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 오슬로 국립대학 토마스 휠란 에릭센 교수가 전하는 풍요와 상실의 행복론
토마스 휠란 에릭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의외였다. 토마스 휠란 에릭센 교수의 문체에 반했다. 만화책 읽듯 낄낄대며 읽었다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에서나 나올만한 책이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지 않고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는데 정작 복지국가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2001년의 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 인구의 9%만이 미래 사회가 현재보다 살기 좋은 사회로 변할 거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빅 배드 울프 패러독스. 욕심 많은 늑대는 아기 돼지 삼형제를 요리해 먹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었다. 드디어 아기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해 먹으려는데 아들 늑대가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 내일부턴 뭘 하실 생각인가요?”

 

인간은 항상 다른 인간과 비교를 통해 행복을 가늠한다. 내가 60인치 풀 HD 평면 TV로 행복감을 느끼더라도 내 친구가 100인치 곡면TV를 사는 날 행복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선택의 자유는 역설적으로 행복감을 저하시킨다. 100개의 커텐 중 무엇을 고를까. 선택을 끝내고 돌아서고 나면 무언가 찜찜하다. 내 결정은 완벽한 걸까.

 

에피쿠로스는 저자의 말대로 역사 속에서 가장 오해를 많이 받은 철학자다. 그가 말한 쾌락은 성적 쾌락이 아니다. 쾌락이란, 헛된 욕심을 버리고 삶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소유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계효용은 결국엔 하락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지루함을 줄이는 방법으로 관심사를 늘리라고 충고한다. 요즘 뜨고 있는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 심리학은 어떨까. 긍정 심리학은 한국 같은 나라에선 억압적 정치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불합리한 현실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

 

저자는 묻는다.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할 때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지루함이 아닐까하고.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선 무언가 어렵고 도전적이면서 현실적인 목표가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좋은 삶,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도취와 자기희생, 평등과 경쟁, 안정과 자유,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 금욕과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산다는 말과 같다. 상호간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앞날의 일을 염두에 두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삶의 의미에는 세 가지 답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42’(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볼 것). 두 번째 대답은 저자의 동료에게서 들었다고 한다. “ 삶의 의미가 뭐냐고? 그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지. 첫째는 신을 믿는 것이고, 둘째는 자식을 낳는 것이고, 셋째는 .......잊어버렸어.” 세 번째 대답은 삶 자체가 바로 의미다.

 

그가 도달한 행복에 대한 결론은 다소 진부하긴 하다. 그렇지만 그의 말대로 실천하기엔 쉽지 않다.

 

계급차가 가능한 한 적은 사회,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개인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 사랑이 넘치고 안정감이 있는 사회. 바로 이런 것들이 삶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공식이다. 또한 개인들은 각자의 목표를 세우되 과장된 야망이나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세우는 일을 피하고, 가능하면 타인들과 협동하여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사소한 기쁨을 잊지 않고 즐기되, 직접 겪는 불평등은 물론 타인이 겪는 불평등에 대해서도 항상 비판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더 늦기 전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중요한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되, 가끔 경험할 수 있는 기쁨과 만족의 순간도 최대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반이 비어 있는 물컵보다 반이 차 있는 물컵을 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렵지 않은 곳은 일부러 긁지 않도록 하며, 던지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억지로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열정과 쾌락을 두려워하지 말되, 갑자기 때가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필요 이상으로 참고 인내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바다나 강처럼 물이 있는 곳을 자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그리고 가능한 한 자주 큰 소리 웃는 것도 좋다.

 

의외의 결론이긴 한데 에릭센 교수는 마지막으로 환경운동을 제안한다. 우리가 빅 배드 울프 패러독스에서 벗어나긴 위해선, 거대하고 집단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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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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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60만명, 국토는 한반도 5분의 1. 1년에 해가 온전히 뜨는 날은 50여일 정도. 천연자원도 없고 딱히 볼거리도 없는 나라. 그럼에도 매년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하는 덴마크의 비결은 뭘까?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직접 덴마크를 찾아갔다.

 

덴마크의 역사.

 

그러고보니 북유럽 국가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가? 아프리카는 더 더욱 모르고, 동남아도 모르고, 중동도 모르고. 허걱, 세계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 (매일 만나는 나의 무지)

 

덴마크도 바이킹의 후예였음? 하긴 노르웨이가 덴마크 땅이었으니. 1814년 덴마크는 스웨덴에 노르웨이를 뺏겼다. 1864년엔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영토의 3분의 1을 독일에게 뺏긴다. 독일 눈치를 보며, 황무지 밖에 없었던 덴마크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재건을 이룩한다. 그룬트비가 주도한 깨어 있는 농민 되기운동, 협동조합 운동, 달가스가 주도한 국토개간운동을 통해 덴마크는 오늘날 행복지수 1위 국가의 초석을 다진다. 농민이 주도하는 농민학교에서 덴마크 농부들은 덴마크 역사와 문학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농민들이 문학과 역사라니!

 

행복한 일터

 

오연호는 세 차례에 걸친 덴마크 취재에서 택시기사, 식당종업원, 주부, 학생, 교사, 공무원, 언론인, 목사, 의사, 변호사, 국회의원 등 여러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까?” 라는 물음에 덴마크의 모든 사람들이 머뭇거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어떻게 그럴수가!

 

오연호는 덴마크가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라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냉철한 언론인들에게 다른 대답이 나올거란 기대마저 무너졌다. 신문사 <폴리티켄> 기자들은 1년에 7주의 휴가, 6년마다 3주씩 추가된다. 경력 6년 이상이면 한 해 휴가만 10주다.

 

덴마크의 언론은 기본적으로 비판적입니다. 권력 집단인 정치권과 대기업, 주요 기관을 매우 강하게 감시하고 있어요. 덴마크의 언론은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비판의 자유를 누립니다. 언론이 그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덴마크에는 부정부패가 거의 없어요.”

 

, ‘기레기의 나라에 사는 후진국 국민으로서 이렇게 부러울 수가.

 

덴마크에선 실직자가 2년간 받은 실업보조금은 기존 월급의 최대 90%에 달한다. 5일 기준으로 한 달에 최소 1860크로네(200만원), 최대 16300크로네(3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덴마크가 행복지수 조사에서 세계 1위인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일정한 기본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인들은 밥벌이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요.”

 

덴마크 노조 조직률은 68.5%. 한국은 2011년 기준 9.9%. 덴마크의 조세부담율은 약 50%, 한국은 약25% 두 배에 가깝다. 덴마크 사람들은 월급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내면서 불만이 없을까. 오연호의 취재에 의하면 역시나 단 한명도 없었다. 덴마크에선 실업을 하면 실업보조금이 나오고 대학까지 공짜로 다니고 병원비가 평생 무료다. 부패지수에서도 가장 깨끗한 나라답게 덴마크인들은 자신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 만일 덴마크처럼 세금이 제대로만 쓰인다면 우리도 월급의 반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사회

 

독일 역시 복제 제도가 잘돼 있는데도 왜 덴마크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할까요? 그것은 제도 이전에 태도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정신적인 태도, 가치관이 중요하죠. 덴마크에서는 남이 큰 집을 갖고 있어도, 친구가 좋은 대학을 다녀도 부러워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덴마크 사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먼저 제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 알브렛슨은 덴마크인들의 이런 태도가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일부는 다음과 같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 말라.

4.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착각하지 말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9. 누가 혹시라도 네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 말라.

10. 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 말라.

 

미래 예측 보고서 <드림 소사이어티>의 전자인 롤프 옌센 역시 덴마크가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데 동의한다. 행복한 교수인 그레베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사회민주주의보다 다른 용어를 제안한다.

 

나는 사회시장경제라고 부르고 싶어요. 혹은 사회투자국가라고도 할 수 있죠. 덴마크 사회는 시장의 힘을 이용하지만 사회정의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아요. 높은 수준의 자본과 높은 수준의 신뢰가 결합돼 있습니다.”

 

덴마크에선 월급의 80%를 공동체에 내는 마을 공동체도 있다. 구성원끼리의 소득격차는 거의 제로다. 덴마크는 OECD기준으로 불평등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기도 하다.

 

덴마크인들은 80%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매주 일요일 교회에 나가는 비율은 어느정도일까? 3%.

 

덴마크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생활고 때문에, 경제적 생존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죠. 그런 문제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더 의지하게 됩니다. 교회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불행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덴마크의 낮은 예배 출석률과 높은 행복지수는 일정하게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에 예배가 난무하는 이유! 수요예배, 목요예배, 금요예배, 주간예배, 야간예배, 새벽예배, 기타등등. , 정말 부럽다. 덴마크 교회는 한국 교회처럼 헌금도 구걸하지 않는다. 매달 월급에서 자동적으로 이체된다. 덴마크 인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은 믿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믿음이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정신은 덴마크를 가장 행복한 나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덴마크는 가난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분명한 사회입니다. 그런 연대 정신의 핵심은 기독교의 사랑에서 왔다고 봅니다. 서로 사랑하라. 이 기독교 정신이 덴마크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관점에 매우 깊이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사회의 분열을 일삼는 한국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의 핵심적 가치가 무엇인지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행복한 학교

 

시험도 없고 왕따도 없는 학교라니!! 덴마크에선 한 선생님이 9년간 학생을 가리킨다고 한다. 한국 부모라면 지레 걱정을 할지도 모르지만 덴마크 부모들의 담임 선생님에 대한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우리 헌법에 반드시 학교에 가야 한다고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학생들은 꼭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자유로운 교육철학과 방법에 의해 배워도 됩니다. 이러한 정신은 그룬트비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덴마크엔 에프터스콜레라는 학교가 있다. 고등학교 가기 전 10학년을 보내는 곳이 에프터스콜레다. 이른바 인생 설계 학교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배운다. 덴마크 대학은 등록금이 없을뿐더러 서열도 없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런 나라가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거짓말 아냐!? 덴마크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덴마크 국민 중 10%에 해당하는 깨어있는 농부들이 오늘날의 덴마크를 만들었다. 결국 깨어있는 시민이 관건이다. 한 사람이 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한 국가가 했다면 다른 국가도 할 수 있다.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

 

좌우파 프레임으로는 사악함으로 똘똘 뭉친 기득권 세력들을 몰아낼 수 없다.

좌파라는 말에 기겁하는 6. 25세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행복지수에서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한다. 흔히 말하는 사회민주주의 국가다. 나는 나를 좌파라고 생각지 않는다. ‘네 정체가 뭐냐?’하고 물으면 딱히 뭐라고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토니 주트 덕분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보편적 사민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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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04-2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림소사이어티 저자가 덴마크인이었군요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ㅠ

시이소오 2016-04-25 14:02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못 읽어봤는데, 재스민님, 역쉬 ^^

david27 2018-01-3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제가 책을 등록할 때마다 잊지않고 ˝좋아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어마어마하게 읽으시네요
생업도 있으신대두~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서 여쭤봅니다
어떻게 해야 ˝매니아˝가 되는거죠
700개이상의 매니아이시던데
그어디에도 매니아 되는방법은 나오지 않던데요
시간되실때 답변주시면 큰 기쁨으로 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8-01-30 22:55   좋아요 0 | URL
리뷰나 페이퍼나 글을 자주 올리시면 될거에요^^

david27 2018-01-31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승리하세요

시이소오 2018-01-31 08:13   좋아요 0 | URL
ㅎㅎ 다비드 혹은 데이빗님도 승리하소소 ^^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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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2년동안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내야 했을 유가족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거꾸로 물어보자. 세월호 승객들을 죽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거의 수십 가지 정도의 조건들이 들어맞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관련된 공무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배 밖으로 나와서, 바다로 뛰어 내리세요라는 한 마디 말을 했다면 전원 구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공무원들은 바다로 뛰어내리게조치하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경본청, 서해해경청, 목포해경, 헬기 511, 헬기 512, 헬기 513, 해경 123, 항공기 703, 청해진 해운, 인천항만청, 인천해경 등등.


세월호 선장과 직원들, 제일 먼저 출동한 해경 123정의 직원들. 그래 좋다. 자신들의 목숨이 아까워서 구조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런데 헬기에 타고 있던 항공구조사들은 경력25년 차의 베테랑들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던 사실이다.)


즉 이들은 몸에 밧줄만 감으면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특공대원 들이다. 또한 이들은 선박이 침수 상황시 승객들을 바다로 뛰어내리게 하는 게 가장 급선무의 행동이라는 걸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그저 헬기 바스켓에 몇몇의 사람들만 올려 보냈다. 시간이 부족해서? 서해해경청 소속 헬기511호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25분이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배가 가라앉은 1017분까지의 가해자 측, 즉 국가가 내민 기록들에만 집중한다. 책의 내용만 봐서는 왜 국가가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밝히기엔 무리가 있다. 이 책의 한계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진실을 파헤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질문을 던진다. 국민 모두에게.

 

왜 국가가 구조하지 않았을까?’,

왜 아이들을 죽여야만 했을까?’

도대체 왜 죽인 걸까?’

 

세월호는 국정원이 관리한 배다. 세월호와 똑같은 항로를 운항하는 <오하나마호>의 해난보고 계통도에는 국정원이 없지만 세월호의 해난보고 계통도에는 국정원 제주지부와 인천지부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세월호 보안측정이 끝난 이후에 가진 국정원과 청해진 선사대표의 미팅 직후, 제주지역 본부장 이성희는 3월 22일 메모에 이렇게 적었다.

 

소름끼치도록 황당한

 

도대체 국정원이 지시한 어떤 내용이 소름끼치도록 황당했을까? 국정원은 세월호의 면허를 내주지 않았다. 1개월간 점검을 때렸다. ‘면허를 미끼로 국정원은 청해진 해운과 어떤 딜은 한 것은 아닐까? 아마도 청해진 해운 측은 초기에 국정원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국정원은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될 어떤 것을 세월호에 실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게 뭘까? 이상호 기자는 세월호에 폭발물이 실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세월호 승객들을 죽여야 할 이유가 없다. 혹자는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아이들의 문자 내용 중 가스, 혹은 삶은 달걀 냄새에 주목한다. 만일 세월호에 실린 어떤 것이 방사능 물질이라면? 혹은 바이러스 같은 거라면? 그래서 그것이 생존자들 몸에 흔적을 남기는 거라면? 혹은 그것이 전염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는 거라면? 혹은.........

 

도대체 수백 명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숨겨야 할 어떤 것의 정체는 뭘까.

 

청와대는 애초부터 구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청와대가 제일 먼저 출동한 123정에 요구한 건 오로지 영상이었다. 그것도 수십 번이나. 왜 청와대에선 영상이 필요했을까?

 

청해진을 파고들면 국정원이 나온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언딘을 파고들면 뭐가 나올까. 언딘은 구조업체가 아니라 인양업체다. 언딘를 파고들면 일단은 새누리당이 나온다. 또한, 폴리텍 대학, 정수 장학회, 그리고 박근혜가 굴비 한 두름 마냥 줄줄이 엮여 나온다. 결국 세월호의 어디를 파건 청와대의 박근혜로 수렴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건 사법부의 태도다. 1심 재판부는 세월호 가해자 측에 비교적 엄한 처벌을 내렸다, 그러나, 2, 대법원에선 1심 판결을 전부 뒤엎었다. (몰랐다.) 마치 사법부는 인자한 어머니마냥 보호자를 자처한다.

 

왜 그럴까? 국민정서를 외면하면서까지 왜 사법부는 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걸까? 어떤 외압이 작용한 것일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설을 말하지 않겠다. 위에 언급한 의문들은 이 책과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언급한 내용들이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월호 진실이 밝혀진다면 새누리당은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집권할 수 없을 것이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월호 학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워야한다. 그러라고 뽑아준 거다.

 

9.11 이후, <9.11 조사위>18개월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200명의 사람을 만났고, 12차례의 청문회를 열었다.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국방장관, 국무장관, 등등 전, 현직 고위 정부 인사가 모두 증언대 앞에 섰다.


반면 한국의 세월호는? <세월호 특조위>는 정부와 새누리당 방해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자는 것은 각자의 정치적 신념, 선호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한 어린 아이가 물속에 빠지면 어느 정당을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을 좋아해야만 구해줄 건가?

 

만약 지금 어떤 사람이 문득 한 어린아이가 우물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어린 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고,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로부터 어린 아이를 구했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도 아니며, 어린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싫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이것을 통해서 볼 때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 <맹자, 공손추 상>

 

이 책을 읽는 게 힘들 수도 있다. 나 역시 힘들었다.

눈물 없이, 분노 없이 읽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읽어야 한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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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6-04-17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ㅠㅠ

시이소오 2016-04-17 07:33   좋아요 0 | URL
많은 시민들이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겠죠? ^^

순오기 2016-04-1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지요! 이 책은 아직 못 읽었는데 꼭 읽어야겠네요.

시이소오 2016-04-17 08:13   좋아요 0 | URL
진실에 대해 알 순 없지만 진실을 알아내야만 하겠다는 의지는 불태우게 하는 책이네요. ^^

david27 2016-04-17 20: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께서 변함없이 세월호를 인양하라를 배경화면으로 하시네요
변함없으신 그모습 너무 좋습니다
어느덧 두해가 지나갔네요
하지만 여전히 모든것이 아무일없듯이 흘러 가는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david27 2016-04-17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을 구입했는데 이책도 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4-17 09:20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 아직 다 못 읽었어요. 못 읽겠더라구요.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진짜 궁금합니다. 왜 구하지 않았을까요? 별별 이유를 다 갖다대도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나와같다면 2016-04-17 13:11   좋아요 0 | URL
어제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소름끼치게 무서웠어요

시이소오 2016-04-17 13:11   좋아요 1 | URL
어떤 가설을 생각해보아도 우리 입장에선 소름끼치게 황당할 수 있지만 새누리입장에선 가능할 수도 있겠죠.
전 아직도 재판이후 18시간만에 사형당한 인혁당 피해자들 생각하면 소름끼치도록 황당합니다. 지금껏 봐왔듯 박근혜가 지 애비 하는 짓 고대로 하는거 봐서는 일반인의 심리로서는 이해불가능한 짓을 저질르지 않았을까요?

시이소오 2016-04-17 13:12   좋아요 0 | URL
그것이 알고싶다 찾아봐야겠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17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질기고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진실은 수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김지영 감독님이 제작하고 있는 인텐션에도 작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8 09:46   좋아요 0 | URL
강요님같은 젊은이들이 있으니 희망이 보이네요 ^^
넬처럼 맑은 영혼이 바르기까지 ^^

깊이에의강요 2016-04-1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과대평가 되고 말았군요^^
부끄럽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8 09:57   좋아요 0 | URL
강요님 보면 누군가가 떠올라요. 그 친구 너무 예쁘고 너무나 맑고 너무너무 바른 친구여서 천상에서 내려온 사람 같았거든요. ^^ 그래서 제가 강요님 완전 애정하자놔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부끄 ...*^^*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4-18 10:19   좋아요 0 | URL
맞다. 글도 잘 쓰잖아요. 주변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아요? ㅋ

깊이에의강요 2016-04-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 생일인가요???ㅋ
시이소오님 워워~~^^~
진짠줄 알아요ㅋ
저 글 못 써요~~~~

시이소오 2016-04-18 10:36   좋아요 0 | URL
글 잘 씁니다. 제가 내소사 글 봤거든요. 완전 부러움
자주 써주세요 ^^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 경제 위기, 중산층의 배반 그리고 권위주의의 귀환
조슈아 컬랜칙 지음, 노정태 옮김 / 들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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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커의 말대로 유사 이래 폭력이 감소했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까? 


박영숙의 <유엔미래보고서>를 보고 가장 놀랐던 건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퇴보 현상이었다. 프리덤하우스, 베텔스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민주주의 지표index democracy’ 등 모든 조사에서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쇠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 및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가파르게 증가했고, 심지어 쿠데타도 귀환했다. 기니, 온두라스, 모리타니, 니제르. 기니비사우, 방글라데시, 태국, 피지, 마다가스카르 등등.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민주화 전문가 박종민이 아시아 바로미터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심지어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낸 것으로 여겨지는 대한민국에서조차, 특정한 상황에 놓일 경우 권위주의적 정부가 더욱 적합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응답자의 수가 1996년에 비해 2006년에 두 배가량 늘어났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주된 원인은 경제와 관련이 깊은 것처럼 보인다. 1990대 말 금융위기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이룩한 경제적 성취를 뒤엎어버렸다. 구소련에서 볼 수 있듯 민영화는 구체제의 내부자들을 새로운 귀족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전 세계의 경제 성장을 종식시키는 결과만을 낳았다.

 

유엔 인간개발 프로그램에 따르면 2000년 대 들어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에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부패 역시 심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성완종 리스트가 버젓이 나왔음에도 검찰은 유야무야 수사를 종결시켰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회의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금융위기, 민영화의 폐해를 겪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듯 보인다. 심지어 이 책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를 망친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폐해 때문이었다. 숱한 나라들이 신자유주의로 경제가 곤두박질 칠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저자의 처방.

 

선출된 독재자들이 성공할 수 없는 구조를 창출하라.

중국 모델을 이해할 것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라

 

고위 관료와 공직자에게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과 함께 압력으로부터 헌법적으로 보호받는 독립적인 반부패 감시기구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반부패 감시기구는 독립적인 조사권을 반드시 가져야 하며, 국게 투명성 기구 같은 조직에서 파견된 외국 전문가를 포함하여 구성함으로써 보다 확실한 독립성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의 승자를 존중하라 선거가 공정했다면

그러나 선거는 오직 첫 단추임을 깨달을 것

다국적 민주주의 기구들과 협력하라

신흥 강국들을 끌어들이라.

 

이 책을 읽고 의외로 힐링을 경험했다. 나는 독재자 박정희를 지지하는 사람도, 단지 박정희 딸이라는 이유로 박근혜를 뽑아준 사람들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이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엄청난 고통이다. (십년 넘도록 홧병, 자살시도라 말해도 무방할 교통사고)

 

필리핀에선 마르코스 딸이 주지사가 되었다. 필리핀국민 역시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대개 과거자체가 향수를 지니고 있다.(현상 유지 편향) 이 책을 읽었다고 색누리당을 지지하거나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저지르는 오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민주주의 정권 (김대중, 노무현정권)은 거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와 똑같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경제는 파탄났다. 독재잔당과 재벌은 언론을 통해 수도 없이 경제파탄의 원인을 민주주의정권 때문이라 유포했고 생각지 않는 대중들은 세뇌되었다.

 

필립 코틀러는 부자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한 가지 원인은 언론에 의한 세뇌임이 분명하다.

 

민주주의를 파멸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소득 불평등이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을 조장하는 신자유주의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자들이 있다.

프리모 레비 책 제목을 비틀어 말하자면

 

저것이 인간인가

 

메모한 문장들

 

64. 특히 헌팅턴 같은 개발 이론가들은 중산층이 민주주의적 전환의 주된 원동력 노릇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그들은 중산층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구성원들의 국가의 통제 영역 바깥에서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관계망을 건설할 것으로 보았다. 중산층은 교육을 더 많이 받고, 민주적 사고방식이 통용되는 바깥 세계와 더 많이 관련을 맺으면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요구를 높여가리라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경제 발전은 개인들이 서로 더 높은 신뢰 관계를 맺도록 이끌어갈 것인데, 개인 간이 신뢰는 정치에서 토론을 하고 반대되는 견해가 있는 정당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137. 베네수엘라부터 볼리비아, 케냐, 태국, 대만에 이르기까지, 선거로 뽑힌 첫 번째 지도자들이 선출된 독재자로 돌변하는 일이 너무도 자주 일어났다. 독재 정권 아래에서 성장해온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마련인 민주화 첫 세대들에게, 선거란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해주는 국민 투표와도 같다. 선거로 뽑힌 독재자들은 헌법적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자들이 아니며, 법의 지배가 유지되고 개인의 자유 및 소수자의 권리가 보호될 것임을 보장하려 하지도 않는다. 비록 그들이 민주주의의 한 가지 요건, 즉 다수의 투표를 얻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자들은 민주주의의 형식을 따르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

 

138.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급격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수많은 반정부 지도자들은 천수이볜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익혔던 습속을 떨쳐내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곤 했다. 1990대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환경 속에서는 기존의 반정부 운동가들이 과거의 실수와 범죄를 용서할 수 있는 여지가 그리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천수이볜의 부패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풍문으로 떠돌 뿐이었다. 민주진보당의 지지자들은 그보다 앞서, 천수이볜의 독선적이고 거만한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 더 큰 충격에 빠지고 있었다. 일단 대통령직에 오르고 나면 천수이볜은 자연스럽게 반정부 운동 시절의 비밀주의와 편집증적 성향 중 일부를 버릴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었지만 그 믿음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 주변인들을 분노에 가득 차 해임하였고, 자신의 정치적 이너서클에 가족을 끼워넣기 시작했다. 그 가족들 중 적어도 11명은 훗날 대통령 본인의 혐의와 비슷한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그의 아들은 내부 거래 혐의로 기소된다.

 

140. 조지 차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무능력한 정부를 바라보며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거간꾼 중 한 사람이 정부 자금 가운데 거의 3천만 달러를 빼돌린 사건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바깥세상에서 보면 그저 농담처럼 보일 것이다. 어떻게 정부가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단 말인가?” 한때 천수이볜을 지지했던 부시 행정부는,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는 그의 무능함과 부패에 학을 뗀 나머지, 천수이볜이 그저 미국에서 하룻밤 머물고자 하는 것도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141. 젊은 민주주의 국가의 첫 번째 지도자들은 때로 오래도록 정부와 맞서온 운동가가 아니라, 구 정권의 내부자들 중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그들은 민주적 규범에 대해 그리 많은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일 것이다.

 

151. 푸틴에서 차베스와 탁신에 이르기까지, 선거로 뽑힌 독재자들은 대체로 영악한 정치인 노릇을 한다. 법의 지배를 무시하면서, 대체로 빈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펴거나, 국가주의를 부추기거나, 두 가지를 함께 구사하는 방식으로 자국 인구 중 다수 집단 속에서 큼지막한 규모의 인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지도자들이 잘 버티며 생존해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중산층은 그저 점점 더 화가 날 뿐이기에, 더욱 극단적으로 변하여 선거로 뽑힌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폭력시위부터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게 된다.

 

155. 실제로,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노동계급 구성원들은 경제 성장이 끝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 중산층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폐기 처분하려 들고 있기에, 결국 노동계급은 더욱 소외될 뿐이다. “왜 그들에게는 자기들 마음대로 우리의 정당을 불법화할 권리가 있는 겁니까?” 속한 정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후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노파돈 파타마의 말이다. 그는 탁신 친나왓의 포퓰리즘적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162. 국가가 민주화됨에 따라,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고 뇌물을 주고받던 기존의 경로가 사라지고, 더 많은 행위자들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중요한 정부 정보에 접근 가능하게 되므로, 지역 정치 지도자, 정부 관료 조직 구성원, 국회의원 등 더 많은 이들이 뇌물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패가 자유화되면 모든 이들의 사업 비용이 늘어난다. 오늘날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기업에서 가장 작은 길거리 상인까지, 누구든 자카르타 같은 도시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딱지 떼는 경찰부터 교통경찰 및 해당 지역 관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에게 꼬박꼬박 벌금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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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튜더의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에 이 책이 잠깐 언급되었어요. 신기하게도 컬랜칙의 책이 2015년 4월에 먼저 나왔고, 튜더의 책이 두 달 뒤에 나왔어요.

시이소오 2016-03-22 18:56   좋아요 0 | URL
다니엘 튜더 책은 아직 못 읽었어요 ^^; 읽고 싶었는데 ...

룰루라떼 2016-03-2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책상위에 저 노트...뭘 쓰신건지 궁금합니다^^
(제트스트림이 필기감이 좋긴하죠^^)
혹시 실례라면 죄송합니다.

시이소오 2016-03-22 23:23   좋아요 1 | URL
아, 무언가를 써보겠다고 고시원에 있을 때 썼었죠. 한 4년 전이라 저도 제가 뭘 썼는지 궁금하네요 ^^
젯스트림 초창기엔 정말 좋았는데 요즘은 품질이 예전같지 않네요 ^^;

csp 2016-03-2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후퇴가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는 주장이 흥미롭네요. 민주주의의 후퇴를 피부로 경험하고 있는 요즘 일독해 볼 만한 책인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3-23 00:2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한국만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줄 알았어요. ^^:


 
팩트체크 -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1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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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티비가 없다. 브라운관을 부셔버렸더니 TV가 안 나온다.

따라서 JTBC <팩트 체크>를 본 적도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이 읽어서인지 <팩트 체크>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렇지만 공중파 방송들이 재벌,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한 현실을 고려해보자면 JTBC <팩트 체크>는 그나마 양심을 지닌 언론에 대한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

 

<팩트 체크>에 따르면 9.11 이후, <9.11 조사위>18개월 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200명의 사람을 만났고, 12차례의 청문회를 열었다.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국방장관, 국무장관, 등등 전, 현직 고위 정부 인사가 모두 증언대 앞에 섰다.

 

반면 한국의 세월호는? <세월호 특조위>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방해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뭐가 지겹다는 걸까?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왜 국가가 구조를 방기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뭐가 지겹다는 걸까? 지겨울려면 무언가가 이미 결론이 나야 하는 거 아닐까?

 

담뱃값 인상, 정부의 말대로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였을까? 새누리당 김진태 위원은 담배 피울 때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하는 것은 흡연권, 행복 추구권 침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담배에 경고 그림을 올리지 말자는 주장이다. (의원님,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 아가리를 다물면 안 되겠니?)

 

대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줄어들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자료를 보면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계속 증가세다. 국민 GDP3만 달러에 육박한다는데 왜 너도 나도 생계에 위협을 받는 걸까?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몫을 자본가들이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 위기가 과잉복지라고 말한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의 주장, 팩트일까? 새빨간 거짓말이다. 복지로 국민들이 나태해진단다. 그리스 연간 평균 노동시간 2037시간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그리스 경제 위기의 원인을 유로화 화폐 통합으로 보았다. 더구나 그리스 경제위기를 부추긴 건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무능 때문이었다.

 

과잉복지? 한국이? 2014년 한국의 GDP대비 복지 지출은 10.4프로 불과하다. OECD 평균 수준인 25퍼센트에 도달하려면 40년이 걸린다는데 과잉 복지라고?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준구 교수는 과잉복지 논란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4대강이나 자원 개발에 몇십조 원을 쏟아부은 정부가, 무상급식 2조원이 아깝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은 가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학살이후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정작 입법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안 통과를 막아버렸다. 기본권에 위배된다나.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관피아 방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고위공직자들은 피해가고, 애먼 하위직 공무원만 잡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안 들리는 이유를 그동안 나는 저작권 사용료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팩트가 아니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였다. 하긴 주머니도 허하고 마음도 허한 사람에게 캐롤 들려 준다고 눈 보고 꼬리치는 개 마냥 기분이 좋아지진 않겠지.

 

공중파 방송, 뉴스, 조중동같은 신문들은 이제 더 이상 팩트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짓을 팩트로 조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각자가 팩트를 체크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당에 투표한 결과다.

국민을 위한 지식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든지 (예를 들어 경제학이라면 선대인이나 우석훈)

책을 읽던지, 그것도 아니면 생각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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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3-19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에 눈을 뜨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는지 알아야 할 텐데요. 가난한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ㅠ?

시이소오 2016-03-19 09:03   좋아요 0 | URL
저도 참 그걸 모르겠네요 ^^; 제 주변엔 부자당 지지하는 가난한 사람들도 없구요 ^^;

eL 2016-03-19 13:38   좋아요 2 | URL
역시 꾸준한 교육 밖에는 답이 없지 않을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실제 선거에서 더 보수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 상황이 더 나빠지는걸 두려워해서 지금만큼만이라도.. 하는 맘이 아닐까싶은.

늘 안타까운건 소득이 낮을수록 책을 읽고 강연을 다닐 시간적여유도 물질적여유도 없어서 악순환이 되는것 같아요. 관련테마의 논의가 더 낮은자세로 문턱을 낮추며 다가가야할 것 같아요. ㅠ_ㅠ)ㅇ˝ 불끈

시이소오 2016-03-19 13:43   좋아요 1 | URL
to el님 티비는 또 열심히들 보시니, 참 답답하네요 ^^;

2016-03-19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3-19 11:31   좋아요 1 | URL
답답하죠. 남의 집 티비를 부셔버릴 수도 없구요 ^^:

깜장앨리스 2016-03-1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언론 장악이 이리도 무서운 것인지 요즘 들어 절실히 느끼는 중입니다.

시이소오 2016-03-19 12:56   좋아요 0 | URL
경계를 게을리하면 그런가 싶어져요^^;

깊이에의강요 2016-03-1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울어진 운동장 ㅠ

시이소오 2016-03-19 19:52   좋아요 0 | URL
이 비유가 어디서 나왔었죠?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깊이에의강요 2016-03-1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권이 질때마다 하는 얘기요 ㅋㅋ

시이소오 2016-03-19 20:07   좋아요 0 | URL
오, 글쿤요. 깊이에의 강요님 은근 깊이가 있으세요^^

깊이에의강요 2016-03-1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아시면서 놀리시는거
같지 말입니다 ㅍ^^

시이소오 2016-03-19 20:47   좋아요 0 | URL
전 정말 모르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