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애국을 주창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런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해외로 도피하지 않은 것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들, 우리 가족들을 버리고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온갖 치욕을 당하고 있는 힘없는 조국이었지만, 조국을 떠나 남의 나라의 눈치를 보며 사는 하등 국민이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조국의 문화, 조국의 문자, 조국의 언어를 사랑하는 문화인이다. 우리는 강하고 자랑스러운 중국인으로서 살기를 바랐다. 결코 외국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 P213
그 후 국가 지도자의 호소로 명방운동이 시작되었다. 중수는 중난하이에 직접 가서 마오 주석의 강화를 들었는데, ‘뱀을 굴에서 나오게 하려는 유인책‘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진심 어린 강화였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후에 여러 기록과 논설을 보고 나서야 그것이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계략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정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골이 송연해졌다. - P241
시간은 곧 생명인데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생명 같은 시간을 팔아 목숨을 이어가던 시대였다. - P246
8월 한 달 동안 나와 중수는 차례로 혁명 군중에게 ‘적발‘되었다. 우리는 처단해야 할 ‘악귀‘가 되었다. 아위안은 급히 집으로 와서 우리가 잘 있는지 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위안 자신도 혁명군중의 한 사람이었고 집으로 가려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혁명 군중들의 앞을 지나쳐와야 했다. 아위안은 먼저 대자보 하나를 써서 악귀가 된 부모와 뚜렷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건물 벽에 대자보를 붙이고 나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방금 대자보를 붙여서 우리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고 말해 주었다. 아위안은 ‘사상적으로만 선을 그었다‘고 강조한 후에 한 마디 말도 없이 내 옆에 바짝 다가와 앉았다. - P256
중수는 한직으로 내쫓겼고 그의 학문까지 냉대를 받고 있었다. 중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유명해지는 것은 바로 나를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야. 우리는 서로 깊게 이해하기를 바랐다. 유명해지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 P281
책을 읽을 때는 책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가지고 품평을 한다. 하지만 밧줄을 사용할 때는 제일 약한 부분을 보고 얼마나 튼튼한지 가늠한다. 한직으로 내쫓긴 공붓벌레는 사람을 대할 때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사람을 읽는다. 하지만 정치가 혹은 기업가 같은 사람들은 사람을 대할 때 아마도 사용할 밧줄처럼 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P288
소설이나 동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그 후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결말은 이 세상에 없다. 이 세상에 순수한 행복은 없다. 행복에는 늘 근심과 걱정이 끼어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도 없다. 우리는 평생 순탄치 않은 길을 힘겹게 걷는다. 그리고 그 인생이 다 저물어 갈 무렵에야 편안하게 쉴 곳에 다다른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늙고 병든 몸이 우리를 인생의 가장자리 끝으로 밀어낸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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