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이야기 -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아라사키 모리테루 지음, 김경자 옮김 / 역사비평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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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혹시 오키나와 가보신 적 있나요? 아직 저는 가본 적이 없지만, 갔다와 본 주변 사람들 말은 하나같이 긍정적입니다. 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한마디 말은 바로 ‘일본인데 일본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 본토를 갔다 와 본 적이 있는 친구들에게선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이런 ‘일본 같지 않은 일본’이 된 데는 역시나 역사적 배경이 있겠죠? 조선, 일본, 베트남과 더불어 중국과 독자적으로 조공무역을 하던 소씨의 류큐 왕국이었던 전통이 아직도 깊게 배어있지만, 동시에 1600년대에 이미 일본의 주요 번 중에 하나였던 사쓰마번 밑으로 편입돼 일본의 일부이기도 했던 400년의 역사를 엿본 결과가 바로 ‘일본인데 일본 같지 않다’는 평가인 것 같습니다.

‘일본인데 일본 같지 않은’ 이 지역의 최근 400년 역사를 알아본다면, 앞으로 오키나와에 관광을 가더라도 그 땅에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의 의미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 역사의 뼈대를 잘 추려서 담은 포켓북, 아라사키 모리테루의 오키나와 이야기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내부 식민지입니다.

내부 식민지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실 것 같은데, 오키나와의 현대사를 가리키기에 가장 적당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같은 나라이고 그런지도 아주 오래됐는데 지역적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존재’들을 설명할 때 종종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길게 보면 1600년대 초 오키나와가 본격적으로 도쿠가와 바쿠후, 더 정확히는 바쿠후의 번 중 하나인 사쓰마에 정복당하면서 이 ‘내부 식민지’ 상태가 시작됩니다. 사쓰마 번은 일본 본토 남쪽 규슈 가장 남쪽에 있는 세력인데, 이들은 오키나와를 무력으로 정벌하고 류큐 왕국의 사람들을 동원해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해 설탕을 만들었습니다. 류큐 왕국의 왕가인 소씨 가문을 형식적으로 유지하고 이들을 통해 설탕을 아주 싼값에 사들인 뒤 비싸게 팔아 이득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자금은 이후에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이 되었고요. 이 과정에서 류큐 왕국 사람들이 임금이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이게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본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고 일본이 제국이 되는 과정에서 오키나와 착취의 강도는 오히려 더 올라갑니다. 이 착취의 절정이 2차 세계대전입니다. 일본은 “본토”에 미군이 상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 방어선으로 오키나와를 지정하고, 오키나와 사람들을 미군과의 전투에서 훈련도 거의 시키지 않고 최전선에 세웁니다. “본토”를 지키기 위해 총 맞고 죽으라는 거죠. 이렇게 전투를 치르면 미군이 질려서 협상을 시도할 거라는 형편없이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 전술이었습니다. 이런 일본군에게 질려 미국에 투항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무자비하게 베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본 사람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미군 주둔 문제로 넘어갑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처음엔 일본군을 물리쳐준 미군을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변화하고 일본이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은 좌절합니다. 이 책의 뒤편에도 적혀있지만 현재 일본 국토 면적의 1%도 채 안 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오키나와 현에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75%가 몰려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일본 본토의 미군을 오키나와로 밀어내 버리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것처럼, 주둔 미군의 지위와 미군 병영과 병사들이 종종 일으키는 범죄에 대한 처리 문제가 오키나와의 가장 큰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이런 문제에 침묵하고 있죠. 이게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방자치단체인 오키나와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오키나와를 ‘내부 식민지’로 평가하는 게 과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제가 말씀드린 이 세 가지 외에 더 자세한 내용을 이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106회 ‘하이사이 오지상’입니다.

‘하이사이 오지상’은 ‘안녕하세요 아저씨’ 정도로 번역되는 오키나와 사투리고,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고교야구 리그 인기가 참 많죠? 마치 부산 연고인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 나오는 것처럼, 오키나와의 고등학교가 고교야구리그 결승전에 올라가면 이 노래가 나온다고 하네요. 매우 신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 가사 내용, 발매돼 인기를 얻는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신나지만은 않습니다. 그 과정을 인기 여행작가인 인도환타 전명윤 씨가 소개해주는 팟캐스트니, 연휴를 맞아 차분하게 곱씹으면서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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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중독 -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현정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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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소망입니다.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텐데, 이건 너무 어려운 철학적 문제이니 일단 제쳐놓겠습니다. 게다가 우리 눈앞에 놓여있는 더 급한 문제는,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며 다른 이들에게 부당한 상처를 주는 사람들입니다. SNS와 뉴스 댓글,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죠.

이들의 주요 먹잇감은 ‘나쁜 짓을 한 사람들’과 ‘편하게 욕해도 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내가 한 마디, 다른 사람들이 한 마디씩 보탠 비난은 거대한 충격이 돼 그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때로는 이것을 ‘정의구현’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일까요? 원래 그렇다고 해도, 조금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이런 경향을 완화시킬 수는 없을까요? 그 답이 우리의 뇌와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에 있다고 주장하는 책인 나카노 노부코의 정의중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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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비난입니다.

청취자들은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욕할 때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사실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나쁜 말이 내 입을 더럽힌다는 느낌도 들고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매우 부담을 주는 행위입니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욕먹어도 될 만한 사람’을 욕하는 행위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비난과 욕설은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하네요.

‘욕먹어도 될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어떤 사회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이미 끝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을 욕하는 행위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같이 욕을 퍼부으면서 이 공동체에 내가 안전하게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공동체가 개인에게 가하는 압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비난 행위가 더 강한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하는데요.

이런 성향은 진화의 과정에서 동물 시절부터 간직해 온 인간의 본능입니다. 생물학적 토대가 이미 깔려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중요한 건 집단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오래된 격언도 있을 만큼, 사람은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역사적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집단은 사회는 때론 아무리 객관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도 개인들이 그런 일을 하게끔 압력을 행사하고, 개인은 그 압력에 쉽게 굴복합니다. 심지어 이 압력은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낮춰서 부르는, 내가 하면 정의구현이고 남들이 하면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이중잣대까지 만들어냅니다. 하물며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키보드로 ㅋㅋㅋ 몇 글자 치는 것 정도야 ‘정의’라는 거창한 명분에 비해서 매우 쉬운 일 아닐까요?

이렇게 노력은 적게 들지만 내가 비난받을 부담은 적고 집단이 추동하는 행위는 우리의 뇌를 ‘욕먹어도 싼 사람을 비난하는 행위’에 중독되게 만듭니다. 이걸 이 저자는 ‘정의중독’이라고 합니다. SNS와 유튜브와 각종 미디어가 정의중독을 심각하게 부추기는 시대이기에, 이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게 현대인의 과제입니다. 저자는 책 마지막 부분에 몇 가지 처방을 내놓는데요. 새로운 것을 계속 경험해 뇌가 늙지 않게 하기, 잠을 많이 자고 제때 음식을 챙겨 먹기, “옛날이 좋았지”라고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기,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을 책 읽어보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메타인지 경험을 늘리기 같은 것들입니다. 참, 인터넷의 시대에는 하나같이 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실천하려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입니다. 이 책에서도 인용하기도 한 심리학 책인데요. 이 책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설명하는 심리학 뇌과학 진화론 연구성과를 더 자세하게 해설해줍니다. 함께 읽으시면 이 책이 시사하는 바를 더 풍성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책이 시사하는 방향은 다소 다른데요. 정의중독이 이런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바른 마음은 미국의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과정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는지 그리고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보수주의자들이 보여주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표를 얻어올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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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런스 - 무지는 어떻게 과학을 이끄는가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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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앎을 추구합니다. 알기 위해서 이렇게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하죠. 이렇게 알게 된 사실을 지식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흔히 지식을 ‘쌓는다’고 비유합니다. 하지만 뭔가를 알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뭔가를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뭔가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그때서야 비로소 뭔가 알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죠. 그렇다면 우리가 지식을 추구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선, 모르는 상황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은 이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지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작업에 가장 좋은 분야는, 우리 시대 앎의 최첨단이라고 불리는 과학이겠죠. 무지란 무엇인지, 어떤 무지가 좋은 무지인지, 과학적 지식을 확장하는 데 무지가 쓰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는지 <이그노런스>와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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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무지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죠.

학문 분야에서 무지와 관련된 아주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실 소크라테스의 말이죠.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는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사색한 결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런데 사람들은 다들 뭔가 아는 것같이 떠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가 죽은 지 2000년도 더 된 우리의 모습도 그다지 다른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TV에 스마트폰에 인터넷에 둘러싸여서는 더욱더 공고하게 ‘뭔가 알고 있다’거나 ‘금방 알 수 있다’고 착각하죠.

파이어스타인은 이런 환경이나 착각이 우리를 ‘완고한 무지’의 상태로 이끌고 간다고 지적합니다. 발견된 사실은 변하지 않고 항상 고정돼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저장돼있거나 발견될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바로 완고한 무지입니다. 완고한 무지의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의 특징은 자기가 뭔가 모르는 상태라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바로 이 완고한 무지입니다. 자연은 사실로서 그대로 있고 과학자들은 그걸 여러 방법을 써서 발견한다는 이미지 말이죠. 파이어스타인은 현역 과학자로서 실제로 과학자들이 이렇게 연구하지도 않을뿐더러 과학적 지식이 이런 식으로 변화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과학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는다는 이야기를 흔히 떠올리실 텐데요, 파이어스타인의 이야기는 그것과도 약간 결이 다릅니다. 그의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과학자는 각자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자유롭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 그 답을 찾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렇게 각지에서 등장한 여러 해답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면 흥미로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거나 우리 삶을 확 바꿔놓을 발명품이 됩니다. 하지만 그게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례 두 개만 언급해보죠. 병원에서 사용하는 첨단 촬영장비인 PET, 아마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건강검진때 한번쯤 구경해보셨을 텐데요. 이 장치는 ‘양전자’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듯 전자는 음극인데, 양전자라뇨. 양전자의 존재는 처음엔 단지 칠판과 종이 위에서 수학적으로만 예측됐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대형병원에서 다 쓰는 도구가 됐죠. PCR이라는 것도 있죠. 코로나 검사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인데요. 이건 해양생물학자들이 바다 저 밑에 화산 비슷한 열수공에 사는 세균인 호열균을 연구하다 발견한 효소에서 착안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파이어스타인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과연 양전자와 호열균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PET와 PCR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이걸 연구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연구하고 싶었을 뿐이고,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은 그 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올바른 잣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단지 내가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이상한 연구를 오랫동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파이어스타인은 큰 틀에서 가치있는 연구의 범위를 정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가치있는 무지’입니다. 가치있는 무지에서 시작한 연구는 그 무지와 연관된 여러 다른 분야의 문제도 해결합니다. 그런 무지가 무엇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 몇 가지를 이 책에서 제시해주니, 청취자 여러분도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에 이 잣대를 한 번 들이대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한 번 읽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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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저자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의 TED 강연입니다. 책의 출판에 맞춰 진행되지 않았나 싶은데, 거의 10년 전 강연이긴 하네요. 유튜브에서 영어로 파이어스타인 이그노런스로 검색하시면 나오고요. 저자의 목소리로 이 책의 내용을 더 생생하게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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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성평등 교실 - 박스 열고 나와, 진짜 나 찾기 슬기로운 사회생활 1
아웃박스 지음, 정재윤 그림 / 파란자전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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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동영상에서 '열두달 성평등 수업'이라고 말하는데, '열두달 성평등 교실'이 제대로 된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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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무언가를 배워가는 아이들. 주변 모든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아이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편견 또한 체득하기도 합니다. 방송을 청취하는 학부모 여러분들 그리고 학생 청취자 여러분들 모두 그러지 않기 위해 애쓰시리라 믿지만, 너무나도 도처에 깔려 있어서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편견이 있습니다. 바로 성별 편견입니다. 특히 보호자분들이 아이를 많이 신경써야 하는 저학년일수록 ‘아이를 위하는’ 활동을 하느라 이런 점들이 더 도드라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잠깐 숨을 돌리면서, 성별 편견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있는지 점검해보기로 하죠. 학부모회의엔 주로 어머님들이 오시진 않나요? 아이들이 벌써부터 성별에 편향된 욕구를 보이진 않나요? ‘예쁘다’ ‘멋지다’는 이야기를 듣게 만들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진 않은가요? 유튜브가 추천해준 이상한 동영상을 보고 차별적인 언어를 배우진 않나요? 자기 몸을, 또는 친구들의 신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자기도 모르는 새 무례한 언행을 하고 있진 않나요.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이가 또는 우리 사회가 이런 부분을 잘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게 걱정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초등학교 교사 모임 아웃박스가 여러분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펴낸 책과 함께, 한 달에 한 주제씩 우리 스스로의 성별 편견을 점검해보고 힘들겠지만 조금씩 고쳐나가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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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젠더입니다.

사회학에서는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역할을 구별해서 설명합니다. 남성의 몸에선 정자가 만들어지고 여성의 몸에는 난자가 있다는 건 생물학이지만, 그래서 남자는 힘든 일을 해야 한다거나 여자는 꼼꼼하다거나 하는 것은 사회가 특정 성별에 부여한 역할이나 기대치입니다. 꼭 그래야 할 자연적 도덕적 이유는 없지만, 많이들 성별에 따라 그렇게 나눠져서 활동하기에 그 사회 속에서 자란 나 또한 그렇게 보고 배우는 것. 이것을 젠더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 속에 존재하는 성별 편견은 생물학적 원인에 따른 것이라기보단 젠더에 따른 편견, 젠더 격차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리고 저도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대로 잘 배웁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알려주고, 왜 그런지도 알려주고, 스스로 생각하라고 하면 대부분 납득합니다. 오히려 어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젠더 격차를 정당화하려 들거나 젠더 편견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그리고 꼭 뒤에 ‘원래 그렇다’는 말을 덧붙이곤 하죠. 하지만 곰곰이 검토해보면, 확실한 근거가 없는 주장이거나 주변 사람들이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다는 압박감의 토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 책이 아이들만큼이나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좋은 어른이 돼야,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보고 배울 만한 바람직한 시각과 가치관을 제공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을 쫓아서 한 달에 한 개씩, 3월엔 성별 고정관념과 젠더 편견 개념에 대해 알고, 4월엔 다른 사람의 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5월엔 학교 안에서 성별 역할이 나눠지는 것에 대해 비판해보고, 6월엔 외모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폭력에 대해서 반성해보고, 7월엔 성별에 관계없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하는 세상을 상상해보고, 8월엔 전쟁 중에 일어나는 성범죄의 비극에 대해 공부하고, 9월엔 바람직한 연애 비법을 고민해보고, 10월과 12월엔 성별 편견이 담긴 혐오 발언을 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11월엔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보고, 1월엔 미디어에서 젠더 편견을 읽어내는 법을 배우고요.

마지막으로 2월엔 젠더 편견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 아이가 또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꿈꿔보면,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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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이 책을 지은 아웃박스라는 단체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성평등을 지향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곳이고, 저서와 번역서를 포함해서 책도 여러권 냈습니다. 회원들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눈 인터뷰도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 거고요. 이 책을 읽고, 아웃박스의 생각에 공감하신다면 멀리서 응원을 보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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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사회사 - 가정상비약에서 사회악까지, 마약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조석연 지음 / 현실문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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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진달래꽃’이라는 시 다들 잘 아시죠? 이 시를 지은 사람, 김소월이라는 것도 다들 잘 아실 거고요. 그런데, 전국민이 모두 다 아는 이 시인이 혹시 어떻게 죽었는지 아시나요? 안타깝게도 김소월 전문가들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편중독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사실엔 대부분 동의한답니다. 이뿐 아닙니다. 우리가 청산리 전투의 영웅으로 기억하는 김좌진 장군, 그는 대체 군대를 운영하고 무기를 살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그 답 역시 아편입니다. 자신이 통제하던 지역에서 아편을 재배해 팔아 군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지금까지 ‘마약’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쁘다’라고만 생각하셨다면, 이 두 사례를 생각하시면서 잠깐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약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된 이래, 마약이라는 단어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됐는지는 시대마다 다릅니다. 심지어 위에 언급한 두 사례처럼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정신 속엔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겨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제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또 시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로서 간주하죠. 동시에 마약의 반대편에는 정상적인 것, 문제가 아닌 것,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이라는 대립쌍이 놓입니다. 그래서 마약이 취급되는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왔는지를 보는 좋은 거울, 반면교사가 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마약을 역사적으로 탐구한 책, 조석연의 마약의 사회사를 오늘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마약에 관해 살펴보는 책이니, 키워드는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마약의 이름을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아편, 대마, 필로폰입니다.

마약은 나쁜가요? 이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약은 개인에게 매우 나쁩니다. 하지만 개인에게 나쁘다고 해서 사회가 이것을 언제나 금기시하거나 규제하려고 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는 개인에게 나쁜 것을 몰래, 때로는 대놓고 생산 유통시키기도 합니다. 캠페인으로서 마약을 규제하려 드는 게, 오히려 이런 생산과 유통을 가리는 전략으로 기능할 때도 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에서 시행한 아편정책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조선 말기 한반도는 대외적으로도, 실제로도 아편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는 않은 국가였습니다. 청나라가 아편으로 망하는 것을 보면서 조선 정부가 단속을 철저하게 했던 탓도 있죠. 하지만 일제는 의료용 군수용 아편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고, 한반도는 생산지로 매우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 민간의 재배와 사용을 단속하고 일본 기업에게 전권을 넘겨주면서 아편을 상품작물로 변화시켰습니다. 겉으로는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기업에 조선에서 아편을 재배하게 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게 만들려는 정책이었죠. 이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아편은 일본의 탄압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래서 반일감정을 가진 지식인들은 아편을 복용하고 몸이 망가져가면서 ‘나는 항일운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합니다.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놓고 일제가 패망한 뒤에 두고 가버린 아편은 독립 이후 195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유통됩니다. 길거리에 아편 중독으로 쓰러지거나 죽어서 널브러진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들고 나온 카드는 ‘북괴’였습니다. 간첩이 아편을 재배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을 좀먹은 뒤 적화시키려 한다는 선전이 나돌면서 인식도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 때 우리나라에서 아편의 이미지는 냉전 체제 유지의 도구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편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한 건 대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도 어렸을 때, 여러분이 좋아하시던 아이돌이 잡혀가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마는 옷감 만들 때 쓰이는 작물이라 흔하디 흔했지만, 마약으로서 이용가치가 발견되는 순간 단속대상으로 바뀝니다. 특히 “미군”들이 가지고 들어와 “사회혼란”을 불러오는 “서양퇴폐문화”를 즐기는 반정부적, 반항적 성향의 청소년 대학생들이 대마를 하는 것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 때 대마는 자유를 박탈하고 억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측면이 크죠. 앞에 언급한 아편이나 이후 문제가 되는 필로폰에 비해서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현저히 적은 것이 상식처럼 통하는데도 ‘마약’이라는 범주로 묶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필로폰을 보죠. 필로폰은 화학반응을 거쳐 만들어지는 마약이라 생산할 때 냄새가 난다든가 물을 끌어서야 한다든가 하는 등 오염이 다소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본의 마약 사범들은 필로폰 생산지로 한국을 선택하죠.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파악하고서도 다소 암묵적으로 승인하다가, 일본과 외교관계를 개선하는 데 이 카드를 써먹는 등 필로폰에 대한 태도를 정권의 필요에 따라 바꿔갑니다. 이런 정책은 안타깝게도 이후 큰 역풍이 돼 되돌아오는데요. 일본에 필로폰을 수출할 수 없게 된 한국의 마약 생산자들이 필로폰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필로폰은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마약사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약이 되고 유통량 사용량도 급증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세 마약을 다루면서, 한반도에 있었던 여러 정부들이 마약을 다루는 태도에서 공통점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바로 공급만 통제하려 할 뿐 수요를 억제하려 하진 않는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마약을 만들고 팔고 하는 사람을 열심히 붙잡기만 할 뿐 이들이 다시 마약을 하지 않게끔 치료하려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사람들의 편견에 기반해 가시적인 성과에만 몰두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들지 않는 태도, 즉 공동체의 행복이 아니라 정권의 유불리에 의해 마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특성의 단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결론에서, ‘이런 방향으로는 마약을 결코 근절할 수 없다’는, 다소 섬뜩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를 해드려야 하는데… 마약 관련 콘텐츠 가운데 아이와 투게더할만한 것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연결지어본다면, 한국에서 또는 외국에서 마약 사용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뮤지션들의 음악을 아이들과 함께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비틀즈라든가, 마이클 잭슨이라든가, 너바나라든가, 신해철이라든가, 들국화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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