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유유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 자신을 위해 이성적으로 남아 있기,

비인간성의 시대에 인간적인 사람 되기,

미친듯이 패거리짓는 한가운데서 자유롭게 남아있기...(36)

 

몽테뉴는 이념이 극단으로 대립한 시대에 중립적 태도와 뛰어난 지적 균형으로 온건한 중도의 삶을 살았다.(15)

 

전쟁의 광증에 휘말린 유럽 대륙을 떠나

중도의 삶을 아름다이 표현하려 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작이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왜 에라스무스나 몽테뉴 같은 이에게 매료되었는지를 짧은 지면을 통해 잘 보여준다.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다가 지루해서 던져 버렸는데,

언제 기회가 된다면 찬찬히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지나치게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관조하는 시선이 싫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몽테뉴의 매력이라니... 시대를 고려해가며 읽을 일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늘 혼돈 속이다.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유행이다.

대학에서 시작한 자기 반성이 고등학교에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자신을 냉철하게 관조하는 관점의 반성적 시선은 날카롭고 반갑지만,

이런 글들로나 드러나는 비실천적인 세상이 안타깝다.

 

인문주의에서 야만성으로의 추락,

그것이 몽테뉴가 살던 16세기의 삶이었다.

 

유럽의 내란, 신대륙의 살육은 몽테뉴처럼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영혼에게는 충격이고 비극이었다.

 

나의 자아가 어떻게 하면,

외부에서 정해주는 척도를 따르는 태도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타인의 광증이나 이익을 위해 희생당할 위험에서

어떻게 나의 본래의 영혼과 오직 내게만 속한 물질인 내몸, 내 건강, 내 신경, 내 생각, 내 느낌을 지킬 수 있을까.(33)

 

이처럼 몽테뉴가 추구한 것은

국가나 가족, 시대, 상황, 돈, 소유 등에 속하지 않는 자신의 참된 자아였다.

괴테가 치타델레라고 불렀던 내적 자아. 아무도 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자아.(84)

 

괴테의 '격언과 반성'에 나오는 말처럼,

생각하는 인간에게 찾아오는 가장 아름다운 행운은

탐구할 수 있는 것을 탐구하고,

탐구할 수 없는 것을 조용히 숭배하는 일이다.(86)

 

탐구와 숭배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가 취한 태도는 수상록을 쓰는 일이었다.

 

인간은 가르칠 수 없으며,

오로지 인간이 스스로를 탐색하도록,

자기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어떤 안경이나 알약도 없이...(112)

 

수상록은 가르치는 책이 아니란다.

스스로를 탐색하는 책이고, 그런 일을 안내하는 책이다.

 

그의 논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와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경험은

자기가 저 자신임을 이해하는 것이다.(115)

 

인간은 지위, 혈통, 재능 등으로 고귀하다고 착각하던 시대.

개성과 자신의 삶을 지키는 일을 중시하던 사람.

'수오재기(다산)'를 썼던 우리 조상들이나 마찬가지 생각을 가졌던 모양이다.

 

나를 지키는 일...

험한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

그것은 나만을 지키는 것이 아닌, 삶에 대한 올바른 응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깊은 반성은 그래서 인간이 쓰러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 씁쓸한 사회에서,

고등학생들이 그런 글을 붙였으니,

처벌하라고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오지나 않을는지 우려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3-12-1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젊어서 경험이 부족하거나 좌절을 겪은 적이 없는 사람은 몽테뉴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존중하기가 어렵다. " 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처럼 지금 내게 몽테뉴는 더 없이 찌질해 보이기만 한다 . 나 아직 부족한게 많은가보다... > 라고

리뷰를 썼었네요. 제가.....

고등학생들도 대자보를 썼군요. 몰랐네요.
처벌하라고 교육청에서 공문 내려 올까 걱정해야하는게 참.....






정부미 2015-01-1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오재기 를 찾아서, 편집후 수첩에 오려붙였습니다. 가슴을 파고 드는 글을 통해 자신을 추스리는 다산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언제 이렇게 부지런히 독서를 하시고, 서평을 올려두시는지,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샘 2015-01-14 11:20   좋아요 0 | URL
하도 잊어버리길 잘 해서... 적어두는 것에 불과합니다. 서평이라기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