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의 학교폭력 상담실 - 따사모 선생들의 생생한 교실 밀착형 상담기
김경욱 외 지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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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육주체의 세 측면 - 교사, 학부모, 학생 - 의 입장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곤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작금의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2년도 너머 전에, 한미 FTA 여론을 물타기하려고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했을 정도로

학교 폭력은 관심 밖의 이야기다.

그래서, 가해자는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졸업할 때 삭제한단다... ㅎㅎㅎ

삭제할 것을 왜 기록하나? 황당하다.

 

왜 아이들이 더 잔인해지고, 집요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했을까?

그걸 아이들 탓으로 돌린다면... 이해의 길을 잘못 잡은 것이다.

 

여기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교사를 팰 정도로 문제가 있다.

교사도 맞는데, 아이들 사이의 문제를 어찌 해결하랴.

 

한국 학교의 <생활지도>라는 애매한 항목 안에는,

병원에서 치료해야할 수준의 학생, 오랜 상담을 거쳐야 할 학생, 애정을 쏟아줘야 할 학생 등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결국, '복지'의 포괄적 개념이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오로지 교사들에게 맡겨둔 결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문제점들과 해결과 관련된 요소들을 늘어 놓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도 말발이 먹히지 않는 교사들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학교 폭력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다만, 양상이 많이 달라졌을 뿐이다.

 

박근혜보다 전두환이 낫다?

 

박근혜한테 사람들이 돌을 던지진 않는다.

사람을 죽이고 집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살인마였고 공공의 적이었기때문에, 애매한 보수인사들도 그를 욕하고 싸울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의 집권 역시 국정원 같은 폭력적 기관과 선관위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두환은 폭력적이고 박근혜는 사랑의 화신인 건 아닌 것이다.

 

일제 강점기, 교사의 폭력은 일상다반사였고,

해방 이후도, 교사의 폭력, 학교내 주먹들이 폭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교사는 양지에서 패고, 주먹은 음지에서 팬다는 차이뿐.

그 폭력은 한번도 정당한 적도 없고, 정의로운 적도 없었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던 아이들은 폭력을 당해도 말하지 못하고 자랐다.

학교에서 수업료 안 가져 온다고 패도 말하지 못하고 당하며 살았다.

올림픽 치르고 하면서 아이들도 돈을 쥐는 세대가 되고,

그 폭력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해 갈 따름이다.

 

지금의 학교 폭력이 마치 '새로운 생물체'라도 되는 양, 요즘 애들과 요즘 학교를 욕하는 일은 좀 우습다.

언제는 '사랑이 공동체'였던 것 마냥 구는 구세대는 구역질난다.

 

오히려 지금이 학교가 더 민주적이고, 더 환하고 깨끗하고 밝다.

다만, <사회적 이동>이 알게 모르게 슬며시 사라지는 사회를 반영하듯,

어떤 학교들은 더 환하고 밝으며,

어떤 학교들은 더 음습하고 어두운 학교로 전락하는 그 틈에서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는지 모른다.

 

학교 폭력이 새로운 발명품이나 발견인 것처럼 외치는 자들은,

자기들의 잘못은 없다고 말하는 자들 같다. 구역질난다.

 

앞으로 더 많은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교사들도 이제 못견디겠다고 '명예퇴직'을 줄줄이 신청한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지급할 명퇴금이 없어서, 신규 교사를 뽑아는 두고 발령을 못낸다는 블랙 코미디가

이 나라의 교육 행정이다.

 

자, 명퇴신청 했는데, 국가 사정상 못하고,

또 올해도 담임을 하고 있는 담임이, 과연 학교 폭력에 대하여... 무슨 생각을 해야할까?

정답은 하나다.

오늘도 무사히...

 

이 책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에 대하여,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자기 반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담임 교사,

또는 자기 아이가 외로움을 호소하는데 어쩔 줄 모르는 부모,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학생... 그들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은 가르쳐 주는 방향지시등이 된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한 고비 넘긴다 해도,

문제는 더 크게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과학고를 늘리고,

자사고, 영재학급 등을 늘려서,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 진공 상태를 조장하고,

오로지 진학 일변도의 교육 풍토에서 연합고사도 없는 중학교의 맹탕 교육과,

초등의 과열된 사교육 열풍을 조성하는 현 교육 사태에서는,

학교를 전쟁터라고 봐야 한다.

전쟁터에서 폭력이 일어났다고 왈가왈부하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지금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있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비교적 착실한 학생들이어서, 폭력적 갈등까지는 일으키지 않아,

상담과 대화만으로도 해결되는 지점에서 숨쉬는 나는 조금 낫지만,

일반계나 실업계(전문계)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 폭력...

결국, 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회적, 역사적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학교 폭력은, 새로운 생물체처럼 변화하고 진화해갈 것이다.

변하지 않는 학교는 여전히 덜떨어진 짓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관리감독하는 교육청 역시 뒤치닥거리에 땀이나 흘릴 것이다.

 

사회 시스템이 이럴진댄,

하나의 해결책은 없지만,

이렇게 답을 찾아 땀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한 고비 넘기는 일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 현실이 쓰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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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3-17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TV 다큐중에 학교 폭력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걸 잠시 봤었는데
거기 인터뷰 한 사회학자가
학교폭력은 사회 양극화가 심한 나라 일수록 더 심하다고 하더군요.
학교폭력은 절대로 학교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저 학교다닐때도 폭력 교사는 있었고
일진도 있었고 왕따도 있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잔인해져가고 있는거 같긴해요.

글샘 2014-03-17 13:22   좋아요 0 | URL
갈수록 사회적 안전망 같은 것이 약화되는 거 같아요.
공동체가 붕괴되는 느낌이랄까...
가정이 해체되는 일이 너무 많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