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검색은 권력이다!

호모 서치엔스의 탄생 (2)

 

 

1. 한국에서 구글이 1등을 못하는 이유 | 검색 한 번으로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는 없다 | 점층 검색법으로 검색 정확도를 높이자

 

2. 네이버, 정보의 디테일로 사용자를 사로잡다 | 아직도 한 가지 검색 서비스만 쓰십니까? | 피할 수 없다면 빅 브라더를 친구로 삼아라

 

3. 다이내믹한 소셜 검색을 지향하는 다음 | 소셜 네트워크가 사적 공간이라고? | 나는 검색한다, 그러나 검색당하지는 않는다

 

4. 인류는 원래부터 호모 서치엔스였다 | 검색 키워드가 당신의 욕망을 말한다 | CEO는 최고의 호모 서치엔스여야 한다

 

 

네이버, 정보의 디테일로 사용자를 사로잡다

 

한국의 검색 시장에서 선두 주자는 단연 네이버다. 국내 포털 서비스와의 경쟁에서도 확실한 선두를 고수하고 있고, 구글을 비롯한 세계적인 선두 주자들도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네이버에게 맥을 못 추고 있다.


처음에 네이버를 이끌었던 원동력은 검색 엔진이었다. 네이버가 처음 등장했던 당시, 아직까지 한국에서 인터넷 검색은 야후와 같은 디렉터리 방식, 곧 컴퓨터의 폴더를 뒤지면서 파일을 찾듯이 분야별, 주제별로 분류된 사이트를 찾는 방식이었다. 한국어 검색 엔진의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향상된 한국어 검색 성능은 네이버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그 이후에 네이버를 확실한 선두 주자로 올려놓은 것은 지식 검색, 지식IN이었다.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이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답을 주고 싶은 사람이 질문을 찾아다니는 지식IN은 채택된 답변의 수에 따라서 포인트를 줌으로써 경쟁 심리를 불러일으켰다.


한때 네이버의 캐치프레이즈가 ‘세상의 모든 지식’이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네이버의 가장 큰 장점은 ‘정보’에 있다. 물론 어느 포털이든지 수많은 종류의 서비스를 하고 그에 따른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그 정보에 대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보여주어야 효과적일지, 어떤 인터페이스가 사용자에게 편리한지에 대해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다른 포털을 앞서고 있다.


네이버의 서비스를 쓰다보면,‘ 아, 정말 디테일에 강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보를 배열하는 방법, 각 메뉴가 놓여 있는 장소, 메뉴 문구 하나하나에도 고민하고 다듬은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처음에는 이런 디테일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쓰다 보면 결국에 가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섬세한 편리함을 안겨 주는 곳으로 가게 된다. 비교적 포털 사이트 중에 후발 주자라고 볼 수 있는 네이버가 1위 자리에 설 수 있었던 비결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디테일을 꼽을 것이다.
네이버의 성공은 다른 분야의 후발 주자에게도 생각할 점을 던져 준다. 선발 주자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 가운데 하나는 메뉴 하나, 문구 하나에도 섬세하게 깃들어 있는 디테일한 고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디테일이 단숨에 역전 드라마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끊임없이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노력하고, 다듬는 과정이야말로 서서히 사용자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네이버에도 고민은 있다. 인터넷에서 모바일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더 이상 과거의 포털 사이트 방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 점은 다른 포털 사이트들도 안고 있는 고민이다).

 

포털 사이트는 주력으로 내세우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른 서비스들을 그 주위로 배치한다. 곧, 주력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을 포털로 끌어들이면 사람들은 포털의 다른 서비스도 함께 쓰게 된다. 이는 놀이공원과 비슷하다. 놀이공원에서는 보통 주력으로 내세우는 탈것 한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광고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것을 타려고 놀이공원을 찾게 된다. 일단 입장을 하고 나면, 주력으로 내세우는 탈것 말고도 다른 놀이 기구들도 이용하게 되고, 그 안에서 뭔가를 사먹거나 기념품을 사기도 한다.

 

그런데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러한 놀이공원식 모델이 통하지 않는다. 모바일, 특히 스마트폰은 웹 브라우저보다는 앱 중심의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서는 포털 사이트가 보여주는 링크를 클릭해서 같은 포털 안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하나의 서비스를 쓰다가 다른 서비스가 쓰고 싶으면 그에 해당되는 앱을 실행시키는 게 더 편하다. 따라서 주력 서비스 한두 가지로 다른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쓰게 만드는 모델이 더 이상 통하기가 어렵다. 만약 네이버 카페를 쓰고 있다가 지도를 보고 싶다면, 웹 브라우저에서는 링크를 통해서 네이버 지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지도 앱을 따로 깔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네이버 지도 앱은 다른 비슷한 앱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이렇듯 네이버의 주력 서비스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해서 이들이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로 옮겨 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각각의 서비스들이 자생력을 갖춰야만 수많은 앱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 물론 네이버에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언제나 최고의 정점에서 위기는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위기를 넘기면 이전보다 더 큰 정점에 오를 수 있다. 과연 모바일이 몰고 온 변화의 물결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까? 이것은 네이버만이 아니라 한국의 포털 서비스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화두일 것이다.

 

 

 

아직도 한 가지 검색 서비스만 쓰십니까?

 

호모 서치엔스의 가장 낮은 진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 가지 검색 서비스와 한 가지 웹 브라우저만 쓴다는 점이다. 어째서 한 가지 검색 서비스만 쓰는 것이 별로 좋지 않은 검색 습관인지를 생각해 보자.

 

어느 검색 서비스든 그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각 서비스는 고유의 검색 엔진을 개발해서 쓰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업체와 제휴해서 검색 엔진을 빌려서 쓰고 있기도 하다. 검색 엔진의 성능에 따라서 결과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띄어쓰기가 단어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영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조사가 바로 앞 단어와 붙는다. 따라서 입력된 검색어를 얼마나 잘 구분해서 처리하는지, 그 능력도 중요하다.


각 서비스마다 검색 결과를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에 대한 정책도 다르다. 대체로 검색어와 가장 많이 일치하는 곳, 또한 같은 검색 결과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 더 먼저 보일 것이다. 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검색 서비스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러한 계산 규칙은 검색 서비스의 1급 비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차이가 안 나려야 안 날 수 없다.


검색 서비스가 가지는 특징은 이러한 검색 엔진의 차이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검색 서비스는 결국은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검색 서비스는 인터넷을 수익 모델로 하는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 기업이 가진 수익 모델이나 비즈니스 전략, 제휴관계와 같은 요소들이 개입하게 되며 이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 들어서 구글도 검색 결과를 웹문서와 블로그, Q&A와 같은 방식으로 분류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국내의 포털들은 훨씬 더 세분화해서 구분한다. 포털은 자체적으로 많은 정보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며, 될 수 있으면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선적으로 검색 결과에 나오기를 원한다. 곧, 포털 서비스 안에 있는 웹 페이지나 정보들이 먼저 나오며, 바깥에 있는 웹 페이지들은 중간 혹은 뒤에 배치되기도 한다. 어떤 포털에서는 일부 서비스를 다른 검색 엔진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그 포털의 검색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다.


제휴 관계에 따라서 검색 서비스의 특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나 다음은 트위터 검색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검색은 물론이고 그 결과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기도 한다. 이들 포털에서는 트위터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제휴 관계가 없는 서비스는 트위터 검색 능력이 떨어진다.


제휴 관계가 경쟁 관계로 바뀌는 경우도 검색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트위터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지만 네이버는 미투데이, 다음은 요즘과 같이 트위터와 비슷한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검색 서비스에서도 자기 회사의 소셜 네트워크를 밀어주고 싶을 것이다. 다음이 네이버의 미투데이를, 혹은 네이버가 다음의 요즘을 검색 서비스에서 밀어줄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글쎄…….


그래서 내가 무엇을 검색할지, 어디를 검색할지, 예를 들어 웹 페이지 위주인지 소셜 네트워크 쪽인지, 뉴스를 중심으로 검색할지, 이런 요소들을 생각해서 적절한 검색 엔진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물론 각 검색 서비스가 서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검색 엔진을 같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영상에 관심이 있다면 처음부터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검색을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유튜브에 하루에 올라오는 동영상의 재생 시간을 모두 합쳐보면 무려 150년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막강한 콘텐츠를 쥐고 있는데다가 유튜브는 구글의 것인 만큼 유튜브의 검색 엔진도 당연히 구글 검색 엔진과 같다. 따라서 명확하게 콘텐츠의 종류가 정해져 있다면 가장 많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곳에서 직접 검색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진짜 명필은 각각의 붓이 가진 잠재력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붓을 가지고 어떤 글씨를 쓰느냐에 따라서 적절한 도구를선택한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요리사들도 많은 종류의 칼을 가지고 있다. 호모 서치엔스 역시도 마찬가지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면서 인간의 능력이 향상됐고, 반대로 인간의 생각하는 힘이 강해질수록 도구의 종류도 더 많아진 것처럼, 호모 서치엔스도 검색에 쓰는 도구가 점점 더 많아질수록 더욱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며, 반대로 호모 서치엔스의 진화가 점점 고도화될수록 그에 맞춘 새로운 검색 도구가 생기는 상호 작용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할 수 없다면 빅 브라더를 친구로 삼아라

 

컴퓨터로, 혹은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인터넷이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우리의 일상 가운데 많은 부분들을 인터넷에 의존하면서 한편으로는 사생활 노출에 대한 걱정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걱정 가운데 대부분은 사실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어떤 서비스를 쓰기 위해서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로그인을 한 순간, 그때부터 자신의 인터넷 사용 기록, 다시 말해서 방문한 웹 사이트와 이름, 이메일 주소, 과거에 선택한 친구와 같은 정보들이 그 회사의 손에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한 인터넷 서비스가 21세기판 빅 브라더가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조지 오웰의《1984》에서 집집마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던 독재자 빅 브라더처럼, 거대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 역시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빅 브라더의 감시를 벗어나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인터넷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다. 로그인을 안 했다고 해서 추적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서비스에서 로그오프를 한 뒤에도 인터넷 사용 정보들을 추적하고 저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추적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진 웹 브라우저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글은 애플의 사파리 웹 브라우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제공하는 추적 방지 기능을 피해 나가기 위해서 자신들이 제공하는 광고에 특별한 코드를 심었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스마트폰 시대에 인기를 얻고 있는 지도나 인터넷 기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쓰려면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곧 위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정보들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기록되고 추적될 수 있다. 이미 수사기관에서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휴대폰 위치 정보를 활용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도 있다.


가장 사적인 대화라 할 수 있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라고 해도 백 퍼센트 안심할 일은 아니다. MSN 메신저는 대화 내용에서 특정한 키워드가 나오면 바로 광고가 나오는 기능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우리가 MSN 메신저로 채팅을 하면 MSN의 서버가 그 내용을 받아서 상대방에게 보내주게 되는데, 이때 대화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키워드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대화 내용이 저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동으로 검색은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도 마찬가지여서, 이메일의 내용에 따라서 맞춤형 광고가 나가는 기능이 제공된다.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우리를 추적하고 감시해서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세계를 정복하는 독재자가 되는 게 목적은 아니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하다. 광고다. 사용자들이 어떻게 인터넷을 활용하는지, 어느 사이트를 자주 찾고, 어떤 광고를 자주 클릭하고 어떤 검색 키워드를 자주 쓰는지를 안다면, 그에 맞춰서 광고를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채팅이나 댓글을 자주 주고받는 친구들이 대부분 축구를 좋아한다면, 페이스북에서는 축구와 관련된 광고를 자주 보여줄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 관한 정보 사이트를 많이 방문한다면 구글은 스마트폰이나 디카 광고를 자주 내보낸다. 예전에는 똑같은 웹 페이지에는 똑같은 광고가 걸렸다면, 요즘은 똑같은 웹 페이지라고 해도 누가 보고 있는가에 따라서 다른 광고가 나간다.


우리는 늘, 인터넷 회사들에게 실시간으로 검색되고 있는 존재다. 결국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빅 브라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당장 인터넷을 끊고 스마트폰을 던져 버리든가, 빅 브라더를 친구로 생각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하든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미 호모 서치엔스로 진화하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너무나 뻔하다.

 


 

 

최용석

인터넷 광고 마케팅 회사 (주)클렉스의 대표이사. 미국계 컴퓨터 회사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국내외 대형기업, 소규모 사업체, 1인 기업 등 수많은 광고주들과 함께한 경험을 통해 어느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검색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다각도로 관찰하게 되었다. 각종 기업과 단체에 컨설팅과 강연으로도 활약 중이며, 저서로 <애플의 전략>(2010년 출간)이 있다.

 

저자의 한마디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 두더라도 절대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고 잘할 자신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검색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한 호모 서치엔스다.”

 




 
 
 

모든 것은 탐욕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3)

 

 

만약 한국이 100명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면, 이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어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 마을 사람들 가운데 취업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59명이다. 28명은 정규직으로 취업해 살고 있으며, 14명은 비정규직이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17명이다. 그런데 정규직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안정적인 상장 제조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단 1 명이다. 부가가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제조업 599개 기업을 살펴보면 그렇다. 매출액 상위 2000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넓혀 봐도, 정규직은 3명에 지나지 않는다.


599개 기업에 대규모 수출을 하는 한국 대표 기업들은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5년 이상 안정적으로 부가가치를 낸 알짜 기업들이다. 2000대 기업이면, 우리가 흔히 이름을 거론하는 웬만한 업체까지도 모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경영이 한정적인 중견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우리는 모두 한국 대기업을 응원했다. 정부는 수출 대기업을 돕는 정책을 수십 년 동안 써왔고, 소비자도 이 나라 기업의 제품이라면 달려가서 먼저 사줬다. 개미투자자들은 그 기업들의 주식에 쌈짓돈을 묻었다. 경제 뉴스는 그들이 세계시장에서 휘날리는 태극기 이야기로 뒤덮였다.

그 1등 기업들은 끊임없이 외쳤다. 우리가 잘되어야 마을 전체가 잘 살게 된다고.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맞장구를 쳤다. 대기업이 수출을 해서 돈을 벌어오면, 그게 자연스레 사회전체로 흘러간다고. 밤이고 낮이고 부지런히 일도 하소 자기계발도 했다. 더 오래 일했고, 경제 공부도 더 많이 해서 더 밝은 눈으로 재테크도 하고 일자리도 구하고 소비하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눈부시게 성장해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런데 나머지는 모두 힘들어졌다.


평균적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현재는 빠듯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쥐꼬리만큼 늘어난 수입은 금세 더 커진 지출과 더 오른 가격에 파묻히고 만다. 조금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는 불안은 점점 커진다. 과로도 재테크도 경쟁도 우리를 불안과 공포로부터 구하지 못했다. 기업은 눈부시게 성장했는데, 개인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우리는 99명이 1명의 경제를 자신의 경제로 착각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경제에서 주인공은 1명뿐이다. 나머지 99명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는 1명을 열심히 응원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주인공은 풍요를 누리지만 관객들은 고단하다.

성 밖에 사는 사람들도 성 안에 사는 사람들도 불안한 사회

최근 내 책을 읽은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저도 성 안에 살지만 결국 성 밖의 영세자영업자가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이 10년 남짓… 제가 회사를 나가야 하는 시점에 아이는 겨우 초등학생이네요.”

그의 불안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렸다. 나는 한국 경제가 성 안의 정규직 노동자와 그 나머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썼다. 그런데 성 안 사람들이라고 계속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대부분 성 밖으로 나가서 사회생활의 나머지 절반을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모질게 살아야 했다.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데 작은 나라의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쥐어짜는 방법밖에 없었다. 사내 하청도 노동절감형 경영도 장시간 노동도 그래서 나왔다. 그렇게 해서 생산성을 높였고 성장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토끼 한 마리가 조끼에서 시계를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모습을 본다. “늦었네, 늦었어” 하며 토끼는 뛰어간다. 그런데 앨리스는 그 장면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나중에야 토끼가 조끼를 입은 것도, 시계를 보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한 장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숲 밖으로 잠깐 나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내려다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게 바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다.


 

이원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장 기자 시절 IMF 구제금융 사태와 닷컴 기업들의 성장과 몰락을 목격하면서 ‘착한 기업과 좋은 경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고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에 입학했다. MIT에서 그는 미국 경영학에 불어온 사회책임경영(CSR) 바람을 목격하며, 기업과 사회가 상생하는 경영 방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귀국 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사회책임경영과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던 중, 이를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을 맡게 되었다. 최근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 전국경제인연합회,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국내외 기관과 기업에서 이와 관련된 강연과 발표를 활발히 진행하며 ‘착한 경제, 좋은 경영’의 꿈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복잡한 경제현상 및 기업활동을 실생활과 연결시켜 쉽게 설명한 《이원재의 5분 경영학》과 《MIT MBA 강의노트》,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담은 《전략적 윤리경영의 발견》, 한국경제의 잠재력과 미래를 살핀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등을 저술했으며,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깊이 있는 경영, 경제 해설을 전하고 있다.





 
 
 

이제 검색은 권력이다!

호모 서치엔스의 탄생 (1)

 

 

1. 한국에서 구글이 1등을 못하는 이유 | 검색 한 번으로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는 없다 | 점층 검색법으로 검색 정확도를 높이자

 

2. 네이버, 정보의 디테일로 사용자를 사로잡다 | 아직도 한 가지 검색 서비스만 쓰십니까? | 피할 수 없다면 빅 브라더를 친구로 삼아라

 

3. 다이내믹한 소셜 검색을 지향하는 다음 | 소셜 네트워크가 사적 공간이라고? | 나는 검색한다, 그러나 검색당하지는 않는다

 

4. 인류는 원래부터 호모 서치엔스였다 | 검색 키워드가 당신의 욕망을 말한다 | CEO는 최고의 호모 서치엔스여야 한다

 

 

 

한국에서 구글이 1등을 못하는 이유

 

한국의 인터넷 검색 시장은 무척 독특하다. 무엇보다도 눈여겨볼 부분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시피 한 구글이 한국에서는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점유율 조사기관인 넷마켓셰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구글의 세계 온라인 검색시장 점유율은 무려 83.62%다. 그 다음을 잇는 야후가 겨우 6%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압도적인 정도를 넘어서 거의 독점이라고 봐도 좋을 수준이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포털 사이트 방식의 검색 서비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2, 3위권을 유지하는 이웃나라들에 비해서 한국은 좀 격차가 심한 편이어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겨우 3%에 불과하다. 네이버가 70%를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구글은 다음과 네이트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네이버가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는 데에는 한국어로 된 방대한 정보를 카페나 블로그와 같은 자체 서비스로 보유하고 있으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부 검색 엔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폐쇄적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고 치자. 하지만 다음과 네이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글의 점유율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로서는 언어와 교육, 사고방식의 차이가 그 근원에 깔려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검색 서비스들은 주로 포털 형태를 기반으로 한다. 곧, 첫 페이지에 많은 정보들을 편집해서 보여주고, 그 사이에 검색창이 끼어 있는 형태다. 하지만 구글은 철저하게 검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 페이지에는 검색창 하나뿐이다. 심지어 첫 페이지가 가장 비싼 자리일 텐데도 광고조차 없다. 이미 야후나 알타비스타, 라이코스를 비롯한 쟁쟁한 검색 서비스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한 미국의 검색 시장에 홀연히 나타난 구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바로 ‘오로지 검색창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첫 페이지가 큰 공헌을 했다. 물론 검색 결과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구글을 전 세계 검색 시장의 강자로 만들었던 그 특징이, 한국에서는 거꾸로 구글이 맥을 못 추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되짚어 보면 여전히 ‘주입식’ 형태다. 대부분의 시험문제도 객관식이다. 곧 주어져 있는 보기에서 맞는 답을 ‘고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시험에서는 에세이, 곧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긴 글로 표현하는 형태의 시험이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논술 시험을 한다고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에세이 시험은 아예 그것만으로도 합격 여부를 좌우할 정도다.


주어진 보기에서 고르는 형태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게는 아무래도 미리 편집된 정보들을 첫 페이지에 펼쳐 보이는 포털 사이트의 방식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포털사이트들이 사지선다형에 가깝다면 구글은 에세이 시험에 가까운 것이다. 이런 교육방식의 차이는 반드시 어느 나라가 잘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언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곧,‘ 한자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언어들은 대체로 그 뜻을 이해하기가 명쾌하다. 하지만 서양의 언어들은 그 뜻을 서로가 제대로 교류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양권에 비해서 많은 토론을 필요로 한다.


이런 격차가 언제까지나 갈 것 같지는 않다.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도 여전히 네이버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구글의 점유율 역시도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검색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에서 구글이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장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로운 환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10년 전만 해도 모든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제국이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고, 애플과 구글의 틈바구니에서 위축된 지금의 모습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네이버든 다음이든 구글이든, 그 누구에게도 1등이 보장된 앞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계속해서 변화를 따라잡고, 한발 더 나아가서 변화를 선도하는 곳만이 선두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검색 한 번으로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는 없다

 

검색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방대한 크기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검색 한 번으로 원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호모 서치엔스로 진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오히려 많은 경우에, 여러 차례 검색을 해 봐도 원하는 결과를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에이, 내가 찾는 정보는 인터넷엔 없나보다’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검색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보가 진짜로 없는 경우 : 인터넷에 아무리 무수한 정보가 있다고 해도, 인간이 아는 거의 모든 정보가 있다고 해도, 인간은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찾고자 하는 정보가 진짜로 인터넷상에 없는 경우도 있긴 있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정보라서 관련된 법에 따라 지워지거나 차단된 경우도 있다.

 

모호한 검색어 : 검색 엔진이 내가 검색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엉뚱한 결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검색 엔진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사용자가 자신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서라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서, 좋은 TV 프로그램을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하는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만 해버리면 검색 결과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얘기부터 줄줄이 나올지도 모른다. 검색 엔진은 당신의 마음까지도 꿰뚫어보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언어 장벽 : 인터넷에 있는 정보 가운데 한국어로 된 것은 영어로 된 것에 비하면 훨씬 적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와 있는 표제어 수만 봐도 2012년 3월을 기준으로 하면 영어는 389만 개가 넘지만 한국어는 아직 20만 개도 안 된다. 하나의 표제어에 담긴 정보의 양이나 세밀함을 봐도 한국어 위키피디아는 아직 영어 버전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 한국어 웹 페이지에는 없고, 영어 웹 페이지에만 있는 정보를 찾으려고 하면 언어 장벽에 막히기 십상이다.

 

잘못된 검색 엔진 선택 : 검색 엔진은 각자 특징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검색에 강한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웹 페이지 검색에 강한 서비스도 있다. 우리나라의 포털 중에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 포털의 검색 엔진을 통해서만 검색이 되도록 제한해 놓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차이점이나 특징을 모르고 한 가지 검색엔진만 고집할 경우, 찾을 수 있는 정보의 폭은 크게 좁아진다.

 

검색에 대한 지식 부족 : 지금 있는 곳에서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서 갈아타는 게 좋을까? 이에 대한 답을 그냥 검색 엔진에서 찾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럴 때는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지도 서비스에서는 버스와 지하철을 연계한 대중교통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지어는 지금 출발하면 목적지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도착 시간 실시간 서비스와 연계해서 거의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검색을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나 다양한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구를 쓰는 게 유리한지를 모른다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행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높은 수준의 호모 서치엔스로 진화한다고 해도 모든 검색을 단 한 번의 검색어 입력으로 끝내는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될 수 있으면 적은 횟수의 검색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 그리고 한두 번의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서 결과를 찾아내는 것이 진화의 밑바탕이 되는 길이다.

 

 


점층 검색법으로 검색 정확도를 높이자

 

처음부터 원하는 웹 사이트나 페이지를 찾을 수 있는, 정확한 검색어를 찾기는 정말 힘들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다. 이럴 때 효과적으로 검색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점층 검색법이다.


혹시 국어 시간에 ‘점층법(漸層法)’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날지 모르겠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듯이 글을 쓸 때 단계적으로 문장의 흐름을 발전시켜서 읽는 사람의 기분을 고조시켜 나가는 기법이다. 점층 검색법 역시도 단계적으로 검색어를 강화시켜 나간다. 처음에는 포괄적인 검색어로 시작하다가 계속 단어를 덧붙이거나 수정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구체적인 검색어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보통은 한두 단어로 시작해서 계속 단어의 수를 늘려 나가게 된다. 한 차례 검색을 할 때마다 검색 결과를 봐 가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더 정확하게 나올까? 생각한다. 그리고 덧붙일 검색어를 생각한다. 덧붙이는 것 말고도 이미 입력된 검색어가 모호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나 자신이 감이 잘 안 잡힐 때도 있다. 이럴 때에는 점층 검색법이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시키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이점도 있다.


중고 자동차를 알아보기 위해서 검색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자동차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구체적인 수준의 검색어를 쓸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차종이나 가격 정도만을 생각하고 검색을 하게 된다. ‘소나타가 어떨까?’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중고 소나타 가격’으로 시작해보자.


그 결과를 보니까 놓친 게 있었다. 소나타도 계속해서 모델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떤 모델, 혹은 연식을 알아볼 것인가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중고 NF 소나타 가격’이라고 한 단어를 덧붙인다.

 

이제 포커스가 좀 좁혀졌다. 그런데 다시 검색 결과를 보니까 내가 마음에 드는 색깔이 있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검정색’을 덧붙여서 ‘중고 검정색 NF 소나타 가격’으로 검색해 보았다.


이번에는 검색 결과가 전국 모든 지역의 매물을 다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을 좁힐 필요가 있어서 ‘인천 중고 검정색 NF 소나타 가격’으로 한 단어를 또 늘렸다. 처음부터 이 정도의 검색어를 한 번에 생각해 내는 것은 어지간한 호모 서치엔스계의 고수들도 힘들다. 처음에는 색깔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검색 결과에 나온 사진들을 보다가, ‘아, 검정색이 제일 괜찮네’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검색어가 늘어간다. 배기량을 1.8로 할지 2.0으로 할지, 기어는 수동인지 오토인지, 선루프와 같은 옵션을 원한다면 이것 역시도 검색어에 포함될 것이다. 물론 중간에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그럼 그에 해당하는 검색어를 다른 것으로 바꾼다.


같은 의미라도 단어를 바꿔서 다양하게 검색해 볼 필요도 있다. ‘검정색’ 대신에 ‘검은색’을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역도 ‘인천’에서 ‘부천’이나 ‘안산’과 같이 주변 지역으로 확대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의 검색창에는 방금 입력했던 키워드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생각난 단어를 덧붙이거나 고치기만 하면 된다. 더 나아가서, 최근 구글에서는 ‘순간 검색’이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검색창에 뭔가를 입력하면 구글이 검색어가 바뀐 것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새로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엔터키를 치거나 ‘검색’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호모 서치엔스가 진화해 나가듯이, 검색어도 얼마든지 진화해 나갈 수 있다.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한 호모 서치엔스일수록 검색어도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용석

인터넷 광고 마케팅 회사 (주)클렉스의 대표이사. 미국계 컴퓨터 회사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국내외 대형기업, 소규모 사업체, 1인 기업 등 수많은 광고주들과 함께한 경험을 통해 어느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검색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다각도로 관찰하게 되었다. 각종 기업과 단체에 컨설팅과 강연으로도 활약 중이며, 저서로 <애플의 전략>(2010년 출간)이 있다.

 

저자의 한마디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 두더라도 절대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고 잘할 자신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검색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한 호모 서치엔스다.”

 




 
 
 

모든 것은 탐욕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2)

 

 

하버드 대학생들이 맨큐의 경제학을 거부한 이유


“맨큐 교수님, 오늘 우리는 교수님의 수업인 경제학10 강의를 거부하고 강의실에서 퇴장하기로 했습니다. 이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이어지고 있는 편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2011년 11월 2일, 미국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경제학10’ 강의 시간이었다. 700여명이 듣는 강의가 12시 15분에 시작되자, 강당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 70여명이 짐을 챙겨 밖으로 걸어나갔다.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에 동조하는 학생들이 보수성향의 경제학자 맨큐 교수에게 "탐욕스런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한다"고 비판하면서 수업을 거부한 것이다.


세계 최고 학부라는 하버드대학교에서 700명이나 수강하는 최고 인기 강좌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맨큐 교수는 경제학 개론서인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1997년 출간 이후 20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에 퍼져나가 경제학의 바이블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1999년 한글 번역본이 출간됐다. 이 때부터 맨큐의 경제학은 경제학도와 고시생들의 필독서가 됐다.


<맨큐의 경제학>은 대체로 전통적 경제학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시각을 띠고 있다. 맨큐는 경제학을 ‘10대 원리’로 정리하며 책을 시작했다. 시장의 우월성, 인간의 합리성, 인간의 이기심, 희소성의 원리 등이 그 핵심이다. 경제를 인간이 이기심에 기초해 경쟁을 벌이는 정글로 보는 가정이다.


하버드 대학생들은 이 유명한 경제학 수업을 왜 거부했을까?


이들의 행동을 불러 온 동기는 ‘부끄러움’이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재가 된다. 어디를 가나 가장 똑똑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과거에 이들 중 상당수는 변호사나 정치가가 되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많은 졸업생들은 과학자와 공학자가 되어 진리를 탐구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하버드 졸업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취업한 곳은 금융권이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와 리먼브러더스는 그들이 가장 선호하던 직장이다. 거액의 연봉이 그 동기였다. 맨큐의 가르침대로 ‘이기심’을 최대한 발휘한 직업 선택이었다.


이 곳에 취업한 하버드 졸업생들은 맨큐가 가르치던 경제학의 원리를 충실히 전세계에 전파했다. 핵심은 인간의 탐욕에 기초한 시장원리가 세상을 더욱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희소한 자원을 탈환하기 위해 인간 사이 벌어지는 경쟁은 아름다운 것으로 채색됐다. 그들은 기업을 사고 팔며 합치고 쪼개며 천문학적 이익을 거두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자동차에 넣는 기름과 쌀과 콩 같은 식량까지도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거래하며 어마어마한 시장을 만들어 냈다. 기업가들뿐 아니라, 노동자도 농부도 광부도 어부도 이들이 전파한 시장 질서를 굳게 믿고 여기에 자신들의 집과 삶과 미래를 걸었다. 세계는 이 똑똑한 이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탐욕의 덩어리로 변해갔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허물어졌다. 이 똑똑한 이들이 만들어 낸 질서는 그야말로 모래 위의 성이었다. 지나치게 빛나며 사람들을 유혹하던 성이었다. 하버드 졸업생 같은 똑똑한 이들의 말만 믿고 이 성에 미래를 걸었던 사람들이 함께 무너졌다. 모기지 회사들이 차례로 파산하면서, 돈을 빌려 집을 사두고 차곡차곡 갚아가던 중산층은 평생을 투자한 집을 빼앗겼다. 제조업의 몰락으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겼다. 상위 1%는 나날이 더욱 부유해졌지만, 나머지 99%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상류층에만 집중됐다.


금융위기는 투자은행이 그 동안 전파하던 화려한 경제 논리가, 사실 거대한 사기극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수업을 거부한 하버드 대학생들이 부끄러워했던 것은, 바로 그 졸업생들이 과거 몇십 년 동안 이끌어온 세상이다. 그리고 그 자본주의가 보여준 탐욕이다.


맨큐의 경제학은 바로 그 질서의 지적 주춧돌을 상징했다. 경제에 대한 그릇된 가정은 맨큐가 상징하는 보수적 경제학자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졌고, 하버드 졸업생 같은 전세계 인재들이 이 가정을 진실로 믿으며 확산시켰으며, 대부분의 나머지 인류는 이들이 주도하는 질서에 그저 뒤따라갔다. 이렇게 전 세계는 탐욕의 덩어리로 변화했고, 이 질서는 결국 금융위기와 극심한 빈부격차를 낳았다.


고대의 왕들부터 시작해, 오랜 역사 동안 국가 지도자들은 자유와 평등, 국민의 교육, 도덕 함양, 국가 자존심의 회복 같은 가치를 나라의 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요즘 국가 지도자들은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라의 목표로 내건다. 이런 목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만큼 상위 1%부터 하위 1%까지, 전 세계인의 사고방식이 ‘성장만이 최고’라는 체계 안에 갇히게 된 것이다.


하버드 대학생들이 맨큐의 강의실에서 뛰쳐나온 이유는 명확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어떤 강의실로 되돌아가야 할 것인가? 바로 탐욕이 아니라 협동과 이타심에 기초한 경제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이원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장 기자 시절 IMF 구제금융 사태와 닷컴 기업들의 성장과 몰락을 목격하면서 ‘착한 기업과 좋은 경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고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에 입학했다. MIT에서 그는 미국 경영학에 불어온 사회책임경영(CSR) 바람을 목격하며, 기업과 사회가 상생하는 경영 방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귀국 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사회책임경영과 사회적기업을 연구하던 중, 이를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을 맡게 되었다. 최근에는 유엔글로벌콤팩트, 전국경제인연합회,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국내외 기관과 기업에서 이와 관련된 강연과 발표를 활발히 진행하며 ‘착한 경제, 좋은 경영’의 꿈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복잡한 경제현상 및 기업활동을 실생활과 연결시켜 쉽게 설명한 《이원재의 5분 경영학》과 《MIT MBA 강의노트》,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담은 《전략적 윤리경영의 발견》, 한국경제의 잠재력과 미래를 살핀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등을 저술했으며,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깊이 있는 경영, 경제 해설을 전하고 있다.





 
 
 

귀덕에서만 이 맛이 나는 브로콜리스프처럼

 

 

- 이인경(레스토랑 '메리 앤 폴' 운영)

 

 



겨울에도 바닷가 산책은 나와 남편과 반려견 마루와 아라로 구성된 우리가족의 가장 중요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아침마다 산책길에 한담공원에서 만나는 관광객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곤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

 

"참 좋은데 사시네요!"

"그래요! 우리 이곳에 삽니다."

 

1년 전 눈바람이 매섭게 치던 겨울 어느 날 저희부부는 이곳 귀덕이라는 시골에 작은 레스토랑을 열기로 마음을 모았지요. 그리고 지금 저희는 작은 레스토랑 ‘메리 앤 폴’에서 마을 분들과 관광객들을 만나면서 하루하루를 단순하고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저희는 하루에 한번정도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곳에 연고가 있나요? 왜 하필 귀덕이라는 시골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레스토랑인가요?"

"아니요 아무런 연고가 없어요! 어쩌다보니 이렇게 하고 있네요."

 

질문자가 고개를 끄덕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답을 드릴 수 없는 저희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어요.

 

 

"브로콜리스프가 맛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매일 아침 제가 정성스럽게 끓이는 이 스프 맛은 귀덕에서만 날걸요!"

"왜요?"
"이 스프는 귀덕 마을 분들이 브로콜리를 저희 집 앞에 놓고 가시거나 가지러오라는 할머님들의 사랑으로 만들거든요!"

 

양배추농사를 크게 하시는 한동네 미라언니는 ‘양배추 사지 말아라! 떨어지기 전에 가져다줄게’라며 ‘매리 앤 폴’의 사랑의 맛을 더해 주십니다. 한가로운 오후 브로콜리를 자주 주시는 할머니가 친구 분과 같이 가게 앞을 지나가시길래 달달한 카페모카를 대접합니다. 한사코 사양하시다가 달게 드시곤 사람이 없는 가게 안을 살펴보시면서 진심어린 눈빛으로 ‘너 여기에 짜장면 팔아라! 그러면 하루에 열 그릇, 스무 그릇도 팔아주마! 밭일할 때 새참으로 사주마!’라며 걱정을 나눠 가지십니다. 매일 조금씩 준비한 음식재료가 떨어져 새로 들어오시는 분께 식사가 어렵다는 저희들의 말에 단골 짱이엄마가 걱정스레 ‘몇 그릇 팔았다고 그만 팔아요!’라며 마음을 써 주십니다.


유난히 긴 공사 끝에 완성된 저희집이 무엇을 하는 가게일까? 마을 분들 모두 궁금해 하셨습니다. ‘어, 이런 곳에 레스토랑이! 커피하우스가!’라며 놀라시던 분들이 이제는  조용히 혼자 또는 가족들과 차나 식사를 하시고 각 테이블마다 있는 책도 읽으십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라고 얘기해주십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우리가 더 고맙습니다. ‘여기에 우리 레스토랑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게 했구나!' 싶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렇게 함께 걱정해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주는 마을 분들이 있어서 너무나 좋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음이 많이 편안 합니다. 제주는 무언지 모를 힘으로 저희부부에게 평화를 주었고 받은 만큼 나눌 수 있는 여유로움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눈을 감고 잠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다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생각을... 사철 푸른 제주가 그리하게 해줍니다!

 

기락선생님께 <거침없이 제주이민>이란 책제목을 전해 들었을 때 더 이상 어울리는 단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들도 그리했기에... 책속에 있는 여러 분들의 제주 이야기가 지금 고산에 작은 게스트하우스카페를 짓고 있는 네모하우스처럼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지요.