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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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씨는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 글을 고치는 사람입니다. 교정·교열한다고 흔히 표현하죠. 쓸모없는 표현은 줄이고, 모자란 표현은 덧대고,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잘못된 글자를 고쳐서 보기 편한 글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여느때처럼 원고를 교정하고 출판사에 보낸 어느날, ‘당신의 교정 방식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담은 메일을 받습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그가 이전에 원고를 교정·교열했던 적이 있는 작가 함인주씨였습니다.

그가 보낸 메일 제목은 ‘제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였습니다. 정선씨는 문장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자에게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교정·교열 원칙으로 삼고 있는 여러 규칙을 함인주씨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 규칙이 담긴 책, 제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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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퇴고입니다.

이 책은 퇴고하면서 반드시 점검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인 표현 형식을 단정하게 만드는 방법을 담은 책입니다. 쓸모없으니 지워야 하는 표현, 습관처럼 쓰지만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표현, 우리말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표현, 서로 어울리는 글자와 들어맞지 않는 글자 같은 것을 알아보고 고치는 방법을 소설 형식으로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생각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글의 내용을 생각하고 형식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표현하지 않고서 아니면 아무렇게나 말해놓고선 ‘왜 내 진심을 몰라줘’라고 서운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글이 공통의 기호를 사용해 의사소통하기 위해 개발된 도구라면, 잘 의사소통하기 위해 공통의 기호를 사용하는 방법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죠.

그런데 이런 부분은 글을 막 써내려가고 있을 땐 잘 알아볼 수 없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 형식적 부분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좋은 발상을 놓쳐버리기도 하고요. 게다가 일필휘지로 착착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과정이 퇴고입니다. 스스로를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위치에 놓고 내 글에서 고쳐야 할 부분을 찾아보는 활동이죠. 읽는 사람으로서 글을 대하는 것이니까, 내 눈에 틀린 것이 보인다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더 잘 띄지 않을까요?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아마 다른 사람의 눈에도 잘 들어오는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과 함께 글을 쓸 때마다 퇴고를 한 번 꼭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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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이 책의 저자인 김정선의 다른 책들입니다. 김정선은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 교정·교열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왔다고 합니다. 일종의 글 고치기 전문가인 셈이죠. 최근 4~5년 동안 글과 관련된 책을 몇 권 냈는데, 문장과 글을 쓰는 데 도움을 많이 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제목은 동사의 맛, 끝내주는 맞춤법, 열 문장 쓰는 법 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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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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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에리봉은 프랑스의 현대 철학 사회학자 연구와 성소수자 문화 연구로 잘 알려져있는 사회학자입니다. 그는 노동자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서 공업이 흥했다가 몰락하던 도시에서 자라났습니다. 성인이 될 무렵 ‘지긋지긋하다’고 느꼈던 그 도시를 떠나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에 정착하며 살아갔고, 좋은 책 몇 권을 출판해 학계로부터 인정받아 대학 교수가 됐습니다. 가족과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요.

그러던 어느 해 마지막날 밤, 간간이 연락하던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이걸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들 정도로 소원하던 관계였기에, 망설이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내가 자라온, 나의 행동과 습관과 사고방식을 만들어낸, 하지만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 장소로 다시 갑니다. 그 길에서, 내가 어른이 된 뒤에 배웠던 내용과 연구에 사용한 방법으로 나 스스로를 분석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사회는 나에게 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인정하는 여러 사회적 개념들이 엇갈리는 거미줄 위에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나는 어떤 존재가 됐고 어떤 존재인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엄마와 가족들에게 물어보며, 내가 살았던 시기 그 지역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이 모든 결과를 내가 공부한 이론과 겹쳐봅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하나의 대답이 바로 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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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아비투스입니다.

이 책의 저자 디디에 에리봉이 자신의 삶을 분석하면서 염두에 두는 사회학적 개념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아비투스입니다. 피에르 부르디외라는 사회학자가 ‘구별짓기’라는 책에서 제시한 것인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행동양식입니다. 공동체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소속된 공동체와 다른 공동체를 구별하는 표지가 됩니다. 사용하는 언어습관이나 밥상 예절에서 시작해 선거 때 투표 행태와 정부의 공공정책에 대한 반응에 이르기까지, 아비투스는 매우 폭넓은 행동양식을 포괄합니다.

디디에 에리봉이 이 책에서 시도하는 작업은 바로 스스로의 아비투스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 내 행동, 내 습관, 내가 걸어온 삶의 궤적 구석구석에 묻어있는 사회의 흔적을 발굴해냅니다. 나치와 연관된 출생의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는 할머니쪽의 가족력이라든지, 정부가 마련한 저소득자용 임대주택에서 살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라든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여기면서도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아버지, 자신을 키우기 위해 가부장적 체제에서 시달리던 어머니, 하층민 남성으로서의 자신을 너무 앞세웠던 나머지 한때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했던 자신, 이 모든 것 때문에 평생 얻을 수 없어 열망해온 ‘부르주아 계급’의 아비투스까지. 그 열망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디디에 에리봉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시면 디디에 에리봉의 삶을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밟고 있는 길을 따라서 청취자 여러분의 삶도 한 번 분석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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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소설가 아니 에르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책에서 부르디외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프랑스 소설가입니다. 디디에 에리봉은 에르노의 소설을 이 작품의 조상 전범으로 삼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사회 환경이나 사건과 접목하는 ‘자전적 소설’로 유명합니다. 2016년에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받았던 맨부커상에 2019년 최종후보로까지 오르기도 했고, 한국에도 이미 열 권 넘게 번역된, 프랑스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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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
앨런 튜링 지음, 노승영 옮김, 곽재식 해제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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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른바 인공지능의 시대라는 지금도 이 질문에는 선뜻 긍정적으로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계는 생각이 아니라 계산을 한다느니, 정해진 것만 하는 기계에게 생각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 없다느니, 과연 기계가 창의성을 지닐 수 있냐느니 등등 아주 고전적이고 직관적인 반론이 여기에 따라붙습니다. 오히려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소수입니다.

20세기 중반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이런 반론에 답하기 위해 논문을 썼습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인간 노릇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는지 아닌지 묻지 말고, 인간이 기계인지 아닌지 물어보면 어떨까? 인간의 정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물학적 특성 일부가 기계적이라면, 인간도 일종의 기계로 봐야 하는 것 아닐까?

‘기계는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인간도 기계다’라고 답한 이 논문, 모두 이해하려면 어렵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떼어놓고 보면 그 아이디어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모든 인공지능의 기원으로 대우받는 현대의 고전을 한 번 같이 읽어보면 어떨까요. 앨런 튜링의 지능에 관하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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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기계학습, 머신러닝입니다.

이 책에는 논문 세 편과 강연록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 학술지인 ‘마인드’에 실린 ‘지능을 가진 기계’와 ‘계산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 체스 두는 인공지능 코드를 실은 ‘체스’가 논문이고요. 앞에 두 논문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대학/방송 강연록 각각 한 편이 실려 있습니다. 책은 매우 얇지만, 컴퓨터과학과 심리철학 분야의 전문적인 논의를 담고 있기에 읽기에 수월하지만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차근차근 읽어나가보죠.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글은 ‘기계는 생각할 수 없다’라는 주장에 대한 답변입니다. 튜링은 이런 사고방식의 대부분이 비합리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에 따른 거부감이라고 주장하고, 당시 과학이 밝혀낸 신경세포의 전기 작동을 논리 회로 그러니까 전기 회로로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그리고는 덧붙입니다. 이런 전기 회로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에 드는 비용이나 물질의 양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인간의 두뇌를 기계로 재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이죠.

계산기계와 지능이라는 글은 인공지능을 다루면서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는 그 개념인 ‘이미테이션 게임’, 흉내 게임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신체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채팅만으로 메시지를 교환하는 사람과 기계가 있을 때, 인간 입장에서 누가 기계이고 누가 사람인지 가려낼 수 없다면 그 게임에 참여한 기계를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 마치 ‘나처럼’ 정말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생각을 하는지, 사람인지 알아내는 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그러면 사람처럼 보이면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게 튜링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런 기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학습’입니다. 모든 인간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외치면서 세상에 튀어나오자마자 인간 구실을 하지 않듯, 기계 또한 자신의 작동방식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난다면 수많은 자료를 자체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고유한 반응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튜링은 비유가 아니라 정말 일대일대응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간에게 기억이 있다면 기계에겐 입력과 저장이 있고, 인간에게 반응이 있다면 기계에겐 출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실수가 있다면 기계에겐 무작위/임의성이 있죠. 이렇게 ‘배우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또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 기계에게 ‘생각한다’는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는 게 튜링이 이 논문에서 내리는 결론입니다.

그렇기에 이 논문이, 현대의 고전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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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앨런 튜링의 전기인 앤드류 호지스의 ‘앨런 튜링 이미테이션 게임’입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로서, 당대의 지적 흐름 속에서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는 건 튜링을 깊게 이해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호지스의 전기는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상세하고 풍부하게 쓰인 튜링의 전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소 두꺼운 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튜링이 쓴 논문보다는 읽기가 수월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또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함께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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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 주류 경제학이 나아갈 길에 관하여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장진영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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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떤 학문일까요? 경제를 알면 돈을 번다고 하지만, 경제를 연구하는 학문을 공부한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의 관점은 그것보다 더 넓습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어떤 동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환하는지, 그런 교환이 쌓이면 사회 전체에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그 효과가 부정적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없애거나 줄여나가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하는 일종의 종합적 학문이 경제학입니다.

적어도 스키델스키의 관점은 그렇습니다. 이 시각에서 그는 신고전파라고 불리는 현재의 주류 경제학이 경제학의 이념에서 매우 이탈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현재 경제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들의 처방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도록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하고 세계 자체를 경제학적으로 바꿔버리도록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이데올로기의 단계로까지 변질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는 경제학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자연과학의 지위에 오르려는 욕심을 버리고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 거기에 윤리학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경제학 자체를 역사화, 상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저같은 일개 유튜버가 아닌 전 세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저술가이자 연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포함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입을 빌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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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다원주의 경제학입니다.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1년 만에 번역된 셈이니 우리나라에도 거의 동시에 들어온 셈이죠. 저자인 스키델스키는 2019년 시점으로 그 때까지 매우 자주 인용되고 또 쓰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유명한 연구와 그 때문에 생겨난 경제학 학파들의 학문적 특징과 강점, 단점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우리가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경제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줍니다.

그러나 다양한 목소리를 이것저것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진 않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경제학이 과학이 되어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20세기 경제학의 역사는 과학이 되려는 노력으로 점철돼있다고 비판합니다. 마치 인간 사회도 자연과학처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을 일정정도 또는 거의 모두 통제한 상황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만을 관찰할 수 있는 통제실험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는 근거없는 자신의 직관이나 편견을 연구의 대전제로 삼고, 연역적 논리체계를 도입해 순환논증을 제시하고, 수학을 동원해 마치 정말로 과학인 것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회 속 개인은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역사로부터, 그리고 절대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생물학적 도덕적 성향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자연 실험에서처럼 원하는 부분만을 보는 실험은 인간에게선 불가능하므로, 경제학은 애초에 자연과학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은 학문이 아닌 걸까요? 스키델스키는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합니다. 통제실험이 가능하고 연역적 논리체계를 도입해 수학으로 표현돼야만이 학문은 아닌 것이죠. 앞에서 말씀드린 시간적, 공간적, 생물학적, 도덕적 자장 아래 놓여있는 인간을 고려하는 다른 학문, 역사학과 사회학과 심리학과 윤리학의 도움을 받아 여러 주장이 꽃피는 ‘다원주의 경제학’이 돼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경제학을 처음 창시했던 애덤 스미스가 추구했던 경제학의 목표, 즉 사람들이 더 나은 부를 향유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주는 본연의 모습,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한때 경제공부 입문용 동영상 1순위로 꼽혔던 다큐멘터리인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4부 ‘세상을 바꾼 철학’5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우리 책과 관련해서 추천드리는데요. 우리 책이 경제학의 역사와 경제학 학파를 전반적으로 조망하는 책인 만큼, 이 책과 비슷한 정보를 영상으로 보면서 한 번 되새기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제에 관해 완전히 상반된 두 견해를 대표하는 짝, 애덤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입장을 서로 비교해가며 경제에 관한 교양을 이 기회에 쌓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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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그날 - 6.10민주항쟁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유승하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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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승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사고로 죽은 언니를 그리워하며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친구인 진주는 공부도 열심이며 운동에도 열성적인 혜승의 절친이죠. 진주와 같은 서클에서 활동하던 종철은 어느 날 경찰들에게 끌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혜승과 진주가 놀러갔던 상계동 떡볶이집에서는 미술을 하고 싶어하는 나리가 가게 주인인 언니와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어떻게 돈 많이 드는 미대를 보내겠냐면서요. 나리는 언니 몰래 미술학원에 다니며 목수 출신 미술가 병철에게 그림을 배우며 친해지기 시작합니다. 언니의 상계동 가게가 올림픽 조경 미화 작업 때문에 철거대상이 되어 공격당하자, 병철은 가게의 집수리를 도와주곤 합니다. 목수라서 판화에도 재능이 있던 병철은 한 대학의 만화동아리에서 학생들에게 판화 양식의 민중미술을 가르치고, 그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멤버 중엔 한열도 있습니다.

대부분 낯선 이름이지만, 가끔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죠? 이 이름이 등장하는 그 사건 또한 다가옵니다.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 그 현장입니다. 서로 가느다란 끈으로 이어져있던 이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의 순간 속에 하나로 뭉치는지, 실화에 기반해 그려진 이 만화를 통해서 확인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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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연결입니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각자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아주 가느다랗게, 혹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전국민적인 분노를 촉발했던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당사자와 친구였고 자신도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진주, 올림픽을 빌미로 환경을 정화하겠다며 판자촌을 치워버리는 국가의 폭력 앞에 노출된 나리의 언니, 병철이 시킨 심부름을 하러 담을 넘어 대학 캠퍼스에 들어갔다가 5월 광주항쟁의 잔혹함을 알게 되고 만화동아리에서 이한열을 마주친 나리, 다소 소극적인 데다 운동권인 언니의 죽음을 보며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세상의 변화에 동참하는 혜승까지.

이런 풍경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울려퍼졌던 구호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만 열 걸음을 나아가면, 그 한 사람과 나머지의 고리는 그 거리를 견디지 못하고 언젠가 끊어지고 맙니다. 그러면 그 한 사람의 행복은 나머지 아홉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도 가닿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6월 항쟁이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압니다. 최종학력 국민학교 졸업의 목수 출신 미술가가 대학생들을 만나 미술을 가르치고,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고등학생과 운동권이 만나고,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와 거리에서 일하는 택시 버스기사가 같이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과 경제적 안정을 바라는 상계동 철거민들이 명동성당에서 악수를 나누는 그런 그림이 6월 항쟁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변화는 누가 주도했고 누구에게 공이 있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이 아닙니다. 모두의 변화가 모두와 연결돼 세상을 바꾼 사건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렇게 우리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또 그런 경험이 있다는 걸 우리가 역사에서 그것도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 몸소 겪은 아주 최근의 사건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이 만화 그리고 바로 내일 34주년을 맞는 6월 항쟁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일 것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영화 1987입니다. 꽤 흥행한 영화니 이미 보신 분도 많을 텐데요. 6월 항쟁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이것보다 더 좋은 콘텐츠가 있을까요? 우리 코너가 책을 소개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가져왔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듬새가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오늘 우리가 읽은 만화와 마찬가지로 ‘작은 변화 서로 이어지면 얼마나 큰 사건을 만들어내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올바른 일을 할 때 어떤 메아리가 돼 되돌아오는지, 책과 함께 영화를 보시면서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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