유튜브 영상에서,

"이 법안이 잘 돼야 인민공화국이 되지 않고 자손 만대 자유국가를 물려줄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을 본다.

그자가 신은미의 할아버지였단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초를 겪는지...

우리는 수도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언론의 호도로 어리석은 민주당 역시 <국가보안법 철폐>에 반대하는 의원으로 가득하지 않았던가.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대의를 놓치며 살아온 가엾은 나라의 백성들.

이제 좀 가슴 펴고

대한국민임이 자랑스럽게 살 때도 되지 않았을까?

 

남쪽 조국과 북쪽 조국이 평화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낙타고기 먹었다는 그 여자는,

고열에 시달렸다는 그 여자는,

메르스를 안고 미국으로 갈 것인가?

가서 THAAD 체제를 옹호하며,

제 밥그릇을 위해 또다시 흥부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놀부 심보를 발휘할 것인가?

 

이런 책을 <국가보안법>으로 건다는 것이 참으로 해괴망측하지만,

뭐, 이 나라의 탄생 자체가 식민지 - 미군정 - 자유당 - 군사독재의 공화당 - 민정당 - 민자당 - 한나라당 - 빨갱이 새누리당으로(이때부터 빨갱이란 말은 안 쓰고 종북이란 말만 쓴다.)...  해괴망측이었으니...

참으로 통일로 가는 앞날이 멀고 먼 길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런 책은 더 나와야 한다.

우리는 북녘을 갈 수 없으니,

재미동포들이 더욱 가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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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심 2015-06-0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된 시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겁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계속 좋은 글을 쓰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보기만 했지 답글을 단다는 게 조금 어색하고 맞춤법에 민감함(^^)을 느끼지만 답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네요...

글샘 2015-06-09 16:36   좋아요 0 | URL
이런 글들도 전혀 균형잡힌 시각이 아니지요. 가려지고 오도된 탓에 진실이 무엇인지에 접근하기는 불가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금강산 구경도 다녔듯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2015-06-09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5-06-12 08:17   좋아요 0 | URL
네. 균형이란 이름으로 소수자를 억압하고, 중립이란 이름으로 강자의 논리를 주입하는 꼴을 우린 많이 봐 왔죠. 불가능은 불가능이어서 아름다울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