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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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문학에서 추리 스릴러는 인기가 많은 만큼 작품도 참 많다. 무슨 무슨 상을 타고 어떤 유명한 사람이 칭찬을 했다 어쨌다 그러면서 광고하는 책들이 많은데 실제로 읽어보면 그 완성도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았다. 완성도가 떨어진다기 보다는 극의 개연성이나 사실성,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용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분명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 어쩌면 많은 작품이 나와서 더이상 만들어낼 이야기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들어진 스릴러 소설 쓰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이 책,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단언컨데 이제는 나오면 꼭 읽어봐야할 시리즈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미 외국에서 상도 타고 유명하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많이 소개된 작가는 아니다. 10여년전에 그의 초기작이 나오긴 했는데 크게 주목받진 못한듯하다. 10년이 흐른 지금 이 작품을 포함해서 시리즈 2편이 소개되었는데 찜리스트에 무조건 올린 시리즈다. 그만큼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작품이란 말이다.

 

추리 스릴러는 간단하게 말해서 나쁜놈, 아주 강력하게 나쁜놈이 있는데 그 나쁜놈을 잡는 착한 주인공?의 이야기 구조라고 할수있다. 이때 나쁜놈은 그냥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악마급의 탈인간적(?)인 나쁜놈이다. 여기에 대적하는 우리의 착한 주인공은 어쩌면 이 나쁜놈에 비해서 덜 똑똑할지는 몰라도 끈기와 집념 그리고 의지력으로 무장해서 결국에는 잡아낸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형사나 변호사 때론 평범한 직업, 경찰조력자, 탐정, 프로파일러, 법의학자 등등 다양하다.

 

이제 우리는 이 시리즈에서 좀 생소한 직업인 '심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맞게 된다. 사실 심리학자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하지만 옛날에 비해서 점점 더 범죄수사에 많이 동원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프로파일러는 심리학을 공부한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심리를 파악하는것이 참 중요한것이다. 그런데 심리학을 전공한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순수한 심리학자가 주인공이 되는건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책의 주인공 올로클린은 경찰에 종종 도움을 주는 심리학자다. 그런데 사건 해결 도중에 신변에 해가 되는 것을 당해서 경찰과는 거리를 두고 싶지만 또 이렇게 저렇게 얽히게 되어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이미 전작에서 가족의 목숨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러서 다시는 경찰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올로클린은 자나께나 잠시 별거중인 가족과 다시 합칠 생각만 하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집에 피범벅이 된 한 소녀가 찾아온다. 그녀는 올로클린도 잘 아는 사람. 바로 그의 딸의 절친인 소녀다. 분명히 무슨 큰일을 당했는거 같은 그 아이가 찾아와서는 그냥 가버린다. 겨우 다시 찾게 되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살해범으로 지목당하게 된다. 여러가지 정황이나 증거들이 그녀를 범인으로 단정지게하지만 올로클린은 그녀가 범인이 아니란 직감이 든다. 그리고 결국 처음의 결심과는 달리 사건의 실체를 향해서 돌진하게 되고 결국 엄청난 사건의 진실앞에 마주치게 된다.

 

직업이 심리학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 시리즈는 사람의 심리와 관련된 범인이나 사건이 많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엔 사람의 심리가 문제였다. 겉으로는 강해도 속으로는 약한, 겉으로는 친절해도 속으로는 사악한,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는...그런 불안한 심리가 결국 범죄에 빠지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것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다. 이번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배려과 신뢰는 면에서 그것이 깨어졌을때 그것이 어떻게 미래에 작용하게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전개가 빠르고 뭔가 짜릿한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내용은 적다. 어떻게 보면 하나 하나 세밀하게 사건과 인물을 묘사하면서 천천히 나아간다. 그래서 책도 보통 내용보다 두껍다. 그런데 그 두꺼운 내용이 하나도 안 지루하고 한장 한장 어서어서 읽고 싶어지게 한다. 한번 손 잡으면 책 놓기가 망설일 정도로 몰입감이 있게 했다. 그만큼 극의 이어짐이 치밀하고 뒤의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게 하면서 흡입력이 좋게 내용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거 아니겠는가. 전체적인 구조를 치밀하게 촘촘히 잘 짰고 그 바탕위에 사건과 인물을 적절히 배치를 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거 같다.

 

어떤 책을 읽을때 그 책의 내용에 애착감이 들때는 등장인물이 잘 흡입이 될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시리즈라서 같은 인물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 캐릭터들의 구축이 얼마나 잘 되어있나에 따라서 흡입력이 달라진다. 정말 있을만한,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인것처럼 익숙하면서도 보고싶게 만들어야 그 캐릭터구축이 잘되었다고 보는데 단 2편만에 여기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그리워졌다.

 

주인공인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뿐만 아니라 그의 유력한 조력자인 전직형사 빈센트 루이츠, 그리고 조에게 사건해결의 도움을 구하면서 또 그를 도와주기도 하는 형사인 여성경감 크레이의 삼각 캐릭터가 참 잘 짜여있어서 이들의 모습을 보는게 참 기분이 좋다. 그리고 조의 삶의 근원인 그의 부인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것도 좋다. 명색이 심리학자인 조가 부인이랑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전혀 이성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것도 현실적인 이야기같아서 더 몰입이 된거 같다. 이번까지 2편이 나왔지만 두 편 모두 조의 가족들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가 되기에 마치 내 가족이 사건에 마주치게 되는듯이 지켜보게 된것도 그만큼 등장인물들을 잘 소개한 덕분이 아닐까도 싶다.

 

이 책의 내용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실감이 있었는데 몇가지 사건을 참 치밀하게 잘 교차를 시켜서 극의 단조로움을 방지하고 고차원적인 내용으로 전개를 시킨거 같다. 그러니 그 두꺼운 내용을 한번에 다 읽으려고 했지. 가족을 기본 밑바닥에 깔아놓으면서 은근설쩍 노출도 시키면서 밀당을 하다가 본격적인 사건에 휘몰아가는 솜씨가 아주 좋은 책이었다.

 

뭔가 평범하게 보이는 심리학자가 주인공인 시리즈의 전작을 읽고 그 뛰어난 재미에서 불구하고 긴가민가했지만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아 이 시리즈는 그냥 아무소리없이 닥치고 읽어야 할 시리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감있고 스케일 큰 스릴러 소설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런 소소하면서도 그 밑에 흐르는 격렬한 내용이 가득한 이 조 올로클린 시리즈를 주목하시라. 후회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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