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갓난아기를 둘러싼 이런 논란은 낯선 일이 아니다. 2014년 한 유명 IT 기업의 대표가 신칸센에서 우는 아기를 가리켜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아기에게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는부모에게 화가 난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같은해 3월에는 베이비시터에게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맡겼다가 아기가 숨진 사건에 대해 전직 국회의원이 "모르는 사람에게 아기를 맡기는 것은 안이한 데다 개념 없는 짓"이라며 아기의 엄마를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뒤의 ‘민폐‘ 관련 챕터에서 소개하겠지만, 지하철에서 한 60대 노인이 통행에 방해된다며 유모차에 탄 갓난아기를 폭행해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모든 논란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비난의 화살이 부모, 더 정확히 말해 엄마에게 향한다는 점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민폐 끼치는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의 사정을 우선시하는 엄마에게 끌려 다니다가 함께 욕먹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P190

학자들은 일본 사회에는 육아의 책임을 엄마에게 떠넘기는 일종의 모성 신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엄마 혼자 무한 책임을 지고 비난받는 이른바 ‘독박 육아‘의 전형이다. 《엄마 역시 인간》(국내 미출간)의 저자 다부사 에이코는 일본의 아이 엄마들을 ‘마리오네트‘ 인형에 비유했다. 출산과 동시에 갓난아기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욕망도 생각도 개성도 없는 무기질의 생물로 간주된다. 인내하고 견디는 것이 ‘좋은 엄마‘의 이상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고 포기해야 한다. 인권의 문제다"라고 비판한다. 우리 사회에도 그러한 인식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훨씬 단단하고 뿌리 깊다는 느낌이다. - P191

도쿄의 경우 62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약 70%에서 보육원 소음민원이 접수됐다. 최근 도쿄도는 보육원과 주민 간 갈등이 심해지자 주택지 소음 기준을 보육원과 유치원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조례를 개정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맞추려면 아이들을 실내에 꽁꽁 가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고령자, 특히 여성이 많은데 이들은 ‘평온히 생활할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 P194

마마토모가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마마토모 간 갈등 때문에 살인 사건까지 벌어지면서였다. ‘분쿄구 여아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유치원에서 놀고 있던 여자아이가 납치된 뒤 살해 암매장됐는데, 피해 아동 엄마의 마마토모가 범인으로 밝혀졌다. 가해자는 자신의 아들이 유치원 입학시험에 떨어진 반면 피해자의 아들이 합격하자, 질투심에 그 동생인 여자아이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언론이 사건을 파고들었더니, 단순한 질투뿐 아니라 마마토모 간 알력, 배신 등 복잡한 갈등이 깊게 깔려 있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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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는 한국인은 사과할 때 일본인보다 말이 50% 정도 더 많으며, 이유를 많이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아의 연구에서도 한국인은 사과할 때 일본인보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변명하는 경향이 강했다.
학계에선 한국인의 사과 유형을 ‘문제 해결 중시형‘, 일본인을 ‘인간관계 중시형‘으로 분류한다. - P173

언어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거절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인은 거절할 때 솔직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데 비해, 일본인은 애매하게 말하고 일단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한 한일 연구에서 솔직하게 거절하는 비율은 일본이 25%로, 한국 50%의 절반에 그쳤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다음 기회‘로 일단 미루겠다는 일본인이 8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 P175

이데 리사코 교수는 일본인은 과거의 일을 계속 환기시키며 반복적으로 인사한다면서 일본의 유형을 ‘반복 확인형‘으로, 한 번만 말하는 한국을 ‘1회 완결형‘으로 구분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무척 중요하다. 일본인과의 소통에서 큰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감사할 일이건 사과할 일이건 과거에 대해 한 번만 언급하면 충분하다고 보지만, 일본인은 그럴 경우 무척 섭섭해한다. - P182

한국어와 일본어는 흔히 ‘고맥락 언어‘로 분류된다. 맥락에 따라 의미의 변화가 심해, 겉으로 드러난 뜻보다 숨은 뜻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은 언어라는 뜻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범위를 좁히면 일본어가 훨씬 더 맥락에 의존한다. 한국인은 솔직하게, 일본어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한국어는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어는 듣는 사람이 잘 들어야 한다. 우회적으로 말한 사람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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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신뢰가 돈독한 사회일까? 일본의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야마기시 토시오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본은 ‘안심할 수 있는 사회‘이지 ‘신뢰가 높은 사회‘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안심‘을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며 신뢰와 구분한다. - P145

심지어 집단 안정을 위해 선의의 행동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을 벌하는 사회‘인 셈이다. 사회심리학자 고마쓰 미즈호 등은 일본 대학생들이 집단에 가장 헌신적인 사람들, 이른바 ‘과대 협력자‘에게 의외로 호감도가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동 과제를 수행하는 실험에서, 일본인들은 더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 평균 정도로 일한 사람에게 더 큰 호감을 보였다. 반면 캐나다 학생들은 ‘당연히‘ 집단 기여도가 높은 사람을 더 좋게 평가했다. - P148

일본인은 갈등을 극단적으로 피한다. 여러 심리학 연구에서, 일본인은 갈등이 빚어졌을 경우 자기주장이나 대결보다는 회피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회피가 아닌 대결과 주장의 방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 가족 간 갈등이다. 가족 관계는 다른 관계와 달리 유대가 워낙 공고하기 때문에, 관계가 붕괴될 위험이 낮고 심각하게 배척당할 우려도 적어서다. 일본인들은 독설을 퍼붓는 개그맨이나 정치인에게 열광한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평소 꾹 참아 둔 말을 대신 해 주는 그들에게서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 P150

특히 운동경기에서 이 표현이 쓰일 때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유명 야구 선수가 ‘친정 팀‘이나 옛 스승의 팀을 만나서 잘했을 때도 온가에시라고 표현한다. 스승의 은혜를 갚았다는 의미로, 일종의 청출어람인 셈이다.
특히 스모 중계에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예전에 가르침을 준 스모 선수를 이기고 올라갈 때 보은을 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햇병아리일 때 자신의 성장을 도와준 스승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제대로 대갚음을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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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나에게 말하길, 요즘 들어 꿈에서 자꾸 누가 돌아가라고 한다고 했다. 바로 엊그제에도 마을 사람 하나가 전하길, 우리 밭에 풀이 무성하니 자식들 데리고 돌아가 김을 매라고 했다는 거다. 아버지는 그 사람에게 우리 밭은 다른 사람이 농사지은 지 한참 됐다고, 우리는 일찌감치 성안으로 이사 와서 농사를 안 짓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땅은 쭉 너희 집에 남아 있잖아. 그건 너희 밭이야. 달아날 생각 말라고.
깨어날 때마다 아버지는 한참을 망연히 앉아 있었다. - P504

모름지기 농민은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다면, 가난하고 초라하게 살아갈지언정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고 싶어하지 않는다. 집안을 일으키는 어려움을, 거친 땅과 집을 버리는 괴로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 P506

가정이나 사회에서 스스로를 지나치게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되면, 내가 떠나는 것은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까지 이르는 것은 좋지 않다. - P513

땅에서 내가 가진 것은 머지않아 황폐하게 버려질 집 하나뿐이다.
하늘에는 벽돌 한 장, 기와 한 장도 없다. 사방을 떠도는 혼백이 될 운명인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너ㅡ황사랑뿐이다. 그곳이 유일한 목적지이자 돌아갈 곳이다. -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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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뿌리 하나가 땅속 깊이 박히면 몸통의 튼튼한 가지도 하늘 높이 뻗기 시작한다. 가장 높은 곳과 가장 깊은 곳에서 그들은 서로 만난다. - P455

한 가지 사물의 문은 사람에게 한 번씩만 열리는 모양이다. 그 문으로 들어가본 사람은 그 사물의 진상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 된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그 사물을 알 수 있다. 진짜 모습은 전해질 길이 없다. 전언자를 통해서 보는 것은 그저 전언일 뿐이다. 그것은 이미 다른 사물이다.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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