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쇼팽 : 12 연습곡 Op.10 & 25
Decca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이 음반을 듣는다.
쇼팽은 역시, 언제나, 아쉬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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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車書 2016-12-02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쉬케나지는 쇼팽을 담백하게 연주하지 않나요, 제 생각에요. 세류 님은 아쉬케나지를 좋아하시는군요. ^^

세류 2016-12-03 09:03   좋아요 1 | URL
네, 담백하고 물 흐르듯 매끄러워서 정석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쇼팽 음반은 거의 무조건 아쉬케나지부터 삽니다!^^
 
















나는 이 책을 어제 저녁에 이북으로 구매했다. 사실 이 책이 막 출판되어 화제가 되었을 당시부터 이 책을 알고는 있었고, 그 당시에는 분명히 무슨 이유에서든 당장 구매하지는 않기로 결정했었다. 그런 후 몇 년 동안 계속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제 저녁에 출판사의 책 소개 포스트를 읽고서 뭔가에 홀린 듯이 주문해 버렸다.

출퇴근길에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읽기 위해 일부러 이북으로 주문했는데, 일단 읽기 시작하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서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후까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끝까지 다 읽었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강렬하다. 발단은 이렇다. 주인공이자 1인칭 화자인 마커스 골드먼은 젊은 나이에 첫 작품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첫 책을 출판한 후 1년 반이 지나도록 다음 작품을 시작하지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글을 단 한 줄도 쓸 수 없어 고민하던 그는 대학 시절의 은사이자 멘토이며 또한 친구인, 위대한 작가 해리 쿼버트에게 연락한다. 해리는 절망에 빠진 마커스를 위로하며, 한적한 시골 마을인 오로라에 있는 자신의 집에 와서 글을 써 보라고 권한다.

마커스는 해리의 권유를 받아들여 해리의 집으로 간다. 그는 글을 시작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오로라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커스는 해리의 서재를 뒤지다가 발견한 사진과 편지를 보고 자신의 스승인 해리가 34세 때에 15살짜리 어린 소녀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리는 마커스의 행동에 화를 내지만, 곧 자신이 '놀라 켈러건'이라는 열다섯 살 소녀와 사랑에 빠졌던 것을 시인하고, 놀라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채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마커스는 해리의 집을 뒤로 하고 뉴욕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후, 해리의 집 정원에서 실종된 줄 알았던 놀라 켈러건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녀는 33년 전, 열다섯 살의 나이에 실종된 직후 살해당해 그곳에 매장당한 것이다. 놀라의 시신 옆에는 그녀의 소유인 가방이 놓여 있었고, 가방 속에는 해리가 위대한 작가가 되도록 만들어 준 작품인 '악의 기원'의 원고가 들어 있었다. 해리는 당연한 수순으로 제1용의자로 지목되어 체포당하고, 이 소식을 들은 마커스는 해리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당장 오로라로 돌아간다.



34세의 남자가 15살짜리 소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롤리타'를 연상시킨다. 이 점이 애초에 내가 출판사의 책 소개 포스트의 제목을 봤을 때 당연히 롤리타에 관한 소개겠거니 생각하며 클릭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 사이의 연인 관계는 이 이야기의 본질이 아니다. 심지어, 이런 소재는 독자들의 눈을,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눈을 가리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이야기의 본질은 훨씬 더 복잡하고, 심오하며, 추악하고, 또한 슬픔에 차 있다.

마을의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아름답고 순진한 소녀였고, 비밀스러운 사랑의 주인공이었던 놀라는 사실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와 사랑에 빠져 있었던 해리조차도 놀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했다. 놀라에게는 어두운 비밀이 있었다. 놀라의 가족에게도 거대한 비밀이 있었다. 놀라의 실종과 살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이들은 전부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 비밀들은 모든 것이 명료하고 단순한 듯 보이는 시골 마을의 모습만 보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비밀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이다.



위대한 작가 해리는 작가 지망생이었던 당시의 마커스에게 이런 가르침을 준다.


"책은 단어들과 관계를 맺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그건 옳지 않네. 책은 사람들과의 관계야."


나는 이 말이 이 책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사건을 만들어내고, 그 배후의 비밀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부 사람들 사이의 '관계'다. 가장 큰 사건인 놀라의 실종과 살해는 언뜻 보기에는 단순해 보인다. 어린 소녀였던 놀라는 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한 상대와 사랑에 빠졌고, 실종된 지 33년이 지난 어느 날 바로 그 남자의 집 정원에서 발견되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치정살인으로 보이고, 경찰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놀라의 사망사건 뒤에는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비밀들이 감춰져 있다. 오래되고 계획적이며 집요한 비밀도 있으며, 우연하고 우발적인 비밀도 있다. 이 모든 비밀은 해리가 집필을 위해 오로라로 온 후로 그를 둘러싸고 변화하기 시작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해리와 놀라와의 관계, 놀라를 사랑했던 이들과 놀라와의 관계, 해리와 다른 사람들간의 관계, 그리고 해리로 인해 변화한 마을 사람들 서로간의 관계가 조금씩 쌓아올려져 결국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죽임당하고, 그녀를 도우려 했던 목격자까지도 살해당하는 대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살인사건의 경과에 대해서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마커스가 작가적 근성을 발휘해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는 데에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경찰이 출동해야 하는 가장 큰 사건이래봐야 교통사고 정도인 시골 마을 오로라에 어느 날 갑자기 한 작가가 찾아왔다. 뉴욕에서도 유명한 작가라는 해리의 출현은 온 마을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무조건적으로 추앙했고, 해리의 책은 마을의 도서관과 학교에 비치되었다. 그가 자주 식사를 하러 간 카페에는 그의 지정석이 생겼고, 그 테이블에는 "해리 쿼버트가 이 자리에서 <악의 기원>을 썼습니다"라고 새겨진 동판이 붙어 있다. 그는 온 마을 사람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고, 딸 가진 부모의 눈에는 완벽한 사윗감으로 비춰졌으며, 나이가 찬 처녀들에게 있어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을의 화제를 몰고 다녔다.


해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마을의 카페에서 일하는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는 해리를 마음에 품었다. 그 카페의 주인인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딸을 격려하고 부추기며, 딸이 그 남자를 꼭 잡기를 바랐다. 그러나 해리는 뜻밖에도 열다섯 살짜리 어린 소녀와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고 지워 버리려 애쓰며, 그러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카페의 아가씨와 데이트를 한다. 카페 아가씨를 사랑한 탓에 출세길도 마다하고 작은 마을에 남은 그녀의 동창생인 경찰관은 다른 남자에게 온통 정신이 팔린 그녀를 보며 괴로워한다. 한편 놀라는 자신을 두고 아름다운 카페 아가씨를 만나는 해리를 보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하고, 해리도 마찬가지로 괴로워한다. 그들은 결국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에 빠져 서로만을 바라보며 바깥 세상을 잊어가는 사이, 누군가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그들을 몰래 훔쳐본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점점 복잡하게 변화해 간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들이 얼키고 설킨 끝에 결국 놀라는 살해당하게 된다.

이 모든 관계들은 인물들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랑'과 직결되어 있다. 해리의 놀라에 대한 사랑, 놀라의 해리에 대한 사랑, 또다른 누군가의 놀라에 대한 사랑, 제니의 사랑, 트래버스의 사랑... 사랑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하지만, 또한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짓을 하게도 한다. 이 이야기에는 사랑에서 비롯된 양 극단의 행동이 모두 들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의 근원은 결국 '관계'다.



오로라에서 생활하는 해리를 둘러싼 관계 외에도, 이 책을 훨씬 더 흥미롭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주인공인 마커스와 해리와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이 두 사람이 모두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커스는 대학에 다닐 때 그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해리를 처음 만났다. 해리는 이미 유명한 작가였고, 마커스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마커스는 어떻게든 해리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해리는 마커스를 제자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어쩌면 아들처럼 아끼며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 준다. 결국 마커스는 작가가 되어 첫 번째 책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지만, 두 번째 작품을 좀처럼 시작하지 못해 좌절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해리는 다시 한 번 그의 힘이 되어 주고,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해리와 마커스의 관계는 특별하다. 둘은 서로에게 있어 대체 불가능한, 단 하나뿐인 존재이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선후배 관계이며, 스승과 제자 사이이기도 하고,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특히 놀라를 잃은 후의 해리에게 있어 마커스는 유일한 친구였다. 마커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리는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가 열다섯 살짜리 소녀와 연인 관계였으며, 그의 최고의 작품인 <악의 기원>이 바로 그 소녀를 위해 쓴 책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서도 마커스는 해리의 결백을 주장하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마커스는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협박까지 받아 가며 해리를 위해 사건을 파헤치지만, 그의 그런 노력의 산물인 책의 원고가 유출되어 전국의 신문에 실리고, 그 원고를 읽은 해리는 마커스를 비난한다. 마커스가 놀라의 비밀, 그리고 해리의 비밀을 점점 더 알아갈수록 해리는 마커스를 멀리하려 한다. 그는 마커스에게 "자네의 잘못은 아니지만, 우리는 더이상 친구가 될 수 없을 걸세"라는 영문 모를 말을 계속한다. 마커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와중에도 우리는 계속 친구일 거라며 그를 안심시키지만, 해리는 끝내 자취를 감추고, 사건을 결말까지 지켜본 마커스는 해리의 가장 큰 비밀, 그가 어린 여자아이를 사랑했다는 비밀보다 훨씬 더 큰 비밀을 알게 된다. 이 비밀은 '작가'로서의 해리와 마커스 사이의 관계를 뒤흔들어 놓게 된다.



작가라는 마커스의 직업은 해리와의 유대감에 대해서도 큰 역할을 발휘하지만, 소설 전반에 걸쳐 그의 직업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백지를 앞에 두고도 한 줄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작가로서의 근원적인 공포, 그에 뒤따르는 절망감, 그런 그를 닦달하는 출판사와 편집자. 여기까지는 평범한 축에 속한다. 그가 행동을 시작하고 나자 출판사는 다른 방향에서 그를 압박한다. 해리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 그에게 해리 사건에 대한 책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책을 팔아 돈을 벌려 하는 출판사에서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저 마커스가 쓰게 될 그 책이 얼마나 흥미롭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을지, 그 이야기에 대중들이 얼마나 열광할지, 그리고 그 대중들로부터 돈을 얼마나 끌어모으게 될지만을 신경쓸 뿐이다. 출판사에서는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출판 전 홍보와 출판 시기까지도 치밀하게 계산해 통제하려 한다. 책을 출판한다는 일에 일말의 숭고함마저 사라지고 그저 비지니스가 되어 버린 현실과, 그 속에서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이 소설은 단순히 '추리소설'이라고 분류하기에는 좀 미묘하다. 살인사건의 경위나 알리바이, 트릭 등 추리소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요소들보다는 사건 배후의 인간관계, 심리, 비밀 같은 것들을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소설에는 단순히 사건에 대한 것들만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이 담겨 있고, 인간의 본질과 본성에 닿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각 장이 시작하는 부분에는 창작에 관해 해리가 마커스에게 남겨준 가르침들이 적혀 있는데, 아주 귀중한 충고들이 많았다. 작가를 꿈꾸고 있거나, 꿈꾼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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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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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다 읽은 게 아쉬워지는 그런 책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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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는 더이상 책을 만드는 고귀한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 21세기 자본주의의 광기 속에 있었다. 버나스키는 이제 책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팔기 위해서이고, 책을 팔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화제가 될 만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작가가 직접 겪어본 것만을 얘기해야 한다면, 문학이란 끔찍하게 슬프고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 걸세.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뭐든 다 해주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들을 주고 싶잖아요! 그런데 만일 우리가 없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이 행복할지, 무사히 살아갈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세상의 모습을 바꾸려 드는 작가들도 있긴 하지만, 세상을 바꾼다는 게 정말 가능할 것 같나?

“해리, 책이 끝났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죠?”
“책은 인생하고 똑같네, 마커스. 그 어느 순간에도 정말로 끝나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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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삶이라는 건 의미가 없네. 자네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고,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날들 동안에 그 목적을 이루도록 맹렬하게 싸워야 하는 거지.

글 쓸 준비를 하는 것은 권투 시합을 준비하는 것과 같아야 하네. 경기를 앞둔 며칠 동안은 70퍼센트 정도만 힘을 쓰고, 경기 당일에 자기 안에 끓고 있는 거친 힘을 끌어올려 폭발시켜야 해.

책은 단어들과 관계를 맺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그건 옳지 않네. 책은 사람들과의 관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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