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중세 유럽,

많은 여자들이 '마녀'라는 이유로 화형, 물고문 등을 당하여 죽어갔다.

그 마녀들은 왜 죽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마녀 사냥은 현대에 어떤 프레임으로 재현되는가?

 

이 책은 그닥 친절하지는 않다. 별로 재미도 없다.

그렇지만, '마녀 사냥'이라는 현상을 바탕으로,

특정한 <프레임>이 작용했던 것을 밝히고,

우리 사회에서도 그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그래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음을 해석하고 있다.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벌거벗은 인간)라는 개념을 통하여,

아우슈비츠에서의 희생자들에게서 얻어낸 의미를 인간세상 모두로 확장한다.

즉, 20세기 모든 인간은 잠재적 아우슈비츠의 '호모 사케르'라는 것.

 

요즘 살기 힘들다고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아파트 경비원이 모욕을 견디지 못해 분신했다.

1970년 11월 13일의 전태일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분신했던 현실은,

도시 빈민에서 세계 빈민으로... 국제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마녀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논리적으로 발명된다.

어떤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면 어느 누군가가 주범자로 지목돼 단두대에 오른다.

사건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사건의 출현이 핵심이다.

마녀라고 규정하는 정확한 방식도 없다.

그저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법칙이 있을 뿐.

그 법칙이 바로 마녀 프레임이다.

프레임 이론을 응용하여 개념화한 것으로

마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중세에 행했던 마녀 사냥의 시대적 이데올로기부터

현재 우리 사회의 호모 사케르 현상까지

마녀 프레임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다.(뒤표지)

 

2010년의 천안함과 2014년의 세월호는 판박이다.

바로 이 마녀 프레임으로 세상을 덮으려는 조직의 조작된 사건이다.

천안함은 '인간 어뢰'를 필두로 한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그것이고,

세월호는 '유병언'과 '이준석'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건을 둘러싼 해결책은

대체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귀책자로 설정하고 책임을 모두 지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누가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사건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유혹적인 스펙터클을 조장하는 것이다.(92)

 

용산 사건이 터졌을 때,

의도적으로 조작 보도한 강호순 사건을 보면 그러하다.

 

누구나 “역사의 종말”이니 “우리는 잠재적으로 아우슈비츠에 있는 것이다”느니 “인간의 역사는 끝났고 이미 종말이 찾아왔으며 이제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느니 하는 쓸데없는 잡담을 늘어놓을 뿐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현실’에 대한, ‘현재’에 대한 굴종을 선전하며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이게 뭘까요?  … 왜 할리우드 영화에서든 뭐에서든 세계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걸까요? 세계의 명운이나 멸망을 건 싸움을 해야 끓어오를 수 있다면, 그건 그냥 불감증이 아닐까요?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세계는 계속됩니다. 세계는 넓습니다. 그 세계는 더욱 넓습니다. 세계는 계속됩니다. 그 세계는 더욱 오래 계속됩니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세계는 변합니다. 우리 시대야말로 새로운 시대라고 말하는 것이 가소롭기 짝이 없는 잡담이 되는 미래가 옵니다. 단지 이정도의 것도 견딜 수 없는 걸까요?

 

ㅡ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자음과 모음, 159,163쪽 

 

아감벤의 비관적 세계관을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절망의 어둠은 짙게 드리우지만,

공포의 정치는 불감의 시대를 강요하지만, 상호 소통하는 사람들은 함께 분노하고 진실을 추구하기도 한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물론 우매한 국민은 개명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우린 껍질 쓴 달팽이처럼 엉금엉금 가는게

계집들은 모조리 앞서 갔구나.

악마의 집을 찾아갈 때면

계집들이 천 걸음이나 앞서 가니까.(괴테, 파우스트)

 

이런 공포가 만연해 있었다면, 마녀 프레임이 드러날 만도 하다.

동화 속 마녀들은 '모기 뒷 다리, 뱀 껍질...' 등등을 재료로 물약을 만들고,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그들의 '화학적, 의학적 참여'가 지배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만큼 세력이 커졌던 시대를 반영할지도...

 

마녀는 중세가 배출한 산물이라기보다

근대가 낳은 부수물.

아감벤이 말하는 '날것의 생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존재의 존재.

법적인 보호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인 권위를 위해 실제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사이의 존재.(154)

 

한국에서는 아직도 마녀를 만들고 있다.

손석희도 노리는 대상이고, 다이빙벨도 사냥감이다.

날것의 생명들이 수백 명 바닷속에서 스러져 갔어도,

반성하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굴종의 삶이 비참하다.

각개약진으로 버텨야 함이 슬프고 서럽다.

 

안 그래도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서 경제활동이 흔들리는 판국에,

부자를 위해서 정규직 비율을 더 낮추겠다는 정부를 가진 '날것의 세상'에 서서,

흐린 하늘을 보며 한숨이 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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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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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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