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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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면 읽을 줄 알았다. 이런, 어떻게 이런 책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을까. P.G 해머튼이 누구냐? 19세기의 듣보잡 작가의 책이 해머가 되어 나를 내려칠 줄이야! 저자에 따르면 두 종류의 생활이 있다. 동물적 생활과 지적 생활. 달리 말하면 육체적 삶과 정신적 삶. ‘지적 생활을 하기 위해선 육체적 생활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해머튼은 산책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적생활은 훈련이고 투쟁이다. 지적생활은 단순히 지식과 교양을 쌓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힘은 배운 지식과 익힌 교양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스스로 발견해내려는 노력과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려는 타고난 본성일 뿐입니다. 지적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삶의 진리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1부의 글들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밥을 어떻게 먹을까? 한 끼 먹을까? 두 끼 먹을까? 칸트는 정각 1시에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아침엔 차 한잔, 저녁은 먹지 않았다. 한편 저자의 친구는 아침 여덟시에 영국식 만찬을 먹어야 일이 잘 되었다고 한다. 즉 저자에 따르면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꼭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알리디너 곰곰생각하는 발님도 하루 한 끼 드신다. 한국식 만찬을 드시는지는 모르겠다.)

 

술은 마시는 게 좋을까? 괴테는 일생동안 5만 병의 와인을 마셨다는데 장수했다. 담배는? 저자에 따르면 지나친 두뇌노동으로 지쳤을 때 흡연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신문을 읽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제가 신문을 비난 하는 것은 매일같이 별 의미 없는 일에 우리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는 점입니다. ....전 잘 모르겠지만, 피스칼의 <팡세>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야.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쪽으로, p55. 민음사.

 

해머튼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상관없다. 신문의 논조에 의문을 품지 않으므로. 그러나, 조선일보 같은 편향적인 신문은 지성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내가 지성인은 아니지만 조선일보 같은 신문은 아주 심각한 해를 끼친다. 쓸데없는 아드레날린의 상승을 불러온다. 아침부터 조선일보를 읽었다고 상상해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단순한 방법.

 

해머튼은 여러 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여섯 개 분야를 대충 공부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 정통하는 게 낫다고. 그에 따르면 외국어도 3개 국어 이상을 공부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다. 삶의 불규칙에 적응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불규칙 동사 외우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짓이다.

 

해머튼은 자신이 관심 있는 한 가지 분야를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거기서 보조적으로 한 두 가지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 그 외의 분야는 단념하라고. 단념하지 않고서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나의 삶을 결정합니다. 생존은 조건일 뿐입니다. 생존이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은 성실과 품격이며, 생활에 대한 애정과 지적인 힘입니다.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은 내 손으로 이룩한 지적인 발달이 조화된 우주에 근접했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것이 이성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 온 생애를 바쳐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P210.

 

지적 생활을 하기 위해 우리가 쓰러뜨려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지적 생활은 타인의 생각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저울에 올려놓고 나 자신의 눈금을 재는 것이다. 나의 마음속에 우주가 깃들어 있다. 내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진실을 추앙하고, 거짓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보다 넓은, 우주를 닮은 마음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완성, 그것은 나의 완성이다.

 

지적 생활을 말하는 책인데 마치 영성 책을 읽는 듯한 착각.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책 전체가 거의 잠언집이다.

질문을 유발하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밑줄 칠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또 다시 드는 의문. 어떻게 이런 책을 몰랐을까.

 

매일 매일 지적 생활을 실천 중이신 이웃님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한 가지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면 이웃님들은 뭘 택하실런지요?

저는 뭐가 좋을까요??^^)

 

민중이든, 노예든, 정복자든,

그들은 늘 이렇게 고백했다.

지상에 태어난 아들들의 궁극적인 행복은

오직 인격을 완성하는 것뿐이다.

 

사람이 자기를 상실하지 않는다면

생활은 그를 넘어뜨리지 않는다.

타고난 나를 잃지만 않는다면,

나의 전부를 잃어도 좋으리라.


-괴테, <서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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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니 2016-04-1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밌어요^^ 잘 읽고갑니당

시이소오 2016-04-16 10:41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감사할 일이네요 ^^

모래별 2016-04-1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게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16 19:24   좋아요 0 | URL
그쳐? 의외의 발견이네요 ^^

cyrus 2016-04-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을 구분해서 입력하니까 글 읽기가 편하네요. ^^

시이소오 2016-04-16 19:25   좋아요 0 | URL
읽기 불편하다는 분이 계셨어요. 글 상자 하는 방법을 최근에 알았답니다. ㅋㅋ

인다라의구슬 2016-05-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부리면 사유가 반짝인다` 는 말이 떠오르네요^^ `19세기 듣보잡 작가`의 책 읽어보고 싶어요^^ 잘~ 읽고 갑니다!

시이소오 2016-05-13 18:43   좋아요 0 | URL
근사한 문구네요. 홍서님, 즐독되시길^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