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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학교가 뭐길래! - 이상석 선생과 아이들의 공고 생활기
이상석 글, 박재동 그림 / 양철북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고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목표 실종'이다.
공고에 들어올 때, 공장에 취직하러 오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보면,
공고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오는 하위급 실업계 고교로 자리매김된다.
수업 시간에도 맥이 빠져있고,
무엇보다 가장 큰 결함은, 가정이 가난한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개념을 갖지 못하다 보니 중학교에서 형편없는 성적으로 공고로 진학하게 되는 것.
예전처럼 공고를 졸업하면 공장에 가서 먹고살 길을 찾던 시절만 해도,
중학교 내신 40% 정도 학생들이 모였던 시절만 해도, 물리 또는 기술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던 때도 있었다더라만,
요즘엔 마지못해 등교해서 온갖 갈등에 시달리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쳐야 할지... 학교에서는 목적이 없다.
기술인을 양성할 것도 아니면서 아직도 '전국 기능 대회'에 출전하고,
아이들은 거의 아무 공부도 하지 않은 상태로 전문대학에 진학한다.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한 해법을 은근히 제시하는 책이다.
이상석 선생님은 50이 넘어 공고로 간다.
그런 지긋한 나이의 남교사에게도 아이들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함께 돌볼 수 있는 부모가 없다는 데 큰 어려움이 있고,
말만 전문계(실업계는 실업자를 연상시킨다고?)인 학교의 전문교과 교사들과 일반교과 교사들은 소통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쓰는 글들은 눈물겹다.
이 책을 읽으면, 이상석 선생과 아이들의 사이에서는 재미있는 일들만 그득했고,
졸업 후에도 쏘주잔깨나 나누는 듬직한 제자들로 그득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함이 내 눈엔 훤히 보인다.
전문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참 적다.
원래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법이지만,
일반계 아이들과는 수업 시간에도, 상담 시간에도 제한적이나마 이야기가 가능한 반면,
학교 자체를 오지 않아도 그만으로 여기는 아이들을 보듬어 안는 일은 교사로서는 언감생심... 불가능에 가까울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교사의 본마음은 원래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자본이 판을치는 이 시대.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버림받았듯,
'자본'의 쓰임에 필요치 않는 존재는 한낱 벌레 취급을 받는 곳이 아닌지,
정말 고귀한 인간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비참한 하루하루를 맞이하도록 세상이 돌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지...
기계의 부품처럼 쓰임이 있을 때만 뽑아다 쓰는 전문계 아이들...
진급 같은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아이들...
그 털끝보다도 가치없는 지식 나부랭이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또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돈으로 인간을 평가하게 되는 사회가
아이들을 얼마나 힘겹게 만드는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물음표만 그득하고, 도무지 해법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다스한 온기를 한 명씩 한 명씩 전해주는 사람을 보았다.
이 책이 개인적인 체험담을 넘어설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작가가 학교에서 교육 개혁을 말하면서도,
교육의 주체로 학생부장을 맡는다든지, 그렇게 교사들과 호흡한 경험들도 적혀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으려나...
자기와 뜻이 맞는 몇 사람과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개인의 자리보다는, 그래서 혁신학교들처럼
관리자나 부장들의 협력으로 아이들을 살리는 구조를 이뤄나가는 모습을
특히 교육의 소외지역인 전문계에서 이뤄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만 가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