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낱자 하나하나에 힘이 팍팍 들어갔다.
집에 가는 길
반 아이가 뛰어오며 부르길래 잠시 차를 멈췄다.
"왜 이제 가요?"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
아이들을 만났을 때 정말 기분이 좋을 때가 바로 이럴 때다.
저 멀리서 보고 달려오는 아이, 다른 사람 눈 의식하지 않고 크게 부르는 아이...
교실에는 해마다 애를 태우게 하는 아이 한 두명은 있게 마련이다.
경우는 아이들마다 무척 다양한데
올해 우리 반에도 내 가슴을 치게 하는 몇 녀석이 있다.
울 일 아닌데 목놓아 우는 아이
(어제는 10-7=3이 아닌데 3이라고 한다고 엉엉 우는 아이를 붙들고 우길걸 우기라며 한참을 싸웠다.)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좋아라 웃는 아이
(아무리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돌아서면 잊는 거 같다. )
모르고 한 일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
...
올해 유난히 내 에너지를 많이 빼앗아 가는 녀석이랑
3월 한 달동안 정말이지 많이 싸웠다.
많이 혼내고는 손을 붙들고 선생님 마음은 그런 게 아니라고 이야기도 해 보고,
많이 혼내서 정말 미안하다 사과도 해 보고
나만 속상하다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는 언제나 약자이며 승자(?)는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힘들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아이가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주의집중이 안 되고 산만하지만,
책 잘 읽고 똑똑하고 아는 것 많은 아이가
실패 경험보다 더 많은 성공경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야단을 더 많이 쳤다고 합리화를 해 본다.
그래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정말 많은 부분이 좋아졌다.
유난히 잘 웃는 아이
웃으면 눈이 동그래지는 아이
정신없이 산만하고, 장난으로 친구 맘 상하게 해서 여전히 지청구를 듣지만
그래도 녀석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새삼 힘이 난다.
그리고 우리도 꽤 친해진 듯도 하다.
날 보면서 달려 오는 거 보면 말이다.
내일은 칭찬할거리 하나 더 찾아 칭찬해 주어야겠다.
아이들은 날마다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