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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2008-07-02
장미의 이름 - 하 Mr. Know 세계문학 16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처음으로 다 읽으면서 이 책이 인기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전에 한 권으로 나온 오랜된 버전을 읽은 적이 있고, 영화도 재미있게 보긴했지만 이윤기씨가 옮긴 열릭책들의 두 권짜리는 읽기가 참 힘들었다. 나의 무식을 차치하더라도 성경(특히 요한계시록), 중세 유럽사, 기독교사, 기호학, 철학사 등 온갖 지식이 없고서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고통이 순간이 되는 부분들이 즐비하다. 이 어려운 책이 어떻게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수많은 구매자,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소화했을까.

영화 장미의 이름은 책의 정수를 쉬운 방식으로 요약해서 보여줬던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하기론 요한계시록과의 연관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세상이 어떻게 처참하게 멸망하는가를 묘사하는 계시록의 장면들은 공포를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온갖 종말론의 소재가 되어왔다. 돌치노를 둘러싸고 이단이다 아니다 대립하던 당시의 투쟁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마치' 생지옥과 같은 현실을 만들어냈다. 책 속의 상황이 결국 망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보는 시각을 떠올린다면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나 계시록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저자는 경고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인류는 세상이 망할 것 같은 위기를 수없이 겪으면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책은 호르헤가 웃음을 거부한 것을 자신이 믿는 진리에 대한 집착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위기 상황일수록 침착한 태도를 갖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권력은 대대로 웃음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또 웃음은 약자의 무기이되 권력이 될 수는 없다. 웃기는 놈이 권력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번역판의 독특한 점은 하권 말미에 드러나듯 이윤기씨가 두 번 고쳐서 번역을 했다는 점이다. 이윤기씨에 대해서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독자들의 개역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여 더 좋은 번역을 하도록 노력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우리나라 출판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많은 저질의 번역서들을 떠올릴 때 잘못된 번역들을 전문적 지식을 가진 독자들이 지적해주고 이를 출판사와 번역가가 받아들여 고쳐내는 관행이 생겨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