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 젊은 작가상 대상은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에 돌아갔다. 그러나, 그 해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였다. 그 후로 2년 만에 최은영의 단편집 <쇼코의 미소>가 나왔다. 그렇지만 굳이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웃 분들의 리뷰와 특히나 다락방님 - (나와 친한..... ?) - 의 추천에 떠밀려 집어 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놀랐는지, 이런 글을 읽게 될 거라고 전혀 상상조차 못했다.

 

‘ <쇼코의 미소>이후 이런 글을 쓰고 있었던 거야!’

 

 

나이를 먹어서인지, 책을 읽다 자주 운다. 에스트로겐 작렬!! 공공 도서관에서 이런 책을 읽을 땐 참 난감하다.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새벽 3시 경, 집에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 펑펑 울었을 거다.

 

 

독일에 가서 한국의 한 가정이 베트남의 한 가정을 만나 우애를 다진다. 누가 알았겠는가, 자신들의 잘못과는 상관없는 과거의 역사가 두 가정의 우정을 파탄 낼 줄이야.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부들부들 떨었다. <국제시장>에선 미국이 한국의 구원자처럼 묘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베트남의 구원자로 묘사된다. 인간이 얼마나 뻔뻔해야 이런 영활 만들 수 있을까. 한국군은 베트남의 구원자이긴 커녕 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이미 한국군은 자국 민간인을 잔인한 방법으로 수 백만명 학살해왔는데, 베트남 민간인들에겐 그 잔인함이 어떠했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구원자 한국이라니! 베트남 사람들이 <국제 시장>을 볼까 무섭다. 쪽팔려 죽겠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 국민으로서 이런 쓰레기 영화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너무 죄송스럽네요. 한국 국민 모두가 한국이 베트남의 구원자라고 생각하진 않으니 부디 용서하시길. ) <씬짜오 씬짜오>100억이란 돈이 들어가고, 천만 명이 넘게 관람한 영화 <국제 시장>과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값진 소설이다.

 

<씬자오 씬자오>에서 간신히 눈물을 참고 다음 단편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를 읽었다. 아우, 저절로 흐르는 눈물. 2차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삼을 줄이야! 어떻게 이렇게 어린 작가가!!

 

<한지와 영주>에서는 한지와 영주의 러브 스토리. 그런데 한지는 밤이 되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쌔까만 아프리카 남자애다. 금발에 푸른 눈의 뉴요커가 아니고?!

 

<먼 곳에서 온 노래>에서 소은은 선배 미진을 통해 알게 된 폴란드인 율랴와 우정을 나눈다.

 

<미카엘라>는 세월호를 배경으로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에 대한 신형철의 글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신형철은 이렇게 말했었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최은영 작가에게 말하고 싶다.

 

고맙다.

이런 글을 읽게 해줘 너무 고맙다.

 


댓글(35) 먼댓글(0) 좋아요(6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6-09-12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까지 읽고 있었는데 너무 좋았어요ㅠㅠ 두 번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9-12 11:20   좋아요 0 | URL
두번씩이나요? 저는 다시 읽을 때 또 눈물 나던데요.

syo 2016-09-12 11:22   좋아요 0 | URL
저도 코에 휴지 꽂고 봤어요.. 콧물도 하도 나서;;

시이소오 2016-09-12 11:2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늙어서 훌쩍 거린 것만은 아니군요. ^^

다락방 2016-09-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좋지요? 뽐뿌질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시이소오 2016-09-12 11:21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저와 친한) 에게도 고마워요. ^^

아무 2016-09-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014년 젊은작가상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 쇼코의 미소였어요. 이번 단편집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리뷰를 보니 더 미루지 말고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시이소오 2016-09-12 11:23   좋아요 0 | URL
저도 미뤄놓고 읽으려 했는데 읽어보니 좋네요.

아무님도 얼른 책을 드소소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9-12 11:26   좋아요 0 | URL
곰발님도 좋아하실듯. 리뷰 기대되네요. 릴레이 리뷰 어떤가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은 책을 다 사서 다음달에 읽고 반드시 리뷰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소님 리뷰가 대부분 정확해서 저도 기대가 됩니다.. ^^

시이소오 2016-09-12 11:39   좋아요 0 | URL
취향이 다 달라서.
어떨지, 기대치를 낮추셔야 ㅋ

다락방 2016-09-12 11:57   좋아요 0 | URL
음 제가 그동안 보아온 곰발님은, [아주 한낮의 연애]는 싫어하실 것 같고 [쇼코의 미소]는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네, 뭐 그렇습니다.
아니어도 어쩔 수 없지만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9-12 12:11   좋아요 0 | URL
저도 다락방님의견에 한표 투척이요.
아니어도 어쩔수 없죠 ㅋ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래요. 그럼 두 편 다 읽어보고 나중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6-09-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으음~여기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죄다 모여 계시네요~곰브리치가 발목을 잡고 있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저도 뽐뿌질 동참할께요ㅋ

시이소오 2016-09-12 14:05   좋아요 0 | URL
곰브리치가 곰발님 별명인가 멍하니 읽고있었네요 ㅋ

비연 2016-09-1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을게요... 아직도 안 읽고 있었다니..ㅜ

시이소오 2016-09-12 14:06   좋아요 0 | URL
비연님도 릴레이 리뷰 기대합니다 ^^

나뭇잎처럼 2016-09-1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믿고 봐야할 것 같은 리뷰. 늘 근처에서 머뭇거렸는데 이 글을 읽으니 당장 읽어야 할 거 같네요 ㅎㅎ

시이소오 2016-09-12 14:07   좋아요 0 | URL
나뭇잎처럼님도 리뷰 파도타기 동참 입니다!
ㅎㅎ

CREBBP 2016-09-12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제시장에 베트남 얘기도 나오나요? 영화가 후진 건 동의하는데, tv로 보다말다해서 그부분 놓친거 같습니다 ㅎ 이 책 기억했다가 읽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9-12 17:07   좋아요 0 | URL
황정민 일행이 베트콩으로부터 베트남 주민을 구해줘요. 베트남 인들이 보면 이가갈릴듯 합니다. 아이들마저 잔인하게 학살한 한국을 오히려 영웅시 하다니요.

식민지배가 한국을 위한거라고 말하는 일본과 다를게 없어보입니다ㅠㅠ

푸른희망 2016-09-12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죠?
아마 이 책을 안읽으신 분은 있어도 싫어하는 분은 없을거라는~~
저도 왠만해선 안우는데 눈물 찍 하며 본 소설입니다

시이소오 2016-09-12 17:23   좋아요 1 | URL
그럴것같아요. 최은영 작가는 별다른 기교없이 감동을 주는 재능을 타고 난듯합니다. 사람이 맑아서겠죠 ^^

stella.K 2016-09-1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은가 봅니다. 얼마 전 뭔 책을 신청할 때
쪽책으로 같이 왔는데 버리지 말고 그거라도 읽어 볼 걸 그랬습니다.
제가 요즘 작가들에 대해선 유난히 낮설어하는지라 그러다 보니
요즘 작가 누가 좋은지 변별력이 떨어져서...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나이들수록 울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안 그렇더라구요.
실생활은 잘 모르겠는데 꼭 TV 보다 울어요.
남자분인데도 그런가 봅니다.ㅋ
책 보다 우는 경우 별로 없는데 저도 언제고 읽고 눈물 대열에 끼어보고 싶군요.^^

시이소오 2016-09-13 15:58   좋아요 0 | URL
눈물 대열 동참해 주세요 ㅋ ^^

깊이에의강요 2016-09-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에서 이야길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읽어보진 못했네요.
시이소오님 이렇게 극찬하시니 더 궁금해지는데요~^^

시이소오 2016-09-13 17:50   좋아요 0 | URL
강요님도 좋아하실듯 ^^

서니데이 2016-09-1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시이소오 2016-09-13 20:46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초딩 2016-09-1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추석 잘 보내세요~~~

시이소오 2016-09-14 12:16   좋아요 1 | URL
초딩님도 즐거운 추석 되세요 ^^

고양이라디오 2016-09-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의 이정도 추천이라면 꼭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9-21 12:39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님도 좋아하실듯 해요 ^^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사뮈엘 베케트 선집
사뮈엘 베케트 지음, 전승화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서사가 없는 소설을 싫어한다. 그런데 왜 베케트를 읽었던 걸까? 나탈리 레제의 베케트 전기 <사뮈엘 베케트의 말없는 삶>을 읽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베케트의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는 서사도 없고 묘사도 없다. 오로지 목소리()의 헛소리만이 가득하다. 이 소설은 애초에 이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을 왜 읽었는가

재밌기 때문이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떠올라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카프카,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 들뢰즈, 바르트, 조로 아스터교, 수메르 신화, 데모크리토스, 원자, 기하학, 물리학, 신학, 특히나 모리스 블랑쇼. 쓰고 싶은 말들이 흘러 넘치는데, 이걸 다 쓰려면 독후감이 아니라 아예 논문을 써야 할 지경이다.

 

베케트는 1934년에서 35년 사이에 250회에 걸쳐 비온 박사에게 정신분석 치료를 받았었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귀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에 대해 자기 살갗의 구멍들에서 흘러나오는 땀에 대한 것과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 대목을 상기시키는 베케트의 말은 몇 년 후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 등장한다. “내 눈물이 가슴 위에서, 옆구리에서, 혹은 등을 타고 내리며 나를 놀리는 게 느껴진다.” 이 둘은 모두 동일한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말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의 눈물을 찾고자 하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찾음으로써 암흑으로부터 헤어나고자 하는 거대하고 이산된 몸이 그것이다.

 

- 나탈리 레제, <사뮈엘 베케트의 말없는 삶>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는 오로지 자아의 무한한 분열밖에는 없다. 소설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는 마후드 일 수 있고, 웜일 수도 있으며, 신일 수도 있고, 오물 덩어리일 수 도 있다. 혹은 그 모든 것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베케트적인 영화라면 아마도 <존 말코비치 되기>가 아닐는지. 이런 소설에서 논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베케트는 왜 이런 정신분열증 환자의 헛소리로 이루어진 소설을 썼을까.

 

언어활동이란 모두 분절되어 있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별자리를 정하는 것처럼 비정형적이고, 성운 모양을 한 세계를 쪼개는 작업 그 자체입니다. 어떤 관념이 먼저 존재하고 거기에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이름이 붙으면서 어떤 관념이 우리의 사고 속에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내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득한 언어 규칙이고, 내가 몸에 익힌 어휘이며, 내가 듣고 익숙해진 표현, 내가 아까 읽었던 책의 일부입니다.

 

이와 반대로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하고 때 묻지 않은 나의 의견은 대개의 경우 비슷한 이야기가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맴돌고 앞뒤가 모순되며 주어가 도중에 바뀌는, 그래서 자기도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난감한 문장이 됩니다.

 

따라서 내가 말하고 있을 때 내 속에서 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말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 우치다 타츠루,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베케트는 자기도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문장을 통해서 진정한 자아가 도출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윗 문장에서 방점은 잘 모르는에 찍혀져야 한다. 제임스 조이스였다면 에피퍼니의 순간이라 했을 것이다. 조이스가 여러 개의 에피퍼니를 수집했다면 베케트에겐 인생에 단 한 번의 에피퍼니의 순간이 있었다. 베케트는 계시라고 표현했다. 어머니를 간호하던 밤,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친다. 그것이 지나고 그는 안다.

 

사물들에 관한 일반 지식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얻은 그것은 자기 자신에 관한 아주 비좁은 지식이다. 이제 자신이 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자꾸 곱씹는 일(조이스처럼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않는다....)이 끝난다. 대신, 죽어가는 어머니의 방에서 둥글고도 단단한, 마치 한 개의 돌멩이 같은 말이 떠오른다. 받아들이다(consentir). 자신의 취약함을, 어리석음을, 한계를 받아들이자. 찰나의 계시.

 

- 나탈리 레제, <사뮈엘 베케트의 말없는 삶>

 

베케트는 이후 자신의 모국어 안에서만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파울 첼란의 가르침을 버리고, 비코의 말을 따른다.

 

무릇 뛰어난 시인이 되기를 원하는 자는 자기 고향의 말을 잊어버리고 말들의 최초의 불행 상태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베케트는 이후 영어를 버리고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다. 최초의 불행 상태, 결핍의 언어. 그 결핍의 언어를 가지고 베케트는 침묵과 말 사이를 오간다. 계속.

 

.....계속해야만 하잖아, 나는 계속할 수가 없어, 계속해야만 해, 그렇다면 내가 계속해야지, 단어들을 말해야만 해, ......그 단어들이 어쩌면 내 이야기의 문턱까지, 내 이야기로 통하는 문 앞까지 나를 데려갔을 수도 있고, 에이 설마, 만일 문이 열리면, 내가 있을 거야, 침묵이 있겠지, 내가 있는 그 곳에, 나는 모르겠다, 나는 그걸 영원히 모를 거야, 침묵 속에서는 누구도 알지 못해, 계속해야만 해, 나는 곧 계속할 거야 (p119)

 

윗 문장이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의 마지막 구절이다. 왜 그는 끊임없이 계속 말해야 할까?

베케트는 언어에 구멍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언어에 구멍을 내기 위해선 계속 말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이 채워지지 않는 기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분석가가 말없이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피분석자의 내용 없는 이야기에 분석가가 응답을 하면, 그것도 긍정적인 응답을 하면 침묵 이상으로 피분석자의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 증진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피분석자가 말하는 언어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일종의 채워지지 않음이 아닐까? 즉 피분석자라는 주체는 말하면 말할수록 자기의 존재감이 희박해지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중략) 결국 피분석자는 자기의 존재가 상상의 세계 속에서 그가 만들어낸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고 이 작품이 지금 그의 자기확신과 어긋난 것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닐까? <정신분석에서 말하기와 언어의 기능과 영역>에서

 

 

분석가와 피분석자의 주고받기는 하나의 이야기 세계를 구축합니다. 이 이야기가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악곡이 어떤 의미에서든 현실의 재현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재현도 상기도, 진실의 개시도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상징화 작용에 다름 아닙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하나의 창조행위이지요.

 

라캉이 자아moi’je’주체sujet’라는 동의어를 마술사처럼 교묘한 손놀림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이유도 이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아는 주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언어로 거기에 이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체를 통해 계속 말을 걸어야 하는 근원적인 채워지지 않음입니다. ....그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말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해도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그곳에 있다는 것만은 말할 수가 있습니다. 라캉의 자아는 그 말로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이 말을 불러오는일종의 자기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프로이트는 자아를 언어의 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주체가 로서 말을 하고 있을 때 늘 구조적으로 주체에 의한 자기 규정, 자기정위의 말로부터 도망치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더욱 말을 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바로 자아입니다. 따라서 대화의 목적은 이 자아누구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아있는 곳을 찾고 그 작용을 끝까지 지켜보는 일입니다. 그것이 정신분석의 일입니다.

 

- 우치다 타츠루,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주체가 아무리 말을 하더라도 자아에 도달할 수 없다. 베케트는 도달할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이지만 어쩌면 그것만이 창조행위가 아닐까.

 

만일 베케트가 오늘날 활동했다면 그는 연극, 영화 연출가보다 힙합 프로듀서나 힙합 아티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요즘 <언프리티 랩스타>를 즐겨 본 영향 탓일까. 책을 묵독하면서 랩을 하듯이 읽었다. 이런 식으로 읽은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읽다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한참이나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아직 안타깝게도 마약 경험이 없는데 뽕 맞은 느낌이 이런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방식의 책인지라 뇌가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뉴런과 시냅스의 새로운 연결을 모색해서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랩처럼 읽히는 운율을 타는 문장 탓이었을까. 마치 테크노 음악에 취한 것처럼?

한마디로 약 빤 느낌이었다.

 

베케트를 통해 처음으로 워크룸 프레스 출판사 책과 접했다.

이웃님들이 왜 워크룸 프레스 책을 사 모으는지 절절이 느꼈다.

최고의 편집이다. 편집에 감동을 먹다니!!

 

나탈리 레제의 <사뮈엘 베케트의 말없는 삶>을 손에 잡을 땐 마치 여인의 가녀린 허리를 잡는 듯하여 놓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책이 이렇게 손에 쏘옥 안길 수 있지? 놓았다 하더라도 다시 손에 쥐었다. 반납일 지났는데 아직 반납 못하고 있다. , 이 책 진짜 반납하기 싫다

 

워크룸 프레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사뮈엘 베케트 책을 계속 읽어야겠다.

 

계속 읽어야 하잖아, 계속 읽을 거야, 계속 읽어야만 해,

나는, , 계속 할, 거야,

계속.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6-09-0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은 왠지 어려울 것 같은데 편집이 좋다니 또 혹하네요.

근데 이거 원 허리 굵은 사람은 서러워 살겠습니까?
평생 좋아하는 사람 품에 안 겨 보지도 못하고..
왜 남자들은 허리 가녀린 여자만 좋아할까요?ㅠㅠ
허리가 굵던 가녀리던 여자는 똑같은데...
그럴 땐 남자가 팔이 짧은 것을 안타까워해 줄 수는 없는 건가요?ㅠㅠㅋㅋ

시이소오 2016-09-07 14:33   좋아요 0 | URL
굵은 허리도 좋아합니다. ㅋ

안 안기는 책도 좋아하구요 ㅋ ^^

cyrus 2016-09-0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히려 서사 없는 소설이 재미있어요. 굳이 줄거리를 파악할 필요 없이 그냥 어떤 상황이 전개되는지 보기만 하면 되잖아요. 계속 보다 보면 지루하지만, 일반 소설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재미없어서 읽고 싶지 않은데도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보고 싶은 느낌이 들어요. ^^

워크룸프레스 사드 전집을 모으고 싶은데, 출간 소식이 뜸하네요.

시이소오 2016-09-07 17:42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베케트 소설이 맞으실듯

사드전집을 기획하다니 대단한 출판사에요 ^^

나뭇잎처럼 2016-09-0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가운 이름. 베케트. 베케트 하면 저는 자동반사적으로 크누트 함순이 떠올라요. 베케트가 좋으셨다면 크누트 함순도 좋아하실 듯!

시이소오 2016-09-09 18:15   좋아요 0 | URL
베케트에 비하면 함순은 친절하지 않나요? 굶주림 을 읽다 말았는데 다시 읽어야겠어요 ^^
 
팩트체크 : 정치.사회 편 -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2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팩트 체크가 또 나왔다. 정치, 사회편 뿐만 아니라 경제,상식 편도 출간됐다. 뉴스를 매일 보지 못하는 나에겐 단비와도 같은 책이다.

 

막말에 일가견이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노조를 비난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공권력이 노조의 불법파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우리나라가 2만 달러에서 10년 고생했다. 그런 일 없었다면 3만 달러 넘어갔다..... CNN에 연일 매시간 쇠파이프로 경찰 두드려 패는 장면이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느냐?”




 

JTBC 팩트체크 팀이 CNN에 문의한 결과 CNN은 그런 방송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경찰이 얻어 맞냐? 노조가 얻어맞지! 저런 버러지보다도 못한 새끼가 여당 대표를 해쳐먹는 나라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친일파 매국노 아버지가 저승에서 기뻐하시겠다?

 

일본이 전쟁가능국가가 됐다. 자위대가 한국 영토에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없을까?

 

당장 납북 일본인 문제만해도 그렇다. 일본 총리가 국민의 안위가 기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라고 판단해 구출을 결정한다면, 우리 정부의 동의없이 한반도 북쪽으로 자위대를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반도에 정말 전쟁 위협이 높아져서 데프콘 3단계, 전투준비태세 상황이 되면 전작권이 미군 쪽으로 넘어간다. 이때 미군이 요청하면 한국 정부의 동의없이도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그래서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자위대가 전 세계에 다 나갈 수 있게 됐는데 왜 제일 중요한 한반도만 빼놓겠느냐라며 이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문은 열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123)

 

지난달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3분의 2이상 의석을 차지했다. 이로서 아베는 평화헌법을 죄다 뜯어고칠 수 있게 됐다. 아베가 평화헌법 뜯어고치고, 박근혜가 사드 배치 강행한다면, 한반도에서 언제라도 미- 중 대리전이 가능하게 된다. 쪽바리 군대가 또 다시 한반도로 들어온다. 그래서 서울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식도 하는걸까? 왜 박근혜 정권은  다른 나라 군대의기념식 행사를 개최케하고, 반대하는 자국 국민들을 경찰로 때려잡는걸까?  대한민국 경찰은 한국 사람이냐? 일본 사람이냐? 타국 군대 기념식 행사를 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경우는  일본 자위대 기념식 행사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 대통령 애비 이름이 다카기 마사오여서?  그래서 한국 국방부도,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참석하는 건가? 대한민국 주권은 미국에 있는 거냐, 일본에 있는거냐?  





 

 

역사교과서도 걸고 넘어지더니 이제 문학교과서까지. 새누리당은 역사 바로 세우기포럼을 열고 자유경제원을 초청해 문학교과서 문제를 공론화했다.


 

자유경제원 전희경 사무총장은 최인훈의 <광장>, 신경림의 <농무>,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등이 헬조선 현상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정말 이 미친것들을 어이할꼬. 최인훈의 <광장>2004년 소설가와 평론가가 뽑은 한국문학 100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된 작품이다. 최인훈은 노벨 문학상 후보였다. (노벨상 제정 위원회도 빨갱이냐?) 신경림의 <농무>무조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과정을 비판, 왜곡할 수 있다? 박근혜가 시킨 걸까? 지 혼자 아부하는걸까

 

전희경의 정신 나간 주장에 김무성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내가 발견한 우리 이 시대의 영웅 전희경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되는데, 사무총장은 내가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하는데 밤잠 자지 말고 전국 돌아다니면서 이 강의를 좀 하고 다니시길 부탁합니다.”

 

저런 버러지보다 못한 것들이 대한민국 상위 1%. 소설 한 권이 헬조선을 부추겨? 지금 헬조선을 만들어 논 게 누군데!! 내가 혐오하는 나라의 대통령이지만 오바마는 노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노조가 없거나 금지한 나라도 많다....그런 곳에서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은 늘 산재를 입고 보호받지 못한다. 노조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빨갱이다!’ 외치고 싶지? 미국 대통령만 아니면


 

노조 가입률을 한번 살펴볼까. 한국은 9.7%로 전 세계에서 꼴찌권이다. 노조가입률과 행복지수를 비교해보자. 대체적으로 노조 가입률이 높은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이 행복 지수도 높다. 반면 노조가입률이 낮은 한국은 행복지수도 낮다



그러니까 무성씨, 노조가입률 10%도 안 되는 노조 탓하지 말라고.  썩어빠진 새끼야. 외국 투자자들은 니들 부정부패한 정치인들 때문에 투자 안 한다잖니. 헬조선 만든 장본인들이 뻔뻔하게도 입만 살아서 노동자 탓하니. 연산군 갖고 놀던 장녹수는 백성들이 던진 돌에 맞아 뒤졌지? 조선 시대였으면 돌에 쳐 맞아 뒤졌을 것들이 입만 살아서는. 감사히 살아라.

송로버섯 사 줄테니 아가리 닥치고.



 

공중파 방송이 박근혜와 새누리당 당송이 돼버린 기레기들 천국에서

JTBC 뉴스는 홍석현의 것, 삼성의 것이거늘, 손석희를 비롯한 기자들의 힘으로

방송으론 유일하게 언론(言論)의 역할을 하고 있다.

JTBC 뉴스 제작하시는 모든 기자님들과 스텝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팩트체크여 영원하라!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6-08-25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논의중인 한일 해저터널이 실제로 착공된다면 일본 자위대가 이 터널로 쳐들어와도 미국의 승인없이는 대항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이순신 장군님께서 다시 살아오셔도 일본제국으로 편입을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시이소오 2016-08-25 08:59   좋아요 1 | URL
한국의 기득권들이 죄다 친일파 후손들이니. 그렇게 당하면서 왜 매번 저런 매국노들을에게 표를 주는지. 한숨만 나오네요 ㅠㅠ

2016-08-25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8-25 09:01   좋아요 0 | URL
언론 플레이는 어찌나 해대는지요. 오바이트 쏠려서 못봐주겠어요 ㅋ

다락방 2016-08-2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바마랑 트뤼도 총리는 현실의 인물 같지가 않아요....
휴.....

시이소오 2016-08-25 09:05   좋아요 0 | URL
저는 스웨덴 올로프 팔메 총리나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 같은 분이 떠오르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븨 안 본 지 오래입니다. 대신 대안 언론을 통해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게 되는데.... 한숨부터 나오게 됩니다..

시이소오 2016-08-25 09:47   좋아요 0 | URL
저는 홧병날거 같네요 ㅋ

비연 2016-08-2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얼굴을 볼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입니다.

시이소오 2016-08-25 11:12   좋아요 0 | URL
입을 꿰매버렸으면 좋겠어요 ㅎ

yamoo 2016-08-2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썅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네욤.. 하~

시이소오 2016-08-25 11:21   좋아요 0 | URL
그쵸? 쓰다가 열받아서 담배만 뻑뻑 피웠네요 ㅋ

기억의집 2016-08-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게 대통령 후보라니... 여당도 인물이 없긴 없어요.

시이소오 2016-08-25 12:55   좋아요 0 | URL
제가 새누리당이라면 개새끼를 내보내겠어요.
이마나 맞빡인데, 개는 그래도 김무성에 비해 시끄럽지도 않고ᆢ

블랙겟타 2016-08-2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무성이 콜트악기노조에대해서 사실과 다른 막말한 건에 대해 1년만에 법원의 강제조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사과를 한다고는 하는데요. 김무성 그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고 메이저 언론사들은 잘못된 발언인지 이 책 이름대로 펙트체크하면 알 수 있는 걸 그대로 받아쓰기만 해서 기사화 시키고 이후에도 맞는지 안맞는지 확인도 안하니까 틀린 발언에 대한 사과가 1년만에 이루어지는거겠죠?. 제대로만 보도했다면 1년이나 걸렸을까요? 김무성한테도 화나고 공정한 보도는 잊어버린지 오래인 메이저 언론한테도 화나네요. ㅜㅜ

시이소오 2016-08-25 19:40   좋아요 1 | URL
콜트악기건도 사과로 되나요? 하여간 입만열면 거짓말이죠.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오스 여행기겠거니 했건만, 하루키의 <여행기 모음집>이다. 독후감을 안 써도 되건만 <시드니>처럼 이상하게도 뭔가 궁금한 게 남아 쓰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아이슬란드어를 쓰는 아이슬란드인 인구는 고작 30만 명이라고. 이 아이슬란드의 명물이 퍼핀이라고 한다. 펭귄 비슷한 새로 다리는 오렌지색이라고. 이런, 괴상하게 생겼는데 은근 귀엽다.




 

블루 라군 온천도 궁금하다. 커다란 호수 규모라 할 만큼 넓은 온천이라니! 하루키가 갔을 때 한국에는 온천이 없나할 정도로 한국 단체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했다는데. 어디가나 한국인이군. 아이슬란드에서는 도시 한 복판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니.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메인 주 포틀랜드의 공통점은 수준 높은 레스토랑이 많다고.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하루키가 추천한 레스토랑은 히스먼 호텔 레스토랑이다. 하루키에게 여행 작가 폴 서루가 추천했다고 한다.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인구당 레스토랑 수가 가장 많은 도시며 인구당 독서량이 가장 많고,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 가장 적은 도시라고 한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 가장 적다니! 급 호감이다. 특히나 메인주 포틀랜드는 여행 작가 폴 서루가 뽑은 이곳에서 죽어도 좋다고 한 전 세계 9군데의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한 때 하루키는 그리스 섬에 살았다. 스페체스 섬과 미코노스 섬. 겨우 석 달이라지만 부럽다. 부러워. 나도 그리스에 가면 석 달 만에 <노르웨이 숲>같은 소설을 뚝딱 쓰는 거 아닐까? ...아니겠지. 하루키는 섬을 떠날 때 마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섬은 어디 다른 곳에 가는 길에 훌쩍 들르듯 방문할 수 없다. 작정하고 그 섬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영영 찾지 않든지. 둘 중 하나다. 중간은 없다. (114)

 

그렇겠구나. 섬은. ‘그 섬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간절히 가고 싶은 거구나.

 

하루키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1954년의 뉴욕, 클리퍼드 브라운& 맥스 로치5중주단의 라이브를 원 없이 듣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한다. 그 숱한 기라성같은 재즈 뮤지션을 제치고?! 하루키는 뉴욕에서 전설적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를 방문한다. 소니 롤린스, 빌 에번스, 존 콜트레인, 캐넌볼 애덜리 등이 이곳에서 라이브 실황을 녹음했다니. 명성에 상관없이 출연료는 똑같단다. 그럼에도 윈턴 마살리스 같은 후덜덜한 뮤지션도 빌리지 뱅가드에서 연주하고 싶어한다고.

 

이외에 뉴욕엔 <버드랜드>, <스모크>와 같은 재즈 라이브 클럽이 있다. , 뉴욕은 언제 갈 수 있으려나.

 


핀란드에서 하루키는 영화감독 카이리시마키 형제가 운영하는 카페 모스크바에 방문했다. 짐작대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핀란드 배경 장면들은 모두 하루키의 상상에 의한 것이었다. 하루키는 소설을 쓰고 나서 소설 공간을 여행한 셈이다. 왠지 그것조차 부럽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에서는 매일 아침 의식처럼 승려들이 탁발을 한다고 한다.

 

여러분도 혹시 루앙프라방에 올 일이 생기면 꼭 일찍 이러나 탁발 체험을 해보기 바랍니다. 직접 땅바닥에 앉아 스님들에게 카오냐오를 시주하다보면, 의식의 힘이랄지, 그 장소의 힘이랄지, 예상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체험을 안 해봤지만 무슨 느낌일지 왠지 알 것 같다. 그러나, 라오스에 간다면 직접 시주를 해봐야지. 

 

 

보스턴에는 하버드가 있고, 던킨 도너츠가 있고 또한 레드 삭스가 있다. 또한 고래를 볼 수 있다니! 상어가 아니고? (상어 생각을 하니 또 샥스핀 생각에 열 불나네.)

 

하루키는 그리스에 산 것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도 살았다. 작가는 진짜 부럽구나. 로마에 살며 가끔은 차를 렌트해 토스카나 지방으로 여행을 가 맛있는 와인을 트렁크 가득 담아 왔다니. 이 책에서 가장 부러운 순간이었다. 박연준, 장석주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는 호주 와인을 사다 마셨다. 너무 싼 걸 사서였을까? 그다지 맛이 없었다. 이번엔 키안티 와인을 한 병 사 마시고는 들썩이는 엉덩이를 달래야겠다.

 

구마모토 현의 구마몬이 뭐길래? 니혼 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구마몬에 의한 경제 효과가 1244조 엔에 이른다고 하니. 한국 지자체들도 지역 마스코트를 개발하면 어떨지.



엉덩이가 들썩거려 혼났다. 어지간히 떠나고 싶은가 보다. 라오스에 뭐가 있느냐고

하루키에 따르면 풍경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182)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한엄마 2016-08-24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작가라 부러운게 아니라 책 잘 팔리는 작가라 부럽습니다.

시이소오 2016-08-24 08:14   좋아요 1 | URL
ㅋ 전 안 팔리는 작가들도 부러워요 ^^

겨울호랑이 2016-08-24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많은 여행은 하루키에게 풍부한 소재와 영감을 준 것 같네요^^: 여행은 투자인 것 같습니다.(yureka01님 말씀에 따르면 `관광이 아닌 여행`으로요^^)

시이소오 2016-08-24 08:22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떠나고 싶네요 ~~ ^^

singri 2016-08-2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을려고 준비중인데 ㅋㅋ

시이소오 2016-08-24 09:39   좋아요 0 | URL
싱그리님도 엉덩이가 들썩들썩 하실거에요 ^^

blanca 2016-08-24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퍼핀은 좀 심하게 귀엽잖아요 ㅋ 포틀랜드는 작가 엘리자베스 키터리지 고향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매력적인 곳이군요. 하루키는 음, 그 건강과 체력, 여건 및 여러 가지로 부럽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시이소오 2016-08-24 10:07   좋아요 0 | URL
퍼핀 귀엽죠? 올리브 키터리지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맗씀하신거죠?
포틀랜드가 고향이었군요. 스티븐 킹 소설도 그쪽 배경이라네요 ^^

stella.K 2016-08-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 가장 적다니! 급 호감이다.˝
에이, 저는 교회 나가는 사람으로서 이제 막 시이소님께 호감이었는데....ㅠㅋㅋ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8-24 18:46   좋아요 0 | URL
ㅋ 덴마크국민 80프로가 기독교인이래요. 근데 교회가는 교인들은 3프로 정도로 들었어요.
덴마크 목사도 사람들이 교회에 너무 자주가면 불행한 나라라고 하네요. 교회에 자주간다는건 그 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불행하다는 증거죠.

기독교인일수록 교회에 안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교회에 있지 않거든요. ^^

2016-08-24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8-24 18:48   좋아요 0 | URL
아, 여행작가되면 너무 좋겠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9-0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핀 너무 귀엽네요ㅠ 시이소오님 좋은 사진, 좋은 페이퍼 감사드려요^^

시이소오 2016-09-0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귀엽죠? 9월이 되었군요.

원하는 것 이루시는 새로운 한 달이 되시길.

제가 감사하죠 ^^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 들뢰즈 철학 입문 아모르파티 총서 1
김재인 지음 / 느티나무책방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소싯적에 들뢰즈 책을 꽤나 읽었다. 이해가 안 갔다. 특히나 <천의 고원>. ....번역 탓일까? 원문으로 읽었다. 이해가 안 갔다. 원문과 번역본을 번갈아 가며 읽었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같이 바칼로레아 원문 스터디 한 학우들과 <천의 고원> 원전 강독 스터디를 했다. ....., 스터디가 깨졌다. 들뢰즈가 스터디를 깨뜨릴 줄이야. (왜 들뢰즈에 대한 2차 서적을 읽을 생각을 못 했던 걸까? 예전에도 말했지만 모르면 몰랐지 그건 치사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나 우매했던지.) 그 이후로 들뢰즈를 미워하게 됐다.

 

그나마 들뢰즈에게 배운 건 리좀의 개념이었고, ‘리조마티크한영화를 만들겠답시고 설치기도 했다. 리조마티크한 영화를 누가 보겠는가? 결국 뻘짓을 한 셈이다. 이 책을 읽고 어찌나 놀랍고 당혹스럽고 화가 나던지.

 

아니, 고작 이 말을 하려고 했던거야?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얘기한 거야?’

 

들뢰즈는 관념론, 정신분석,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나는 들뢰즈가 자본주의를 비판했다는 점을 놓쳤다. 아마도 당시에는 자본주의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자본주의비판과 관련해 영토, 탈영토, 도주선의 개념들을 죄다 오해했다.

 

“‘영토는 기본적으로 동물 세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들뢰즈와 과타리는 이 말을 안식처라는 다른 개념으로도 이야기합니다. 영어로는 앳 홈at home’이지요. 정말로 집에 있다는 뜻이라기보다 내 몸뚱이 하나 편안하게 누일 만한 곳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영토로부터 빠져 나가는 것을 탈영토화라고, 영토로부터 도망치는 경로를 탈영토화의 선이라고 합니다. ‘도주선과 동의어입니다. “

 

한마디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도망가는 것이 도주다. 도주하다 다시 안주하는 것. 이것이 재영토화다. 다른 말로 상대적 탈영토화. 이에 반해, 끊임없이 자본주의로부터 도망치는 것, 이것이 절대적 탈영토화다.

 

8개월 째 백수 상태다. 언젠부턴가 친구들을 만나면 착취당하기 싫어서라는 변명을 한다. 그런데 농담반 진담반이다. 몇 달전에 들어온 일거리를 이 이유 때문에 거절했다. 정말로 착취당하기도 싫고 착취하고 싶지도 않다.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절대적 탈영토화를 실천하고 있었던 셈. 그런데 이제 도무지 버틸 수가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는 아직까지 도주선을 만들지는 못한 채 버티기만 한 거다.

 

그렇다면 어떤 도주선을 만들어야 할까? 들뢰즈는 여기에 답하지는 않는다. 이런 도주선을 만든 이의 대표적인 예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쓴 와타나베 이타루가 아닐까그는 부패한 경제에 맞서 부패한(발효시킨) 빵을 만들어 판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 외에는 이윤을 남기지도 않는다.

 

 

이 책은 꽤나 친절한 들뢰즈 입문서가 될 듯 싶은데, 저자의 유체이탈적인 태도가 치명적인 결함이다. 나는 김재인을 신뢰할 수가 없다.

 

저자는 책에서 그동안 한국의 여러 철학자들이 들뢰즈를 잘못 소개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번역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들뢰즈를 오해하게끔 만든 번역어들’, 죄다 김재인 본인이 <천개의 고원> 번역했을 때 썼던 역어들이다. (아니, devenir되기로 번역한 사람이 누군데!!) 즉 한국의 들뢰즈 해석에서 가장 큰 오해를 자초한 장본인이 저자 자신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다른 철학자들 욕만 한다.  왜 한국의 학자라는 것들은 솔직하지 못할까. ‘예전에 잘 몰라서 그랬습니다하면 끝나는 거 아닌가? 들뢰즈 철학이 어려워서 오역한 건 이해할 수도 있다. 불과 서른 세 살에 알면 얼마나 알았겠는가. 문제는 불성실하기 때문에 오역한 문장도 수두룩하다는 거다.

 

나는 <천 개의 고원>을 읽으면서 가장 짜증났던 번역어가 ‘affect’였다. 스피노자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기도 한데, 왜 한국 번역가들 죄다 변용태라고 번역하는 걸까. 도대체 변용태가 무슨 뜻인데? ‘정동이란 역어가 그나마 낫긴 하지만 역시나 무슨 뜻인지 오리무중이다. 김재인은 이 책에서 정감이란 역어를 제안한다. 그리고 변용태란 역어도 잘못된 역어는 아니란다. 반성은커녕 오히려 <어느 번역자의 회상>이란 변명의 글까지 실었다

 

시간이 모자랐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억지로 해야 하는 것도 너무 많았다

 

그럼 하지 말아야지.

 

사람들은 나를 몰라봤다

 

이건 거의 정신병 수준의 자뻑 ?

 

고귀한 자는 남을 깍아 내리는 대신 자신을 높인다.’

 

이런......나는 고귀하지 않다구. 그리고 깍아 내리는 게 아니라구!!

 

김재인은 지난 십년간 들뢰즈를 통해 배운 게 고작 정당한 비판으로부터 도주선 만들기인가? 끊임없는 재영토화? 오바이트 생성?

 

하지만 관념론적이거나 신학적이거나 인간주의적으로 되면 좌파로서는 자기모순을 범하는 일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들뢰즈에게 관심있는 독자라면 들여다 볼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들뢰즈를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성 없는 착상은 착각이다.

환각이거나.



 


댓글(47)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6-08-2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히 보니 프랑스어 원서네요^^ 시이소오님 대단 하세요^^

시이소오 2016-08-21 13:45   좋아요 1 | URL
아, 저거 소싯적 때 읽었던 거에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 ~~~~~~~ 야, 진짜 시이소오 님 열정을 가지고 독서하시는군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천 개의 고원 읽다가 뚜껑 열려서 안 읽었는데... 원서까지 접할 생각을 하시다니..
전 그냥 화풀이로 번역만 냅다 욕했는데.. 제 한계도 모르고 말이죠..


시이소오 2016-08-21 13:46   좋아요 0 | URL
저거 어릴때요. ㅋㅋ

samadhi(眞我) 2016-08-2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 열정이 묻어납니다. 키야~ 히야~!

시이소오 2016-08-21 13:47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왜 저리 무식하게 읽어댔는지요. ㅋㅋ

samadhi(眞我) 2016-08-21 13:49   좋아요 0 | URL
그 소년(?), 청년(?) 참 야무지고 장하네요.

시이소오 2016-08-21 14:09   좋아요 0 | URL
ㅋ 무식해서 저런거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천 개의 고원은 번역에 문제가 많다고 여러 지식인들이 지적한 사항입니다. 나 같은 놈이야 모르니깐 그렇지만 들뢰즈 공부하신 많은 분들이 그 지적을 한 것을 보면....지금도 천 개의 고원을 가지고 있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새물결, 시발.. 이건 대놓고 너무 비싸요. 책들이 전부다.....

시이소오 2016-08-21 13:47   좋아요 0 | URL
번역 개차반에 일조한 사람이 다른 철학자들만 욕해요.

정말 똥 묻은 개가 겨묻은 개 욕한다고.

저도 제가 갖고 있는 책 환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3:54   좋아요 0 | URL
사실 번역에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먹는 장르라고 한다고 하네요. 번역료 형편없잖아요. 의무감으로 번역을 하곤 하는데 그에 비해 경제적 이득은 거의 없고, 잘못하면 욕은 엄청 먹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하여튼 누가 나에게 번역하라고 하면 안 할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 2016-08-21 15:55   좋아요 0 | URL
곰발님 말씀도 일리있죠. 번역가들도 너무 착취당한다죠. 그런데 이 저자는 너무 뻔뻔스러워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게 있는데 저도 김재인의 < 천 개의 고원 > 을 통해서 ˝ - 되기 ˝ 개념을 익혔습니다. 이게 잘못된 개념이라면 뭐가 정확한 건가요 ?

시이소오 2016-08-21 14:12   좋아요 1 | URL
생성이란 역어가 더 정확하다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구요. 아니, 자기가 그렇게 번역해놓고 아닌척 오리발이네요. 어이가 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4:22   좋아요 0 | URL
생성이요 ??????????????????!!!!!!!!!

아니 < - 되기 > 개념과 < 생성 > 은 전혀 다른 거 아닙니까. 저는 < 되기 > 개념은 흉내, 모방, 변신 개념으로 이해했거든요. 뭐뭐 되기이니... 그런데 이게 생성이 더 정확하다면 이건 진짜 어이가 없는 거죠... 화딱지 나네ㅛ.

시이소오 2016-08-21 14:31   좋아요 0 | URL
그러니카 모방개념이 아니죠. a가 b가 도ㅣ는게아니라 a와 b가 만나 전혀 새로운 게 생성되는거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4:35   좋아요 0 | URL
맙소사, 충격이다. 결국 그는 정반대 개념어를 만든 거네요.. 그동안 졸라 들뢰지 철학 얘기할 때마다 으스대며 인용하고는 했는데.. 시바.. 다 틀렸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 지금 책장에서 < 천 개의 고원 >> 꺼내서 확인하는데... 좀 다르군요.


여기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 되기(=생성)는 결코 관계 상호간의 대응이 아니다.



되기= 생성이라고 짧은 언급을 한 후에는 계속 되기로 서설하고 있습니다. 즉 되기는 본론인 반면 생성은 각주처럼 쓴 경우죠..대부분은 왜 가로 치거나 각주 취급하면 그냥 넘기잖아요. 그 이후로는 계속 되기로 끝까지 밀어부치니 우린 계속 되기라는 말에 익숙한 것이고...

하여튼 제가 오독한 거 같네요. 오래전에 깜도 안 되는 데 읽어서 과부하가 걸린 상태이므로 이참에 이 책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8-21 15:26   좋아요 0 | URL
확실한건 되기라는 번역은 분명 오해소지가 있어요.

저도 차분히 다시 들뢰즈를 읽어볼까 합니다 ㅋ

물고기자리 2016-08-2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 님의 독서에 박수 쳐드리고 싶습니다. (과거도, 현재도요 ㅎ)

희망도 체념도 없는 극한의 장소에서 치열하게 읽고 사유하시는 것 같아요!

전 더위와 습기 때문인지 아가미로 호흡하고 있습니다^^ 생각 따윈 어떻게 하는 건지 ㅋ

다만 마음으로, 시이소오 님을 (도주선 만들기?!) 응원하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8-21 15:30   좋아요 0 | URL
물고기자리님, 이 도주선이 제게 핵심임을 간파하셨군요. 이거 못 찾으면 또 착취하고 착취당해야 하는 비루한 삶으로 밀려나겠죠. 와타나베 이타루가 존경스럽고 한편으론 부럽네요 ^^

물고기자리 2016-08-21 15:34   좋아요 0 | URL
꼭 해내실 겁니다!!

시이소오 2016-08-21 15:37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네요 ^^

단예 2016-08-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종의 기원도 그렇고.. 이 책도 소장중인데... 매우 불안합니다. 다행스러운건 들뢰즈 1도 모르는 들못알이라는점..

시이소오 2016-08-21 15:34   좋아요 0 | URL
굉장히 쉽게 쓰여져서 이해하실거에요. 자신의 과오를 인정안하고 시치미떼는 저자의 태도가 맘에 안들지만요 ㅎ

소나무 2016-08-2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과를 마음 먹은게 푸코와 들뢰즈 덕분이지요. 지금은 기사를 쓰는 일을 업으로 하고있지만 시이소오님 글을 보면서 천개의 고원 노마디즘, 리좀의 바다에서 진리를 찾으려고 허우적 대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곳에 지쳐 나왔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드네요.

시이소오 2016-08-21 15:35   좋아요 0 | URL
기사를 쓰시다니 멋지십니당 ^^

저도 저기서 얼마나 헤맸던지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웃긴 게 되기(=생성)이라고 하지 말고 생성(=되기)라고 해야 맞는 게 아닙니까. 명백한 오류죠..

시이소오 2016-08-21 15:46   좋아요 0 | URL
아우 헷갈려요 ㅋㅋ

yamoo 2016-08-2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합니다! 김재인의 번역은 도저히 못 읽겠더라구요. 황수영의 <창조적 진화> 읽다 뚜껑열려 영문판 구해서 읽었는데..김재인 10년전 번역은 황수영보다 못한거 같더라구요~ 시이소님의 열정적 독서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이소오 2016-08-21 19:55   좋아요 0 | URL
ㅋ 감사합니다. 저는 창조적진화는 그냥 번역본으로 봤는데 야무님도 대단하시네요 ^^

나타샤 2016-08-2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난서 중의 난서를 원서로~~!!! 대단하셔요^^

시이소오 2016-08-21 19:55   좋아요 1 | URL
아, 난서이기에 원문으로 읽는 장점도 있거든요 ^^

깊이에의강요 2016-08-2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저의 편협한 독서를 반성하게 만드시는...

시이소오 2016-08-21 19:56   좋아요 0 | URL
ㅋ 저 역시 편협해용 ^^

수이 2016-08-2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프랑스어 아베쎄데 떼고 시이소오님처럼 원서 읽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가능할지;;;;

시이소오 2016-08-21 22:09   좋아요 0 | URL
야나님, 가능합니다.
응원할게요 ^^

nomadology 2016-08-2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읽어보고 싶으나 실패하는 책입니다. 근데 시이소오님의 이 한마디가 불을 켜주네요. ˝고작 이 얘길 하려고?˝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8-21 23:04   좋아요 0 | URL
ㅋ 개념이 어렵지 철학자들의 사유야 기존 철학에서 벗어날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불을 지피시길 ^^

cyrus 2016-08-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말로 옮기는 것도 어렵다는 들뢰즈를 원서로 도전하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

시이소오 2016-08-22 15:32   좋아요 0 | URL
원서로 도전만했습니다. 이해는 못 했구요 ㅋ

오거서 2016-08-2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읽어내려면 행간과 여백에 줄을 긋고 나만의 기호를 달면서 안간힘을 쓸 수 밖에 없지요. 시이소오 님이 소싯 적에 부단히 노력하였음을 알겠고요,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이소오 2016-08-25 13:03   좋아요 0 | URL
페이소스는 의외네요. 들뢰즈에 대한 애증때문일까요? ㅎㅎ

오거서 2016-08-25 13:14   좋아요 0 | URL
의외라고 하시면 제가 잘못 봤겠죠… ^^;;

시이소오 2016-08-25 13:31   좋아요 0 | URL
페이소스가 있으면 좋겠어요 ㅋ

2016-08-27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8-28 04:46   좋아요 0 | URL
저도 고미숙 쌤글이 떠오르네요. 니키노님, 반갑고 위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