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컬러 일러스트 수록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5
김시습 지음, 한동훈 그림, 김풍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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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55』

금오신화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조선 제일의 판타지 문학

김시습 지음 / 김풍기 옮김

조선 시대 작품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오래된 이야기라는 생각에 뭔가 식상한 내용이지 않을까란 선입견이 작용했다. 하지만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들을 한 편씩 읽다보니 기대 이상의 재미와 술술 익히는 가독성까지 겸비해 지루함없이 책을 읽었다. 분명 오래된 이야기이며, 어디서 한 번쯤 접한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이야기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세련된 스토리에 그 끝이 궁금해 계속 책장이 넘어갔다. 원문은 한문 소설이기에 번역 없이 읽을 수 없다. 그래서 가독성과 관련해서는 옮긴이의 역량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총 5편의 단편 소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이 담겨 있다. 각 내용이 단편이라 단숨의 호흡으로 한 편씩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짧아서 아쉬울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재주가 뛰어난 혹은 잘생긴 남주인공과 예쁜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잘생기고 예쁜 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어쩔 수 없나보다. 어쩌면 지금 인기가 많은 멜로 연애 드라마의 시초 격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판타지 문학 장르로 죽은 여인의 환신, 신선, 염라/염마 대왕, 용궁의 신 등이 등장한다. 현실의 인간 세계와 상상 속의 초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오고가는 설정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간략한 줄거리

5편의 단편 소설

<만복사저포기> 부처와의 저포 놀이에서 이겨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데 그 여인이 따라가 머문 3일이 현실에서는 3년의 시간을 흘렀다. 여인의 부모를 만나 죽은 여인의 사연을 접하고 잿밥을 먹고 이별하고 명복을 빈다.

<이생규장전> 어느 봄날 서당을 다녀오다 최씨 집안의 아름다운 처자를 만나 서로 시를 나눈다. 부모에 의해 둘은 헤어지지만 여인은 상사병이 난다. 부모를 설득하여 두 사람은 혼인을 하지만 홍건적의 난으로 최랑은 죽는다. 여인의 환신이 돌아와 행복한 3년을 보내고 서로 이별을 한다.

<취유부벽정기> 평앙 대동강에서 뱃놀이를 하다 부벽정에 올라 시를 읊는다. 시녀를 거느린 한 미인이 나타난다. 그 여인은 신선이 된 선조가 나타나 준 불사약을 먹고 수정궁의 상아가 된다. 부벽루에서 선녀와 하룻밤을 지내며 시를 주고 받고 날이 밝아 그 선녀를 승천한다. 선녀의 시녀가 나타나 견우성 막하의 종사관으로 임명되는 꿈을 꾼다. 그렇게 홀연 세상을 떠났으나 사람들은 하늘로 올라간 것이라 여겼다.

<남염부주지> 과거에 실패한 박생은 뜻이 높고 강직하며 인품이 훌륭하다 칭찬을 받는 인물이다. 어느 날 꿈에 염부주라는 세계의 염왕을 만나 담론을 벌이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다. 염왕은 박생의 지식에 감탄하고 왕위를 넘겨 주고자 한다. 염라대왕이 왕위와 오르는 순간이다.

<용궁부연록> 용왕의 초대를 받고 용궁에 간 학생은 훌륭한 글을 나눈다.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으나 모두 꿈이었다.


오늘 밤의 일은 아무 우연이 아닐 거다. 하늘이 도우시고 부처님께서 돌보신 덕에 고운 임을 만나 해로(偕老)하게 되었다. 부모님께 아뢰지 않고 남편을 맞이한 처사가 예법에 어긋나지만, 서로 즐거이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평생의 기이한 인연이다. 너는 집으로 가서 앉을 만한 자리를 챙기고 술과 과일을 가져오거라.

<만복사저포기> 중에서 (p19)



<금오신화>는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은 나에게 20년 전의 이야기라 기억이 날리 만무하다. 아무리 그렇다한들 내용이 이렇게 생소하다니 더욱 놀랍다.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의 목적으로 읽었던 내용은 아무래도 달갑지 않았던 듯 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든 <금오신화>는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로 다가왔다. 가슴 두근거리는 연애 소설이기도 하고 저승 세계와 용궁을 여행하는 탐험 소설이기도 했다. 글에 숨은 내용과 그 단어나 문장의 뜻을 다섯가지 보기에서 정답을 고르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이렇게 재미있기는 힘들 듯 싶다. 그냥 마음 편히 읽으면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인데 학생 시절 이를 느끼기 힘들다는 사실이 참으로 한탄스럽다.

그가 세상을 떠나려던 날 저녁, 이웃 사람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너희 이웃집 아무개 공께서는 장차 염라대왕이 되실 것이다"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남염부주지> 중에서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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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신종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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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 철학의 정수, 불멸의 고전

'신은 죽었다' (p16) 는 명언으로 익히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철학은 언제나 궁금했다. 이 책의 제목은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인데 다른 출판사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동일한 책이다. 페이지2북스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판했으며 김신종 번역가에 의해 옮겨졌다.

니체의 철학책임을 알고 펼쳤는데 의외로 문학의 형태를 띄고 있다. 하지만 읽다보면 문학적 형태는 띄지만 철학적 색채가 상당히 짙게 묻어난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의 부캐라고 볼 수 있다. 니체의 철학과 사상을 가진 주인공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아우른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보다 좀 어렵다.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문장을 읽고도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함축적인 시적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니체가 전하고자 하는 그 깊은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니체의 철학에 궁금증이 증폭되는 요소이기도 하나 철학의 초심자들에게는 의욕 감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일 수도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고독의 삶을 살다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신은 죽었다'고 말하며 초인이 나타날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초인'이 뭐지? 책을 읽어나가면서 초인에 대해 알듯 말듯 이해가 되는 듯 하여 따로 찾아봤다. 초인은 인간이 자기 극복의 과정에서 완성하는 새로운 인간형이다. 독일어로 위버멘쉬라고 표현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존재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중략) 보라, 내가 그대들에게 초인에 대해 가르쳐주겠다!

초인은 대지의 의미다. 그대들의 의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초인이 대지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

p16~17

다양한 출판사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번역체가 이 단순한 한 문장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뜻은 통하지만 번역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살짝씩 다른 뉘앙스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신은 죽었다라는 부분에 주석 여부도 다르다. 페이지2북스에 '신은 죽었다' 부분에 별도의 주석이 없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늙은 성자는 자신의 숲에서 아직도 듣지 못했단 말인가. 신이 죽었다는 것을!'

페이지2북스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저 늙은 성자는 숲 속에 살아서 신이 죽었다5)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구나!"

펭귄 클래식

5) 신의 죽음은 진선미를 판단하게 해주는 절대적 가치 기준이 무너졌음을 의미하고, 이 세계를 무시하는 기준이 되는 저 세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선포한 것이다. 니체는 죽은 신의 그림자도 정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은 죽었지만 인간의 마음속에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신앙은 숭배할 대상을 계속 찾기 때문이다. (후략)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저 늙은 성자는 숲 속에 살고 있어서 '신이 죽었다'1)는 것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구나 ."

문예출판사

1) 종래의 초월적 이념이 무력해졌다는 것. 이것이 현대의 니힐리즘의 근본적 원인이다. 신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 니힐리즘 극복의 근본 요건이다.



"모든 신은 죽었다. 이제 우리는 초인이 살아나기를 원한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위대한 정오에 이 말이 우리의 마지막 의지가 되기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p156





니체 철학의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주제가 긴밀하게 연결된 형태는 아니며 각기 다른 독립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순서대로 읽지 않고 하나씩 관심있는 주제를 읽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전체적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머리말, 책에서 다룬 내용을 다시금 복기하는 형태의 4부를 고려했을 때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다.



책을 읽다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사실 철학 전공자들에게도 높은 난도를 자랑하는 철학서로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와 같이 가볍게 철학이 궁금해 이 책을 펼친다면 당황함에 동공의 흔들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성경의 내용에 기반하고 있어 성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다면 그 숨은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당시의 시대는 기독교의 신에 대한 종교적 믿음이 강했기에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주장은 돌팔매질을 당할 기존 인식에 대한 도전이었다. 절대적 가치 기준이 무너지는 이야기를 하는 니체의 철학은 당시 센세이셔널 한 주장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언젠가 악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다. 그것은 인간을 향한 그의 사랑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신은 인간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죽었다."

p178


이 책에서 주창하는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적고 싶으나 사실 조심스럽다. 내가 이해한 바를 적기에는 내 지식이 부족하며 약 10일 정도 책을 읽는다고 해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 철학 전공자도 힘겨워 한다는데 고작 내가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신도 죽고 철학 전공자도 죽을 판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연 하나다. 초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한 경멸과 몰락을 경험한 뒤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비판을 통한 자기 극복이 성장을 가져오며 초인에 한 걸음 다가선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지식인이 많고 이 책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잘 설명한 내용을 찾아보길 권한다. 철학 초보자의 식견으로 니체의 첫인상이 마냥 기쁘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아직도 나는 니체의 철학에 목마른 상태다. 이 책을 정복하기 위한 배경 지식을 쌓고 다시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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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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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추리소설과 철학의 만남이 무언가 낯설게 느껴진다. 저자 백휴의 이력을 보면 왜 이 낯설게 느껴지는 조합이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서강대 철학과와 연세대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해 오랜 기간 철학을 진심으로 공부했다. 또한 추리소설을 쓰는 추리소설가이다.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 및 대상을 수설하고 평론을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추리소설과 철학은 저자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두 분야의 만남이며 저자 자체가 철학하는 추리소설가이기에 때문이다.

이따금 천재 탐정의 예리한 눈빛을 볼 때 허허벌판에 선 인간의 당혹감을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책을 읽다보면 참으로 놀랍다. 저자 백휴는 추리소설 광이라 칭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추리소설을 읽었음을 알 수 있다. 하긴 추리소설 평론가이니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직업인 셈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추리소설을 단순히 언급한 것만 추려도 상당하다. 12명의 추리소설 작가를 다루면서 작가의 소설들을 섭렵하지 않고서야 이런 내용을 다룰 수 없음을 책을 읽으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한 작가의 추리 소설들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고 분석해 철학적 관점과 결부시킨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기본 정서는 노스탤지어 nostalgia다. 누가 뭐래도 마음이 과거라는 콩밭에 가 있는 것이다. 노년의 인간에게 대부분 나타나는 보편적 정서지만 크리스트의 경우 개인에게 국한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중략) 그녀의 작품에서도 한없이 뒤를 돌아보는 듯한 만년의 쓸쓸한 모습이 드러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p50

애거사 크리스티, 참으로 유명한 고전 추리 소설의 대가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특히 유명한 듯 한데 아직 읽지 못했다. 그녀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챕터를 가장 먼저 펼쳐봤다.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비교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셜록 홈즈를 이해하기에 자연스럽게 미스 마플에 대해 그려졌고 더욱 그녀의 소설이 궁금해졌다. 도시를 누비는 셜록 홈즈와 대비되는 미스 마플의 정적이면서도 안분자족하고 싶은 마음을 볼 수 있다.

크리스티의 정신적 퇴행의 풍경을 감상한 어느 평자는 추리소설을 '도피문학'이라 규정했다. 도시적 디오니소스적인 힘을 표현한 모더니즘으로부터의 도피라는 것이다. (p51) 현대 예술이나 전통적인 규칙을 거부하고 새로운 표현 양식을 찾는다는 '도피문학'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디오니소스적인'은 그리스 신화의 술,미술,음악,춤,열정 등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 신과 관련된 것으로 '열정이 넘쳐나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모더니즘'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전통적 형식과 규칙을 거부하고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예술, 문학,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 운동이다.

개인적인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 문장을 읽자마자 온전히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문맥상으로는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으나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멈칫거리게 됨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강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지식이 풍부하다면 읽는데 큰 무리가 없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나처럼 멍한 당혹감을 맛볼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원본이 없는 곤혹스러운 형국이 아닌가. 가면 밑에 또 다른 가면이 숨어 있을 뿐이라면 범인을 찾아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하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성립할 것인가? (p53) 애거사 크리스티와 니체의 철학의 연결짓는 부분이다. 니체는 원본 따위의 세계란 없다고 주장했으며 애거사 크리스티의 <죽은 자의 어리석음>을 통해 가면 뒤에 감춰진 살인자의 본모습 역시 가면의 모습이라면 어찌할 것이냐는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가면이라고요?

사람의 얼굴은 결국 가면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밑에 숨어 있는 것은?

본바탕의 남자 또는 여자이겠지요.

-애거서 크리스티, 홍묘선 옮김, <슬름의 관>, 자유시대사 p63 -

p65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의 가장 중요한 축은 추리 소설의 작가와 작품에 흐름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소설과 결부지어 재가공하는 사유를 한 단계 발전 시켜 나간다. 작가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혹은 철학에 대해 애정이 없다면 결코 이런 내용이 나오기란 힘들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추리 소설 작가의 철학이 추리 소설 곳곳에 묻어 나오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러한 작가의 철학에 스미듯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일독으로 넘길 책은 아닌 듯 하다. 관심있는 작가에 대한 챕터를 한 번 읽고 책에서 언급하는 책을 거꾸로 찾아 보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의 내용을 읽으면 좀 더 새롭게 다가올 것임이 자명하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며 책에서 언급하는 추리 소설을 완파하고 다시 접했을 때 비로소 작가 백휴와 말을 섞을 수 있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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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 (국내 유일 단권 완역본) - 여러 국가의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탐구 현대지성 클래식 53
애덤 스미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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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53』

국부론

여러 국가의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탐구

"애덤 스미스 / 이종인 옮김"

원전 무삭제 완역 통합본 (총 1120페이지)

경제학 경제고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불멸의 고전으로 경제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일론 머스크가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 극찬하고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은 애덤 스미스에게서 나왔다니 돈에 관심이 있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돈냄새가 풍기는 <국부론>을 펼쳐야 할 것만 같다.

방대한 분량의 1120페이지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무삭제 완역 통합본이기에 애덤 스미스가 전하는 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물론 분량때문에 완독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우리가 갈망하는 지식의 욕망을 자극한다.

현대지성 클래식의 고전들은 술술 읽히는 번역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른 출판사의 몇몇 국부론 책을 펼쳐서 번역 스타일만 살펴봤는데 확실히 현대지성 클래식의 <국부론>이 추천할만한 읽기 편한 번역이다. 경제학의 기초를 알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책이며 그에 따라 쉬운 방향으로 새롭게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소제목을 추가해 글의 전반적인 내용 이해를 돕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

<국부론>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의 간략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 1권은 노동생산력의 향상과 부의 분배 (노동 분업, 분업 원리, 화폐 기원과 용도, 상품의 가격, 노동 임금, 자본 이윤, 토지의 지대..)

  • 2권은 자본의 성격 (재고, 자본 축적, 이자...)

  • 3권은 각 나라의 특정 산업 장려 역사( 국부의 증진, 고대 유럽의 예, 도시 등장, 도시 상업 국가 발전 기여...)

  • 4권은 특적 산업 장려에 대한 각기 다른 이론들 : 정치 경제학 (중상주의, 무역, 세금 환급, 장려금, 통상 조약, 식민지, 중농주의...)

  • 5권은 군주 혹은 공화국의 수입에 대해 (국방비, 사법비, 공공 비용, 공적 수입의 우너천, 세금, 공채...)

국부론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 정리

노동 분업의 효율성은 작은 하나의 핀을 제작하는 예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수의 인원이라도 분업을 통해 작업량이 크게 늘어난다. 각자 맡은 업무의 숙련도 향상, 시간 절약, 기계의 발명은 노동력 증가의 3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간의 교환 성향은 직업 구분의 기반이 되었다. 각기 다른 재능을 발휘해 제작된 물건을 서로 물물 교환을 하면 결국 서로 원하는 바를 얻게 된다. 교환을 위해서 화폐가 등장했고 각 물건의 가격을 결정하여 거래가 이루어졌다.

재고(자산 or 자본)은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으로 구분된다. 고정자본은 건물, 토지 개량, 노동 능력, 노동 도구 를 가리킨다. 유동자본은 돈, 식료품, 원료, 완제품 등을 가리킨다. 제품을 판매해 즉각적 소비를 위한 재고(재화) 축적한다. 근면보다는 절약이 자본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다. (p362) 개인의 저축과 선행은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원동력이다.

자본의 투자는 안정성이 높은 토지 개량과 경작에 먼저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부가 증진된다고 본다. 로마제국 멸망 후, 토지가 권력과 보호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대지를 상속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대지주는 토지를 개량하기 보다 더욱 토지를 늘리는데 관심이 많았고 농업은 낙후되었다. 상업 및 제조업 도시 증가는 거대 시장을 제공함과 토지 개량 투자로 인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또한 치안 질서와 자율 행정 도입으로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한다.

정치경제학은 국민이 자기 힘으로 수입 및 생계수단을 마련하게 하는 학문이다. 또한 국가 공공 서비스 시행으로 국민과 군주 둘 다 부유하게 하는데 의의를 가진다. 정치경제학의 일대 목표는 국내 소비를 위한 해외 소비재 수입을 가능한 억제하고 국내 산업 생산물을 가능한 한 많이 수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두 엔진은 수입 억제와 수출 장려에 있다. (p473) 부의 원천은 금은이 아닌, 한 나라의 노동과 천연 자원에서의 생산물이 곧 국가의 부이다. 스미스는 단지 금은을 많이 획득에 집중해 국부 증진시킨다는 중상주의 이론을 경계한다.

국가의 군사력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며 전쟁 기술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부유하고 문명화된 나라가 빈곤하고 야만스런 나라보다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는데는 무기 발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지키고 행정을 뒷받침하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기여해 지급해야 합리적이다.


자유와 사랑을 강조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국부론>은 종합 인문서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 철학, 종교, 역사, 정치까지 아우르고 있다. 경제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 및 사회적 유기적 연결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만 경제학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부론>은 사실 경제학의 포문을 여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옮긴이 이종인 해제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이나 맬서스의 <인구론>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 관심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또한 현 시대의 시장 불균형 이론에 대한 설명과 대처 방안에 대해 다루는 "케인스 경제학"에도 관심이 생긴다.

지식에 눈을 뜨는 재미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같은 책이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비교적 쉬운 용어들이 사용되어 번역된 책이라 읽는데 크게 부담 스럽진 않았다. 물론 상당한 두께의 책이 나를 압도하기에 완독의 부담은 상당했다. 또한 역사적 배경 지식이나 철학 및 경제 서적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기에 모든 내용을 온전히 받아 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학창시절에는 시험에 쫓겨 읽을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이런 책을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목마른 지식을 쌓는 느낌으로 책을 넘겨가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를 연결지어 숙고해 볼 수도 있고,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과의 이론적 연결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기에 조금씩 세상에 눈을 뜨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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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더존스 -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
염운옥 외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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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더존스

"In the other zones"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


  • Lecture 1 인종, 그리고 인종차별 : 염운옥 (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Lecture 2 다양성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까 :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Lecture 3 다양성과 공감, 그리고 행복 : 장대익 (가천대학교 창업대학 석좌교수)

  • Lecture 4 미디어는 어떻게 다양성을 저해하는가 : 민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 Lecture 5 신은 왜 인간에게 혐오를 가르쳤나 : 김학철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 Talk 1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와 낙인 :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 + 염운옥

  • Talk 2 생존의 필수 조건 ; 다양성 : 장대익 + 조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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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다양성과 차별이라는 주제로 6명의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니 내 스스로가 가진 고정관념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고, 결코 다양성과 관련해 내 자신이 깨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복합적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교수님들이 정리한 내용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했다.

<인디아더존스>와 같은 책이 중고등학생 혹은 대학생 필독서로 선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과 차별이 만연한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가 읽어야 하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잘파세대(Z세대와 α세대 두 글자를 합쳐 '잘파세대'라고 부른다)가 주력이 되는 세상이 머지 않아 다가올 것이다. 잘파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다양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대일텐데 그들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와는 다른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선진 마인드가 장착되었으면 한다.



한국인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 즉 자신이 인종차별의 피해자일 때와 가해자일 때의 반응이 너무 다르다는 비판도 들려온다. 자신이 피해자일 때는 상대방의 부당한 대우에 강하게 반발하며 고발을 서슴지 않다가 자신이 가해자일 때는 그것이 왜 인종차별인지 진지하게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는 거이다. 이는 명백히 이중잣대다.

p58

'다문화' 단어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우리 자신도 모르게 자리잡았다.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는 사실 다양한 문화라는 포용과 긍정의 뜻이 담겨 있으나 실제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는 다문화라는 단어는 마음 속 깊이 부정과 거리감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 스스로도 몰랐던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이미 자리잡아 버린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마인드가 있음에 반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지병으로 숨진 이주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들은 나와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그들과는 다르기에 그런 대우가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고 '비닐 하우스에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인종차별에 대한 이중잣대가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며 스스로를 반성한다. 그들의 삶을 나 혹은 나의 가족들와 같이 동일시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향후 펼쳐질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넉넉히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자기 안의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변화해갈 수 있는가에 개인과 우리 공동체, 그리고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p102

인구 절벽의 위기에 다다른 대한민국은 초유의 초저출산율로 인해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 점차 노동 인력은 감소하고 수도권 집중은 심해지며 제조업 인력난은 심해진다. 조영태 교수는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 자체가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조업보다는 고도의 과학기술력과 창조성을 무기로 하는 산업 경제 구조로 발돋움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주역이 될 잘파세대는 글로벌 마인드가 갖춰진 세대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양성으로 무장된 잘파세대가 이루는 새로운 세상이 기대된다.

미디어, 그중에서도 특히 뉴스 미디어는 다양한 의견을 매개하고 중재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뉴스는 공동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중략) 갈등 이슈 보도는 복합적인 관점을 전달해야 한다. 예컨대 언론 보도가 보수냐 진보냐 식의 이분법으로만 논쟁을 단순화한다면 (중략)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고 반목 정서가 조성될 위험성이 있다.

p168

미디어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범죄가 유난히 많이 보도된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외국인들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우범자'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미디어의 외국인 범죄의 노출로 인해 부정적 고정관념이 자리 잡는다. 코로나 초기 미디어는 이태원 게이 클럽이 코로나 전파의 온상이라며 자극적 보도를 했다. 미디어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다양성을 저해시키는 갈등을 조장한다.

알고리즘의 편향의 굴레에서 갖혀 있는 자신을 자각해야 한다. 이용자의 좋아하는 정보들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우리는 알고리즘이 이끄는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이는 한쪽으로 치우진 정보들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는 정보의 편향성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자각하고 비판 의식을 키워야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싫어합니다. 이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배우는 일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중략) 우리가 인간 사회를 어떻게 형성하고 조직하는지, 그리고 문화의 힘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공감 교육, 다양성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데요. (중략) 이런 교육이 자기에게 확실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대중은 자발적으로 교육받을 거라고 봅니다.

p283

대화 형태로 이루어진 두 교수님의 질문답은 앞서 lecture에서 다룬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금 정리하는 느낌으로 다뤄지고 있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인간은 다양성을 싫어하는 본능이 있고 교육을 통해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나도 모르게 생겨난 고정관념들은 교육을 통해 인식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히 공감하는 부분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이 깨어있는 선진 시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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