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죽고 만 실비아 플라스.

그래서 그의 삶은 신비롭게 그려지기 쉽다.

여기 그의 그림들과 함께 명료한 것을 좋아했을 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 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안해져.

기도를 해도 산책을 해도 얻을 수 없는 평온이야.

선線에 몰두하다 보면 모든 걸 잊게 돼.

 

시인으로 알려져있지만, 그의 그림도 신선하다.

 

아름다운 책들이 책상에 가득 쌓여있어.

일 년 동안 간헐 온천수를 병에 꼭꼭 담아놓았던 것처럼 참신한 생각과 영감이 마구 샘솟고 있어.(10)

 

그림을 그릴 때는 무척이나 행복해하고 의욕에 넘치는 실비아.

그렇지만 그는 신경증이 강했고,

밤을 무서워했다.

 

밤은 정말 무서워.

식탁에 앉아 어둠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게 느껴지면 입맛이 싹 가셔서 단 한 숟가락도 더 못 먹게 돼.

그러면 밖으로 뛰어나가 정처 없이 어두운 거리를 헤매다 들어와서는 책을 읽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늦추고 또 늦추면서 말이야.

이렇게 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빌어먹을 악몽.(18)

 

현대처럼 환한 세상을 살았다면,

덜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어둠은 정신을 더 잠겨들게 만드니까...

 

나만의 양식을 확립해서,

그러니까 아이의 그림처럼 물체를 단순하게 그리고

농부의 장식처럼 소박하게 묘사할 수 있다면,

여기엔 장미꽃 저기엔 눈송이를 그려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런 작가가 되겠지.(21)

 

머잖아 들판을 미친듯이 돌아다니며 풀잎 하나까지 정교한 풍경화를 그릴테야.

모래 한 알에 깃든 '영원'이 내 눈에는 보여.(24)

 

그의 단순한 선들을 만나면서,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보고 싶단 생각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모래 한 알에 깃든 '영원'을 볼 수 있는 눈까지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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