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잘 간다.
벌써 11월이야.
이제 올해 달력도 두 장 남았구나.
민우도 이제는 마음을 단단히 먹겠다고 약속했는데, 요즘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구나.
또 아빠의 수업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오늘은 짧게 할게.
월요일 표정을 생각하면 ㅋㅋ 길게 하면 지치겠지? 

어젠 김소월과 <반어>에 대해서 설명을 했지.
반어가 뭔지 기억나니?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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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진달래 꽃>과 <먼 훗날>에서 반어가 들어있었어.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도 그렇고. 

오늘의 시인은,
독립운동가이고,
꼿꼿한 스님인 분이란다. 누굴까? 호는 만해인데...  



<사랑하는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라... 사랑하고 기리는 것은 다 님이래>

바로 한용운 스님이야.  '임의 침묵'이란 시로 유명한...  

스님의 <복종>이란 시를 우선 읽어 보자.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이런 걸 '통념'이라고 그래.
자유를 사랑하는 것이 통념이지. 복종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자습하는 것보다, 집에 가라고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 바로 '자유'에 대한 사랑이잖아.
그런데, 이 사람은 통념을 뒤집어서 생각하는 데 '달인'이야. 

한용운 스님은 스님이면서 모든 시가 '연애시' 같은 분위기란다.
사실 연애시집으로서 가장 뛰어난 시집은 '임의 침묵'이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하고 있어.
도 닦는 스님 같지 않지? ㅋ
복종이 달콤하고 행복한 거래. 정말 좋아하는 거지.
그런데, 사랑하는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라고 하면... 그건 안 된다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면, 당신을 따를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은 한계가 있어서,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기 어려우니깐...  

  

<스님이 님의 침묵이란 시집을 쓴 백담사란 절이야. 독재자 전두환이 도망가 있기도 했던...
스님의 호가 만해인데, 전두환 호는 일해였어. 10000배나 차이나지? ^^>

스님의 시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연인'으로 보면 <사랑 노래>가 되겠고,
'일제 강점기에 잃어버린 조국'으로 보면 <애국 노래>가 되겠고,
'스님으로서 탐구해야할 진리의 대상'으로 보면 <종교적 노래>가 되겠지. 

여기서 표현 방법 하나만 공부하고 넘어가자. 어제는 반어 했으니 오늘은 <역설>로. 

역설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한 문장 안에서 '모순되는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하는 논리적 모순을 뜻해.
사랑하는 사람이랑은 '함께 살고 싶어요.' 이렇게 말해야 하잖아.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겠다... 이런 건 모순인 상황이지. 이런 걸 역설이라고 해. 

<복종>이란 시에서는 어떤 역설이 있을까?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유를 좋아한다. 나도 사람이다. 그럼 어떤 결론이 와야 하지?
당연히 <나도 자유를 좋아한다.>가 나와야 논리적이지.
그런데, 화자는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라고 말하니깐, 한 문장 안에서 모순이 발생하지.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유를 좋아하고, 난 사람인데, 나는 자유 말고 복종을 좋아한다. 

그 모순이 근데 알고 보면,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면 더 감동적인 거지. 

한 문장 안에서 모순되는 두 가지 주장이 보일 때, 그걸 역설이라고 정리해 둬. 

그 예를 두어 가지만 들고 오늘은 끝!  

 

<사람들이 무슨 소원들을 빌면서 돌탑을 쌓았어. 계곡도 아주 시원하고 맑아 보이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정지용, 유리창 1) 

'찬란'은 '빛남, 아름다움, 즐거움, 기쁨, 좋은 일' 이런 말과 어울린다면,
'슬픔'은 '어두움, 어수선함, 괴로움, 불행함, 나쁜 일' 이런 말과 어울리는,
즉, 상반된 주장을 담은 표현이라고 볼 수 있잖아. 그러니깐, 역설법! 
그렇지만, 찬란한 슬픔은, 지금 당장은 모란이 져서 슬프지만, 내년에 네가 필 때를 기다리는 일은 얼마나 큰 찬란한 즐거움인지... 그러니까 역설법을 활용해서 강조하는 표현이 되고,

'외로운'도 '쓸쓸함, 슬픔, 괴로움, 아들을 잃어버린 고통, 유리창이 주는 단절'에서 오는 것이고,
'황홀한'은 '반가움, 기쁨, 즐거움, 아들을 떠올린 고마움, 유리창이 주는 만남의 계기'에서 오는 것이니,
또 상반된 주장을 담은 표현이지. 이것도 역설법.
여기서도,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을 만남의 계기를 통하여 황홀한 경험으로 번지게 되니깐,
역설법을 통해서 아들을 생각하는 절실함을 강조하는 표현인 거야. 

내일 또 한용운 스님의 '임의 침묵'을 보면서 역설을 더 공부하자꾸나.
11월 계획 잘 세워서 실천하기 바란다.
D, V, P  잊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책상에 적어 놓고,
얼마나 하고 싶은지 매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라는 말~ 나쁜 말은 아니지? 

오늘은 꼭, 민우의 소감을 이야기해 줘~
날씨가 추우니깐, 감기 조심하자~~



 
 
반딧불이 2010-11-03 09:56   댓글달기 | URL
반어와 역설, 쉬운 설명과 예로 잘 이해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샘 2010-11-04 10:41   URL
ㅎㅎ 쉬운 수업이 가장 성공한 수업이죠. ^^ 젤 좋은 칭찬이네요.

부산의 준영맘입니다 2010-11-19 14:12   댓글달기 | URL
쉬운 용어 설명 역시나 편안하게 와 닿습니다.
차근 차근 읽어가며 공부하는 재미 솔솔 ^^

글샘 2010-11-21 21:10   URL
쉽다고 하시니 제가 다행입니다. ㅎㅎ

주히님 2012-04-11 21:19   댓글달기 | URL
18년동안 몰랐던 역설이랑 반어를 알게됬어요 너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