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저런, 일어나보니 10시였다. 아구야, 스타라이트 조식과 하나비 조식이 날라갔구나. 좀 깨우지. 아버지 모시고 조식 11시까지 하는 <락앤롤>로 갔다. 삼부자 다 생선 셋트 시키다. 늦은 아침 먹고 다시 수영장. 점심 마감 시간인 두 시를 10분 앞두고 하나비로 몰려갔으나, 카운터 직원은 수건을 몸에 안 둘렀다며 수건 가져오란다. (, 밥을 먹지 말란 거지?) 착한 동생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수건 가지러 가고, 그 사이에 착한 남자 직원이 오더니 들여 보내줬다. 곧 정리 할거니 음식을 미리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10분 동안 음식만 실어 나르고, 곧 문 닫는다고 빨리 먹으라고 해서 폭풍 흡입. , 언제쯤 인간답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어쨌든 음식들을 목구멍에 꾸역꾸역 쳐 넣고, 또 다시 수영장에서 물놀이. 오늘은 동생이 아이들과 놀아주길래 나는 수영장 썬베드에 드러누워 괌 맥주를 마시며 마스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을 집어 들었다. 얼마 읽지도 못해 온 가족이 우루루 바다 쪽으로 나갔다. 가족 끼리 카누를 타고 난 이후 삼부자 끼리 카누를 타려 했다. 불과 노를 두 번 저었을까. 카누가 전복되고 말았다. 모래 사장 코 앞에서 삼부자 모두 바다에 빠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형은 밖에서 미는 게 어떨까?”

 

그래서 동생과 아버지만 카누를 타고

나는 카누를 밀었다.

 

이후 아들과 수영장에 설치된 네모 발판를 딛고 달리는 수중 달리기를 했다. 첫 날 세발 짝 가서 넘어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틀째니 좀 나아지겠지. 웬걸. 또 세발 짝 가서 물에 풍덩. 수십 번 했건만 최고 기록은 일곱 칸. 이게 뭐라고 잘하고 싶은데 왜 몸이 안 따라주는 걸까. 이틀 동안 관찰해봤지만 나보다 못하는 사람은 결국 단 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다. , 이 저주받은 몸뚱아리여!

 

오늘 저녁은 퍼시픽 판타지 디너 쇼. 입구를 못 찾아 로비까지 가서 다시 되돌아 나왔다. 조금 늦게 간 탓인지 식사가 놓여 있는 곳과 가장 먼 좌석으로 안내 받았다. 음식을 가지러 갔더니, 허걱. 아니 뭘 먹으라는 거지? 먹을 건 없고, 그나마 있는 음식도 맛은 없고, 캄캄해서 눈에 뵈는 건 없고, 무슨 음악을 틀어놨는지 정신 사나울 정도로 시끄럽고......드디어 공연 시작......여성 무희들의 허리 놀림이 감탄스럽긴 하였으나......음식은 아예 싹 다 치워버려 온 가족이 배를 쫄쫄 굶고, 아들 놈은 아예 식탁에 엎어져 자기까지.

 

아버지는 화가 나셨는지 그냥 가버리시고, 결국 동생에게 키를 받는 사이에 아버지를 잊어버려 사방으로 찾아 다니고......

 

늦게 일어난 탓에 잠이 안 올 듯 하여 등산복을 입고 워킹에 나섰다. 정말 캄캄하구나. 전 세계에서 한밤에도 가장 환한 나라는 한국이 아닐까? 밤에도 밝은 게 좋긴 하지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그래도 되는 건지?

 

어두컴컴한 도로 옆 길을 걷다가 공원이 보여 들어갔다. 듬성듬성 주차된 차들이 보였다. 한 자동차 트렁크 쪽에 웬 현지인 남성 둘이 보인다. 둘 중 한 명이 손짓으로 나를 부르며 오라고 한다. 그제서야 이 공원이 어떤 공원인지 감을 잡았다.

 

, 게이들의 공원이구나

 

미국 소설이나 최근에 읽었던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 읽었던.....

두말할 것도 없이 도망쳐 나왔다.

 

너희들에게 몸을 주기 위해 괌에 온 게 아니라구!’

 

 

주변에 걸을 만한 곳이 없어 pic를 두 바퀴 돌았더니 그제야 땀이 났다. 돌고 보니 정말 코딱지만 하다. 이렇게 코딱지만 하게 지워놓고 잘도 하루에 수십만 달러를 긁어 모으는구나!

 

샤워 후에도 잠이 안 와 로비로 나와 쿤데라의 <농담>을 읽었다. <농담>은 쿤데라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쿤데라는 가벼움에서 무거움으로 넘어간 것일까. <농담>에서 쿤데라는 가벼운 농담조차 허용치 않는 사회주의의 진지함(무거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런 그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선 가벼움보다는 차라리 무거움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는지.

 

루드빅의 농담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도 무겁고 루드빅이 사랑에 빠진 루치에는 얼마나 무거운가. 목숨을 걸고 탈영한 루드빅 앞에서 루치에는 끝까지 정조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고 나서 <농담>을 완독했다. 나는 루치에를 오해했다.) 읽다보니 기시감을 느끼는 문장들을 만난다. 이 문장을 어디서 보았더라.

 

그렇다. 그토록 나를 매혹시켰던 것은 루치에의 그 특이한 느림때문이었다. 서둘러 돌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란 없다고, 무언가를 향해 초조하게 손을 내미는 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체념한 마음을 발산하는 그 느림 때문이었을 거다. 그랬다. 그 아가씨가 매표소로 가서 동전을 꺼내고 표를 사고 관람실을 한 번 보고는 다시 마당으로 나오는 동안 계속 나로 하여금 그녀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했던 것은 아마도 정말로 그 우수에 가득 찬 느림 때문이었을 거다.


(중략) 첫눈에 반한다는 말들을 한다. 나는 사랑이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내거나 그 시작을 나중에 신비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그것이 그렇게 돌연히 불붙은 사랑이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분명 어떤 예시 같은 것이 있었다. 루치에의 본질, 나는 그것을 한순간에 깨달았다고 느꼈고 보았던 것이다. 마치 누가 밝혀진 진리를 가져와 보여주듯이, 루치에가 가져와 드러내 보인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P98)

 

정혜윤 PD<침대와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루드빅처럼 나의 운명을 다시금 움직이게 만들고 싶었다.

 

이제부터 내게 운명지어진 사랑의 지평이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자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결정되었다는 사실, 나의 한계들, 내가 받은 선고를 나타내주는 것이었다. 그러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이 처참한 미래의 모습, 이 운명이 두려웠다. 내 영혼이 두려움으로 웅크리며 뒷걸음질치는 것이 느껴졌고, 내 영혼이 사방으로 포위당한 채 어느 곳으로도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공포에 떨었다. (94)

 

사랑 때문은 아니지만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 또한..... 공포에 떨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16-09-2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저께 노려보았던 책이네요 ㅎㅎㅎ
저는 카누 탔었는데 ㅎㅎ
암튼 잼있게 지내다 오세요~

시이소오 2016-09-21 13:14   좋아요 0 | URL
저 지내다 왔어요 ㅋ ^^

초딩 2016-09-21 13:49   좋아요 0 | URL
아 아 아
환영합니다 귀국을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9-21 13:51   좋아요 0 | URL
귀국을 환영해 주시다뉘. 감사합니다 초딩님 ^^

다락방 2016-09-21 1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농담]은 제가 정말 사랑하는 소설입니다. 특히나 결말은 압권이지요.

!!!!!!!!!!!!!!!!!!!!!!!!!!!!!!!

이렇게 만들잖아요... ㅠㅠ

시이소오 2016-09-21 13:41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동감입니다. 이런 결말을 쿤데라는 보후밀 흐라발로부터 배웠다는데 손가락 하나 걸겠습니다.

(너무시끄러운 고독) 강추합니다^^

다락방 2016-09-21 13:47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분이!!

저는 올해안에 더이상 책을 한 권도 사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버럭!!

시이소오 2016-09-21 13:49   좋아요 1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빌려 읽으시면 돼용 ㅋ

시이소오 2016-09-21 14:00   좋아요 0 | URL
저는 전완근 단련을
ㆍ ㆍ쿨럭

다락방 2016-09-21 14:0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ora 2016-09-2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조식...

시이소오 2016-09-21 16:51   좋아요 0 | URL
조식 놓ㅊㅕ 억울하네요 ㅋ

cyrus 2016-09-2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곳, 특히 어두컴컴할 때 혼자 있으면 무섭겠어요. ^^;;

시이소오 2016-09-21 17:49   좋아요 0 | URL
저는 뭐 가진게 없어서인지 무섭지 않은데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여성들이 밤에 맘껏 돌아다닐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

2016-09-22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놀이장에서 마스모토 세이초라니. 괜히 저주받은 몸이 아닌 것이었다 이해하고 맙니다 하핫 근데.. 제 pic의 기억과는 너무 다른 일정에 시스템이어서 이젠 pic이 무서워졌어요 ㅋ

시이소오 2016-09-22 01:23   좋아요 0 | URL
저희는 너무 짜여진 일정없이 놀아서요. 무서워하실것 까지야
ㅎ ㅎ
 

추석 연휴, 착한 동생을 둔 덕에 백수인 나와 백수인 나의 아내, 백수인 나의 아들도 덩달아 괌 pic 여행을 가게 됐다. 동생 가족과 우리 가족, 아버지를 대동한 여행인지라 얼추 계산해보아도 대략 천 만원짜리 여행인 셈.

 

착한 동생은 SKY 회원이었기에 30분 만에 출국 수속을 마쳤고, (대한항공을 타고 싶진 않았으나 나에겐 결정권이 없었다) 곧바로 허브 라운지로 직행했다. 그동안 왜 라운지 이용을 안 했을까? 음식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맛있었고, 결정적으로 와인과 생맥주가 무료였다.

 

맥주 먹고 배가 불러오자 레드 와인으로 바꿨다. 그래도 배가 불러오자 보드카에 쥬스를 혼합해 들이켰다. 나는 어쩜 이리 똑똑한 것일까? 기지 작렬.

 

제수씨까지 꼬드겨 담배 세 보루를 샀다. 66달러. 이런 악마의 숫자가! (담배를 끊더라도 일단 삼십 갑 피고 생각해 보자!) 답답하다는 아버지를 대동하고 면세점 한쪽 끝까지 가서 야도하고 라운지로 돌아왔다. (, 뭐 그닥 크지 않군)

 

라운지에서 무려 네 시간을 버티다 나왔다. 7시 비행기임에도 사람이 몰릴까 무서워 우리는 2시에 공항에 도착했기에. 우리 테이블을 보고 한숨짓던 여직원이 떠오른다. (미안해요. 다음엔 꾹 참고 안 올게요.)

 

수천 번 비행한 기장이나 스튜어디스도 사고로 죽는 일이 드문데 비행기 사고로 죽는 사람들은 얼마나 재수가 없는 걸까? 아직까지 살아있는 스튜어디스들이 운이 좋은 걸까?

 

스튜어디스에게 땅콩 까서 주세요하고 농담하려다 꾹 참았다.

( 땅콩으로 맞을 일 있나.)

 

버드를 세 캔 마시며 쿤데라의 <농담>을 읽었더니 어느새 괌이었다.



 

괌 입국 게이트에서 줄서다 3~4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며 제수씨는 내게 침투조를 제안했다. , 비행기가 멈추자마자 뛰어야 한다는 것. 비행기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나는 우사인 볼트처럼 뛰었으나, 고작 5미터 갔으려나. 짐을 내리는 승객들로 인해 금세 가로막혔다.

 

중간에 공항을 가로지른 보람이 있었던지, PIC에 가장 먼저 도착.

PIC에 도착해보니, 우선 예상보다 더웠다. (새벽 2신데 이렇게 더울 줄이야! , 한동안 무더위에 지치다 겨우 좀 살만 해졌는데 나는 왜 또 다시 괌에 온 것일까?)

 

새벽 4시쯤 잠들었는데 8시쯤 일어났다. 동생과 나는 액티비티를 예약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다. 양궁 코너에서 줄을 섰는데 다른 한국인들 몇몇이 이이서 줄을 섰다. (아니, 다들 왜 괌까지 와서 활을 쏘기 위해 아침 댓바람부터 줄을 서는 걸까? 한국인에겐 활을 쏘아야만 하는 어떤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32년 동안 한국 여자 양궁은 금메달을 내주지 않는 걸까?)

 

부라부랴 스타라이트 조식을 먹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더라.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는데......

 

먹기 위해 줄을 서는 만큼 비천한 짓은 없다’.

 

, 줄을 서고 말다니. 게다가 먹을 것도 없고, 맛도 없고.

 

기껏 예약까지 했으나 아이들이 기절한 듯 깨어나질 않아 다시 양궁 예약을 취소하러 갔다. 예약한 게 아까워 가족대표로 나만 참여했다. (, 또 다시 매몰비용의 오류)

의외로 어려웠다. 10발 쏘고 나서야 과녁에 겨우 1발 맞췄다.

(.....괌까지 와서 나는 왜 활을 쏘고 있는 걸까? 이거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데?!)

 

나이 어린 클럽 메이트 카일은 해맑게 피니쉬?’라고 물어본다. 14네발이 쐈는데 더 쏘라구? 손가락 아파 죽겄구만. ‘앱솔루트 피니쉬.

 

두 시간 정도 수영장에서 놀다 다시 중식. 이번엔 하나비. 스타라이트 조식보단 낫다.

회가 있으니. 맥주도 뷔페.

 

동생은 아버지 인슐린을 사기 위해 병원에 가고 (그래서 역시나 예약한 스노클링을 취소했다.) 나는 조카랑 주로 놀았다. 조카는 꽃게 모양의 튜브를 어깨에 걸치고 양손을 집게 마냥 오므렸다 펼치며 나를 쫓았다. 30분 정도 도망다녔을까. 조카는 양손을 집게 모양으로 펼치며 왕 꽃게로 업그레이 하더니 필사적으로 나를 쫓았다. 두 시간 동안이나. 5세 아이들은 지치지 않는 걸까? 그렇게 왕 꽂게에게 쫓기다 다시 석식.

선셋 바비큐.

 

밀러 맥주 한 병에 10달러. (VAT 별도) 세 병 마셨다. 뭔가 좀 바가지 씌우는 거 같아 영 기분이 불편하다. 골드 카드 비용 골드 카드대로 내고 여기서 또 150불을 지불해야 하다니.

그나마 가장 맛있던 건 닭도 아니요 돼지도 아니요 소도 아니요 새우도 아니요

파인애플이었거늘.

 

성질나 새우를 있는 데로 가져와 다 구웠다.

(까서 가져갔다. 나중에 보니 벌레가 나왔다고?)

 

렌트한 차(마쯔다)를 타고, 괌 시내에 가서 제수씨가 좋아라한다는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에서 파는 초콜릿 음료를 마셨다. , 달달하구나.

 

이후 K마트 가서 그토록 맛있다는바나나과자를 10여 개 사왔다.

 

숙소로 돌아와 동생과 (GUAM)괌 맥주를 마시고 잠 들었다.

 

오늘은 괌 PIC 골드 카드에 대해 따져보자. 룸 두 개에 골드 카드 포함 총 백 만원. 3박 동안 룸 하나는 4박으로 이용했기에 숙박비로만 350만원을 썼다. (성인 5, 소아 2) (물론 나는 계산만 한 거다. 결제는 동생이 했다.)

 

남자들은 총 8, 여자와 아이들은 총 9. 24+36 총 예순 번의 식사라. 이 중에 서른 번은 먹었을라나. 늦게 가는 바람에, 혹은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느라, 혹은 퍼시픽 판타지 디너쇼 같은 경우 아예 음식도 없고 보이지도 않아,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흡사 짐승처럼 먹었다. 레스토랑이 제시한 시간에 맞춰 밥을 먹는다는 게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아침 먹고 돈 아까워 겨우 두 시간 지났는데 점심 먹고, 점심 먹고 돈 아까워 겨우 세 시간 지나 저녁 먹고....... 이게 짐승이지 인간인가? 늦게 가는 바람에 20분 만에 먹어야 한다고 해서 허겁지겁 꾸역꾸역 음식을 입으로 쳐 넣고.....이게 짐승이지 인간인가?

 

퍼시픽 판타지 디너쇼에 갔더니 뷔페라더만 음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만 있고, 가져와 먹으려했더니 온통 깜깜해 내가 먹는 게 닭인지, 돼지인지, 소인지도 모른 채 꾸역꾸역 처먹었으니 (입안에 쑤셔 넣고 나서야 어라 닭이네’, ‘어라 소네’ ‘어라, 닭과 돼지를 같이 처먹고 있네’) ......이게 짐승이지 인간이냐고?!

 

괌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인간답게 먹은 건 사돈어른이 추천한 철판 요리집 조이너스였다.

PIC에서 차타고 5분 정도 걸린다. 7, 140달러 정도 나왔다. 골드카드 신청 안 하고 외부에서 식사를 한다면 아마도 골드 카드를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금액이거나 덜 들지 않을까. 참고로 PIC에서 신호등만 건너면 식당들이 꽤 있다. (토니 로마스, 쇼군, 정체불명의 치킨집 등)





 

PIC 골드 카드의 장점이라면 물놀이 도중에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건데, 단지 그 이유 때문에 1박당 50만원, 2개에 100만원을 지불해야 하다니, 왠지 사기 당한 느낌이 든다. 나는 앞으로 두 번 다시 괌에 가진 않을테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 글에 밝히겠지만, 한국인은 호구다) 만일 정신 줄을 놓는 바람에 가게 되더라도 이건희 같은 갑부가 되지 않는 이상 두 번 다시 골드카드를 이용하진 않겠다. 하긴 이건희 같은 갑부가 된다면 괌 PIC에 갈 일이 있을까. 하여 갑부가 되건 거지가 되건 괌에 두 번 다시 갈일은 없을 것 같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9-20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이니 2016-09-2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괌에 못 가 본 1인으로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참고할게요~

시이소오 2016-09-20 15:24   좋아요 0 | URL
괌 말고 다른 곳에 가시는게 ㅋ .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9-20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의 관광기(ㅋ)
여행기(?) 는
뭔가 빌 브라이슨 스러운데요ㅋㅋ
투덜거리는게 귀여우세요^^
읽는 동안 몇번을 웃었어요ㅎ

시이소오 2016-09-20 15:25   좋아요 0 | URL
아재의 불평불만을 귀엽게 봐주시다뉘

관대하신 강요님. ㅎㅎ

이 기회에 빌 브라이슨 여행기를 좀 읽어봐야 겠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9-2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의가 없었네요 ㅋ
웃다보니 귀엽다는 말이 튀어 나와서 그만...
귀여우세요로 수정했습니다ㅋㅋ

시이소오 2016-09-20 15: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는걸요.

관대하실 뿐 아니라 섬세한 강요님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시이소오 님은 기지남이시십니다... 독한 술을 쥬스에 타서 마시는 센스...
저도 먹기 위해서 줄서는 짓은 못하겠더군요.

그러다 보니 만날 맛없는 식당에 가게 되는데... 다행히도 저의 혀는 맛을 잘 못 느끼는 체질이라...그냥 그려려니 합니다..

시이소오 2016-09-20 16:16   좋아요 0 | URL
보드카 오렌지주스랑 토닉이랑 혼합해 마시면 맛있어요.

친구가 바에가면 조제 잘 하는데 저는 대충 마십니다. ㅋ

곰발님
혀가 저랑 비슷 하신듯 ㅋㅋ

cyrus 2016-09-2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은 곳에 갔다 오셨군요. 스튜어디스나 비행기 항공사들은 우리보다 튼튼한 강심장인 것 같아요. 비행기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이잖아요. 나 같은 사람은 불안해서 비행기 못 타는데.. ㅋㅋㅋㅋ 일 그만둘 때까지 단 한 번도 사소한 사고를 겪어보지 않은 스튜어디스, 항공사가 몇 명 있을지 궁금해요.

시이소오 2016-09-20 17:41   좋아요 0 | URL
통계를 따져보면 자동차 보다는 안전하다고 하네요. 비행기 사고보다 잦은 방사선 노출이 더 문제라네요.

대한항공 직원들은 갑질하는 손님들 뿐 아니라 갑질하는 한진 오너들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게 더 문제겠죠~~

비연 2016-09-2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괌 안 가봤는데 시이소오님 글 보니 다녀온 기분 들어 안가도 될듯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9-20 18:53   좋아요 0 | URL
비연님은 유럽으로 가시죠 ^^

나뭇잎처럼 2016-09-2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에 추가 한 표요! ㅎㅎ 근데 짐승 비유는 좀 심하셨어요. 짐승은 배부르면 안 먹거든요. 배불러도 먹는 인간을 짐승에 비유하시다니. 듣는 짐승 자존심 상하게... ㅋㅋ

시이소오 2016-09-20 21:01   좋아요 0 | URL
ㅋ 그러네요. 짐승에 대한 모욕이네요. 잡식동물로 정정해야겠습니다 ㅋ^^

2016-09-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ic이 아직 성업 중이군요. 싸이판에 가봤는데 저 역시 양궁도 하는 짐승으로 살았지만(ㅋㅋ) 남은 기억은 아우 좋아~~에요. 다시 가고 싶을 정도인데 헤헤

시이소오 2016-09-20 23:47   좋아요 0 | URL
그러시군요. 부지런한분은 pic가 맞을듯 합니다. 저처럼 게으른 족속은 일본 료칸이 딱이죠 ㅋ
 

오늘 왜이리 더운걸까요?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으로 한숨돌려 보시길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6-05-2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부터 여름이니까요. 저 사진 속 풍경의 장소는 어디에요? ^^

시이소오 2016-05-20 16:57   좋아요 2 | URL
올여름은 기습적이네요ㆍ 삼악산에서 바라본 의암호 풍경입니다 😊

알레프 2016-05-2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습니다 ^^

시이소오 2016-05-21 18:27   좋아요 0 | URL
책도 좋고 풍경도 좋죠?^^

2016-05-21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5-21 19:16   좋아요 0 | URL
알레프님 시인이시네요
사진보다 해석이 좋네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