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 - 태조에서 세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1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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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역사를 다루는 것은 양면성을 가진다.

한편 공정하게 어떤 사안을 다룰 수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편으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치장하거나 패쓰할 수도 있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도가 신선하다.

전문가인 역사학자들만 나와서 떠든다든지 하면,

흥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는 것인데,

류근같은 시인이나 전진석 같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토크쇼의 분위기를 낼 수 있게 진행이 된다.

 

물론 방송은 대본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돌발 행동이나 애드리브는 편집될 것이고,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가 되면 또 잘릴 것이다.

 

이 책에서는 조선 초기의 그날들이 등장한다.

시도가 새로운 만큼 읽기도 쉽고 재미있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난 날,

이성계가 왕이 되던 날,

왕자의 난이 나던 날,

양녕이 폐위된 날

대마도 정벌

세종이 집현전 열던 날

조선의 세금 투표하던 날

창덕궁 가던 날...

 

실록이라는 책을 세계적 유산이라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승자의 기록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수정실록'이 등장할 정도로 권력의 최첨단에서 쓰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왕조 사관'이 철저하게 점철된 책으로 읽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주로 실록에서 그 근거를 뽑아낸 정사에 가깝다.

물론 토크쇼인 만큼 이야기가 오가면서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지만,

세종에 대한 일방적인 예찬은

글쎄다.

이전의 태조, 태종의 폭거에 비하자면

너무도 성군의 이미지를 여과없이 홍보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모든 것을 왕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능력있고 깨끗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해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65)

 

이런 것이 정승 정치를 만든 정도전의 설계도였다.

그러나, 정도전마저도 내친 이후 조선은 왕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그런 민본정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았을 터이다.

정도전의 혁신적 사상은 왕도 정치를 넘어 입헌군주제를 추구하는 면에 가깝기도 하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73)

 

이렇게 조선 초기를 표현할 정도로 위민 의식과 책임 의식이 가득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려던 시대 의식을 강조하는 점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조선 전체가 아니라, 그런 법 정신을 강조하던 시대에 대한 예찬.

 

적장자가 왕위를 이은 경우가 문단연인현숙순종... 7명 뿐이었단다.

27명의 임금 중 태조를 제외하면 7/26이었으니, 27%에 불과한 그것을 원칙이라고 하기도 쑥스럽다.

 

황희 정승은

태조때는 고려왕조 편에 서고

태종때는 이방석 편에 서고

세종때는 양녕 편에 섰는데...

뭐 이건 조선판 펠레의 저주예요.

이렇게 촉이 안 좋을 수가 없어요. 매번 다 틀립니다.(185)

 

세종은 INTJ, 태종은 ESTP 이렇게 MBTI 유형을 나누는 것도 재미있다.

 

세종이 과학자 형으로 분류됐는데요.

토론에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는 게 의외의 결과였어요.

화법이 참 중요한 거네요.

화법만으로도 소통의 천재처럼 보일 수도 있다니 놀랍습니다.(195)

 

신선한 분석은 재미있지만,

지나친 예찬은 글쎄요다.

 

세종은 박이별이다. 박이별은 북극성입니다.

세종대왕은 햇귀다. 햇귀는 해돋이가 시작될 때 제일 처음 비치는 햇빛이래요.

세종대왕은 우리의 아토다. 아토는 선물의 순우리말입니다.

세종대왕은 깊은 샘물을 판 나라님이었다. (240)

 

예찬일색이다.

세종의 업적이야 숱하게 많아서 그럴 수 있다 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지폐에 왕조 국가의 수장의 실려있는 현실도 짚지 않고

예찬만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별 하나는 뺐다.

 

암튼 역사를 지루하게 사건 중심으로 나열하는 여느 책과는 달리,

토크쇼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그것도 흥미로운 사건의 당일을 중심으로

핵심 인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새로운 형식이어서 신선한 프로그램인 점은 높이 사야 한다.

 

다만, 역사라는 것은 무조건 공부할 것이 아니라,

<사관>에 따라서 그 내용이 천차만별일 수 있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48. 국새를 청사 위에 놓으니... 여기서 청사라 함은... 관청의 건물 정도이지 싶은데, 廳事보다는 廳舍가 아닐까 생각한다.

 

265. 전직석 작가... ㅋㅋ 자기네 식구를 틀렸으니 자책골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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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3-1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에는 열심히 시청했는데 언젠가부터 생각도 못하고 시간을 넘기기 일쑤네요. 책으로 만나면 토크의 재미는 덜하지 않을까 싶은데...

글샘 2015-03-20 21:57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맞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는 다른 독서가 되죠.
그래도 책은 다시 볼 수 있으니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