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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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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 워낙에 핵폭탄 급 소설이어서인지, <드라운>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역시 오스카 와오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 주노 디아스의 필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단편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이야기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는데, 끝난다.

 

단편은 대체로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수시오’(난잡한 놈)이자 페로’()인 도미니카노(도미니카 남자들)들이 자신들의 라보를 함부로 휘두르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마는 안타까운 비극이 주를 이룬다. 제목의 이렇게<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메테셀로 전문가인 오스카 삼촌 루돌포처럼 했다는 뜻이다.

 

코헤 댓 페아 이 메테셀로!! (못생긴 계집애를 자빠뜨려서 그냥 거시기를 집어넣어!)”

 

줌파 라히리 책을 읽으면 이탈리아 어를 배우고 싶고, 줄리언 반스나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을 읽으면 프랑스 어를 배우고 싶듯, 주노 디아스 책을 읽으면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

(책을 읽으며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을 흥얼거렸다. )


여기엔 주노 디아스의 전 작품을 번역한 권상미 번역가의 세심하면서도 사려 깊은 번역도 한 몫 한다. (권상미 번역가는 최근에 도미니카 여행을 다녀왔다고.)

 

바람 피우다 들킨 유니오르는 여친 마그다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하지만 마그다는 툭하면 필경사 바틀비처럼 말한다. “안 하는 편이 낫겠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마그다와 도미니카로 여행을 왔건만 보카’(수다쟁이)였던 마그다는 유니오르에게 말조차 건네지 않는다. 게다가 도미니카 형제들은 가는 곳마다 유니오를 무시한 채, 마그다에게 들이대기 바쁘다


투시 에레스 베야, 무차차” (아가씨, 정말 미인이시네요.)

<해와 달과 별들>

 

다른 단편에서도 유니오르는 여친 알마 몰래 락스미와 바람피다 들킨다. 유니오르는 다리보다 환상적인 포폴라알마를 무녜카(인형)라 부른다. 알마는 말한다.

 

좆도좀만하다고

좆도없다고

게다가 제일 심한 건 인도커리처바른씹만좋아한다고

 

유니오르는 락스미가 기아나 출신이라고 반박하려 하지만 알마는 듣지 않는다.

여기서도 유니오르는 그녀를 잃었는다. <알마>

 

<플라카>에서 유니오르는 바람 피다 또 다시 플라카를 잃는다. ‘바람피다 걸리면 마체테를 꽂아주겠다는 여친의 협박에 맹세에 맹세를 거듭했음에도 유니오르는 또 다시 바람을 피워 그녀를 잃는다. 시간이 가도 유니오르는 그녀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엑스의 이름을, 그리고 그 옆에 이 말을 적는다.

 

사랑의 반감기는 영원이다

<바람둥이의 사랑 지침서>

 

이외에 유니오르보다 더 막장 수시오인 형, 라파와 그의 어머니 얘기가 주를 이룬 단편인 <닐다>, <푸라 원칙>등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유니오르가 등장하지 않는 -‘오스카 와오 연작이 아닌- 단 하나의 단편,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온 도미니카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주노 디아스의 여타의 소설들이 희극이라면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는 비극이다. ‘는 고향에 세 아이들을 두곤 온 아나 이리스와 공동 주택에서 살아간다. 공동 주택으로 가끔씩 빵공장에서 일을 하는 그녀 애인인 라몬이 찾아올 때도 있다. 라몬은 산타 도밍

고에 처자식을 두고 있지만 그녀와 바람이 났다. 아나 에리스는 그를 사랑하는지 묻는다. 그녀는 산토도밍고 옛날 집의 전등 얘기를 한다.

 

그 불빛이 얼마나 깜빡였는지, 과연 저 불이 꺼질지 안 꺼질지 알 수 없었다고. 우리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불이 마음의 결정을 할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고. 내 감정이 꼭 그래.”

 

라몬에 대해 선택권이 없듯이 디아스포라인 그녀에게 미국은 마치 고향집 전등 불빛과도 같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아나 에리스는 과연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을까.

 

<오스카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서 주노 디아스는 푸쿠를 말했다. 삶은 트루히요같은 저주다. 그러나, ‘사파도 있는 법. 푸쿠에 대한 역 주문. 삶은 축복이다. 디아스는 이민이란 한 번의 인생이 아니라 여러 인생을 사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 역시 이곳에서 여러 인생을 살 수 있다. 사랑이 있으므로.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

다른 생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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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ka 2016-05-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ch.yes24.com/Article/View/30484
ㅎㅎ읽어보세요

시이소오 2016-05-12 06:41   좋아요 0 | URL
아우, 감사합니다. 에티카님. yes24엔 이런 인터뷰도 있군요.

역시나 역자도 <오트라비다, 오트라베스>를 뽑았네요. ^-------^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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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단편집을 읽으면 단편들 마다 수준 차가 있기 마련 아닌가. <축복받은 집>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9편의 단편 중 단 한편도 버릴 게 없다. 완벽하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데뷔작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앨리스 먼로나 플래너리 오코너는 이류 작가로 보일 정도다.

 

나는 단편 소설에 어떤 위협이나 협박 같은 느낌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에는 약간의 협박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긴장 역시 꼭 필요하다. 무언가 절박한 상황, 처절한 행동이 곧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소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설 작품 속에서 긴장을 만들어 내는 것 가운데 하나는 가시적인 행동을 표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단어들을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다 털어놓지 않은 것, 그저 암시만 된 것, 사물의 평평한(때로는 망가지고 뒤집어진) 표면 아래 감춰진 풍경 등에서도 그런 긴장이 발생한다.

 

프리체트 V. S. Pritchett는 단편 소설을 눈꼬리로 힐끗 본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힐끗 본다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무언가를 힐끗 본다. 그 다음에는 그것을 통해 생명력이 부여되고 그 순간을 조명하는 무언가가 탄생한다. 나아가 운이 좋으면 보다 깊이 있는 결과와 의미에 도달할 수도 있다.


단편 작가의 임무는 자신의 모든 힘을 이 힐끗 보는데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혜와 문학적 기술이 무르익고(재능), 균형 감각과 사물의 합당성에 대한 감각이 길러진다. 사물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명쾌하고 구체적인 언어,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런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디테일은 구체적이고 의미를 전달해야 하므로, 언어는 정확하고 정밀하게 구사되어야 한다. 단어는 지극히 평범하게 들릴 정도로까지 정확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임무에는 변함이 없다. 제대로 사용된 단어는 모든 음계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캐롤 스클레니카.

 

긴장감, 사물에 관한 풍성한 세부 묘사, 정확하고 정밀한 단어, 예상을 뛰어넘는 대사<섹시>, 엄청난 반전<일시적인 문제>, 포복절도할 유머<진짜 경비원>,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감동<세번째 이자 마지막 대륙>도 있다. <축복받은 집>엔 독자가 단편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완벽히 갖춰져 있다. 줌파 라히리의 단어는 모든 음계를 아우른다. <축복받은 집>은 문학이 선사할 수 있는 종합선물셋트.

 

순수문학을 표방함에도 <축복받은 집>의 어떤 단편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신춘문예용한국단편문학과의 결정적 차이다. 화려하고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장 밑으로 부글부글 용암이 끓어 넘친다. 한 페이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축복받은 집>은 영혼의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준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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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4-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단편집에서 <섹시>를 정말 좋아해요. 사실 이 단편집 보다는 [그저 좋은 사람]을 훨씬 더 좋아하고요. 시이소오님 혹시 [그저 좋은 사람]도 읽어 보셨나요? 그 안의 단편 <지옥-천국>은 저의 패이버릿이에요! >.<

시이소오 2016-04-14 14:20   좋아요 0 | URL
그저 좋은 사람 아직 못봤어요. 덕분에 기대감에 간질거리네요^^

2016-04-1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권유군요. 꼭 읽겠어요.

시이소오 2016-04-14 15:27   좋아요 0 | URL
축복받으세요 ㅋ ^*^

조르그 2016-04-1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겠습니다
읽을 수밖에 없군요

시이소오 2016-04-14 17:17   좋아요 0 | URL
ㅋ 즐독되시길 ^*^

samadhi(眞我) 2016-04-1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집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읽어볼래요. 줌파 라히리라는 작가가 그렇게 천재성을 지녔다고 하니 질투나서 괴로울까봐 읽기를 미루고 있는데요.

시이소오 2016-04-14 17:54   좋아요 0 | URL
ㅋㅋ 질투하실것 까지야. 장편보다 단편에 소질이 있는 작가 같습니다. 저지대는 그저 그랬거든요. ^^

samadhi(眞我) 2016-04-14 18:13   좋아요 0 | URL
김영하같은 스타일인가봐요. 김영하도 장편은 별로거든요.

시이소오 2016-04-14 18:17   좋아요 0 | URL
작가들마다 자신에게 맞는 호흡이 있나봐요. 때려죽여도 장편은 못쓰겠다는 작가들도 있는걸보면요 ^^

samadhi(眞我) 2016-04-14 18:19   좋아요 0 | URL
정말로요. 춤도 노래도 문장도 죄다 호흡의 문제네요.

시이소오 2016-04-14 18:23   좋아요 0 | URL
호흡을 다른말로 하면 리듬일까요? 자신만의 리듬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CREBBP 2016-04-1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과 같네요. 저도 줌파 라히리 광팬입니다.

시이소오 2016-04-14 19:50   좋아요 0 | URL
읽고나면 다들 푹 빠지나봐요. ^*^

2016-06-2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았어요. 추천 고마워요 ^^

시이소오 2016-06-22 22:52   좋아요 0 | URL
힌님이좋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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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줄거리를 말하기가 난감한 소설들이 있다. 나 자신이 줄거리를 전혀 모른 채 읽어서일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이 줄거리를 모른 채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아 차마 말을 못하겠다. 매튜 퀵은 웃다가 울리는 덴 가히 천재적인 작가다. (이에 비견할 작가가 누가 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난히도 나는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정신연령으로는 아직 성장기라서?) 샐린져의 <호밀밭의 파수꾼>,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등. 매튜 퀵의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도 성장 소설일텐데, 사실 퀵 소설은 주인공 나이와 상관없이 전부 성장소설이다.

 

하루키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스토리가 더 좋다고 말했다. 퀵 소설 주인공들은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죄다 비정상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주인공인 팻과 티파니는 심지어 정신병원 출신이다. 그래서일까.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비교적 정상이 되었을 때 감동을 받는 걸까? 나는 정상인이라 안도하면서?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포샤 케인이다.

  

포샤 케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선생님에게 공식 인류 회원증’을 받는다. 이 선생님은 수업 첫날 이런 말을 했다.

 

때로는 그냥 믿어야 할 때가 있단다, 얘들아. 그게 바로 여기서 내가 너희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야. 앞으로 세상이 너희들을 짓밟아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빼앗아갈 거야. 세상은 그러기 위해 끝내주게 노력할 거야.

 

만약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용기를 가져온다면 세상은 그들을 꺽기 위해 죽여야 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세상은 모두를 부러뜨리지만 많은 사람은 그 부러진 곳이 다시 강해진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는 사람들은 죽고 만다. 세상은 아주 선량한 사람들이든, 아주 온화한 사람들이든, 아주 용감한 사람들이든 아무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죽인다. 네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해도 세상은 너 역시 죽이고 말 것이다. 다만 천천히 죽일 것이다

 

부러진 곳이 다시 강해진다’. 이 대사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예시한다. 주인공들은 세상 앞에서 부러지지만 그들은 다시 강해질 것이다. 불교의 고해라는 표현보다 인생을 더 정확하게 표현한 말은 없다. 알렉셰에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할머니처럼 나 역시 가끔은 나도 불쌍하고 모든 사람들이 불쌍하다.

 

<오이디푸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구절은 먹고 마시는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이 욕망이 충족되기 전에 2500전 그리스인들은 대화도 하지 않았다. 이방인이 와도 무슨 일로 오셨소라고 묻지 않는다. 일단 음식과 포도주를 먹고 나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밥벌이의 고달픔과 지겨움.

 

인간은 이 욕망의 전장터에 내던저져 무슨 영화를 얻겠다고 아귀다툼일까.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 퀵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 때문에 견디기 힘든 고통을 당한다. 또한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도 사람이다. 지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고안된 신이 만든 수정 구슬 같은 것인가. 고해, 고통의 바다다. 폭풍이 몰아치더라도, 등대를 바라보고, 서로를 믿으며, 끊임없이 노를 젓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포샤 케인이 부러웠다. 나도 공식 인류 회원증을 받고 싶다.

 

그러니 대담한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며, 기억해라.

뭐가 되건 네가 선택한 대로 된다는 걸.



밑줄 그은 문장

 

2부는 매 페이지마다 웃느라 미처 체크를 못했다.

 

p170. “남편과 하면서 단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꼈던 적이 없어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마치 내가 물건이 된 기분이에요. 그냥 그이의 물건을 품어주는 따뜻한 벙어리장갑이 된 기분이랄까.”

 

p353. 도켄스 디스키무스 (라틴어로 우리는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뜻입니다.)

 

p358. “ 전 이 카드를 20년 넘게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 카드는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거든요. 그때는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조차 드리지 않았죠. 그때 전 아무 철없는 10대였거든요. 하지만 이 카드는 제게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밑바닥까지 추락해서 결국 재활원에 들어가게 됐을 때 거기서 상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 바다 한가운데에서 거센 폭풍에 발이 묶인 보트를 타고 있는 존재, 라고 하면서 우리 인생에 있어 등대처럼 멀리서 반짝이고 있는 하나의 빛에 정신을 집중해서 천천히, 계속 노를 저어 폭풍을 뚫고 그 빛을 향해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불빛이 바닷물을 쓸고 갈 때마다 거기에만 정신을 집중하면서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우리를 집어 삼키려고 하는 무섭고 거대한 파도 밑, 진짜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바닷속은 보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

 

   당신께 드립니다. 공식 인류 회원증!!  

 

 

공식 인류 회원증! 이 회원증을 받는 사람은 인생의 추함과 아름다움, 인생의 크나큰 기복인 고뇌와 횐희,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일을 경험할 자격이 생긴다. 또한 이 회원증은 미래를 향해 꿈꾸고 노력하면, 네가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 될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니 대담한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며, 기억해라. 뭐가 되건 네가 선택한 대로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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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4-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벙어리장갑 ㅋㅋㅋㅋㅋ 완전 공감해요 동의해요!! 벙어리장갑 ㅋㅋㅋㅋㅋ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4-06 13: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 부분 읽다가 웃겨서 거의 자지러졌어요.ㅋㅋㅋ

깊이에의강요 2016-04-06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시이소오 2016-04-06 14:13   좋아요 0 | URL
무슨 뜻이에요? ㅋ ^^:

깊이에의강요 2016-04-0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진한 척이요~
*^^* ㅋ
죄송ㅋ

시이소오 2016-04-06 14:29   좋아요 0 | URL
벙어리 장갑 대신 공식인류 회원증 드릴게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06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갖고 싶었어요~~~ㅎ

다락방 2016-04-0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시이소오님께 땡투하고 이 책 주문했어요. 이게 다 벙어리장갑 때문이에요.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4-06 14: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벙어리장갑 때문에 한 건 했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0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 소설은 옳지요^^
항상은 아닐지라도~~

시이소오 2016-04-06 14:58   좋아요 0 | URL
댓글이 또 사라졌네요. 사라진 댓글들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요? 센트럴파크의 오리들이 떠오르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0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단 댓글이요???

시이소오 2016-04-06 15:05   좋아요 0 | URL
아니요. 제가 단 댓글이요. 간혹 사라져요 ^^:;

peepingtom 2016-04-0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님 서재에서 피핑톰하다가 건너왔습니다 ^^

시이소오 2016-04-06 15:44   좋아요 0 | URL
ㅋㅋ 반갑습니다. 피핑톰님. 제 서재에서도 생기발랄한 피핑톰 해주세요^^
 
벤허 - 그리스도 이야기
루 월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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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도 원작이 있었다니! 대한극장 앞에 줄을 서서 영화 <벤허>를 봤던 게 거의 20여 년 전의 일이다.

 

요즘 왜 기독교 관련된 책들을 읽게 되는 걸까?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 불가지론을 시험하는 걸까? 제목이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 A tale of the christ. 그런데 그리스도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로 치자면 단역급이다. 벤허가 몸통이라면 그리스도는 꼬리다. tale아니라 tail.

 

영화도 3시간을 넘더니 소설도 거의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다. 성령을 입어서일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은 총 8부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1부는 다이그레이션이다. 본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다. 없어도 무방하다. 예수를 찾아오는 동방박사들의 이야기. 이야기는 2부부터 시작한다.

 

메살라와 유다는 소꼽친구다. (가롯 유다가 아닌 벤허 유다) 하지만 메살라는 로마인이고 유다는 유대인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속국이었다. 일제치하에 비유하자면 메살라가 일본인이라면 유다는 한국인인셈. 5년 동안 로마에서 유학 후 돌아온 메살라는 에로스는 죽고, 마르스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며 유대 민족을 무시하고 로마를 찬양한다. 유다는 메살라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로마 총독 그라투스가 이스라엘로 온다. 유다가 행진을 구경할 때 하필 그의 집 기와가 떨어진다. 떨어진 기왓장은 마치 던진 것처럼 총독을 정통으로 맞힌다. 로마군들이 유다의 집으로 밀어닥친다. 로마군 중의 한명인 친구 메살라는 유다가 범인이라 지목한다. 유다의 어머니와 동생은 잡혀간다. 유다는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형벌을 받는다. 나사렛을 지나다 한 젊은이로부터 유다는 물을 얻어 마신다. (물론 이 젊은이는 목수의 아들 예수였다.)

 

유다의 갤리선 사령관의 이름은 아리우스였다. 해전 중 유다는 사령관 아리우스의 목숨을 구한다. 아리우스는 유다를 양아들로 삼는다.

 

유다는 안디옥에서 아버지의 노예였던 시모니데스를 만나 어머니와 동생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다. 길거리에서 네 마리 말을 몰고 가는 전차가 낙타위의 가마와 충돌하려 하자, 유다는 전차를 잡아 사고를 막는다. 네 마리 말을 모는 이는 다름 아닌 유다의 원수 메살라. 벤허는 메살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차 경주를 계획한다.

 

일데림 족장으로부터 명마를 인계받은 벤허는 전차 경주를 대비해 말들을 훈련시킨다. 족장의 집에서 벤허는 사고가 날 뻔했던 가마 주인과 그의 딸 이라스를 만난다. 가마 주인의 이름은 발타사르. 그는 세 명의 동박 박사 중 한 사람이었다. 벤허는 이라스에게 사랑을 느낀다.

 

시모니데스는 벤허에게 자신이 벤허의 노예라고 말한다. 대상인이었던 그는 전 재산과 자신의 딸 에스더를 벤허에게 바치려 한다. 에스더는 벤허를 사모한다.

 

시모니데스의 거금을 바탕으로 시모니데스, 일데림, 벤허는 이스라엘의 독립운동을 조직한다. 전차경주에서 벤허는 메살라의 전차를 교묘히 부신다. 메살라는 경주에서 간신히 목숨만을 건진다.

 

로마의 총독이 그라투스에서 본디오 빌라도로 바뀐다. 총독의 지시에 따라 안토니아 성채에서 지하 감옥을 조사하던 중 비밀에 싸인 감옥에서 두 여성 나 환자가 발견된다.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인 티르자. 벤허의 어머니는 퇴색한 옛 집 앞에서 잠들어있는 벤허를 만나지만 나병이라는 이유로 아들에게 아는 체 하지 못하고 딸과 함께 나병촌으로 들어간다.

 

메시아의 소문을 듣고 벤허는 발타사르와 함께 세례 요한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벤허는 나사렛 목수의 아들을 만난다. 나사렛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들어오던 중 두 문둥병자의 병을 고쳐준다. 벤허는 병으로부터 치유된 엄마와 동생과 재회하고 예수의 기적 앞에서 그가 구세주임을 믿는다. 한편 그가 사랑하던 이라스는 예수가 왕이 아니라 거지라며 예수를 비웃을 뿐 아니라 그를 믿는 벤허와 유대인들을 비웃는다.

 

벤허는 예수를 구할 수 있었지만 예수는 벤허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예수는 다 이루었다라는 말을 끝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다.

 

이 두꺼운 책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이는 예수라기보다는 역자다. 만약 게으르고 나태한 역자가 번역했더라면 끝까지 읽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랬소, 저랬소가 남발했을테니. 심지어 한국 작가 중 손 모 작가처럼 대화문마저 번역체 문장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

토 나올 것 같아 못 읽는다.


내가 읽은 외국 소설 번역 중 가장 매끄럽다.

어디선가 산들산들한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산뜻한 번역이다.

역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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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6-04-0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비딕>읽으면서 김석희 역자 책들은 다 보고 싶더군요~! 김진준씨 이후로 마음에 드는 역자 공감합니다!

시이소오 2016-04-01 12:54   좋아요 0 | URL
김석희 역은 마음놓고 읽겠어요 ^^

서니데이 2016-04-0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석희 역이네요.^^
시이소오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시이소오 2016-04-01 18:1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불금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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