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 타락한 권력과 무책임한 과학이 만났을 때
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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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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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최근에 뉴스를 보셨다면, 노벨상 수상자들이 차례로 발표된 것을 보셨을 겁니다. 올해는 어떤 분야를 연구한 누가 상을 탔다, 업적은 이렇다, 이런 기사들 말이죠. 과학 연구에 상을 준다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고 저도 상당 부분 공감하지만, 그래도 우리 인류가 세운 과학적 업적이 어디까지 와 있나 가늠하는 데는 또 노벨상 만한 기준이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상자들은 수상 연설을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 가져온 책은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 과학자 마스카와 도시히데의 책입니다.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나는 영어로 연설할 줄 모릅니다’라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연설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한, 일본의 이론물리학자입니다. 그가 수상자 연설에서 꺼낸 주제는 뜻밖에도 ‘전쟁 반대’였습니다. 그는 일본 내에서도 ‘일본은 군대를 갖지 않는다’는 평화헌법 수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자가 전쟁을 말한다? 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전쟁과 과학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과학에서 연구한 현상이 기술적으로 응용돼 전쟁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데 활용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화하고 있죠. 이런 일을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과학자들은 이런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가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대가의 목소리를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과학의 자율성입니다.

과학의 자율성, 단어만 봤을 땐 어려운 용어이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과학이 다른 영역과 얽히지 않는, 특히 사회로부터 독립적인 지위가 있다, 또는 그런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학 연구는 연구 성과, 그러니까 발견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 해야만 정말 과학으로서, 자연을 탐구하는 활동으로서 진정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사항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일본의 과학자로서 그리고 물리학이라는 과학의 한 분과의 대가로서, 현대 세계로 올수록 과학의 자율성이 점점 침해되고 우습게 취급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과학-기술과 전쟁의 결합, 전쟁에 동원되는 과학입니다. 그는 이 책 안에서 살상 기술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거나, 적극적이진 않았더라도 자신의 발견이나 기술이 살상 기술에 이용되는 현상을 방관한 과학자들을 여럿 소환합니다.

마스카와는 이런 일이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합니다. 첫째는 과학 연구가 지나치게 대형화돼서, 과학자 개인들은 전체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또 자신의 연구가 그 프로젝트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 수 없게 된 환경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스 마냥 볼트만 열심히 조이는 탱크 공장의 노동자 같은 처지가 됐다는 것이죠. 그는 마르크스의 용어를 빌려와 이것을 ‘연구로부터의 소외’라고 부릅니다.

둘째는 과학자들에게 실용성을 강조하며 연구비를 지급하는 사회 문화와 국가정책 때문입니다. 과학자들도 결국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디선가 연구비를 받아와야 하는데, 연구비를 주는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들은 때로는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하죠. 더군다나, 잘 드는 칼이 주방장의 손에 쥐어지면 훌륭한 요리칼이 되지만 살인범의 손에 쥐어지면 범죄 도구가 되는 것처럼, 특정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쓰일지 결정하는 것은 과학자 자신일 때보다는 돈을 주는 국가 기업 개인들인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전쟁을 포함한 범죄에 연루됩니다.

마지막은 과학자들 스스로의 무관심입니다.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에 기여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첫째와 둘째 같은 현상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극적으로든 적극적으로든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저항해야 합니다. 마스카와는 그러기 위해 역설적으로, 작은 범위의 ‘과학의 자율성’에서 뛰쳐나와 평화를 위한 사회적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 큰 맥락에서 ‘과학의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자체가 전쟁기술은 아니지만, 그 옛날 황우석이라는 과학계의 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도, 특히 미래에 과학자가 되길 꿈꾸고 있거나 그런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이 책을 읽으시면서 과학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꼭 한 번 고민해보시면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콘텐츠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입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동의를 얻어 초안을 작성한, 핵에너지를 전쟁에 사용해선 안된다고 호소하는 과학자들의 연서명 문서입니다. 이 책 내용에도 일부가 실려있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시면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본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대량 살상무기의 상징이 되어버린, 사용한 뒤에 남는 영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직 방법도 찾지 못한, 하지만 탄소중립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핵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담고 있는 고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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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대의
지젤 알리미 지음, 이재형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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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프랑스에서 최초로 임신중절 합법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운동가 지젤 알리미의 이력에서 가장 잘 알려진 두 가지 사건입니다. 지난해 7월 28일 그가 사망했을 때 프랑수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냈을 정도로, 프랑스 역사에서 그가 남긴 발자취는 매우 뚜렷합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1970년대에 쓰였고 1992년에 새로운 서문과 함께 다시 출판됐습니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자라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피해자로서 성장한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그 사회적 차별이 집약된 제도로서 ‘낙태금지’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잘 요약해서 설명합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고 다뤄온 사람의 견해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우리의 시선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임신중절입니다.

퀵서비스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지은이 지젤 알리미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낙태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로 유명합니다. 이 재판을 보비니 재판이라고 하는데요. 임신중절을 한 산모와 임신중절 수술을 한 의사, 그 의사에게 수술을 의뢰한 산모의 어머니 모두가 재판정에 섰지만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죠. 이 책에서 지젤 알리미 자신도 원치 않는 임신으로 여러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태아를 인간으로 간주해 임신중절 수술을 살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성적 방종의 증거라며 수술한 여성을 매도하기도 합니다. 지젤 알리미가 활동했던 시기는 주로 1970년대지만, 결코 옛날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가 수차례 헌법재판소에 올라간 결과 불과 2년 전인 2019년에야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져 법을 수정하고 있고,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달부터 의료상 위급상황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 임신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다가 연방 법원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젤 알리미는 이 책에서 임신중절이 여성의 건강 문제와 직결돼있다고 경험을 통해 주장합니다. 그는 의학적으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사람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가 자궁에 염증이 생겨 며칠을 앓아누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안전한 방식으로 수술을 받는 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데도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이를 범죄/불법으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보비니 재판에서도 알리미는 여성의 보건과 건강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죠.

게다가 알리미는 사회도 국가도 임신중절을 그 자체로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증거를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는 아이에 대해서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이죠. 알리미가 한창 투쟁하던 1970년대 프랑스도, 관련 법을 처음 제정하던 당시 독일도, 낙태죄가 합헌이던 우리나라에도 이 조항은 삽입돼 있었습니다. 이것을 알리미를 포함한 여성주의자들은 ‘국가가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임신중절 수술의 법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러모로 논쟁적인 주제라, 제 개인적인 입장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밝히진 않으려 합니다. 다만 책을 좋아하고 읽는 독서인이라면, 임신중절에 관한 여러 주장 가운데 어떤 게 설득력 있는지 곰곰이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개인의 경험을 여성주의적 입장과 결합시켜 다양한 논점에 대해 잘 정리된 입장을, 다소 편하게 읽어볼 수 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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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우리나라의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입니다. 다름 아닌, 2019년 4월 11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임신중절에 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헌법재판소에 올라간 것도 여러 번입니다. 하지만 낙태를 죄로 처벌하는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죠.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임신중절에 관한 논쟁의 양쪽에서 어떤 근거를 내세웠는지, 각각의 의견에 대해 우리 사회에 현재 합의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려고 한다면 이 판결문이 가장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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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니케북스 사회과학 시리즈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음, 정소영 옮김 / 니케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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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고 말들은 많지만 정작 그 뒤에 어떤 사회가 도래할지 또는 도래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람은 적은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하는 좋은 시점이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해답은 없는 상태죠. 이 책을 지은 운동단체인 더 케어 컬렉티브는 그 답이 ‘돌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돌봄의 가치가 잊혀왔다고 봅니다. 내 것만 우선하고 그 ‘내 것’을 돈으로 측정하고 내 모든 활동을 ‘내 돈’을 더 많이 모으는 데 치중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돌봄이 사라져 버리거나 서비스 상품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죠. 그 악영향은 실질적인 가족의 해체에서부터 시작해 노인이나 환자 등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소외와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 발생한 전 지구적 불평등과 환경파괴로까지 연결됩니다.

돌봄이 사라진 시대에 발생한 악영향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돌봄을 복원해야 합니다. 가족에서 지역공동체에서 국가에서 세계에서 그리고 환경에서 돌봄의 가치를 인지하고 돌봄을 실천하면, 느리지만 조금씩 그리고 이게 쌓여서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의 기초를 담은 포고문인 더 케어 컬렉티브의 돌봄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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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상호의존성입니다.

인간에게 돌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옛날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그러니까 본성적으로 사회적이라는 말도 한 적이 있는데요. 이 말은 약간 추상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돌봄선언의 저자들인 더 케어 컬렉티브는, 적어도 제가 보기엔 인간은 삶의 어떤 순간이든 결핍을 지니고 있고 그 결핍이 항상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본주의적으로 재편된 현대 사회의 구조는 그 결핍들 중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만 보충해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쓸모없다’거나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버려 두거나 심지어 비난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실직의 위험을 마주한 사람에게 ‘노력하지 않고 게을러서 그렇게 됐다’고 욕하고, 의료 서비스를 상업화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치료비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그 의료비를 모두 부담하도록 강제하고요.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기 나라 사람에게 더 접종해야 한다는 이유로 백신을 필요 이상으로 사재기해놓은 선진국들 때문에, 미처 백신을 사지 못했거나 살 돈이 없는 국가들은 인구 대비 접종률이 여전히 10%를 밑돌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런 데서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기라도 하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듯 ‘백신 안 놓고 뭐했나’라며 비난을 퍼부을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고요.

돌봄선언을 쓴 사람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정치의 원리를 투자나 수익이나 자기보존에서 돌봄으로 바꿔야 한다고, 공적인 기구 즉 국가나 공적 성격을 띤 조직이 이 돌봄을 담당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업이 늘어나면 실업자 당사자뿐 아니라 우리 또한 불안해집니다. 실업자들 때문에 불안할 뿐 아니라 내가 실업자가 되면 어쩌지 하면서 불안해합니다.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아프지 않으려 또는 아플 때를 대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니 불안해집니다. 그 불안에서 수익을 보는 어떤 사람들은 그 불안조차 돈벌이 수단으로 삼습니다. 국가가 백신 이기주의를 부르짖으면 변이는 끊이지 않고 영원히 나올 것이고, 그러면 우리 또한 영원히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우리의 불안과 안정은 나의 노력으로만 달성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호의존성의 의미입니다. 이 상호의존성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놓기 위해서 서로를 돌봐야만 합니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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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웬디 브라운의 민주주의 살해하기 입니다. 오늘 우리가 본 책 돌봄선언이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며 서로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민주주의 살해하기는 이런 상호의존성을 파괴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문화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는지, 이런 문화가 지구촌 사회에 자리 잡은 과정과 그 결과를 이론적으로 추적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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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 - 개정판
이디스 해밀턴 지음, 정기문 옮김 / 까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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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다들 아시는 유명한 격언입니다. 이 말에서 길이란 1차적으로는 물리적인 도로를 뜻합니다. 고대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은 익히 알려져 있죠. 지중해 전체에 걸친 넓은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 고대 로마인들은 끊임없이 도로를 건설하고 확장해나갔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로마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보는 것은 어떨까요. 로마는 그리스와 함께 서유럽 영국 미국 문화의 영원한 뿌리입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요소뿐 아니라 유럽의 정신까지도 바로 로마로 통한다고요. 그 정신을 우리는 로마인들이 고대 라틴어로 쓴 문학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라틴어를 할 줄 알아서 그 작품들을 직접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좋은 안내서와 참고서죠?

1932년에 처음 출판된 이래 1960년대에 한 번 개정되고 1993년에도 출판된, 고전 라틴 문학을 소개하는 책에서는 고전이라 부를 만한 책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이디스 해밀턴의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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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고전 라틴 문학입니다.

유럽 영국 미국의 지식인과 상류층이 아이들에게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 이 언어로 쓰인 문학작품들을 읽히는 교육법을 채택해왔다는 건 매우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금 현재도, 유명한 지식인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어렸을 때 그리스어 라틴어 배웠다는 말이 반드시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조금만 고급스러운 지식이나 문학에 접근하려고 하면 이들을 익히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죠. 마치 한국어를 더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국 한자와 한문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이 책은 바로 그 교육법에 주로 등장하는 고전 라틴 문학 작가들과 그 작품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지금도 역사상 최고의 변호사이자 연설가로 평가받는 키케로가 있겠고, 로마 역사 최초로 실질적인 황제의 지위를 누렸던 카이사르, 고전 라틴어 시인 가운데 가장 유명한 호라티우스, 고전 라틴 서사시의 정점인 ‘아이네이스’를 쓴 베르길리우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같은 책들로 최근 독서인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는 철학 사조인 스토아 학파를 대표하는 세네카, 역사 서술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리비우스와 타키투스 등의 작품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이디스 해밀턴은 이들의 문학작품에서 ‘로마’라는 문화를 읽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가 읽어낸 로마 문화에는 로마에 대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들, 이를테면 군사주의 문화 때문에 엄격한 규율과 법 집행을 강조하고 법 앞에 모든 시민이 평등하다는 사고방식을 꽃피웠다든가 반대로 이 문화 때문에 검투사 또는 맹수 대결 등 다소 야만적인 놀이문화가 팽배했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로마인들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방식이라든가, 돈을 주고 배심원을 매수하는 등 재판에서 횡행했던 부정부패라든가, 제국이 되기 전 로마와 제국이 된 이후의 로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비교하는 작가들의 관점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렇게 고전 라틴 문학은 그 글이 쓰인 시기의 정치 사회 경제를 모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동시에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와 작품들은 일종의 모범이라는 점에서 로마 사회가 지향했던 이상을 보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 작품들을 끊임없이 읽고 쓴 사람들, 그래서 로마의 정치 사회 경제와 로마의 이상향을 통해 당대를 이해하려고 했던 유럽 영국 미국 사람들이 만든 사회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라는 점, 그래서 현대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선 고전 라틴 문학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 우리가 여전히 고전 라틴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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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콘텐츠는 같은 작가가 쓴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책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이 고전 라틴 문학작품을 분석하고 있다면, 이 책은 고전 그리스어 문학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고전 그리스 문학에서 그리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읽어내고, 그 안에서 그들의 지향점을 찾고, 또 그 지향점이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면까지 이 책과 비슷합니다. 심지어 1930년에 처음 출판돼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점까지 비슷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작가의 책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도 같이 읽으시면서, 이른바 ‘서양 정신 문화’의 원류에 한번 푹 빠져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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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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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살아 숨쉽니다. 인간뿐이 아닙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들판을 뛰노는 야생동물들, 거기에 식물들, 균에서 단세포에 이르기까지 이 세계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활동이 ‘생명활동’인가요? 이 책은 생명활동의 기본조건을 ‘의사소통’으로 제시합니다.

여기서의 의사소통은 언어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물리적 화학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것 모두가 의사소통입니다. 우리가 서로와 하는, 동물들이 동물들과 또는 식물들과 하는 상호반응도 의사소통의 일부라는 뜻이죠. 인간으로서, 이들의 언어를 해석해보려 연구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물학과 생태학 지식을 엮어서 이 ‘의사소통’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 마들렌 치게의 숲은 고요하지 않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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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바이오커뮤니케이션입니다.

퀵서비스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지은이가 ‘의사소통’을 정의하는 방식은 매우 넓습니다. 자연의 변화라는 자료를 자신에게 쓸모 있는 정보로 해석하는 과정이 있고, 그 정보가 반응이나 행동을 유발한다면 그게 모두 의사소통이라고 보는 것인데요. 지은이는 자연엔 이런 의사소통의 매체가 세 가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빛, 진동, 분자입니다. 인간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빛의 변화는 색깔로, 진동은 소리로, 분자는 냄새나 맛이라는 정보로 해석되죠.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방금 앞에서 말씀드린 자연에서의 자료 정보 의사소통 개념이고, 두번째는 단세포들의 의사소통, 세번째는 식물들의 의사소통, 네번째는 동물들의 의사소통, 그리고 다섯번째는 인간들이 바꿔놓은 도시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동식물들의 의사소통입니다. 동물들이 의사소통하다는 것은 많이 보고 익숙해서 알 만한데, 식물과 단세포들의 의사소통이라니, 가능하긴 한 걸까요?

이 책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사례가 정말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처음 들어보지만 신기한 동식물 종들이 한 두 페이지에 한 개씩 계속 나와요. 도덕적으로 꼭 온당한 일만 있지는 않습니다. 먹기 위해서, 먹히지 않기 위해서, 생존과 번식이라는 행동 원칙에 따라서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일은 거의 기본이고요, 꿀 따러 온 벌레에게 꽃가루를 몰래 묻혀서 수정을 가능하게 하는 꽃이라든가, 개미를 좀비로 만들어 씨를 뿌리는 버섯도 나오고요. 이쯤 되면 좀 살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의사소통’이 분단위 초단위 혹은 그보다 더 짧은 단위로 일어나는 자연은, 당연히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숲을 고요하다 느끼는 건, 의사소통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요? 또, 반대로 숲이 고요한 건 그만큼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이 되는 과정에서 쓸모없는 자연의 변화는 배제하고 필요한 자료만 정보로서 해석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은 따로 추천드릴 만한 콘텐츠가 없습니다. 대신, 동식물도감같은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생물들의 행동 양식을 보시면서, ‘와 얘는 참 재미있게 사네’ ‘얘는 참 흥미롭네’라는 생각이 드는 종이 있다면 그 종이나 동물의 이름을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동물들에 대한 지식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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