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16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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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에서 진짜인 것은 이야기뿐, 등장하는 모든 것은 가짜다.


개츠비를 읽는 내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의 겉만 맴도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일차적으로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이 몰이해의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당시의 분위기와 내 시대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많이 떨어져있기 때문이었다. 혼자 사는 저택이 그렇게 클 이유도 모르겠고 알아보지도 못할 사람들이 매일 와서 파티를 하는 까닭도 알쏭달쏭하고 줄곧 무의미한 말만 허공에 흩뿌려지다 사랑은 사랑대로 깨지고 사람은 사람대로 죽었고 아무도 이 큰 사건에 주목하지 않는다. 이런 이상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위화감 같은 것이 내 생각 속을 들락날락거렸다.


모든 것이 그토록 쉬운 게 도시의 특징인걸까? 이것이 이 이야기에서 창작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면, 나는 그것을 제대로 느낀 셈이다. 그냥 그렇다고 치고 싶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인사를 나누는 것도, 사랑을 나누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도 여기에 주목하지 않고 그 죽음을 둘러싼 모든 사실이 증발해버리는 것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어서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다. 소설에 나오듯 이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도시가 아닌 곳에서 건너온 사람들만이 각자의 사연을 안은 채 도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들에게 그 쉬움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는 듯 말이다.


그 가운데 사랑을 쫓아서 그 곳까지 흘러든 것 같은 개츠비만이 홀로 빛나는 것도 같지만, 역시나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이 글 안에 담긴 모든 가짜와 의심스러운 것들의 중심에 바로 그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그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다. 기껏 추측할 수 있는 건 위험부담이 높은 불법적인 일에 종사했다는 것 뿐인데, 그조차도 증언에 의해 밝혀진 것인데다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들을 취급한 셈이니 역시 가짜이며 의심스러운 것들과 얽혀있는 셈이다. 그 활동을 하면서 그는 거의 모든 것을 속였다. 심지어 이름까지도! 그 덕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둥둥 떠다닌 관계들도 장례식장의 썰렁함으로 드러났고. 파티에 왔던 사람들은 사실 개츠비의 정체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허무하다. 화려함만 잔뜩 보여준 채 무엇 하나 제대로 맺어진 것 없이 사건은 갑작스럽게 끝나버렸다. 이 이야기 속의 시간을 파티에 비유하자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파티란, 감각적인 모든 것에 역량을 집중해 그 순간에만 화려하게 불꽃을 확 태워버린 다음엔 재와 흔적만 남는, 그런 시간들이니까. 무엇 하나 안타까운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엇 하나 확실한 것도 없는, 그런 시간이니까. 어쩌면 도시의 인간들이 보내는 시간이란 그런 시간들로 가득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런 화려함조차 껴안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런 시간을 꿈꾸는 시간으로 가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상은 현실이란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일 수 있는지 만족스럽게 보여주는 증거였고, 세상이라는 반석이 요정의 날개 위에 안전하게 잘 놓여 있다고 보증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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