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자림 > 의자, 이정록

의자

                   이 정 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
의자 몇개 내 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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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6-10-25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을 얼마만큼 더 살아야 이런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걸까요? 좋아서 저도 퍼 갈게요.

프레이야 2006-10-2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마음을 넉넉히 하며 사는 일, 저도 언제나 도달할 수 있을런지요.
오늘도 화사한 하루 보내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