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 '산책'과 함께 한 제주에서의 2년
- 김기철(무인카페 '산책' 운영)

어제 저녁, 카페를 잠깐 점검하러 갔다가 우연히 젊은 부부를 만났습니다. 너무나 착하게 생긴 남편과 똑소리 나는 아내였어요. 아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전 카페지기가 봉사하시는 줄 알았어요.”

‘봉사라. 난 장사인데...’
아마도 그녀에게는 나의 카페운영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나봅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손님이 적었던 것과 과연 손님들이 제대로 돈이나 내고 갈까하는 여러 마음이 겹쳐 그런 판단이 나온 것이겠지요.
무인카페 ‘산책’은 태생이 원래 그렇습니다. 첫 출발부터 반대가 심했지요. 내가 제주에 내려가는 것을 수많은 사람이 반대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내가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제주에 왔듯이, 무인카페 ‘산책’도 그렇게 오픈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딱 2년 전에요.
그것이 봉사든, 장사든 어쨌든 무인카페 ‘산책’과 함께 2년 넘게 살고 있는 제주에서의 삶, 저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전히 생활은 어려워요. 하지만 처음 제주에 내려올 때 많은 분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죽을 만큼은 아닙니다. 이곳도 사람은 사는 곳이라는 것, 무인카페 ‘산책’도 그 분들의 예상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다는 것,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여전히 살고 있고 변함없이 오늘도 카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제주에 와서 얻은 것이 있다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더 이상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제주로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배워 한 일이 야채장사였어요. 그런데 제주에 와서 커피를 내립니다. 서울에서는 매일 마시는 것이 술이었고, 커피는 그 흔한 커피믹스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로스팅도 하고 커피맛이 이렇다 저렇다 이런저런 훈수도 둡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느낌이, 이런 생활이 꽤 좋다는 것이지요. 전혀 알 수 없었던 세계를 우연히 접해 실제 만들고 이루면서 나의 꿈과 재능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인생의 맛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사실 아직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과연 무엇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 지가요. 월말이면 여전히 부족한 우리 가족 생활비, 그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걱정과 근심, 그리고 묘한 흥분와 만족.
조만간 공간 하나를 더 만들 것 같습니다. 무인카페 ‘산책’이 마시면서 쉬는 공간이었다면 새로운 공간은 잠을 자면서 쉬는 곳입니다. 이것도 서울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나의 새로운 직업이에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새롭게 생각한 공간입니다. 단순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가슴속에만 갖고 있었는데 실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 새로운 공간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 종일 기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새로 시작하는 일이 우리의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으면 하는 것이에요. 순진한 바람일까요. 그 순진한 바람이 이뤄진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