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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기원 ㅣ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3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국내에 최근 발간된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을 읽고 있다.
우리의 뇌리에 각인되어 `기필코(?)` 추구해야 할 사회의 전형으로 꼽히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가 도달한 최종적인 형태˝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에 우선 눈길을 두게 된다.
또한 `민주주의의 기원`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그리스의 아테네. 그 아테네가 이오니아를 그리스 민주주의(democracy)의 발전의 중심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과 근대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해야할 폴리스가 아니라 오히려 ˝근대민주주의에 존재하는 곤란함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폴리스라는 주장도 눈여겨 보게 된다.
좋은 책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점을 통찰하게 하는 것이란 점에서, 가라타니 고진의 책은 터럭만큼의 부족함을 찾을 수 없다.
˝근대의 민주주의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 즉 자유-민주주의이다. 그것은 상극하는 자유와 평등의 결합이다. 자유를 지향하는 리버테리언(신자유주의)이라는 극과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복지국가주의)의 극을 진자처럼 오가며 움직이게 된다.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는 인류가 도달한 최종적인 형태이기에 인내하면서 그 한계까지 천천히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당연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마지막 형태가 아니다. 그것을 넘어서는 길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열쇠를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아테네가 결코 아니다. 아테네의 데모크라시를 모범으로 삼아 근대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근대민주주의에 존재하는 곤란함의 원형을 아테네에서 발견해야 한다.
현대의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상반되는 것의 결합이라는 점을 통찰한 이는 칼 슈미트였다. - 가타라니 고진(柄谷行人) 지음, 조영일 옮김, <철학의 기원>, 도서출판 b(2015), 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