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 정도다. 일본과 우리는 이력서에도 혈액형 기재란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외국은 본인의 혈액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수혈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 반문하겠지만, 응급 상황 시 혈액형을 바로 체크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대만이 갖고있는 혈액형에 대한 고정관념은 일본이 ‘원조‘다. - P227

최신 혈액형 연구는 혈액형에 대한 고정관념이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일본 사회에 혈액형 성격론이 자리 잡은 이유로 ‘믿는 사람이 믿지 않는 사람보다 이득이 더 많기 때문‘임을 보여 준다. 혈액형은 재미 삼아 이야기하거나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기에 좋은 소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혈액형 성격론을 적당히 믿는 사람들에 대해 ‘똑똑하지는 않지만 인간성은 좋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혈액형 성격론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능력은 있지만 거리감이 있다‘고 느꼈다. 혈액형에 대해 가볍게 농담을 나누는데 정색하며 분위기를 깨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 P234

일본 학자들은 일본인이 추구하는 행복은 ‘다다익선‘식이 아니라 ‘균형을 지향하는‘ 행복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인은 부족함을 알면서도 일정 정도가 충족되면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100점 만점으로 치면 가장 이상적인 행복 점수는 70점 정도라는 것이다.
일본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균형적인 행복‘이란 무엇일까?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다. 즉 인생에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기에, 긍정적인 일과 부정적인 일이 조화를 이룰 때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 P240

<한국일보>의 조사에서 한일 통틀어 일본의 20대는 가장 행복하지 않은 세대였다. 행복도가 10점 만점에 5.2점으로 일본의 전 세대중 최하위였다. 한국 20대의 6.3 점보다도 현저히 낮았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의 여파를 가장 먼저 꼽는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고, 달관 세대가 됐다고 우려한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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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아보니 휠체어에 대해선 일본이 시설과 인식 면에서 모두 선진국다웠다. 우리의 열악한 환경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관대한 시선과는 대조적으로 유모차에 대해선 우리 사회보다도 훨씬 냉랭한 것으로 각종 조사에서 나타났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3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6개국의 유모차 이용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혼잡할 때 유모차를 접지 않고 타는 승객이 있으면 불쾌하다‘는 대답이 한국은 8%인 데 비해, 일본은42%에 달했다. ‘유모차 승하차 시 주변 승객의 양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엄마의 비율도 한국은 53%였지만 일본은 13%에 그쳤다. - P214

‘유모차 = 민폐‘라는 일본인의 인식을 볼 수 있는 조사가 있다. 일본민영철도협회는 해마다 ‘전철 내 민폐 행위‘ 순위를 홈페이지에 발표한다. 이런 순위를 집계한다는 것 자체로 일본인들이 얼마나 민폐에 민감한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유모차 접지 않고 승차하기‘는 당당히 7위에 올라 있다. 8위의 쓰레기 방치, 10위인 음주 후 승차하기보다도 높다. 경멸과 혐오의 느낌마저 난다. 실제 일본 엄마들은 유모차를 탄 아이와 자신을 죄인 취급한다고 호소한다. - P215

전철 내 민폐 행동에 대한 일본인의 평가 기준을 분석했더니, 일본인들은 공간 침해 행위가 가장 질이 나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유모차 승차‘ 역시 새치기와 ‘쩍벌남‘ 문 주변에 쭈그려 앉기와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악질‘로 말이다. 한 칼럼니스트는 "일본 사회는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불편을 주는 것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엄격한 사회"라고 진단한다. - P216

민폐는 자의적 개념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선악을 판단하는 절대적 도덕 기준처럼 쓰일 때가 적지 않다. 일본인들이 남을 공격할 때 자신들의 정의를 주장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민폐‘를 사용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특히 자신은 규칙을 엄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일수록 상대방에게 ‘악인‘의 낙인을 마구 찍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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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갓난아기를 둘러싼 이런 논란은 낯선 일이 아니다. 2014년 한 유명 IT 기업의 대표가 신칸센에서 우는 아기를 가리켜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아기에게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는부모에게 화가 난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같은해 3월에는 베이비시터에게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맡겼다가 아기가 숨진 사건에 대해 전직 국회의원이 "모르는 사람에게 아기를 맡기는 것은 안이한 데다 개념 없는 짓"이라며 아기의 엄마를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뒤의 ‘민폐‘ 관련 챕터에서 소개하겠지만, 지하철에서 한 60대 노인이 통행에 방해된다며 유모차에 탄 갓난아기를 폭행해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모든 논란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비난의 화살이 부모, 더 정확히 말해 엄마에게 향한다는 점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민폐 끼치는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의 사정을 우선시하는 엄마에게 끌려 다니다가 함께 욕먹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P190

학자들은 일본 사회에는 육아의 책임을 엄마에게 떠넘기는 일종의 모성 신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엄마 혼자 무한 책임을 지고 비난받는 이른바 ‘독박 육아‘의 전형이다. 《엄마 역시 인간》(국내 미출간)의 저자 다부사 에이코는 일본의 아이 엄마들을 ‘마리오네트‘ 인형에 비유했다. 출산과 동시에 갓난아기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욕망도 생각도 개성도 없는 무기질의 생물로 간주된다. 인내하고 견디는 것이 ‘좋은 엄마‘의 이상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고 포기해야 한다. 인권의 문제다"라고 비판한다. 우리 사회에도 그러한 인식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훨씬 단단하고 뿌리 깊다는 느낌이다. - P191

도쿄의 경우 62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약 70%에서 보육원 소음민원이 접수됐다. 최근 도쿄도는 보육원과 주민 간 갈등이 심해지자 주택지 소음 기준을 보육원과 유치원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조례를 개정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맞추려면 아이들을 실내에 꽁꽁 가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고령자, 특히 여성이 많은데 이들은 ‘평온히 생활할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 P194

마마토모가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마마토모 간 갈등 때문에 살인 사건까지 벌어지면서였다. ‘분쿄구 여아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유치원에서 놀고 있던 여자아이가 납치된 뒤 살해 암매장됐는데, 피해 아동 엄마의 마마토모가 범인으로 밝혀졌다. 가해자는 자신의 아들이 유치원 입학시험에 떨어진 반면 피해자의 아들이 합격하자, 질투심에 그 동생인 여자아이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언론이 사건을 파고들었더니, 단순한 질투뿐 아니라 마마토모 간 알력, 배신 등 복잡한 갈등이 깊게 깔려 있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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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는 한국인은 사과할 때 일본인보다 말이 50% 정도 더 많으며, 이유를 많이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아의 연구에서도 한국인은 사과할 때 일본인보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변명하는 경향이 강했다.
학계에선 한국인의 사과 유형을 ‘문제 해결 중시형‘, 일본인을 ‘인간관계 중시형‘으로 분류한다. - P173

언어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거절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인은 거절할 때 솔직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데 비해, 일본인은 애매하게 말하고 일단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한 한일 연구에서 솔직하게 거절하는 비율은 일본이 25%로, 한국 50%의 절반에 그쳤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다음 기회‘로 일단 미루겠다는 일본인이 8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 P175

이데 리사코 교수는 일본인은 과거의 일을 계속 환기시키며 반복적으로 인사한다면서 일본의 유형을 ‘반복 확인형‘으로, 한 번만 말하는 한국을 ‘1회 완결형‘으로 구분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무척 중요하다. 일본인과의 소통에서 큰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감사할 일이건 사과할 일이건 과거에 대해 한 번만 언급하면 충분하다고 보지만, 일본인은 그럴 경우 무척 섭섭해한다. - P182

한국어와 일본어는 흔히 ‘고맥락 언어‘로 분류된다. 맥락에 따라 의미의 변화가 심해, 겉으로 드러난 뜻보다 숨은 뜻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은 언어라는 뜻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범위를 좁히면 일본어가 훨씬 더 맥락에 의존한다. 한국인은 솔직하게, 일본어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한국어는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본어는 듣는 사람이 잘 들어야 한다. 우회적으로 말한 사람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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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신뢰가 돈독한 사회일까? 일본의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야마기시 토시오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본은 ‘안심할 수 있는 사회‘이지 ‘신뢰가 높은 사회‘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안심‘을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며 신뢰와 구분한다. - P145

심지어 집단 안정을 위해 선의의 행동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을 벌하는 사회‘인 셈이다. 사회심리학자 고마쓰 미즈호 등은 일본 대학생들이 집단에 가장 헌신적인 사람들, 이른바 ‘과대 협력자‘에게 의외로 호감도가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동 과제를 수행하는 실험에서, 일본인들은 더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 평균 정도로 일한 사람에게 더 큰 호감을 보였다. 반면 캐나다 학생들은 ‘당연히‘ 집단 기여도가 높은 사람을 더 좋게 평가했다. - P148

일본인은 갈등을 극단적으로 피한다. 여러 심리학 연구에서, 일본인은 갈등이 빚어졌을 경우 자기주장이나 대결보다는 회피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회피가 아닌 대결과 주장의 방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 가족 간 갈등이다. 가족 관계는 다른 관계와 달리 유대가 워낙 공고하기 때문에, 관계가 붕괴될 위험이 낮고 심각하게 배척당할 우려도 적어서다. 일본인들은 독설을 퍼붓는 개그맨이나 정치인에게 열광한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평소 꾹 참아 둔 말을 대신 해 주는 그들에게서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 P150

특히 운동경기에서 이 표현이 쓰일 때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유명 야구 선수가 ‘친정 팀‘이나 옛 스승의 팀을 만나서 잘했을 때도 온가에시라고 표현한다. 스승의 은혜를 갚았다는 의미로, 일종의 청출어람인 셈이다.
특히 스모 중계에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예전에 가르침을 준 스모 선수를 이기고 올라갈 때 보은을 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햇병아리일 때 자신의 성장을 도와준 스승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제대로 대갚음을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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